다이앤 멀케이 하버드대 석·박사, 더블린 트리니티대 방문연구원, 뱁슨대 겸임교수, 카우프만 재단 선임 연구원, 아이젠하워 회원
다이앤 멀케이
하버드대 석·박사, 더블린 트리니티대 방문연구원, 뱁슨대 겸임교수, 카우프만 재단 선임 연구원, 아이젠하워 회원

평생직장이 옛말이 된 지 오래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많은 근로자가 언제든 회사에서 내쳐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고용 불안은 커지고 임시직, 계약직, 프리랜서는 꾸준히 늘고 있다. 일자리를 스스로 찾고 만들어 자신만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생각이 짙어지면서 투잡(two-job·두 개의 직업)에 뛰어드는 사람도 늘고 있다. 신한은행이 발표한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2020’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1명은 투잡족이다.

‘긱 이코노미’ 저자 다이앤 멀케이는 최근 ‘이코노미조선’과 서면 인터뷰에서 복수의 일자리를 가진 사람을 “사이드 기거(Side Gigger)”라 표현하며 “사이드 기거로서 성공하려면 본업 이상의 일을 왜 추가로 하는지, 이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목표를 확실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긱(gig)’은 1920년대 미국 재즈 클럽이 섭외한 단기 연주자를 부르는 데서 유래됐다. 요즘 필요에 따라 임시로 계약을 하고 업무를 맡기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임시직 경제)’가 만들어낸 일자리를 ‘긱잡(Gig Job)’이라 부른다. 긱잡은 조직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선호되고 있다. 긱 근로자는 고용 불안, 임금 정체를 겪기도 하지만,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쉰다는 자유와 유연성을 보장받는다. 멀케이가 언급한 사이드 기거는 본업 외 임시 계약직 형태의 부업을 하는 사람을 일종의  긱 근로자로 본 표현이다.

멀케이는 ‘긱 이코노미’라는 용어를 초창기부터 써온 인물이다. 그는 뱁슨대학교 겸임교수이자 카우프만 재단 선임연구원이다. 뱁슨대학교에서 긱 이코노미에 관한 경영대학원(MBA) 수업을 창설해 현재까지 강의를 이어오고 있다. 이 수업은 ‘포브스’ 선정 ‘가장 혁신적인 경영대학원 과정 상위 10위’에 들 정도로 인기다.

멀케이는 “정규직 소멸, 기업의 정규직 채용 기피 현상이 긱 이코노미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며 “긱 이코노미 시대를 맞이한 오늘날의 디지털 환경에 더 빨리 적응하고 정확하게 예측할수록 우리의 선택과 기회는 무궁무진할 것”이라 했다. 이어 “긱 이코노미에서는 ‘직업’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일’이 대신하고 있다”며 “다양한 일로 이뤄진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긱 이코노미’ 영문판(왼쪽)과 한글판.
‘긱 이코노미’ 영문판(왼쪽)과 한글판.

1개 이상의 일자리를 가진 사람이 늘고 있는 이유는 뭘까.
“한 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 없다. 추가 수익, 욕구 충족, 재능 향상, 인간관계 확장, 진로 변경, 자신만의 사업 시도 등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은 복수의 직업을 갖거나 필요할 때마다 계약직·임시직으로 일을 하는 ‘긱잡’ 근로자가 된다. 더욱 높은 ‘자율성(autonomy)’과 유연성을 위해 전통적 형태의 일을 그만두는 사람도 있다.”

직업(job)의 개념이 변한 것일까.
“나는 한 개의 일자리에 풀타임으로 근무하는 사람의 일에 직업(job)이라는 표현을 쓴다. 독립적인 일을 하거나 차량공유 업체 우버와 같은 플랫폼 노동자의 일은 ‘긱’ ‘사이드긱’ ‘일(work)’이라는 표현을 쓴다.”

코로나19가 사람들의 투잡에 대한 욕구를 자극했는가.
"코로나19 이후 미국에서 많은 사람이 해고를 당하며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독립적으로 자신만의 일을 시작하는 사람, 한 개 이상의 긱잡을 보유한 사람도 늘었다. 긱 이코노미는 피할 수 없는 대세다.”

코로나19가 미래의 근무 환경에도 변화를 미칠까.
“그동안 근로자들은 사무실 밖에서 근무할 수 있는 자율성을 더 많이 선택하고 싶어했지만, 많은 기업은 여기에 반대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이는 현실화했다. 근로자가 매일매일 사무실로 출근해야 하는 의무는 이미 구식이다. 근로자가 참여한 연구 중 주 5일, 하루 8시간씩 근무하는 게 업무 생산성을 높여준다는 결과는 없다. 심지어 전통 방식의 근무 환경을 유지하는 비용도 많이 든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에 따르면 일반적인 미국 기업이 1년에 근로자 1명의 사무실 공간을 위해 쓰는 돈은 1만2000달러(약 1432만원)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근무 환경에도 변화가 예상되고 이에 따라 긱 근로자도 늘어날 것이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긱 근로자가 많은데, 교육 방식도 바뀌어야 하는가.
“미국 근로자의 30~40%는 긱 이코노미에 속해 있다. 전통적인 풀타임 일자리보다 임시·계약직 일자리가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학은 아직 교육 커리큘럼에 긱 이코노미를 포함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뱁슨대학교에서 내가 진행하고 있는 긱 이코노미 수업이 거의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학생들이 졸업해서 더욱 성공적인 길을 걷기 위해 긱 이코노미 상황에서 독립적으로 일하는 방법 등을 알려줘야 한다. 긱 이코노미에서는 일자리, 커리어, 자금, 시간 등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독립적으로 일하는 방법이라면 무엇이 있을까.
“사업체를 어떻게 꾸리고, 가격 협상과 컨설팅 계약은 어떻게 하는지가 예가 될 수 있다. 또 마케팅·브랜딩 전략 등을 가르쳐주는 게 학생들이 긱 이코노미 포트폴리오를 구축해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기업들이 어느 정도 범위에서 직원들의 부업을 허용해야 하는가.
“직원들의 부업이 본업과 경쟁하는 일이 아니라면, 기업은 이를 문제 삼지 말아야 한다. 직원 개인이 부업을 자신만의 시간에 회사의 자원을 사용하지 않고 한다면 이를 회사가 허용하고, 안 할 문제가 아니다.”

복수의 직업을 지닌 사람이 늘어나면서 생기는 긍정적, 부정적 영향은.
“노동 시장의 다양성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개개인이 다양한 방식으로 수입을 얻고, 경제활동이 한곳에 집중되지 않으면 노동 탄력성 측면에서도 좋다. 다만, 근로자가 전통적인 의미의 풀타임 일자리를 그만두면 그동안 받은 건강보험, 병가수당, 휴가, 퇴직연금 등을 받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안상희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