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가수 카니예 웨스트가 7월 4일(현지시각) 트위터를 통해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사진 EPA연합
힙합 가수 카니예 웨스트가 7월 4일(현지시각) 트위터를 통해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사진 EPA연합

“우리는 이제 신을 믿고 목표를 통합하고 미래를 건설함으로써 미국의 약속을 실현해야 한다. 나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다!”

힙합 가수 카니예 웨스트가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이하 현지시각) 트위터를 통해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글에는 성조기 이모티콘과 해시태그 ‘#2020VISION’을 함께 달았다. 그의 아내 킴 카다시안은 게시물을 리트윗했고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댓글을 달았다.

카니예의 대선 출마는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는 2015년 열린 ‘MTV 뮤직 어워드’에서 2020년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고, 지난해 11월 뉴욕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는 “2024년 내가 대선에 출마하면 매우 많은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출마 시기를 2020년과 2024년 사이에서 저울질하다가 전자로 마음을 굳혔다. 선거 구호는 ‘예스!(YES!)’고 정당(party)명은 ‘생일 파티(Birthday Party)’다. 당선운은 하늘에 맡겼다. 그는 7월 7일 ‘포브스’와 인터뷰에서 “하나님이 대통령을 임명한다”면서 “내가 2020년에 선출되면 하나님의 뜻이고, 2024년에 선출되면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밝혔다.

카니예는 미국의 양당인 민주당과 공화당이 아닌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 기반이 약한 만큼 카니예의 요란한 정치 입문기가 단순 ‘해프닝’으로 끝날 것이란 전망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사업가였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미국인 만큼 여론의 향방을 예단하기는 이르다. 카니예가 어떤 사람인지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봤다.


포인트 1│고졸에서 세계 1위 힙합 부호로

1977년생 카니예는 미국 동남부 조지아주의 주도 애틀랜타에서 태어났다. 그는 미국의 힙합 레이블 로커펠라 레코드에서 2000년대 초기부터 일하기 시작했다. 2004년 솔로 힙합 앨범 ‘대학 중퇴자’를 처음 발매했다. 실제 그는 음악 생활을 위해 시카고 주립대를 중퇴한 경험이 있다.

카니예는 가수 신인 시절부터 패션 디자이너로 성공하기도 했다.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베싱에이프(A Bathing Ape)와 협업해 그의 마스코트인 ‘중퇴자 베어(Dropout Bear)’ 운동화를 디자인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과 한정판 프리미엄 운동화를 출시하면서 명성을 쌓았다.

특히 그의 운동화 브랜드 ‘이지(Yeezy)’ 라인이 유명세를 탔다. 카니예가 2009년부터 나이키와 협업해 만든 ‘에어이지’ 시리즈는 중고 시장에서 1000만원 내외에 팔리는 제품이다. 스포츠 선수가 아닌 사람이 만든 유일한 나이키 시리즈로 유명하다. 이후 카니예는 나이키와 로열티 문제를 겪으면서 경쟁사 아디다스로 협업 상대를 바꿨다. 2015년부터 아디다스와 협업해서 만든 ‘이지부스트’는 신상품이 출시될 때마다 품귀 현상을 낳는다. 최근 그는 갭과도 이지 라인을 만드는 10년 계약을 체결했다.

2019년 ‘포브스’에 따르면 그의 지난해 연 수입은 1억5000만달러(약 1791억원)로 전 세계 힙합 가수 중 1위다. 유명인으로 범위를 넓혀도 전 세계 2위다. 올해 ‘포브스’가 발표한 ‘유명인 상위 100인 2020’에 따르면 1위는 올해 상반기 5억9000만달러(약 7086억원)를 벌어들인 모델 겸 화장품 사업가 카일리 제너, 2위는 1억7000만달러(약 2042억원)의 매출을 올린 카니예다.


카니예 웨스트가 만든 아디다스의 ‘이지부스트’ 라인 운동화. 모델명은 ‘이지부스트 350 V2 지브라’로 올해 재출시됐다. 사진 아디다스
카니예 웨스트가 만든 아디다스의 ‘이지부스트’ 라인 운동화. 모델명은 ‘이지부스트 350 V2 지브라’로 올해 재출시됐다. 사진 아디다스

포인트 2│정치 성향은 친트럼파

카니예는 과거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공개 지지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슬로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가 새겨진 빨간 모자를 쓰고 다니며 소셜미디어에 트럼프 지지 발언을 올렸다. 2018년 예능 프로그램 SNL에서 “트럼프는 인종주의자가 아니다”라고 옹호 발언을 하고 같은 해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그는 ‘포브스’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울 각오를 밝혔다. “이 인터뷰를 끝으로 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새긴) 모자를 벗는다”고 말한 것. 그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혼란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나에게 큰 혼란으로 남았다. 나는 벙커에 숨는 그의 모습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인종차별 반대 시위 기간 트럼프 대통령이 벙커로 피신한 것을 저격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보수파에 대한 정신적 유대감은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포브스’에 따르면, 그는 트럼프 대통령보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더 적대감을 표출했다. 그는 “모든 흑인이 민주당원이 돼야 하고 나의 출마가 (흑인의) 표심을 분열한다는 주장은 인종차별, 백인 우월주의, 백인 지배의 한 형태”라면서 “민주당원은 내게 민주당에 투표하라고 협박하곤 했다”고 주장했다.


2018년 10월 11일 백악관을 찾은 카니예 웨스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가 적힌 모자를 쓰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2018년 10월 11일 백악관을 찾은 카니예 웨스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가 적힌 모자를 쓰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포인트 3│인종 관련 ‘오락가락’ 주장…정책은 기승전 ‘갓(God)’

카니예가 은연중에 내세우는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은 흑인. 그는 ‘포브스’와 인터뷰에서 “와칸다(‘어벤져스’ 시리즈에 등장하는 아프리카 제국)로 돌아가자”면서 “영화에서 왕은 과학자에게 찾아가 혁신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에게서 흑인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할 만한 뚜렷한 정치 철학이 보이진 않는다. 2005년 카니예는 공화당 출신 대통령 조지 부시가 “흑인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년 후 그는 자신의 주장이 ‘피해의식’에 기반했다고 번복했다. 카니예는 2018년 5월 미국의 연예 전문 매체 TMZ에 출연해 “400년 동안 노예제도가 지속했다. 400년 동안이나? 그건 선택의 문제였던 것 같다”고 말해서 공분을 사기도 했다.

대신 그의 정책은 하나님으로 귀결된다. 그는 ‘포브스’와 인터뷰에서 대다수 답변에 하나님을 언급했다. 임신 중절에 대한 의견을 묻는 말에는 “성경의 언어를 따르기 때문에 생명주의자”라고 밝혔다. 중국에 대해서는 “나는 중국을 사랑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중국의 실수가 아니다. 중국인도 하나님의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세제 정책에 관한 질문에는 “아직 리서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서 “하나님을 따르는 사람들과 리서치를 하고 최고의 해결책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plus point

테일러 괴롭힌 11년, 여성관은 형편없어

2009년 MTV 뮤직 어워드에서 신인 가수였던 테일러 스위프트는 여자 뮤직비디오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테일러가 수상 소감을 밝히는 와중에 한 남성이 무대에 난입했다. “테일러, 네가 이 상을 받아서 기쁘긴 해. 조금 있다가 수상 소감을 끝내게는 해줄게. 근데 있잖아, 비욘세의 비디오가 역대 최고 비디오 중 하나야. 최고의 비디오라고.” 카니예 웨스트가 테일러의 수상 소감을 가로막은 것이다.

두 사람은 화해했지만 2016년 다시 갈등을 겪는다. 카니예가 신곡 ‘페이머스(Famous)’에 ‘테일러랑 섹스할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그 X(bitch)를 유명하게 만들어줬거든’이라는 가사를 넣었기 때문이다. 카니예는 뮤직비디오에 테일러를 본뜬 밀랍 인형을 알몸 상태로 내보내고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당시 테일러는 “이 가사(bitch)는 나에게 동의를 구한 적이 없었다. 나를 비하하는 가사를 쓰지 말아 달라고 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그의 아내 킴 카다시안은 “테일러가 분명히 허락했다”면서 해명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앨범 발매 이전 테일러와 스피커폰으로 통화하는 카니예를 담은 영상이었다. 영상에는 가사를 듣고 “멋진 것 같다”고 호응하는 테일러의 음성이 나온다. 테일러는 이 사건을 계기로 ‘(꽃)뱀’ ‘거짓말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카니예의 콘서트장에서 ‘페이머스’ 노래 중간 팬들이 “테일러 스위프트와 성교해(Fuck Taylor Swift)”를 연호하는 영상도 퍼졌다.

하지만 올해 5월, 당시 통화 영상이 편집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여론이 뒤바뀌었다. 원본에선 카니예가 ‘bitch’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는다. 카니예가 들려준 문구는 실제 노래에 나온 가사보다 순화한 내용이었다. 테일러는 가사를 듣자마자 “가사 내용이 나쁘지 않지만 좀 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멋진 것 같다”라는 반응은 일부 가사에 대한 것이었다. 카니예는 최종 녹음본을 테일러에게 보내주기로 약속했지만 그마저도 지키지 않았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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