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7월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7월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한국판 뉴딜은 선도 국가로 도약하는 대한민국 대전환 선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7월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민보고대회를 열고 한국판 뉴딜 구상과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두 축과 이를 뒷받침하는 고용·사회안전망 확충으로 설계됐다. 2025년까지 국고 114조원과 민간·지자체까지 포함해 약 160조원을 투입하며 새로운 일자리도 2022년까지 89만 개, 2025년까지 190만 개를 창출한다.

문 대통령은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탄소 의존 경제에서 저탄소 경제로, 불평등 사회에서 포용 사회로 대한민국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는 달리 한국판 뉴딜에 대한 관련 업계의 평가는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세금으로 대규모 사업을 만들어 단기 효과는 크지만, 지속 가능성은 떨어지는 재정 사업이 대부분인 데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2022년까지라 정책의 연속성을 담보할 수 없어서다.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도 없고, ‘장밋빛 미래’로만 포장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이날 한국판 뉴딜의 대표 사업이 될 10대 대표 과제를 선정했다. 디지털 뉴딜 분야에선 △데이터 댐 △지능형 정부 △스마트 의료 인프라, 디지털·그린 뉴딜 융복합에선 △그린 스마트 스쿨 △디지털 트윈 △국민안전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 △스마트 그린 산단이 지정됐다. 그린 뉴딜 분야에선 △그린 리모델링 △그린 에너지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가 선정됐다.

10대 대표 과제에는 특히 100조9000억원을 투입해 투자 효과를 높인다. 전체 사업비 160조원의 63%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세부 과제 투자 계획을 살펴보면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사업비가 20조3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데이터 댐(18조1000억원)과 그린 스마트 스쿨(15조3000억원), 국민안전 SOC 디지털화(14조8000억원)가 그 뒤를 이었다.


“2년짜리 재정사업 그쳐, 규제 개선 방안도 없어”

정부가 한국판 뉴딜을 꺼내든 건 경제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세계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한국은 저성장·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자동차와 반도체 등 수출 산업이 중심인 한국의 경우 글로벌 경기 침체의 여파를 고스란히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정부는 ‘저성장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한 미래 전략을 먼저 제시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충격으로부터 빠른 구제와 회복, 신속한 개혁이 코로나19 이후 국가와 경제의 위상을 좌우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부터 할 수 있는 사업을 먼저 추진하고 내년과 내후년에 제도 개선과 더불어 재정·민간투자에 나선다. 2022년까지 67조7000억원, 2025년까지 92조3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일자리 190만1000개를 창출한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 임기가 2022년까지라 이후에 투입돼야 하는 92조3000억원이 실제로 한국판 뉴딜에 쓰일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사업비의 58%에 달하는 재원이 문재인 정부 임기 이후에 집중된 이상 차기 정부가 한국판 뉴딜을 꾸준히 밀고 나가지 않으면 결국 이 사업도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판 뉴딜은 5년짜리 계획으로 발표됐지만, 실제로는 2년짜리 재정사업으로 보인다”며 “재정사업의 상당한 부분마저 재원 조달 방안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사업 내용이 모호하고 재탕인 정책이 많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비판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D.N.A(디지털·네트워크·인공지능)와 환경기술은 이미 정부의 신성장동력 정책에도 포함됐던 사업이 대부분이고, 비대면 산업 육성도 온라인 교육 확대, 노후 컴퓨터 교체 등 기존 인프라나 업무 프로세스 개선 사업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경연은 또 “그린 뉴딜에서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한 공공시설 신축·리모델링 등은 새로운 기술이라기보단 기존의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아 사업 중복으로 재정 낭비만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규제 개선 노력에 대한 언급이 빠졌다는 점도 아쉬운 요인으로 지적된다. 한국판 뉴딜의 효과가 극대화되려면 산업 현장에 존재하는 불필요한 제도를 개혁하는 동시에 재정 투입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정작 한국판 뉴딜에는 재정 투입에 대한 얘기만 있다.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이 고갈 위기인 상황인데도 전 국민 대상 고용 안전망 구축과 ‘함께 잘 사는 포용적 사회안전망 강화’와 같이 돈을 쓰는 얘기밖에 없는 게 그런 사례다. 승합차 공유 서비스 ‘타다’처럼 규제 탓에 기업이 사업을 접는 상황인데도 정부가 규제 개혁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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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딜 정책 미국 제32대 대통령이었던 루스벨트가 1929년 터진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1933년부터 1938년까지 추진한 경제 정책을 ‘뉴딜’이라고 한다. 루스벨트는 1933년 3월 백악관에 입성하자마자 특별회의를 소집해 100일 동안 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경제 대책을 중요 법안으로 입법화했다. 연방정부가 은행을 대폭 지원하는 긴급은행법과 통화에 대한 정부 규제력을 강화하는 관리통화법, 지나친 경쟁을 억제하고 노동자의 고용과 임금을 안정적으로 유지한 전국산업부흥법, 농산물 가격을 통제해 가격을 안정시킨 농업조정법 등이 주요 정책이다. 무엇보다 뉴딜 정책을 대표하는 건 공공사업진흥국(WPA)이다. 루스벨트 정부는 지방 정부와 연계해 다리, 공원, 하수관 등의 사회적 인프라를 조성하는 사업을 벌여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한 데 이어 음악·미술·연극 등 예술가까지 지원했다. 뉴딜 정책을 통해 살아난 미국 경제는 결국 1937년에 대공황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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