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4일 서울 연건동 서울대 병원 입구에서 정부 의료 정책에 반대하는 대한전임의협의회 관계자들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8월 24일 서울 연건동 서울대 병원 입구에서 정부 의료 정책에 반대하는 대한전임의협의회 관계자들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의료계가 공공의대 설립과 의과대학(의대) 정원 확대 등 정부 정책에 반대해 총파업에 나섰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8월 21일부터 순차적으로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고, 대한전임의협의회도 8월 24일부터 단체 파업에 나섰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8월 26일부터 28일까지 집단 휴진을 진행했다. 아직 의사 면허가 없는 의대생들은 의사 국가고시 응시 거부에 나섰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이 심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의료계 총파업을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엄중한 위기’로 인식하고 강경 대응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8월 26일 오전 8시를 기해 서울·경기·인천 소재 수련 병원에 근무 중인 전공의와 전임의를 대상으로 즉시 환자 진료 업무에 복귀하라는 ‘업무 개시 명령’을 내렸다. 또한 의사들의 집단 휴진에 대해서도 행정처분 등 고강도 조치를 예고했다.

일각에서는 “의사들이 자기 밥그릇 지키려고 코로나19 재확산이라는 시국에도 총파업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하지만 의료계가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이유는 정부가 사회·경제적 유인 제공으로 해결해야 할 중증 환자 진료와 지역 의료 불균형 문제를 일차원적인 ‘인력 밀어 넣기’로 해결하려고 한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7월 23일 발표한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 방안’은 서울·수도권과 지방의 의료 격차를 해소하여, 지역의 의료를 강화하기 위한 취지다. 의대 정원을 매년 400명씩 증원해 10년간 총 4000명의 의사를 추가 확충하고, 이들을 지역·공공의료 개선에 활용하겠다는 정책이다. 또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을 활용해 공공의대를 설립하고 졸업생들을 지역의료 확충에 기여하도록 한다는 계획도 있다.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의 근거로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현저히 낮다는 점을 들고 있다. OECD 국가는 인구 1000명당 평균 3.4명의 의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1000명당 의사 2.3명에 그친다는 것이다. 이를 단순 수치로 환산하면 의사 6만명이 부족하다는 게 정부 주장이다. 또 지역 간 의료 불균형도 심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취지에서 정부가 내놓은 해결책이 바로 ‘지역의사제’로, 의대 정원 확대로 증원되는 의사 400명 가운데 300명에 대해 의사 면허 취득 후 10년 동안 대학 소재 지역에서 의무복무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지방에서 중증 질환에 대한 치료를 받기가 힘들다는 점에 착안해 지역의사 선발전형으로 뽑힌 예비 의사들은 전공도 국가가 지정하는 필수 분야로 선택하게 된다. 공공의대도 이와 비슷하게 지역 의무복무와 필수 전공 선택이 요구된다.


한국 의사 밀도는 세계 3위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의대 정원 확대는 미래 의료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인데, 우리나라 인구 감소율과 의사 수 증가율을 고려해봤을 때 정부 주장과 달리 미래 의료 인력이 부족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의협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우리나라 인구는 연평균 0.55% 증가(OECD 평균 0.63% 증가)했는데, 활동 의사 수는 연평균 3.07% 증가(OECD 평균 1.13%)해왔다. 이러한 추세가 유지되기만 해도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오는 2037년부터는 OECD 평균을 추월한다는 것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OECD 평균’이라는 비교 대상 자체가 적절치 않고,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도 의료 체계의 완성도에 직결되는 적절한 지표가 아니다”라는 지적도 나온다. 인구수가 1000만 명에 미치지 못하는 리투아니아(2015년 기준 인구 1000명당 의사 4.3명), 오스트리아 (5.1명) 등이 산술적인 평균을 크게 올렸다는 것이다. 오히려 영국이나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각각 2.8명과 2.6명, 2.4명으로 우리나라와 비슷하거나 조금 높은 수준이다.

또 의사 수 총량의 관점이 아니라 지역별 분포 불균형으로 본다면 국민이 거주하는 국토 면적을 고려한 의사 밀도가 좀 더 정확한 지표라는 지적도 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의사 밀도는 2017년 기준 12명으로 OECD 국가 중 네덜란드(14.8명)와 이스라엘(13.2명) 다음으로 세 번째로 높다.


중증·응급 환자로 손해 보는 수가 체계 개선해야

의료계는 지역 간 의료 불균형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의 ‘지역의사제’는 잘못된 문제 접근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성종호 의협 정책이사는 “지방에 부족한 것은 ‘의사’가 아니라 ‘중증·응급 환자를 치료할 의료기관’”이라며 “현행 의료 전달체계는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대형병원으로 중증 환자들이 몰리는 것을 막지 못하고 있는데, 그 결과 지역 병원에서 중증 질환에 대한 치료 역량을 확보할 유인이 사라졌다”고 했다.

중증·응급 환자를 받을수록 병원은 손실이 늘어나는 ‘의료 수가’ 문제도 의료 불균형과 필수 전공 기피현상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예컨대 이국종 아주대 의대 교수는 국내 최고의 외상외과 전문의지만, 중증 외상 환자 치료의 수지타산 문제로 병원 측과 갈등을 빚어 논란이 됐다. 서울의 한 개원의는 “지방 소재 병원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는데, 중증 환자가 많이 찾아오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중증 질환 수술을 하면 병원은 손해를 본다”며 “그러다 보니 아예 해당 과의 인력을 감축하거나 아예 과 자체를 없애는 병원이 많았다”고 했다.

의료계는 의료 전달체계 개선과 기피되는 필수 전공에 대한 수가 가산이 의료 불균형의 해결책이라고 본다. 의협 자료에 따르면 대표적인 기피 전공인 흉부외과 전문의는 2008년 수가가 30% 가산된 이후 12년간 전문의 수가 29% 늘었다. 근무지별로 보면 요양병원(490%), 상급종합병원(51%), 종합병원(34%), 병원(16%), 의원(7.8%)순으로 늘어 수가 가산이 중증·응급 의료 체계 개선에 효과를 보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성 정책이사는 “필수 전공이 기피되고, 지역 병원이 기피되는 이유는 일자리가 부족하고, 안정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라며 “지역의사제 의무복무 10년으로 의사를 밀어 넣어도 인턴(1년)·레지던트(4년)·펠로(2년) 하고 나면 수도권으로 유출될 게 뻔한데 무슨 의미가 있겠나. 의사들이 필수 전공과 지역 병원에 남을 만한 사회·경제적 유인을 제공하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최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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