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니콜라가 공개한 수소연료전지 기반 트럭 ‘니콜라 원’. 해당 트럭은 자체 구동이 불가능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 니콜라
2016년 12월 니콜라가 공개한 수소연료전지 기반 트럭 ‘니콜라 원’. 해당 트럭은 자체 구동이 불가능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 니콜라

‘니콜라: 어떻게 거짓말을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와 파트너십으로 바꿨는가’

9월 10일(이하 현지시각) 범죄수사식 금융 분석 회사를 자처하는 ‘힌덴버그 리서치(Hindenburg Research·이하 힌덴버그)’는 이런 제목의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해당 보고서는 수소차 스타트업 니콜라의 사기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이었다. 9월 8일 GM의 지분 인수로 50.05달러까지 올랐던 니콜라 주식은 9월 10일 24% 하락한 37.57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그간 니콜라는 화물 트럭 시장에서 테슬라와 경쟁 구도를 형성하면서 입지를 굳혔다. 테슬라는 배터리 전기자동차(BEV· Battery Electric Vehicle)를 제조하지만, 니콜라는 수소연료전지차(FCEV·Fuel Cell Electric Vehicle) 모델을 지향한다. FCEV는 배터리 대신 엔진 역할을 하는 스택(stack)에서 수소와 산소를 합성해 전기를 생산하고, 모터를 구동한다. 수소탱크는 배터리보다 가벼워 주행 거리를 늘리기 쉽다.

대중은 자동차 업계의 ‘게임 체인저’로 보이는 니콜라에 ‘제2의 테슬라’라는 별칭을 붙였다. 니콜라는 이에 화답하듯 글로벌 대기업과 협업하면서 신뢰를 쌓았다. 이탈리아 상용차 제조업체 이베코(IVECO)와 독일 부품사 보쉬(Bosch), 한화그룹, GM과 협업 계약을 맺은 것. 올해 6월 나스닥 상장 이후 주가가 한때 90달러를 돌파하면서 현대차의 시가총액을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니콜라를 ‘제2의 테슬라’가 아닌 ‘제2의 테라노스(채혈 키트로 수백 가지 질병 진단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던 사기성 스타트업)’라고 불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니콜라가 차를 양산하지 않아 기술력이 입증되지 않은 ‘실체 없는 기업’이라는 의미였다. 이번 힌덴버그 보고서는 의혹을 극대화하는 기폭제였다. 힌덴버그와 니콜라의 진실 공방을 정리했다. 힌덴버그는 니콜라의 ‘과거’ 과장 광고를 짚었고, 니콜라는 ‘미래’의 개발 계획을 주로 피력했다.


의혹 1│수소연료전지 기술 없다?

올해 6월 미국 블룸버그는 “니콜라가 2016년 12월 공개한 수소연료전지 트럭 ‘니콜라 원(Nikola One)’에는 기어와 모터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수소연료전지가 없었다”며 “니콜라의 제품 생산 능력에 의문투성이”라고 보도했다.

힌덴버그는 이번 보고서에서 해당 의혹을 입증했다. 니콜라는 ‘니콜라 원’을 압축천연가스(CNG) 기반으로 개발하다가 공개 행사 4개월 전에 수소연료전지 기반으로 급전환했다. 내부 관계자의 제보에 따르면, 공개 행사까지 트럭의 완제품 개발이 불가능했다고 한다. 이에 니콜라가 공개 행사 직전 트럭에 ‘H2’ 마크를 새겨 넣었고, 트럭 전원 공급을 위한 별도 케이블을 설치했다는 것이다.

2017년 공개된 ‘운송수단의 미래’라는 ‘니콜라 원’ 주행 비디오 조작 의혹도 제기됐다. 힌덴버그는 니콜라 원이 자체추진력으로 움직이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니콜라 전직 직원의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해당 문자 메시지 캡처본에는 “케빈(책임 엔지니어)에게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더니 경사가 매우 낮은 언덕 위로 견인한 다음 굴릴 거라고 하더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니콜라는 9월 14일 반박문을 통해 공개 행사에서 이용된 ‘니콜라 원’은 수소연료전지 기반의 자체추진력을 지니도록 ‘설계’됐다고 주장했다. 차체를 구성하는 기어, 배터리 등이 모두 작동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니콜라 원’이 사실상 자체적으로 움직일 정도의 기술은 갖추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니콜라에 따르면 2017년 ‘니콜라 원’ 영상에 나온 트럭은 자체추진력을 갖추지 않았다. 니콜라는 해당 영상에 나오는 ‘니콜라 원’은 ‘움직이는 중’이라고만 설명했지, ‘자체추진 중’이라고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니콜라는 “(당시) 투자자들도 시제품의 성능을 알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니콜라는 시제품이었던 ‘니콜라 원’에 대한 추가 지원을 끊는 대신, 2023년 양산 예정인 ‘니콜라 투(Nikola Two)’에 투자를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2019년 ‘니콜라 투’가 운행하는 영상은 현재 니콜라 공식 유튜브 계정에 올라와 있다.


의혹 2│부품 자체 개발로 속였다?

힌덴버그는 니콜라가 타사 제품의 인버터(inverter·전력변환 장치)에 로고 스티커를 붙여서 자체 생산한 것처럼 꾸몄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니콜라는 인버터를 자체 생산하고 있지 않으며, 스티커를 붙여서 부품의 공급업체를 숨기는 것은 자동차 업계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와 경쟁사에 부품 공급업체를 밝힐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힌덴버그는 배터리 기술에도 의문점을 제기했다. 니콜라는 배터리 기술 개발을 위해 잽고(ZapGo)라는 기업을 인수할 계획이었지만, 이는 해당 기업의 자체 비리로 무산됐다. 그럼에도 ‘포천’과 6월 인터뷰 등에서 니콜라는 해당 기술이 곧 공개될 것이라고 광고했다. 니콜라는 이번 해명을 통해 잽고가 아닌 다른 회사와 비밀리에 배터리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상황이다.


의혹 3│저가의 수소 생산 기술 없다?

니콜라는 수소연료전지 트럭뿐만 아니라 수소 충전소 건립으로 수소 플랫폼 사업을 벌이겠다고 홍보해왔다. 이를 부각하기 위해 니콜라는 저가의 수소 생산 능력을 앞세웠다. 밀턴 CEO는 “수소 생산 비용을 경쟁사보다 81% 줄였다”고 말해왔다.

문제는 밀턴의 오락가락한 진술이다. 힌덴버그는 밀턴 CEO가 이후 그 가격에 수소를 생산하지 않는다고 인정한 모순을 짚었다. 덧붙여 니콜라의 ‘수소 생산, 인프라 담당 이사’는 전문성이 없는 밀턴 CEO의 형제인 트라비스 밀턴이라고 밝혔다. 트라비스의 이전 경력은 하와이에서 주행로에 콘크리트를 붓고 주택을 개조하던 것에 불과했다.

니콜라는 대기업과 파트너십을 내세우면서 이를 반박했다. 니콜라는 반박문에서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수소 전문 업체 중 하나인 ‘넬 ASA’와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넬 ASA는 스위스 기업 H2에너지에 수전해 장치를 공급하는 노르웨이 업체다. 니콜라는 이어 “앞서 1000㎏짜리 수소 저장 탱크를 설치했고 본사에는 데모 충전소가 있다”며 “3000만달러가 넘는 규모의 전해조를 이미 주문했다”고 했다. 다만 수소를 실제로 생산하고 있는지, 생산 단가가 얼마인지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미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번 니콜라 사태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니콜라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니콜라 관계자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전화 통화에서 “공개할 것이 있다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plus point

보고서 발표한 힌덴버그 리서치는 어떤 곳?

힌덴버그 리서치(힌덴버그) 보고서가 나온 배경에도 여러 해석이 있다. 힌덴버그는 금융분석 회사를 표방하지만, 전문적인 ‘숏셀러(shortseller)’로 활동하고 있다. 숏셀러란 공매도로 돈을 버는 투자자를 말한다. 이들은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미리 주식을 증권사 등으로부터 빌려서 판 뒤 실제로 주가가 내리면 이를 싼 가격에 다시 사들여 갚는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

숏셀러 입장에선 주가가 고점일 때 주식을 파는 것이 유리하다. 그간 횡보하던 니콜라 주가는 9월 8일 GM 지분 취득 소식으로 하루 만에 40% 올랐다. 힌덴버그가 이 고점에서 공매도하고 보고서를 통해 주가가 하락세로 전환하도록 유도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힌덴버그는 올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숏셀러다. 상반기에 15건의 종목에 ‘매도’ 의견을 냈다. 홍콩에 상장된 중국 기업 ‘중국 메탈 자원(China Metal Resources)’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의 회계 관행이 의심스러우며 회사 측이 주가 조작에 관여했다고 주장한 이후 주가가 84% 하락했다.

힌덴버그의 보고서가 공매도용으로만 해석될 수는 없다는 견해도 있다. 9월 11일 또 다른 분석 업체 ‘시트론 리서치’도 힌덴버그의 주장이 옳다고 동조했다. 미국 증권소송 전문 로펌인 로젠(Rosen)도 소송인단을 모집하고 있다. 로젠은 미국에서 투자자를 대리해 집단소송을 거는 증권집단소송 분야에서 이름 있는 회사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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