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일대 부동산 중개소 앞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10월 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일대 부동산 중개소 앞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추석 이후 서울과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개점휴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취득세 강화와 임대차 3법 등 정부의 고강도 대책 영향으로 주택을 사기 쉽지 않은 데다 수도권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을 위한 대기 수요가 많아서다. 다만 거래는 없지만, 집값은 내려가지 않는 현재 상황은 계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매매 시장과 달리 전세 시장은 극심한 물건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인한 임차인과의 분쟁을 만들지 않기 위해 집주인들이 아예 전세를 내놓지 않고 있다.

30대를 중심으로 ‘패닉 바잉(panic buying·공포 매수)’이 이어진 이후 서울과 수도권 매매 시장은 현재 거래 절벽 상태다. 서울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시 아파트 매매 건수는 2082건으로 전년 9월(7021건)보다 70% 넘게 감소했다. 경기도의 9월 아파트 매매 건수는 9342건으로, 1년 전보다 21.8% 줄었다.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율을 최대 12%까지 올리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하게 나빠졌고, 내년과 내후년에 각각 3만 가구의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물량을 선보이겠다고 밝히면서 무주택자도 섣불리 내 집 마련에 나서지 않고 있다.

거래가 없는 이런 상황에선 집값이 내려가야 하지만, 요즘은 호가도 내리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하고 있고, 서울이나 수도권 주요 지역을 선호하는 현상이 이어지며 집값이 내리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하는 수요자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0월 첫째 주(5일 기준)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는 각각 0.01%, 0.06% 상승했다. 특히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8주째 0.01%를 기록하고 있는데, 그동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발표되면 단기간이라도 집값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직방이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자 1243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0월 6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응답자 418명 중 252명인 60.3%가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도 부동산을 보유하겠다고 답했다. 직방은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갈아타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처는 부동산이라는 인식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부와 서울시의 재건축 규제 등으로 주택 수급 환경이 계속 악화하고 있다는 점도 집값 하락을 막는 요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0월부터 12월 말까지 서울 입주 아파트는 7712가구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778가구)과 비교하면 28.4% 감소한 수준이다. 앞으로도 입주 물량은 계속 줄어든다. 내년 서울 전체 입주 물량은 2만4963가구, 2022년은 1만6753가구로 추정된다. 최근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4만5000가구 안팎 수준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급감한 수준이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줄어드니 아파트 가치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게 일부 수요자들의 생각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서울과 수도권 주택 시장은 소강상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주택 거래량이 많이 감소했고, 매물이 쌓이지 않는 분위기지만 매도자와 매수자가 원하는 가격이 크게 벌어져 있다”며 “이런 줄다리기 국면은 연휴 이후에도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공시가·양도세가 변수

다만 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 집값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시세 상승률만큼 오르지 않았던 공시가격을 올리겠다는 내용으로, 정부는 공동주택(아파트)의 공시가를 시세의 70%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주택 보유세 부담이 지금보다 더 커지게 되는 것이다.

내년 6월 1일부터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세율이 인상되고,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또는 3주택자의 주택 보유 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 양도세 세율이 40%에서 70%로 인상되는 것 역시 매매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양도세 부담을 덜기 위해 내년 6월 전에 집을 파는 다주택자들이 나타나면서 집값에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득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 6월 1일부터 보유 기간이 1년 미만이면 주택 양도세율은 70%, 2년 미만이면 60%가 적용된다.


서울 전셋값 67주째 상승

추석 이후 전세 시장은 극심한 전세난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10월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두 달 전보다 75.5% 감소한 8642건으로 집계됐다.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9월 28일 기준으로 119에 이른다. 이 지수는 100이 기준이며 0에 가까우면 공급이 우위에 있다는 의미이고, 200에 가까우면 수요가 우위라는 뜻이다.

물량 부족에 따라 전셋값은 급등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0월 5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보다 0.08% 올라 67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서울 강남이나 경기도 분당 등의 경우 불과 몇 달 만에 전셋값이 수억원씩 오른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올해 초 최고 13억원이었던 서울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85㎡ 전셋집은 9월 28일 1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전세 수요가 많은 강남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지난 1월 2억3000만원이었던 서울 상계동 ‘상계주공6단지’ 전용 58㎡ 전셋집은 지난 9월 3억1000만원에 거래돼 9개월 만에 35%가 상승했다. 수도권도 마찬가지. 경기도 용인시 동천동 ‘동문굿모닝힐5차’ 전용 85㎡ 전셋집은 연초만 해도 4억원 초반이었는데, 지난 9월 6억원에 나갔다.

전세 시장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을 이사 철이 다가오고 있고, 내년 수도권 3기 신도시 사전청약 진행으로 수요자들이 임대 시장에 머무르며 전세 수급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나마 경기도에서 올해 10월부터 12월까지 3만2376가구의 입주가 이뤄지지만, 서울 전세 수요가 경기도로 분산된다는 보장이 없다. 게다가 내년 경기도 입주 물량은 9만4650가구로, 올해보다 23% 넘게 감소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입주 물량이 부족한 지역의 경우 신규로 나오는 전세 물건이 많지 않고 분양을 위해선 무주택 자격을 유지해야 한다”며 “공급 여건은 악화하고 있지만, 수요는 계속 불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셋값이 상승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신규 전세 계약 물건의 경우 집주인이 전·월세 상한제에 따른 임대료 인상률 상한선인 5%를 의식해 애초 첫 계약 때 전셋값을 올려받는 사례도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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