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동학개미운동’이란 신조어를 등장시킨 주식 투자 열기의 중심축은 2030세대다. 그 열기가 너무 뜨겁다 보니 초보 투자자를 노리는 불법 주식 리딩방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20대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돈(신용공여 잔액)이 지난해 말보다 40%가량 급증했다. 이런 우려스러운 상황에서도 젊은이들의 주식시장 노크는 여전히 적극적이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치기(稚氣)로 보기에는 그들의 자세가 사뭇 진지하다. ‘이코노미조선’이 2030세대 주식 투자자 네 명을 만났다. 20대 두 명은 학생, 30대 두 명은 직장인이다. 이들의 투자 금액은 250만원에서 7500만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수익률도 제각각이었으나 네 명 모두 “주식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많은 기회를 빼앗긴 젊은 세대에게 주식 투자는 얼마 남지 않은 생존 전략이라는 이유에서다.


주식 투자를 시작한 이유는.

30대 직장인 백목련 “올해 3월부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저축이 미덕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런데 은행 이자는 2%가 채 안 됐고, 세금 제외하면 적금 만기 때 손에 들어오는 금액이 회의감 들 정도로 보잘것없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국내 증시에 큰 변동이 발생했을 때 적금 들었던 돈을 주식 계좌로 옮겼다. 주식으로 큰돈 벌겠다는 욕심은 없으나 현 상황에서는 예·적금보다 주식이 현명한 투자법이라고 본다.”

20대 대학생 이철원(가명) “8월 중순부터 주식 투자에 뛰어들었다. 시장에서 흔히 말하는 ‘주린이(주식+어린이)’다. 주변의 많은 친구가 연초 폭락장 당시 주식시장에 들어가 3월 말부터 목돈을 벌더라. 그 모습을 보고 나도 투자에 필요한 기초를 공부하며 준비했다. 친구들보다 조금 늦긴 했어도 상승장이 이어질 여력은 충분하다고 판단한다.”


투자 대상 종목은 어떻게 찾나.

30대 직장인 정준호 “첨단 정보기술(IT) 시대 아닌가. 인터넷에 널린 정보와 각종 투자 관련 애플리케이션(앱)의 도움을 받아 유망 종목을 직접 찾는다. 단 우량주 위주로 물색한다. 섹터별 최근 이슈를 살피고, 주가 흐름 기록을 토대로 상승 여력이 충분해 보이는 종목만 추려 매수한다.”

20대 대학원생 양지민(가명) “처음에는 증권사 리포트를 참고했는데, 생각보다는 수익에 도움이 안 되더라. 지금은 증권 플러스 앱, 인공지능(AI) 기반 주식 매매 트레이더 앱, 유튜브 방송 등을 다양하게 활용한다. 신뢰도가 필요한 의사 결정 순간에는 증권이나 AI 트레이더를 믿는 편이다.”


친구나 가족도 실제로 주식 투자를 많이 하나.

백목련 “많이 한다. 일단 모이면 절대 빠지지 않는 대화 주제가 주식이다.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다. 지금은 자연스레 어디 투자했는지 묻고 서로 정보를 공유한다.”

이철원 “20대 사이에서는 이미 주식 투자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 같다. 대부분의 친구가 소액이라도 주식 투자를 하거나 관심을 두고 있다. 예전에는 주식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는데 지금은 매력적인 자본 증식 수단임을 모두가 인정한다.”


주식은 위험 자산에 속한다. 앞으로도 주식 투자를 계속할 생각인가.

양지민 “개인 간 거래(P2P) 투자와 예·적금을 해봤지만 상대적으로 주식이 더 만족스럽다. P2P 투자는 부실채권이 돼 원금 손실을 본 적 있었고, 예·적금은 수익률이 너무 낮다. 또 유동성 전환 측면에서도 주식이 낫다. 새로운 투자 기회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어서다.”

이철원 “당연하다. 대한민국 인구는 빠르게 줄고 있고 코로나19와 같은 예기치 못한 악재가 끊임없이 산업 구조 개편을 촉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가만히 앉아있는 게 더 바보 같다고 생각한다.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아남을 회사를 찾아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게 오히려 생존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


상승장은 2017년에도 나타났고 이전에도 많았다. 2030세대가 유독 2020년 상승장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백목련 “기존 방식으로는 노후 생활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 확고해져서. 집값은 정부 약속과 달리 고공행진하고, 정년은 날로 짧아지고, 저축만으로는 소고기 사 먹기도 힘들다. 주식 위험한 걸 누가 모르나.”

정준호 “젊은 세대가 살기 힘든 상황이 계속 펼쳐진다. 5년마다 바뀌는 정권의 노후 보장 정책과 장밋빛 약속을 곧이곧대로 믿는 젊은이가 과연 있을까.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 확산, 저금리 기조 장기화 등의 힘든 여건에서는 차라리 각자도생이 정답이다.”

이철원 “대통령과 집권 여당은 연신 평등·공정·정의를 외치는데 한편에서는 조국 딸 사건,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추미애 장관 아들 휴가 사건 등 젊은 세대가 납득하기 힘든 일이 계속 발생한다. 또 부동산 가격은 폭등해 결혼은커녕 취미마저 포기해야 할 지경이다. 나를 비롯한 많은 20대가 더 많은 자본을 쟁취해 경제적 자유를 얻는 것만이 대한민국 시스템에서 생존하는 유일한 방법임을 믿게 됐다.”


2020년을 살아가는 2030세대가 부를 축적할 기회가 이전 세대보다 줄어들었다고 생각하나.

양지민 “그렇다. 제대로 된 직장에 들어가려면 최소 1년 이상의 준비 기간을 거쳐야 하는 살벌한 취업난부터 보라. 재테크가 아닌 노동 자체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조차 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그리고 간신히 어느 정도 부를 축적하더라도 이전 세대라면 쉽게 구매했을 것들, 대표적으로 부동산 같은 걸 지금은 구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2030세대의 주식 투자 도전은 현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벼랑 끝 전술이다.”

이철원 “나를 비롯한 많은 20대가 결혼을 버거워하고, 국민연금 등 우리가 내는 걸 미래에 돌려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의심하고 있다. 인간의 기본 욕구나 마찬가지인 내 집 마련과 출산의 기회마저 잃어버린 세대라면 당연히 부 축적의 기회도 줄어든 것 아니겠는가.”


끝으로 하고 싶은 말 있나.

정준호 “정부가 현재 10억원인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 대주주 기준을 내년부터 3억원으로 강화한다고 한다. 3억원이든 10억원이든 내가 해당하는 건 아니지만, 민심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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