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대형 트럭 ‘세미’. 사진 테슬라
테슬라의 대형 트럭 ‘세미’. 사진 테슬라

테슬라가 내년 픽업트럭 ‘사이버 트럭’과 대형 트럭 ‘세미’를 출시하면서 시장 선두권을 노리는 미국 전기 트럭 스타트업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전기 트럭 부문에서 ‘제2의 테슬라’로 불리던 수소 트럭 회사 니콜라(Nikola)는 기술 사기 논란을 씻어내려는 듯 새로운 청사진을 발표했다. 미국 공장 준공, 차량 시제품 생산, 대량생산 등의 계획을 10월 초에 밝혔다. 구체적으로 내년 4분기까지 애리조나주 쿨리지의 생산 설비 1단계를 완공하고, 올해 말까지 독일 공장에서 트럭 시제품을 출시한 뒤 내년 하반기 중 대량생산 체제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리비안(Rivian)은 니콜라가 주춤하는 사이 강력한 ‘제2의 테슬라’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아마존으로부터 10만 대의 배송용 밴 차량을 주문받아 화제가 됐던 기업이다. 아마존이 리비안에 주문한 배송용 밴은 2022년 1만 대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모두 10만 대가 될 예정이다. 리비안은 2009년 미시간주 플리머스에서 설립됐다. 모터나 배터리, 서스펜션(충격흡수장치) 등을 하나의 모듈로 구성해 다양한 차종 설계에 적용할 수 있는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을 개발해 주목받았다. 투자도 잇달았다. 지난해에만 아마존, 포드 등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25억달러(약 2조8663억원) 이상의 투자를 받았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도 리비안을 주목했다. 빌 게이츠는 8월 말 자신의 블로그 ‘게이츠 노츠’에 “제너럴모터스(GM), 포드 같은 전통적 기업과 리비안, 볼린저 모터스(Bollinger Motors)와 같은 신생 기업 덕에 조만간 전기 픽업트럭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빌 게이츠가 전기 트럭 시장의 샛별로 꼽은 또 하나의 기업, 볼린저 모터스는 2014년 설립돼 전기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주로 생산한다. 2018년에는 주력 차량인 오프로드형 SUV ‘볼린저 B1’을 공개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볼린저 모터스에 사업 영역 확대의 계기가 됐다. 회사는 2022년에 배터리로만 구동하는 배달용 밴 ‘딜리버-이’ 생산 계획을 지난 8월 밝혔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주문량이 폭증한 전자상거래 업체가 자체 배달망 구축에 나서고 있어 배달용 트럭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볼린저 모터스는 “전기 배달 부문에 수많은 업체가 있다는 것은 안다”며 “그러나 전기차 수요는 지금 시점에서 볼 때 공급 보다 수요가 앞선다”라고 했다.

제품 상용화를 위한 자금 조달에 나선 전기 트럭 스타트업도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로즈타운 모터스(Lordstown Motors)가 있다. 로즈타운 모터스는 배터리·전기차·항공기 등을 제작하는 워크호스의 전직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번스가 2019년 GM의 로즈타운 공장을 매입해 설립했다. 로즈타운 모터스는 지난 6월 전기 픽업트럭 ‘인듀어런스’를 공개하면서 화재 및 수해 복구 회사인 서브프로(Serpro)에 1200대를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8월에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인 다이아몬드피크(Diamond Peak)와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스팩이란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하는 명목 회사, 즉 ‘페이퍼컴퍼니’다. 스팩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비공개 회사를 통상 2년 안에 인수하고, 해당 비상장사를 증시에 우회 상장할 수 있다. 니콜라도 스팩인 벡토IQ(VectoIQ)와 합병해 우회 상장했다.

트럭용 전동화 시스템 개발 스타트업인 하일리온(Hyliion)과 엑스엘 플리트(XL Fleet)도 ‘스팩 상장’을 추진하면서 제2의 테슬라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2015년 설립된 하일리온은 전기 트럭 차량이 아닌 내연기관 트럭을 전기 트럭으로 개조할 수 있는 파워트레인을 생산하는데, 여기에는 신재생천연가스(RNG) 발전기로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이 적용된다. 하일리온은 9월 스팩인 토토이스(Tortoise)와 합병이 결정됐다. 이번 합병을 통해 5억6000만달러(약 642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엑스엘 플리트는 올해 연말을 목표로 스팩인 피보탈 인베스트먼트(Pivotal Investment)와 합병하는 계획을 9월에 밝혔다. 엑스엘 플리트의 강점은 다른 전기 트럭 스타트업과 달리 꾸준히 매출을 낸, 검증받은 기업이라는 점이다. 엑스엘 플리트의 매출은 지난해 720만달러(약 83억원)였으며 올해 2100만달러(약 241억원)로 세 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친환경 상용차 시장 성장 가팔라”

글로벌 상용차 시장은 전체 신차 시장의 30%를 차지하며, 승용차 시장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상용차는 디젤 엔진을 동력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온실가스와 발암 물질 등을 방출하는 주요 환경 오염원으로 지목된다.

특히 2015년 디젤 게이트 이후, 도심 내 상용차 운행을 제한하고 친환경차로 전환을 유도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24년부터 친환경 상용차 의무 판매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유럽 주요 국가는 현재 대형 디젤 트럭에 주행세를 부과하거나 오염물질 배출량이 많은 트럭의 운행 제한 지역을 두고 있다. 또한, 유럽연합(EU)은 대형 트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를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전 세계 주요 국가가 내연기관 상용차 관련 규제를 강도 높게 추진하면서 전기 상용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움직임도 발 빠르다. GM이 당장 내년부터 전기 픽업트럭을 양산할 계획이며, 메르세데스-벤츠와 포드 등도 대형 전기 트럭을 개발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맥킨지는 2030년 전 세계 상용차의 15%가 전동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임수정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