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셸런버거 얼햄대학교 세계평화프로그램 졸업 / 사진 조선비즈
마이클 셸런버거
얼햄대학교 세계평화프로그램 졸업 / 사진 조선비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공약으로 앞으로 4년간 2조달러(약 2223조원)를 투입해 2050년에는 탄소 순 배출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탄소중립이란 배출한 만큼의 이산화탄소를 다시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주목되는 점은 당선인이 인수위원회 홈페이지에 ‘차세대 첨단 원전’을 청정에너지로 명시하고 ‘신속한 상업화’를 공언한 점이다. 이 때문에 바이든이 원자력 발전소(이하 원전)에 우호적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로 최근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패러다임을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 원자력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 목표를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이루기 어렵다는 논리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도 “원전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24시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에너지원”이라고 했다. 그는 매년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는 동시에 이로 인한 환경 오염을 최소화하려면 원전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2008년 환경 영웅으로 선정한 세계적인 환경 운동가 마이클 셸런버거(Michael Shellenberger)는 11월 13일 ‘이코노미조선’과 이메일 인터뷰에서 “바이든 당선인이 원전 지원책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신규 원전 건설 확대 조치를 발표하기 전까지는 그가 원전에 우호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바이든 당선인이 원전 지지 관련 언급을 할 때는 늘 ‘핵 연구’ 혹은 ‘첨단 원전(advanced nuclear)’이라는 표현을 내세우는데, 이는 암호화된 언어”라고 했다. 실제로는 원전에 중립적이거나 반핵 입장인데 이를 달리 표현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셸런버거가 창립하고 대표로 있는 환경 단체 ‘환경 진보(Environmental Progress)’는 미국 내 원전 폐쇄를 막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셸런버거 대표는 한국수력원자력이 2014년 판권을 사 국내에 배급한 다큐멘터리 ‘판도라의 약속’에 출연해 원전의 필요성을 주장했고, 미국 뉴욕주와 일리노이주의 원전 폐쇄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셸런버거 대표는 2017년 7월 미국 원자력·기후학 과학자 13명과 공동 서명한 ‘한국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재고해 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그는 안전성을 높여나간다면 원전이 가장 친환경적이며 효율적인 에너지원이라고 믿는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 블룸버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 블룸버그

바이든 당선인이 원전에 우호적이라는 해석이 많은데.
“바이든이 원전에 우호적인지 아닌지는 확실치 않다. 바이든 측이 원전 지지 관련 언급을 할 때는 늘 ‘핵 연구’ 혹은 ‘첨단 원전’이라는 표현을 내세운다. 원전에 대해 실제로는 중립적이거나 반핵 입장이기 때문에 암호화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기도 하다. 정치인들은 명목상으로는 (원전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가질 수 있지만, 불공정한 전기 시장에서 피해를 보는 원전을 보호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바이든 당선인이 진정으로 곤경에 처한 원전을 지원하고 원전 건설 확대 조치를 보여주기 전까지는 그가 원전에 우호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바이든 당선인에게 조언하고 싶은 말은.
“기존의 원전을 보호하고, 신규 원전 설계를 기반으로 한 산업 육성 프로그램을 발표해 달라. (원전·핵) ‘연구’ ‘개발’을 ‘사용’ ‘가동’과 혼동시키지 말아 달라.”

청정에너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원전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해 달라.
“재생에너지 사업 확대를 주장하는 바이든 당선인과 달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재생에너지가 풍경을 해치고 일관되지 않은 전력을 생산한다며 싫어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탄소 배출을 거의 하지 않는 원전 없이 재생에너지 확대를 옹호한다면, 아무리 투자를 늘려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바이든이 원전을 장려하지 않고 셰일오일 추출을 위한 프래킹(fracking·수압파쇄법)을 금지한다면, 오히려 석탄 발전이 늘어 청정에너지 목표와는 멀어지게 된다. 궁극적으로 전기요금도 오를 것이다. 현재 미국의 수십 개의 원자로가 전력 수입이 충분하지 않아 폐쇄될 위기에 처해 있다. 바이든은 미국에서 스리마일 원전 사고 이후 34년 만에 착공된 조지아주의 보글 원전 3, 4호기를 내년까지 완공하고 이와 같게 설계된 원전을 더 만들어야 한다. 물론 기존 원전도 유지해야 한다. 이런 방향은 더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탄소 저감도 함께 이뤄줄 것이다.”

애초 대선 과정에서 바이든 당선인이 프래킹을 금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언급하며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면 석유 업계가 사라질 것”이라고 상대를 공격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이든 당선인은 10월 24일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프래킹을 금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트럼프 대통령이 완화한 화석연료 개발 규제를 복원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화석연료 개발 규제는 극단적인 의지가 필요한 정책이다. 규제로 석유나 가스 생산비가 올라가면 이는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이는 화석연료 수입 증가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유가는 어떻게 움직일것으로 보나.
“기존의 원유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한 충분한 시추 작업이 현재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누가 대통령이 됐든 원유 가격은 오를 것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원유 수요 감소를 야기해 이런 현실을 감춰줬다.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후 경제가 정상으로 돌아가면 올해 생산량 감소 여파와 맞물려 유가가 빠르게 오를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대통령 취임 첫날 즉시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하겠다고 했다. 이것이 미칠 영향은.
“거의 없다. 바이든 당선인이 협약에 빠르게 복귀하려는 것은 승리 이미지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한다고 해서 독일·벨기에·한국이 가혹한 탈원전 정책을 뒤집지는 않을 것이다.”

안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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