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존 방문자들이 스크린 골프를 즐기고 있다. 사진 골프존
골프존 방문자들이 스크린 골프를 즐기고 있다. 사진 골프존

계절은 본격적인 겨울에 들어섰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도 강화됐지만, 올해 2030세대를 중심으로 달궈진 골프 열기는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스윙의 매력에 빠진 아마추어 골퍼들은 추우면 스크린 골프장을 찾고, 코로나19 때문에 스크린 골프마저 불안하면 아예 집에다가 ‘홈 골프장’을 차린다. 어떤 장애물에도 굴하지 않는 사람들의 열정에 골프용품을 취급하는 유통가는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 11월 24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 스크린 골프장은 준비된 방의 절반 이상이 방문자로 찬 상태였다. 매장 관계자 A씨는 “거리 두기 조치 강화로 예약 취소 건이 많다. 평소와 비교하면 손님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으나 개점 휴업 수준인 주변 식당들에 비하면 스크린 골프장은 양호한 편에 속했다.

현장에서 만난 고객 B씨는 “원래 술 마시는 동창 모임이었는데 그냥 취소하긴 아쉬워 실내 골프 회동으로 변경했다”라며 “스크린 골프는 격리된 공간에 우리 일행만 들어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식당이나 술집보다 안전하다고 본다”고 했다. 종각역 부근의 스크린 골프장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여기서 만난 직장인 김모씨는 “지인들과 서울 근교 골프장으로 야간 라운딩을 가려다가 추운 날씨 등을 고려해 스크린 골프로 계획을 바꿨다”고 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찬바람이 야기한 스크린 골프 인기는 관련 기업 가치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스크린 골프 선두주자 골프존의 누적 영업이익은 44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9% 증가했다. 매출액은 2245억원으로 20.2% 불어났다. 회원 수도 매월 3만 명 넘게 늘고 있다. 2019년과 비교하면 월별 회원 증가 폭은 두 배에 이른다.

실적 개선은 주가 상승과 연결된다. 코스닥 시장에서 골프존 주가는 11월 24일 종가 기준 7만1500원을 기록 중이다. 지난 3월 중순 2만8000원대까지 떨어졌지만 8개월 만에 2.5배가량 올랐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스크린 골프 수요가 증가해 골프존의 신규 가맹 호조세가 지속하고 있다”며 “매출 성장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프존은 지금의 순항 흐름에 탄력을 더하기 위해 최근 실제 골프장과 유사한 환경을 제공하는 ‘2021년형 투비전 플러스’를 새롭게 선보였다. 2021년형 투비전 플러스는 골프존이 기존에 선보인 스크린 골프 시뮬레이터에 그린 경도, 빠르기, 퍼팅 격자, 벙커샷 연출 등 다양한 그린 환경 옵션 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김지훈 골프존 GS개발실 실장은 “시대 트렌드를 반영한 골프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기술 개발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골프존 아성에 도전하는 스크린 골프 이인자 카카오 VX는 골프 인기와 함께 급증하는 골프 유튜버들의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면서 브랜드 알리기에 나섰다. 8월 1일 문을 연 카카오 VX의 프렌즈 스크린 한남점에는 일반 룸의 6~7배에 달하는 대형 스튜디오가 있다. 많은 골프 영상 제작팀이 메인 스크린과 서브 스크린 두 개가 설치된 이 스튜디오를 이용한다.


홈 골프 펀딩 13배 이상 달성

좀처럼 끝나지 않는 코로나19 사태에 스크린 골프조차 불안한 아마추어 골퍼는 골프장을 아예 집 안으로 끌어들인다. 대표적인 홈 골프 상품은 파이네트웍스가 선보인 ‘파이골프’다. 스윙 트레이너(연습용 골프채), 스윙 인식 센서 등으로 이뤄진 이 상품은 언제 어디서나 골프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만든 골프 시뮬레이터다. 스윙 트레이너에 인식 센서를 장착한 뒤 TV·태블릿PC 등에 골프장 화면을 띄우면 누구나 집에서 스크린 골프를 즐길 수 있다.

올해 10월 GS샵은 ‘파이골프 홈 스크린 골프 WGT 에디션’을 판매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김민수 GS샵 MD는 “코로나19 여파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가정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홈 트레이닝에 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라며 “파이골프 홈 스크린 골프 WGT 에디션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골프 코스를 집 안에서 편리하게 즐길 수 있는 상품”이라고 전했다.

실내 골프 인기에 힘입어 파이골프는 크라우드펀딩 투자자 사이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최근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 와디즈는 네이버의 캐릭터 자회사 라인프렌즈와 함께 스타트업·중소기업의 아이디어 제품 10종에 라인프렌즈 대표 캐릭터를 입히는 ‘펀딩 &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파이골프는 20일 동안 2000만원 펀딩에 도전했는데, 2억6000만원 이상을 끌어모았다. 목표 금액 대비 1300% 넘는 투자금을 모은 것이다.


GS리테일이 11월 20일 문을 연 GS25파주부흥점 내의 골프용품 복합 매장. 사진 연합뉴스
GS리테일이 11월 20일 문을 연 GS25파주부흥점 내의 골프용품 복합 매장. 사진 연합뉴스

골프 경제 효과 3.1조원

실내 골프 열기를 증명하듯 유통·금융 등의 분야에서도 관련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디지털 손해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은 골프존의 유료 멤버십 상품인 ‘골프대디 더블홀인원’에 스크린 홀인원 보험 상품을 탑재했다. 스크린 골프 이용자가 홀인원을 기록하면 월 1회에 한해 15만원을 실손 보장하는 내용이다.

세븐일레븐은 업계 최초로 ‘골프존 모바일 상품권’ 판매에 나서기도 했다. 이 상품권(5만원권)은 전국 골프존 스크린 골프 매장과 골프존카운티 운영 매장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또 골프존마켓 매장에서 골프용품이나 골프웨어를 구매할 때도 이용할 수 있다.

실외에서 실내로 확산한 골프 열기는 골프 인구를 늘려 야외 골프의 인기를 한층 더 뜨겁게 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예상한 GS리테일은 골프용품 업체 볼빅과 손잡고 250종 골프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GS25 복합 매장을 열었다. GS리테일은 올해 5월 볼빅과 업무 협약을 하고 GS더프레시(슈퍼마켓) 등에서 골프용품을 판매해왔다. GS리테일은 2021년까지 복합 매장 20곳을 추가 개점한다는 방침이다.

골프 덕에 후끈 달아오른 건 백화점도 마찬가지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골프숍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9.7% 올랐다. 같은 기간 골프웨어 매출도 30.2% 증가했다. 특히 젊은 골퍼의 매출 신장률이 두드러졌다. 올해 1~9월 신세계백화점 골프숍의 골프웨어 매출 신장률은 30대가 21.1%로 가장 높았다. 범위를 20대까지 넓히면 매출 신장률은 26.9%가 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10월 발간한 ‘골프 산업의 재발견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골프 활동 증가에 따른 내수 진작 효과는 최대 3조1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 6조7000억원 수준이던 국내 골프 시장 규모는 2023년 9조2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원은 코로나19뿐 아니라 주 52시간 근무 확산으로 여가가 늘어난 점, 박인비·고진영 등 한국 프로골퍼의 국제 대회 석권으로 골프 인기가 높아진 점, 퍼블릭(대중제) 골프장 수 증가로 접근도가 높아진 점 등을 골프 인구 증가의 배경으로 꼽았다.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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