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회사 ‘로블록스’가 만든 어린이용 메타버스 테마파크 ‘라이언 월드’에서 유튜버 라이언과 다른 어린이들이 아바타의 형태로 만나 함께 게임을 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게임 회사 ‘로블록스’가 만든 어린이용 메타버스 테마파크 ‘라이언 월드’에서 유튜버 라이언과 다른 어린이들이 아바타의 형태로 만나 함께 게임을 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1면을 장식한 뉴스는 어린이 테마파크인 ‘라이언 월드(Ryan’s World)’ 개장 소식이었다. 미래형 ‘제2의 디즈니랜드’라는 평가를 받는 이 테마파크는 온라인상에만 존재하는 이른바 ‘메타버스(Metaverse)’ 속 놀이공원이다.

미국 기업공개(IPO) 기대주로 꼽히는 게임 회사 로블록스(Roblox)가 만든 이 가상의 온라인 테마파크에서 아이들은 각자의 아바타를 생성해 돈을 지불하고 게임을 하고, 서로 대화하고, 가상의 파티장에서 DJ 아바타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논다. 따로 거금을 들여 토지를 구매하거나 방역을 할 필요도 없이 수만 명이 모일 수 있는,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시대에 알맞은 놀이 공간이다. 미국 매체 모닝브루에 따르면 약 40억달러(약 4조3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 로블록스는 상장 증권신고서에 ‘메타버스’를 무려 16번 언급하며 이를 주요 전략으로 내세웠다.

메타버스는 ‘가공’ 혹은 ‘초월’을 의미하는 단어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단어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온라인 속 3차원 입체 가상세계에서 아바타의 모습으로 구현된 개인들이 서로 소통하고, 돈을 벌고 소비하고, 놀이·업무를 하는 등 현실의 활동을 그대로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뜻한다. 이 단어는 1992년 미국의 공상과학(SF) 작가 닐 스티븐슨이 소설 ‘스노 크래시’에서 가상의 신체인 아바타를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는 가상의 세계를 뜻하는 말로 처음 등장했다. 현재는 게임, 엔터테인먼트, 기업 간 업무 환경에서 가상공간에 일상의 행위를 복제하는 경우 광범위에서 활용하고 있다.

온라인 공간 속 무인도에서 집을 짓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마을을 가꾸는 등 현실 속의 활동을 하는 닌텐도 게임 ‘동물의 숲’부터 현대자동차 등 기업이 고가의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쓰고 가상의 공간에서 동일한 신차 모형을 함께 살펴보며 품평하는 VR 회의까지 모두 메타버스에 해당한다. 3D 아바타 제작 스튜디오 제페토에서 만든 가상공간에서 이뤄졌던 걸그룹 블랙핑크의 사인회 역시 메타버스를 활용한 예다. 전 세계 5000만 명의 팬은 아바타를 만들어 가상의 사인회에서 블랙핑크 아바타에게 사인을 받았고, 블랙핑크 아바타와 자신의 아바타가 함께 찍힌 셀카를 기념품으로 가져갔다.

최근 관련 기술의 빠른 발전도 메타버스 사업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HMD(머리 착용 디스플레이·안경처럼 착용하고 사용하는 모니터) 등 관련 하드웨어가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는 계산 속도가 높아지면서 PC 없이도 단독 사용이 가능해졌고, 5세대 이동통신(5G) 도입으로 콘텐츠 전송 속도가 빨라지면서 가상현실을 구현한 콘텐츠의 인터페이스가 더 좋아졌다. 박희준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관련 기술이 과거보다 발전한 가운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생긴 여러 불편과 소외감을 해소할 수 있는 수단으로 가상공간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 업체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VR 기기를 포함한 메타버스 시장이 2021년부터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며 2025년 관련 하드웨어 기기 매출은 2800억달러(약 304조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블록스뿐 아니라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테크 기업들은 일제히 메타버스를 미래 ‘기회의 땅’으로 규정하고 각종 플랫폼과 제품을 내보내고 있다.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인 젠슨 황은 지난 10월 한 기조연설에서 “메타버스의 시대가 오고 있다”라며 “메타버스는 인터넷의 뒤를 잇는 가상현실 공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엔비디아는 가상공간에서 자유롭게 협업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협업 플랫폼 ‘옴니버스(Omniverse)’를 내놓았다. 현실 속 물리 법칙을 준수하도록 설계된 옴니버스에서 사람들은 로봇을 함께 설계하고 가상의 사무실에서 함께 업무를 볼 수도 있다.

MS 역시 지난 9월 VR 기술이 강점인 회사 재니맥스 미디어를 75억달러(약 8조원)에 인수하고, 가상현실 관련 기기인 홀로렌즈2를 출시했다. 페이스북도 앞서 2014년부터 대표 VR 기기 회사인 오큘러스를 인수해 가상공간 속에서 지인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소셜 커뮤니티인 ‘페이스북 스페이스’와 ‘호라이즌’을 발표하기도 했다.


엔비디아에서 만든 메타버스 협업 플랫폼 ‘옴니버스’에선 현실과 동일하게 기기를 작동시키며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다. 사진 유튜브
엔비디아에서 만든 메타버스 협업 플랫폼 ‘옴니버스’에선 현실과 동일하게 기기를 작동시키며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다. 사진 유튜브

정밀한 VR 기술 있어야 메타버스 완성돼

전문가들은 메타버스 시장이 더 성장하기 위해선 고도화된 VR 기술과 보다 정밀하게 결합해 현실과 유사한 온라인 세상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선결 조건으로, 가상과 현실 사이에서 오는 괴리감에 대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실재감을 줄 수 있도록 기술이 현실과 가상 사이의 간격을 메꿔줘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선 뇌에서 받아들이는 정보와 실제 몸의 감각 기관이 받아들이는 자극을 의도적으로 일치시켜 이른바 ‘VR 멀미’라 불리는 어지럼증을 해소해야 한다. 우운택 카이스트 증강현실연구센터 센터장은 “화면이 움직이는데 몸은 가만히 있으면 우리 몸이 혼란을 느끼기 때문에, 가상 콘텐츠에 맞춰 우리 몸도 함께 움직여줄 방법을 강구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상현실 여행 기술을 개발하는 VR 스타트업 이루다의 김형식 대표는 “가상현실 속 여행을 가능하게 하려면 360도 VR 카메라로 여행지를 촬영하고 수십만 장의 파노라마 사진을 여러 장 이어 붙이는 ‘스티칭(stitching)’ 작업을 해야 한다”라며 “이러한 후반작업 기술 수준이 높아져야 가상에서도 현실과 유사한 여행 경험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루다의 실감여행서비스는 자유도 높은 360도 VR 인터랙션을 구현해 , 그 안에서 사람들이 동시 접속해 함께 가상 여행을 하고 가상공간에서 실제 물건을 결제하고 배송받을 수 있는 메타버스 여행 플랫폼이다. 김 대표는 “정교한 후반작업과 스티칭 등 편집이 매끄럽게 이뤄져야 가상 여행 시 방향이 전환될 때 어지럽지 않고, 영상에 왜곡이 생기지 않아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고도화된 메타버스 플랫폼을 미래에 다수가 이용하기 위해선 작동법을 간소화하는 등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 역시 중요하다. 한국게임학회 회장인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2007년도에도 당시의 ‘메타버스’ 플랫폼이었던 PC 게임 ‘세컨드 라이프’를 활용해 가상공간에 교실을 만들어 학생들과 한 학기 수업을 실제로 하는 등 여러 시도를 했다”며 “그러나 당시 획기적이었던 세컨드 라이프는 조작법이 어렵고 너무 많은 학습을 요구해 결국 실패한 게임이 됐다”고 말했다. 위 교수는 “미래 메타버스가 성공하기 위해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쉽고 편리한 인터페이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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