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캠벨 미국 백악관 NSC 인도태평양조정관. 사진 AFP연합
커트 캠벨 미국 백악관 NSC 인도태평양조정관. 사진 AFP연합

조 바이든 제46대 미국 대통령의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정책에서 중대한 키를 잡을 커트 캠벨이 외교가 안팎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 인도태평양조정관을 신설하고 캠벨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를 임명했다. 외교가에 따르면 이른바 ‘아시아 차르(러시아어로 황제라는 뜻)’로 불리는 백악관 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이하 조정관)은 미국의 대중(對中) 외교를 포함해 아시아 전략을 전반적으로 관장할 전망이다. 최근 ‘이코노미조선’과 만난 한 전직 고위 관료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외교 정책에서 캠벨 조정관의 역할이 클 것으로 보여 외교가에서는 인맥 찾기에 분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캠벨 조정관은 빌 클린턴 행정부의 국방부 아태 담당 부차관보,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를 지낸 민주당 정부의 대표적 아시아 지역 전문가로 꼽힌다. 토니 블링컨 신임 국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 등 바이든 행정부 외교팀의 최고위직들과도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터라 영향력도 막강하다는 평가다.

캠벨 조정관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아시아 재균형 정책인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를 설계한 인물이다. 이를 담은 2016년 그의 저서 ‘피벗(Pivot)’을 통해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려면 한국·일본과 동맹을 강화하고 인도와도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그는 중국을 미국의 핵심 경쟁국으로 여기는 대중 강경파로 알려졌다. 그는 올해 1월 12일 ‘포린어페어스’에 실린 ‘미국은 어떻게 아시아 질서를 강화할 수 있나’라는 기고문에서 주요 7개국(G7)에 한국·호주·인도를 더한 연합체 구상인 ‘민주주의 10개국(D10)’과 미국·일본·호주·인도 등 4개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구성한 비공식 연합인 ‘쿼드(QUAD)’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캠벨은 바이든 당선이 확정된 후인 2020년 11월 방미한 더불어민주당 한반도 태스크포스(TF) 대표단을 만났을 때는 “인도적 지원 등을 통해 북한이 인내하도록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좋은 생각”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캠벨의 한국 인맥은 누가 있을까. 외교가에 따르면 대표적인 인물로 문승현 주미국한국대사관 정무공사가 꼽힌다. 정무공사는 대사관 서열 2위로 미 행정부와 의회, 싱크탱크를 두루 담당한다. 대사 부재 시 직무를 대행하는 중요 보직이다. 문 정무공사는 외교부 내 대표적인 미국통으로 꼽힌다. 부산 동래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외무고시 22회에 합격해 관료 생활을 시작했다. 주미국한국대사관에서 2등 서기관과 공사참사관으로 두 차례 근무했고, 외교부 북미1과장과 북미국 심의관을 거쳐 2013~2015년 북미국장을 역임했다.  2016~2019년 주체코한국대사관 대사를 역임한 후 2019년 10월부터 주미국한국대사관 정무공사를 맡고 있다. 한 소식통은 “문 정무공사는 미국 근무 경험이 풍부한 미국통으로 대미 외교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인정받은 최적의 인물”이라고 전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최강 부원장도 캠벨과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국립외교원 기획부 부장,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부장, 외교안보연구원 원장, 한국국방연구원 국제군축연구실 실장 등을 역임했다. 아산정책연구원은 지난해 5월 캠벨의 저작 ‘피벗’을 한국어로 번역해서 출간하기도 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한덕수 전 총리, 문승현 주미국한국대사관 정무공사,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사진 연합뉴스·조선일보 DB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한덕수 전 총리, 문승현 주미국한국대사관 정무공사,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사진 연합뉴스·조선일보 DB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도 캠벨과 인연이 적지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 전 총장은 UN 사무총장 시절 오바마 정부 부통령이었던 바이든 대통령과 자주 접촉하며 친분을 쌓았고, 최근까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 왔다. 지난해 9월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모교인 델라웨어대에 ‘바이든 스쿨(Biden school of public policy)’을 만들 때 화상 기조연설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도 인맥이 적지 않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07년 미 상원 개원식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을 때 당시 부통령이었던 바이든과 만났다. 특히 송 의원은 캠벨과도 지속해서 연락을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송영길 의원과 함께 지난해 11월 캠벨을 만났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미국 민주당 버락 오바마 정권 당시인 2009~2010년 주미국한국대사관 대사를 역임한 바 있다. 그 역시 당시 캠벨과 인연을 맺어 꾸준히 교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18대 국회에서 한미의원외교협의회 회장을 지낸 정몽준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아산재단 이사장)은 바이든과 두 차례 만났다. 정 전 의원은 2001년 바이든과 비무장지대(DMZ)에서 남북문제를 논의했고, 2010년엔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바이든과 만난 바 있다.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2013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시절 당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함께 부통령이었던 바이든과 만난 인연이 있다. 박지원 국정원장도 1970년대 미국에서 사업을 할 때부터 바이든과 친분을 맺어 50년간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계에서는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바이든 외교라인 인맥으로 거론된다. 김 회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델라웨어주 소재 기업 인수 등으로 해당 지역 정치인들과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plus point

시러큐스대 로스쿨 출신도 ‘주목’

국내 산업계에선 바이든이 졸업한 시러큐스대 로스쿨 출신에도 주목하고 있다. 다만 기업가 출신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달리 정치인 출신인 바이든과 국내 대표 기업 간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찾기는 쉽지 않다. 바이든은 미국 부통령 시절이던 2013년 12월 한 차례 방한한 적이 있다. 당시 바이든은 청와대 행사 외에 연세대에서 정책연설을 하고 비무장지대(DMZ)와 용산 전쟁기념관 등을 방문했지만 국내 기업인들과 만난 기록은 없다.

다만, 박선정 마이크로소프트(MS) 아시아태평양지역 법무·대외협력 책임자(부사장)와 연태준 홈플러스 부사장, 장철호 한국코닝 법무팀장, 임병대 LG이노텍 전무 등이 시러큐스 로스쿨을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한성기업 임준호 대표는 시러큐스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일부 기업의 경우 바이든 관련주로 부각돼 1월 20일 바이든 취임을 전후해서 회사 주가가 오르기도 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내 대표기업 총수 중 개인적인 친분이 있거나 공식 석상에서 바이든과 만난 예는 없는 것으로 안다”라며 “현재 3세 경영인으로 내려온 재계 총수들과 바이든과 나이 차가 큰 것도 접점을 찾기 어려운 이유”라고 했다. 실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국내 대표 4대 기업 총수들은 모두 40∼50대 경영인으로, 만 78세인 바이든 대통령이 아버지뻘이다. 앞서 국내 2세 경영인들이 역대 미국 대통령들과 인맥을 갖고 있던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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