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일 패스트파이브 공동대표 포스텍 전자공학, 전 Booz&Company 경영컨설턴트, 전 스톤브릿지캐피탈 벤처캐피털리스트 / 사진 패스트파이브
김대일 패스트파이브 공동대표 포스텍 전자공학, 전 Booz&Company 경영컨설턴트, 전 스톤브릿지캐피탈 벤처캐피털리스트 / 사진 패스트파이브

경쾌한 노래가 흘러나오고 커피잔을 손에 쥔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노트북을 편 서너 명이 모여 대화를 나눈다. 창문 너머 삼성동과 청담동 일대 빌딩들이 훤히 펼쳐져 호텔 라운지에 온 듯하다. 언뜻 보면 카페인 듯한 이곳은 바로 공유오피스 ‘패스트파이브’다.

패스트파이브는 2015년 사업을 시작한 국내 토종 공유오피스다. 서울 강남, 삼성 테헤란로부터 홍대, 성수, 을지로, 여의도까지 총 27개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지점 수로는 글로벌 공유오피스 위워크(22개)보다 한 수 위다. 올해 사무공간 이전 서비스 ‘오피스솔루션’, 프리랜서, 외근자를 위한 ‘파이브스팟’ 등을 선보이며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패스트파이브 실적은 전 세계를 떨게 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꺾이지 않았다. 매출은 2017년 74억500만원에서 2018년 210억원, 2019년 425억4900만원, 지난해 607억원으로 3년간 8배 성장했다. 멤버 수도 2019년 1만3000명에서 2020년 1만8000명까지 늘었다. 승승장구 중인 패스트파이브의 비결은 뭘까. ‘이코노미조선’이 답을 찾기 위해 3월 15일 서울 삼성동 패스트파이브 본사에서 김대일 패스트파이브 대표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패스트파이브 삼성 1호점. 입주사 직원들이 라운지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패스트파이브
패스트파이브 삼성 1호점. 입주사 직원들이 라운지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패스트파이브

공유오피스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편의성이다. 공유오피스는 인터넷·정수기·청소·전기 사용료 등 고정비가 따로 들지 않는다. 미팅룸, 라운지 등도 저렴한 가격에 이용 가능하다. 부동산업체를 돌며 발품을 팔거나 인테리어, 가구 구입 등 귀찮은 일도 없다. 공유오피스는 ‘노트북만 가지고 있으면 일할 수 있는 환경’이다. 계약 기간도 3개월부터 가능하고, 구성원 수에 따라 사용하는 공간을 바꾸는 등 업무 환경 변화도 쉽다.”

글로벌 공유오피스 1위인 위워크(Wework)가 2019년 기업공개(IPO)에 실패했다. ‘공유오피스의 위기’라는 시각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위워크의 위기는 위워크만의 문제였다. 창업자 애덤 뉴먼이 방만 경영을 했고 IPO를 앞두고 무리하게 외형을 늘리려던 욕심 때문에 탈이 났다. 위워크는 최근 바닥을 찍고 다시 턴어라운드하고 있다. 여전히 공유오피스의 전망은 밝다. 글로벌 종합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는 ‘2030년에는 공유오피스가 영국 런던에 있는 사무실의 20%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CBRE는 또 올해 2월 22일 미국의 공유오피스 운영업체 ‘인더스트리어스(industrious)’의 지분 35%를 매입하기도 했다.”

국내 시장에서 패스트파이브가 위워크보다 커질 수 있었던 비결은.
“한국 정서에 맞게 운영하는 점이다. 우리는 업무기밀 유출을 걱정하는 입주사들을 위해 유리에 반투명시트를 붙여놨다. 글로벌 공유오피스 기업은 야근이라는 문화에 익숙지 않아 18시면 냉난방을 끄지만 우리는 24시간 켜놓는다. 어린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을 고려해 입주사를 위한 유치원을 만들어 만족도를 높이기도 한다. 문제 해결을 좀 더 신속하게 한다거나,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위워크는 에이전시가 부동산 계약을 하거나 글로벌 정책에 따라 인테리어 자재를 해외에서 들여와야 해 가격이 더 높을 수 있다.”

코로나19에도 매출이 줄지 않았다. 이유는.
“‘공유경제’라고 하면, 당연히 코로나19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는 않다. 미팅룸, 라운지 등에서는 다들 마스크를 쓰는 규칙을 지키기 때문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줄줄이 발생해 임시 폐쇄를 하는 상황도 없었다. 오히려 코로나19는 ‘본사에서 다 같이 모여 일해야 한다’는 인식을 깨뜨리면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대기업이 태스크포스, 신사업 부서를 따로 분리하거나 거점오피스를 계약한 사례가 많다. 재택근무를 하라고 해도 집에서 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인 사람도 많기 때문에 1인 시설을 문의하는 사람도 늘었다.”

사무공간 이전 서비스 ‘오피스솔루션’, 시간제 서비스 ‘파이브스팟’ 등 신사업을 시작한 까닭은.
“스타벅스에 가보면 일하는 사람이 많다. 스타벅스가 일하는 사람들에게 최적화된 공간일까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 일할 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도 외근이 많은 직장인, 프리랜서 중 30만원을 내고 패스트파이브의 라운지만 이용하려는 수요가 많다. 프리랜서, 1인 기업, 외근자를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4월부터 파이브스팟을 선보이려고 준비 중이다. 스터디카페, 스타벅스의 중간쯤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또 100명 내외의 중견기업을 위한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오피스솔루션을 선보였다. 오피스솔루션은 패스트파이브가 사무공간을 찾고 디자인하고 시공하고 운영까지 해주는 원스톱 서비스다. 부동산 계약을 대행하거나 공간 컨설팅을 하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저렴한 가격에 자재를 조달하는 것까지 가능해 오피스솔루션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다른 신사업 진출 계획도 있나.
“플랫폼 기업이 되고 싶다. 패스트파이브 구조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 상품을 판매한다거나 복지몰을 운영하는 것,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판매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는 사업 등이다. 패스트파이브의 규모가 커지면 더욱 다양한 사업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해외 진출 계획은.
“코로나19 때문에 당장은 없다. 하지만 해외 시장에 대한 관심은 크다. 동남아 시장에서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 젊을수록, 서비스업 비중이 높을수록 공유오피스를 찾는 수요가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문화에 긍정적이라서 좋은 반응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현재 동남아 국가에서 점유율이 높은 공유오피스가 없는 데다 위워크가 아시아 시장에 관심이 없는 것도 기회 요인이다.”

지난해 특례 상장 방식의 IPO를 추진하다 철회한 이유는.
“당시 한국거래소 쪽에서 공유경제업체 1호로 상장을 하는 것이 어떻냐고 제안했었다. 하지만 새로운 비즈니스라서 기업 가치에 대한 의견이 많이 갈렸고 상장 심사가 늦어져 철회했다. ‘단순임대업이다’, ‘적자 기업이다’ 등 비판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일에 집중하다 보면 편견이 사라질 거라고 본다. 상장은 시간을 두고 보려고 한다. 올해 목표 실적은 ‘매출 전년 대비 2배 성장’ ‘순이익 월 단위 흑자 전환’이다.”

앞으로의 목표는.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플레이어가 되고 싶다. 지금까지는 부동산 시장의 큰 플레이어라고 하면 건설사를 떠올렸지만, 앞으로는 패스트파이브를 생각하게 만들고 싶다. 스타벅스처럼 도시에서 공간을 기반으로 라이프 스타일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부동산 시장에 변화를 가져오는 게 목표다. 프리랜서부터 중견기업까지 모두를 열광하게 만들겠다.”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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