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온라인 쇼핑 사업 강화를 위해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나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왼쪽은 롯데그룹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 모바일 페이지. 사진 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온라인 쇼핑 사업 강화를 위해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나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왼쪽은 롯데그룹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 모바일 페이지. 사진 연합뉴스

“롯데온을 ‘새로고침’하겠다.” 그간 부진했던 롯데그룹의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ON)’이 출범 1년을 맞아 반격에 나섰다. 대규모 할인 행사는 물론 롯데온을 이끌던 대표를 전격 교체했고, 국내 이커머스 ‘빅 3’ 이베이코리아 인수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선 눈길을 끈 건 ‘온세상 새로고침’이라는 롯데온 오픈 1주년 기념 할인 행사였다. 4월 26일부터 5월 2일까지 열린 이 행사는 4000여만 개의 상품을 최대 50%까지 할인 판매하는 등 롯데온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무엇보다 ‘새로고침’이라는 행사 명칭에서 알 수 있듯 ‘롯데온을 새롭게 바꾸겠다’는 롯데의 의지가 드러났다. 롯데온을 운영하는 롯데쇼핑은 “새로고침을 누르고, 이커머스 시장에서 반격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롯데온 ‘새로고침’…신규 온라인 채널 개설

롯데온은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슈퍼·롯데닷컴·롭스·롯데홈쇼핑·롯데하이마트 등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 7개 쇼핑몰의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통합한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다. 오프라인 유통 ‘절대 강자’ 롯데가 온라인 시장도 잡겠다며 2020년 4월 28일 출범시켰다. 쿠팡, 신세계 쓱(SSG)닷컴 등 경쟁 업체와 비교해 온라인 유통 사업에 한발 늦었다는 평가도 받았지만, ‘디지털 전환’을 강조해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야심작으로 여겨졌다.

롯데는 ‘국민의 75%에 달하는 3900만 롯데 회원’을 통해 후발 업체의 단점을 극복하는 전략을 짰다. 이를 위해 기존에 따로 운영했던 그룹 계열사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몰 고객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고객 개개인이 원할 만한 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구축하고 진행했다. 롯데는 이를 ‘초(超)개인화 맞춤 서비스’라고 했다.

하지만 이 전략은 롯데의 생각처럼 잘 통하지 않았다. 롯데쇼핑의 2020년 이커머스 부문 매출은 1379억원으로, 롯데온 출범 전인 2019년보다 27% 줄었다. 영업적자는 948억원으로 전년 대비 69% 늘었다. 2020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로 쿠팡·네이버·쓱닷컴 등의 연간 거래액이 30~40% 증가했지만, 롯데온은 7% 증가한 7조6000억원에 그쳤다. 7%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 성장률(20%)의 3분의 1 수준이다. 시장 점유율을 보면, 롯데온은 5%로 네이버 쇼핑(17%), 쿠팡(13%), 이베이코리아(12%) 등과 비교해 한참 낮다.

롯데가 전략 수정에 들어간 배경이다. 오프라인 롯데 회원을 온라인 회원으로 끌어들이는 기존 전략은 유지하면서, 백화점 등 기존 채널이 아닌 새로운 판매 채널을 만들고, 아예 경쟁력 있는 플랫폼을 인수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현재 롯데온이 시범 운영 중인 20~30대에게 인기가 많은 쇼핑몰을 모은 ‘스타일온’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동안 롯데온이 백화점·마트 등 기존 전통 오프라인 채널의 온라인화를 추진했다면 앞으로는 새로운 플랫폼을 롯데온에 입점시켜 고객을 늘린다는 것이다. 특히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 1980~2000년대 출생)를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식품 판매가 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롯데마트의 노하우를 활용한 신선식품, 가정간편식(HMR) 등을 판매하는 식자재 전문관 ‘푸드온’도 개설한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관심

롯데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1450만 명의 고객(스마일페이 회원 수)과 30만 명의 판매자, 2억 개의 상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거래액은 약 20조원이었다. 롯데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덩치로만 보면 이커머스 점유율 1위인 네이버 쇼핑과 비슷해진다. 나영호 전 이베이코리아 전략사업본부장을 롯데온 수장(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본부 대표)으로 영입한 것도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고려한 인사라는 관측이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은 3월 23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공식적으로 인수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강 부회장은 이날 “오픈 초기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해 송구스럽다”며 “올해는 온라인 사업에 대한 전략과 체제를 더 강화해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업계에선 신동빈 회장의 인수합병(M&A) 전략에 주목한다. 신 회장은 2004년 롯데그룹 컨트롤 타워인 정책본부장 취임 이후 미국 뉴욕팰리스호텔, GS리테일 백화점·마트 부문, 하이마트, 삼성의 화학 계열사 등 국내외 기업을 인수하며 롯데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이번에도 신 회장의 과감한 M&A로 롯데가 뒤처진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선두로 올라설지 주목된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뉴욕 증시 상장, 신세계와 네이버의 전략적 제휴 등 롯데가 더이상 홀로 온라인 시장을 공략하기에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Plus Point

나영호 롯데온 대표
“오프라인 관점의 제도, 문화 없앤다”

사진 롯데쇼핑
사진 롯데쇼핑

“롯데그룹의 ‘디지털 전환’이 내가 이 자리에 오게 된 이유이자 미션이다.” 나영호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본부 대표(부사장)가 4월 12일 대표 취임 후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의 핵심 내용이다. 나 대표는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 출신으로, 이베이코리아에서 근무하기 전인 1996년 롯데그룹 광고 계열사인 대홍기획에 입사해 1996년 롯데닷컴 창립에 관여한 이력이 있다.

나 대표는 “롯데그룹은 디지털 전환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거기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고 혁신해야 하는 상황이며, 그것을 우리 이커머스사업부가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대표는 이어 “2018년 (이커머스) 조직이 세팅되고 나서, 고생을 많이 했을 거라 생각한다”며 “디지털 전환에 방해되는 오프라인 관점의 제도, 프로세스, 문화가 있다면 하나하나 변화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나 대표는 또 “롯데 이커머스가 처한 상황에 부정적인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그렇기에 제대로 된 변화의 기회가 있기도 하는 것이고, 기존과는 다른 방향, 과정, 결과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나는 대홍 출신, 롯데 출신, G마켓 출신, 이베이 출신이 아니라 ‘인터넷 출신’이고 ‘디지털 DNA’를 가진 사람”이라며 “우리 DNA는 디지털이어야 하고, 일하는 방식과 문화도 디지털 방식에 걸맞게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선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