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데이비슨 클럽하우스 공동창업자 겸 CEO 미국 스탠퍼드대 산업공학과, 스탠퍼드대 MBA, 전 베인앤드컴퍼니 컨설턴트, 전 데이터베이스 스타트업 ‘메타웹 테크놀로지’ 부사장, 위치 공유 앱 ‘하이라이트’ 창업 후 매각 / 사진 클럽하우스
폴 데이비슨 클럽하우스 공동창업자 겸 CEO
미국 스탠퍼드대 산업공학과, 스탠퍼드대 MBA, 전 베인앤드컴퍼니 컨설턴트, 전 데이터베이스 스타트업 ‘메타웹 테크놀로지’ 부사장, 위치 공유 앱 ‘하이라이트’ 창업 후 매각 / 사진 클럽하우스

“지하실에서 24시간, 일주일 동안 일하면서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자와 대화를 나누며 개발해왔다. 문제 된 버그(오류)를 10분 만에 고치기도 했다.”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SNS) ‘클럽하우스’를 운영하는 알파익스플로레이션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폴 데이비슨은 9월 29일 유튜브에서 생중계된 ‘스마트클라우드쇼 2021’에서 조선비즈와 단독 대담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골방’은 실리콘밸리의 성공 공식으로 꼽힌다. 미국에선 사무실을 따로 차릴 수 없는 대학생, 개인 개발자가 차고 같은 골방에서 사업을 시작해 성공한 사례가 여럿 있다. 구글, 애플, 아마존, 디즈니에 이어 휴렛팩커드(HP)까지 각 분야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른 기업들의 시작은 ‘차고’였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지난 1998년 기자회견에서 “누군가가 차고에서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개발하고 있지 않을까 두렵다”고 할 정도다. 그 역시 차고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4월 골방에서 출범한 클럽하우스도 빅테크들의 성공 공식을 이어가는 중이다. ‘음성’을 기반으로 한 SNS 클럽하우스는 올해 2월 애플 앱스토어 전체 앱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데이비슨 CEO는 “새로운 매체가 등장했을 때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특정 매체에 100% 집중된다”라며 “역사적으로 봐도 텍스트는 트위터, 사진은 인스타그램, 동영상은 유튜브 등 특정 미디어에 집중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양상을 1년 동안 봐 왔다”라고 했다. 데이비슨 CEO는 이어 “문명 시작부터 우리는 목소리를 통해 대화를 나눠왔고, 아주 오랫동안 대화를 해왔다”라며 “대화는 다른 일을 하면서도 할 수 있고 목소리라는 단일 매체에 주목했던 게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일론 머스크, 정용진 등 ‘인싸’ 참여하며 인기

클럽하우스가 본격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한 시점은 연초 세계 각국의 유명인, 이른바 ‘인싸(insider·인기가 많은 사람)’들이 찾으면서다.

올해 1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등이 클럽하우스에 접속해 화제가 됐다. 국내에서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등 기업인을 비롯해 래퍼 사이먼 도미닉 등 연예인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이는 데이비슨 CEO의 창업 목표와 일맥상통한다.

그는 “글로벌하고 다양성 있는 앱을 만들고 싶었다”라며 “공동 관심사가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다른 방에 가면 노벨 수상자도 있고, 연구자들도 있고 다양한 사람이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재미있게 말을 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게 목표다”라고 했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음성이라는 단일화된 수단을 무기로 출범한 클럽하우스를 뒤따르고 있다. 데이비슨 CEO는 지난해 클럽하우스 출시 이후 트위터, 페이스북 등 빅테크의 음성 기반 서비스 제공에 “놀랍지 않다”라며 “오디오는 영구적으로 남을 수 있는 수단으로, 많은 빅테크가 참여하고 있지만 경쟁에 매몰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클럽하우스는 운영 초기 애플 아이폰(iOS) 사용자만 쓸 수 있다는 점, 초대장을 받아야 가입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앞세워 이용자들을 끌어모았다. 희소성 또는 폐쇄성이라는 장벽이 오히려 나만 소외된다는 두려움,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를 자극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데이비슨 CEO는 “초기 아이폰에서만 쓸 수 있었던 이유와 초청장으로 접속할 수 있었던 것은 2인으로 운영됐기 때문이다”라며 “초기 5개월은 두 명이 일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단계적 확장을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클럽하우스는 올해 5월 안드로이드 버전 서비스를 출시한 데 이어 7월 초대장 없이 가입해 앱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폐쇄형 플랫폼에서 개방형 플랫폼으로 개편을 마친 것이다. 클럽하우스에 따르면 올해 여름 클럽하우스 내 매일 30만 개 방이 생겨났는데, 현재 70만 개를 넘어섰다.

데이비슨 CEO는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클럽하우스에) 머무는 시간을 추적하는데, 사용 시간이 일평균 70분을 넘어섰다”라며 “이러한 변화 덕분에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클럽하우스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확산에 수혜를 입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비대면 일상화로 사람들의 만남이 줄어들었고, 대화하기 위한 수요가 클럽하우스로 대거 유입됐다는 것이다. 이는 코로나19 회복 후에는 클럽하우스의 성장이 더뎌질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으로 이어진다. 실제 일부 선진국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일상 회복을 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데이비슨 CEO는 “많은 행운이 있었고, 타이밍도 중요하다. SNS가 새롭게 등장해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모든 요소가 중요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정상화되기를 바란다”라며 “사람들은 뭔가를 하면서 다른 걸 하며 시간을 절약하고 싶어 한다. 사람들한테 감시받거나 잘 보이려 하는 게 아니다. 진정으로 사람들과 연결고리를 찾고 대화하는 게 핵심이다”고 강조했다.


‘클럽하우스’ 폴 데이비슨 CEO가 9월 29일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된 ‘스마트클라우드쇼 2021’에서 박지영 기자와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 조선비즈 DB
‘클럽하우스’ 폴 데이비슨 CEO가 9월 29일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된 ‘스마트클라우드쇼 2021’에서 박지영 기자와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 조선비즈 DB

연내 한국어 버전 출시···韓 문화·기술 선도

클럽하우스는 연내 세계 각국에서 현지화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여기에는 한국도 포함됐다. 데이비슨 CEO 역시 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문화적 영향력에 대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그는 “한국 시장은 문화적으로 영향력이 크다”라며 “한국 음악, 뷰티 등 다양한 주제의 콘텐츠가 많이 올라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앱은 현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타운홀을 개최해서 어떤 뉴스가 있는지 파악해 클럽하우스에서 수요가 있는 것을 제공할 것이다”라며 “연말까지 여러 개 언어로 완전한 현지화를 꾀할 예정으로 한국 역시 여기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끝으로 데이비슨 CEO는 클럽하우스 내 크리에이터와 상생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성공은 크리에이터의 성공과 직결한다. 이들이 참여자를 이끌 수 있어야 그들과 우리가 성공할 수 있다. 청취자가 방에서 직접 체험한 대가로 연사에게 돈을 지불할 수 있는데, 우리는 수수료를 떼가지는 않는다”라며 “우리는 공간을 만들 뿐 (크리에이터들이) 클럽하우스를 통해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는 수단을 만들면 좋겠다”고 했다. 유튜브 등 글로벌 플랫폼들이 경쟁적으로 크리에이터의 성공 공간을 제시하는 가운데 클럽하우스가 데이비슨 CEO의 바람대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