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범 이큐브랩 대표 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미국 공인회계사(AICPA) / 사진 이큐브랩
권순범 이큐브랩 대표
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미국 공인회계사(AICPA) / 사진 이큐브랩

“쓰레기 수거 시장은 비효율이 엄청나지만, 100년 넘게 바뀌지 않았다. 모두가 관심 가질 만한 화려한 분야도 아니고 몸담은 업체들도 바뀌려는 의지가 크지 않다. 우리는 아무도 도전하지 않은 분야에서 길을 찾았다. 머신러닝(기계학습), 배터리, 센서 등 다양한 기술을 조합해 쓰레기 수거 시장을 바꾸려 한다. 쓰레기 데이터를 모으다 보면 수거 비용을 줄이는 걸 넘어 재활용률을 높이고, 환경과 지구에도 도움될 거라 생각한다.”

친환경 쓰레기 수거·관리 전문 스타트업 ‘이큐브랩’의 권순범(33) 대표는 2009년부터 쓰레기 처리 분야에 몸담고 있다. 권 대표는 외국에 나가도 쓰레기통만 보고, 잠자리에 들 때도 쓰레기통을 생각할 정도로 열정적이다. 그는 모두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던 쓰레기 수거 업계에 조그마한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큐브랩은 태양광을 활용해 폐기물을 압축, 넘치지 않게 하는 ‘똑똑한 쓰레기통’을 전 세계 6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쓰레기 수거 업체와 기업을 연계하는 서비스 ‘하울라(Haulla)’를 출시해 1000여 개의 고객사를 모았다. DS자산운용, 오픈워터인베스트먼트 등 벤처캐피털(VC)은 하울라의 빠른 성장세에 올해 10월 130억원을 투자했다.

아무도 하지 않으려던 일에서 길을 찾은 권 대표. 그가 꿈꾸는 미래는 도대체 무엇일까. ‘이코노미조선’이 10월 19일 서울 구로동 이큐브랩 본사에서 권 대표를 만나 들어봤다.


이큐브랩 쓰레기통 클린큐브는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해 300kgf의 힘으로 쓰레기를 압축한다. 일반 쓰레기통보다 5배 이상 많은 폐기물을 수거한다. 사진 이큐브랩
이큐브랩 쓰레기통 클린큐브는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해 300kgf의 힘으로 쓰레기를 압축한다. 일반 쓰레기통보다 5배 이상 많은 폐기물을 수거한다. 사진 이큐브랩

이큐브랩 비즈니스 모델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기반으로 스마트 폐기물 솔루션을 제공한다.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해 쓰레기를 압축하는 쓰레기통과 적재량 감지센서, 쓰레기 차량 위치 추적 장치 기술이 있다. 쓰레기 수거 업체가 적재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게 도와 필요할 때 수거에 나서도록 하고, 쓰레기 적재 패턴을 분석해 최적화된 쓰레기 수거 경로를 알려준다. 쓰레기 차량, 인력 배치에도 도움을 준다.”

쓰레기를 사업 아이템으로 잡은 게 독특하다.
“2009년 대학교 2학년 때 사회적 기업 컨설팅 동아리를 했었다. 매번 다른 기업을 돕다 보니, ‘나도 작은 프로젝트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 돕는 것에 그치지 말고, 우리도 작은 사회 문제라도 한번 해결해보자’ 하고 마음 맞는 친구들과 뭉쳤다. 이후 프로젝트성으로 찾아낸 게 쓰레기통이다. 대학가에 있는 쓰레기통은 밤만 되면 넘치고, 거리에 쓰레기가 나뒹굴지 않나. 집에 있는 쓰레기통은 잘 관리되는데, 길거리 쓰레기통은 왜 저럴까 고민하다 압축 기능을 적용하기로 했다. 쓰레기통에 태양광 설비를 붙이고 자동으로 쓰레기를 눌러주는 기능을 적용했다.”

프로젝트에서 멈추지 않고 창업을 했다.
“제품을 제작하면서 환경미화원분들과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쓰레기 수거 분야가 정말 열악하고, 주먹구구식이어서 이 산업을 꼭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제품 제작 시간이 예상보다 배로 걸리고, 자금은 세 배 이상 들었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문제가 생기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몇 다리 건너서라도 조언을 듣고 청계천에 있는 상점을 무작정 찾아가서 묻기도 했다. 제품 ‘클린큐브’를 만들 자금이 부족해 ‘상금 헌터’가 되겠다며 각종 공모전에도 참여했다. 결국 정부 지원 사업, 벤처캐피털 펀딩을 받게 되면서 ‘끝까지 가자’는 결론을 내렸다.”

해외 진출은 언제쯤 했나.
“제품 완성도를 높인 2014년부터 중동과 유럽에 진출했다.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관심을 보여 가능성을 확인했다. 해외는 우리나라보다 인건비가 높고, 땅덩이는 크고, 인구밀도가 낮아서 쓰레기 수거 횟수를 줄이려는 수요가 많았다. 날씨가 우리보다 덥거나 춥거나 해가 덜 들거나 바람이 불면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발생해 계속해서 품질을 끌어올리며 진출국을 늘렸다. 현재 이큐브랩의 태양광 압축 쓰레기통은 60여 개국, 300여 개 도시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매출의 90% 이상이 해외에서 나온다.”

이큐브랩이 특히 집중하고 있는 시장은.
“세계 최대 쓰레기 생산국인 미국이다. 우리나라는 지역자치단체가 업체를 선정하면, 해당 업체가 종량제 봉투와 쓰레기를 수거해가는 체제지만, 미국은 민영화 체제다. 쇼핑몰, 공장, 기업마다 쓰레기 수거 업체를 선정해, 기회가 많다. 미국 쓰레기 수거 시장은 매우 크고, 수거 비용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미국 1~3위 쓰레기 수거 업체의 연간 매출은 각 10조원을 넘어설 정도고, 중견 업체들도 1000억원 매출을 낸다.”

미국에서 하울라도 론칭하지 않았나. 신사업 하울라를 설명한다면.
“사업을 하다 보니 쓰레기를 압축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수거 과정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단순히 쓰레기를 압축하는 걸 넘어 쓰레기를 언제 수거할지, 어떤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지 데이터를 모으는 게 필요하다고 느껴 센서를 개발했다. 미국 쓰레기 수거 업체를 찾아가 우리의 쓰레기통과 센서를 활용하면 당신들의 비용 절감에 도움 될 수 있다고 했는데, 데이터나 기술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100년 넘게 변화하지 않았는데도 워낙 돈을 잘 벌다 보니 변화를 받아들이려는 마음이 없었다. 우리는 대신 최종 고객을 노리기로 했다. 지난해 쇼핑몰이나 레스토랑, 주유소 등 고객이 쓰레기 수거 업체를 고를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인 하울라를 선보였다. 기업 입장에서는 쓰레기 수거 횟수에 따라 돈을 낼 수 있게 됐다. 중소 쓰레기 수거 업체가 계약을 따내기 위해 가격을 낮추기 때문에 수거 비용은 더욱 내려간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은 없었나.
“태양광 압축 쓰레기통 사업은 해외 영업이 어려워져 매출에 타격이 있었다. 하지만 하울라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덕분에 영업이 더 잘됐다. 코로나19로 셧다운하거나 오프라인 고객이 줄었는데 기존 쓰레기 수거 업체들이 기업들에 이전과 똑같은 사용료를 받아 갔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쓰레기를 안 치울 수 없으면서도 비용이 부담되는 상황이었다. 하울라는 여기에 대안을 제시해주면서 인기를 끌었다. 월평균 300달러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던 사업장 고객은 하울라를 통해 220~250달러 내외로 수거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큐브랩의 목표는.
“하울라의 경우, 130억원의 투자금을 활용해 4000~5000개 사를 고객으로 모집하는 게 목표다. 단기적으로는 적자가 날 거다. 고객에게 우리의 태양광 쓰레기통도 제공해야 하고, 이용하던 수거 업체에 위약금을 대신 물어주는 일도 발생할 거다. 장기적으로 ‘미국의 3등 쓰레기 수거 업체’까지 올라서는 게 목표다. 미국을 넘어 호주와 영국 등으로 진출하겠다는 계획도 있다. 자회사 하울라는 미국에 상장하거나 매각하고, 모회사 이큐브랩은 한국 증권시장에 상장하는 게 목표다. 환경적으로도 선한 영향을 끼치고 싶다. 모아둔 데이터를 바탕으로 쓰레기 분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재활용 업체와 연계해줄 수도 있다. 선진국 중 재활용 비율이 가장 낮은 미국의 재활용률을 1%만 올린다 해도 환경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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