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호 산돌 대표경희대 산업공학, 에모리대 MBA, 전 KT 그룹전략담당, 전 엔써즈 부사장, 전 바른손카드 ㈜바른컴퍼니 사장(CEO), 전 한글과컴퓨터그룹 그룹기획조정실장 윤영호 산돌 대표가4월 28일 서울 성수동 본사에서 ‘격’이라고 써 있는 서체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박상훈 조선일보 기자
윤영호 산돌 대표경희대 산업공학, 에모리대 MBA, 전 KT 그룹전략담당, 전 엔써즈 부사장, 전 바른손카드 ㈜바른컴퍼니 사장(CEO), 전 한글과컴퓨터그룹 그룹기획조정실장
윤영호 산돌 대표가4월 28일 서울 성수동 본사에서 ‘격’이라고 써 있는 서체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박상훈 조선일보 기자

“국내 폰트(서체) 업체만 20개가 돼요. 서로 잘 만나지도 않고 배타적인 분위기죠. 각 사 대표를 일일이 만나서 ‘당신 회사와 경쟁하지 않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테니 함께하자’고 설득했어요. 플랫폼 ‘산돌구름’을 만들고 여기에 입점시킨 거죠.”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현대카드 등 기업의 전용 서체를 개발한 것으로 유명한 폰트 회사 ‘산돌’의 윤영호 대표는 4월 28일 서울 성수동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폰트로 어떻게 돈을 버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서체. 산돌이 함께 개발했다. 사진 산돌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서체. 산돌이 함께 개발했다. 사진 산돌

경쟁사를 인수합병(M&A)해 몸집을 불리고 매출을 늘리는 방식으로 성장하는 게 아니라, 월정액을 내고 서체를 쓸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현재 산돌구름에는 산돌 서체뿐 아니라 국내외 폰트 제작사 24곳이 입점해 있다. 한글, 라틴어, 중국어, 일본어, 태국어, 베트남어 등 10개 국어, 2만여 종의 유·무료 폰트가 있다. 세계 최대 폰트 회사인 ‘모노타입(Monotype)’, 일본 최대 폰트 회사 ‘모리사와(MORISAWA)’도 최근 입점했다. 입점사는 이용자들이 쓸 때마다 매달 꼬박꼬박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산돌의 매출은 120억원이었다. 이 중 영업이익이 48억원이다. 산돌은 올해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폰트 대중화, 해외로의 사업 확장도 목표로 하고 있다. 

 

KT, 엔써즈, 바른손카드 등을 거쳐 2018년부터 산돌을 이끌고 있다.
“산돌(1984년 창립 당시 사명은 산돌타이포그라픽스) 창업자인 석금호 의장이 설립한 비영리 단체 ‘타이니씨드’에서 봉사활동을 했었다. 석 의장이 연로하고, 회사 경영도 어려우니 회사 매각을 부탁하더라. 한글 서체를 길이 보전할 수 있고, 임직원의 행복을 보장해줄 수 있는 곳으로 알아봐 달라고 했었다. 일주일 정도 고민하다가 ‘내가 (산돌에서) 직접 해보겠다’고 했다. 그때부터 회사를 맡게 됐다. 매각하려던 회사를 이어가고 있는 거다.”

폰트는 불법 유통이 많아 돈 벌기 쉽지 않았을 텐데.
“폰트는 실제 불법 유통되는 경우가 많았다. 20개쯤 되는 국내 폰트 회사 중 한 곳의 폰트 패키지 CD 딱 1장만 사 두고 단속 나오면 보여주는 식으로 대비만 하면 됐던 거다. 당연히 돈 벌기가 힘들었다. 그러니 폰트 회사들은 유치원이나 교육청에 소송하는 것을 수익원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폰트 하나의 사용 범위는 200여 가지다. 외부 사이니지(상업 디스플레이)용으로 구입하면, 내부 문서용이나 영상 자막 등에 쓸 수 없는 식이다.

사용자 입장에선 사용 범위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자칫 잘못 썼다가 소송당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할 수밖에 없다. ‘폰트를 쓰면 위험하다’라는 인식은 결국 업계에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그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나.
“폰트 사용 범위를 완전 무제한으로 풀었다. 산돌 폰트를 사면 어디든 써도 된다. 무료 폰트를 학교에 배포하기도 했다. 또 서로 배타적이던 경쟁사에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테니 함께하자’고 설득했다. 그게 폰트 플랫폼인 ‘산돌구름’이다.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폰트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구독형 모델로, 현재 회원 수는 약 100만 명이다. 카카오톡에서 이모티콘을 파는 콘텐츠 제공 사업자(CP)는 판매 시 수수료를 일회성으로 챙기지만, 우리는 매달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구조다. 폰트를 샀는데, 다음 달에 안 쓰겠다고 결제하지 않으면 이전에 썼던 폰트가 깨지게 돼 한 번 들어온 사람은 계속 쓰는 누적 구조가 된다. 플랫폼 비즈니스 중심으로 사업이 확장하면서 초기 구축과 운영비를 들인 이후에는 가입자·매출 증가에 따라 변동비가 따라서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높은 영업이익을 확보할 수도 있다. 

폰트를 활용해 마케팅에 성공한 사례로 꼽히는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이나 애플, 구글, IBM, 메타, 에어비앤비 등 글로벌 기업 등과 함께 전용 폰트를 제작하는 것도 수익원이다.”

기업용 서체 맞춤 제작과 플랫폼을 통한 매출 두 가지로 요약된다. 폰트를 돈 주고 사겠다는 일반인이 많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간 디자인 업계 종사자 등이 폰트를 구입해온 것은 사실이다. 올해부터 ‘폰트 대중화’를 시키는 게 우리 과제다. 양질의 무료 폰트도 많이 공급하고, 폰트를 쓰면 소송당하는 게 아니라 개성을 더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또 웹·모바일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웹폰트’라는 서비스를 개발해 특허 출원을 해 놨다. 산돌의 서버에 저장돼 있는 폰트를 굳이 특정 사이트나 장비 등에 내장하지 않고도 불러 쓸 수 있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방송국에서 장비에 굳이 폰트를 심지 않더라도 수많은 산돌 서체를 자막으로 불러 쓸 수 있는 식이다. 블로그처럼 폰트가 심어져 있는 사이트나 카카오톡에도 적용할 수 있다. ‘사랑해’라는 문구도 정해져 있는 폰트가 아니라 내 감정을 좀 더 잘 표현해줄 수 있는 서체로 보낼 수 있다. 기술은 다 준비돼 있다.”

올해 상장이 예정돼 있다. 자금이 생기면 무엇을 할 계획인가.
“산돌구름 플랫폼에서 폰트뿐 아니라 이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템플릿, 이미지, 영상, 음원 등 다양한 콘텐츠를 원스톱으로 제공해 사용자 접점을 늘려나갈 것이다. 산돌은 이미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자동번역을 해주는 스타트업인 ‘벨루가’에 투자했다. 자동번역 솔루션에 우리 폰트를 붙일 수 있다.

OST 제작·유통사로 유명한 ‘모스트콘텐츠’에도 일찌감치 투자한 상태다. OST는 가사가 없어 배경음악(BGM)으로 쓰기 좋은 곡이 많다. 영상 제작 시 폰트와 함께 이런 BGM도 종합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플랫폼에서 고객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인접 영역으로의 확장을 준비 중이다.”

최근 폰트 플랫폼 ‘산돌구름’에 입점한 일본 모리사와의 서체. 사진 산돌
최근 폰트 플랫폼 ‘산돌구름’에 입점한 일본 모리사와의 서체. 사진 산돌

해외도 진출하나.
“올해 안에 동남아시아에도 합작법인 형태로 진출할 예정이다. 산돌은 한글뿐 아니라 글로벌 서체를 가지고 있으며, 플랫폼에 입점해 있는 다른 브랜드사 서체로 해외 서비스를 할 수도 있다. 현지 폰트 업체들과 협업해 ‘동남아시아판 산돌구름’도 만들 예정이다.”

장우정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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