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 스마트 디바이스팀 매니저 건국대 산업공학과· 경영학과, 2019년  SK텔레콤 입사 염정은  디지털사업팀 매니저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2013년 SK텔레콤 입사 사진 SK텔레콤
김동현 스마트 디바이스팀 매니저 건국대 산업공학과· 경영학과, 2019년 SK텔레콤 입사
염정은 디지털사업팀 매니저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2013년 SK텔레콤 입사 사진 SK텔레콤

SK텔레콤이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해 선보이는 스마트폰 한정판 에디션이 통신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제조사에만 의존하던 한정판 에디션을 SK텔레콤이 자체적으로 구성하는 이른바 ‘리패키징(재포장)’ 방식을 개발하면서, KT나 LG유플러스와는 차별화된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어서다.

SK텔레콤이 선보인 한정판은 △디즈니 곰돌이 푸(2021년 6월·아이폰12 미니) △PXG 스페셜(8월·Z폴드3, 플립3) △메르세데스-EQ(2022년 2월·갤럭시S22울트라) △제이린드버그 골프(5월·갤럭시S22+) 등이 있다. 이 브랜드들이 통신사와 협업해 한정판을 선보인 것은 세계 최초다. 스페셜 에디션은 SK텔레콤 공식 온라인몰에서만 구입할 수 있어, T다이렉트샵의 인지도와 관심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호 컬래버레이션인 곰돌이 푸 에디션은 5월 가정의 달을 기념해, 출시된 에디션으로 지난해 1000대, 올해 1000대 등 2년 연속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PXG 에디션의 경우, 2000대를 준비했지만 출시 3일 만에 완판됐다. 이후 추가 출시를 요구하는 가입자들의 입고 알림 신청이 1000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SK텔레콤 스마트폰 한정판 에디션이 인기를 끄는 것은 ‘희소성’ 있는 구성품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제이린드버그 에디션에 포함된 골프 파우치(가방)는 이번 협업을 위해 제이린드버그가 직접 디자인해서 생산한 제품을 공수한 것이다. 이 파우치는 현재 시중에 판매되지 않고 있으며, 오로지 SK텔레콤 제이린드버그 에디션을 구입한 사람만 가질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협업해 출시한 에디션에는 알루미늄 소재에 벤츠 로고가 박힌 한정판 레디백이 포함됐다.

SK텔레콤의 한정판 에디션을 기획하고 상품화한 건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 2010년생) 2인방 염정은(35) 디지털사업팀 매니저와 김동현(36) 스마트디바이스팀 매니저다. 

염 매니저는 “스마트폰은 그대로 두고 브랜드의 굿즈(액세서리)를 더해, 이른바 브랜드 에디션을 만들면 통신사도 충분히 한정판 에디션을 만들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했다. 김 매니저는 “에디션에 포함된 브랜드의 굿즈 종류, 소재, 마감, 색상 등 모든 요소가 브랜드 글로벌 본사의 깐깐한 검수를 받은 제품이다”라며 “글로벌 브랜드의 철저한 브랜드 관리 때문에 에디션을 개발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섭외였다”고 했다.

 5월 30일 염정은 매니저와 김동현 매니저를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 티타워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SK텔레콤이 지난 5월 글로벌 브랜드 제이린드버그와 함께 출시한 한정판 ‘갤럭시S22+ 제이린드버그 골프 에디션’. 사진 SK텔레콤
SK텔레콤이 지난 5월 글로벌 브랜드 제이린드버그와 함께 출시한 한정판 ‘갤럭시S22+ 제이린드버그 골프 에디션’. 사진 SK텔레콤

제조사가 아닌 통신사의 리패키징 방식의 에디션이 신선하다.
염정은 “그간 한정판은 전용 소프트웨어 탑재를 비롯해 도색, 각인, 기능 등 스마트폰 단말기 자체의 튜닝이 필요해 제조사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리패키징 방식으로 에디션을 개발하면서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이 가능해졌다. 시의성에 맞춰 통신사가 독자적으로 에디션을 출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처음엔 T다이렉트의 차별화된 판매법을 찾기 위해 에디션을 고민했다. 부서 회의에서 단말기와 브랜드 굿즈를 묶어 재포장하는 에디션을 한번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삼성전자 톰브라운 에디션을 보면서 우리도 시도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똑같은 갤럭시S22를 구입하지만, SK텔레콤에 오면 다르다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다. 물론 삼성전자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해줘서 에디션 프로젝트가 탄생할 수 있었다.”

한정판 에디션의 주요 타깃층은 누구인가.
김동현 “MZ 세대는 자기표현의 욕구가 크다. 스마트폰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를 표시하고 싶어 한다. 최근 MZ 세대가 골프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 골프 에디션을 선보이게 됐다. 단말기에 따라 주요 타깃층을 다르게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플립 시리즈의 경우 여성, 울트라는 남성에 맞추고 있다.”

출시 후 시장의 반응은 어떤가.
김동현 “푸 에디션의 성공이 에디션 시리즈의 원동력이 됐다. 이후 PXG 스페셜, 메르세데스-EQ 에디션, 마크앤드로나 에디션, 휠라, 제이린드버그 에디션까지 출시했다. 휠라 에디션은 골프와 함께 MZ 세대가 관심을 갖는 테니스를 콘셉트로 제작돼 주목을 받았다. 제일 성공한 에디션은 PXG 에디션이다. 이 제품은 출시 3일 만에 2000대가 완판됐고, 입고를 기다리겠다며, 입고 알림 신청을 한 주문만 1000대였다. 최근 출시된 제이린드버그 에디션은 인스타 등 소셜미디어(SNS)에서 반응이 올라오고 있다.”

제품을 출시하는 과정을 알려달라.
김동현 “시장 수요를 조사하고 협업 브랜드를 섭외한 뒤 제품 구성을 설계한다. 이후 패키징을 제작하고 마케팅 전략을 만든다. 이 가운데 가장 어려운 일은 브랜드 섭외다. 영향력이 큰 브랜드일수록 그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기업과 협업을 하지 않거나 깐깐하다. 섭외를 위해 인맥을 동원하고 본사에 이메일을 보내거나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심지어 마케팅 담당자와 연결하기 위해 AS센터에 전화해, 상담사를 설득하기도 했다.”

염정은 “컬래버레이션이 재미있겠다는 브랜드도 있었다. 회의 때는 브랜드들이 퀄러티 유지를 위해 오히려 의견을 많이 주는 편이다. 제이린드버그, 메르세데스-벤츠, PXG 등 브랜드들이 통신사와 협업을 한 것은 세계 최초 사례다. 컬래버레이션은 참여하는 모든 기업이 서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윈윈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메르세데스-EQ 에디션은 플래그십(최상위 제품) 갤럭시S22울트라와 SK텔레콤의 빠른 5세대 이동통신(5G)이 결합해 최강의 퍼포먼스를 낸다는 점에서 서로의 장점을 알릴 수 있는 기회였다.”

에디션 출시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김동현 “섭외 다음으로는 제품 검수가 제일 힘들었다. 상위권 브랜드와 협업을 하므로 글로벌 본사를 설득할 수 있는 구성이 필요했다. 구성품을 비롯해 패키지 색감, 소재까지도 각 브랜드의 검수를 받아야 한다. 특히 일부 구성품은 브랜드의 본사에서 직접 디자인, 생산해 보내주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제이린드버그 에디션에 들어간 골프 파우치는 본사에서 직접 이번 에디션을 위해 디자인한 제품이다. 따라서 시중에서도 구입할 수 없는 한정판이다. 출시된 한정판 에디션에 대해서 브랜드 본사 차원에서도 만족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제조사의 한정판에 비해, 통신사의 한정판 에디션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염정은 “에디션의 장르를 최대한 확대하기 위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메르세데스-EQ 에디션의 경우, 내부적으로 바탕화면 테마를 새롭게 개발했다. 에디션을 구입한 고객들은 벤츠 로고가 그려진 바탕화면과 벤츠를 형상화한 아이콘 등이 담긴 테마를 제공하고 있다.”

한정판 에디션은 계속 출시되나. 다음 협업 브랜드는 어디인지.
김동현 “현재도 준비하고 있는 브랜드가 있지만 보안상 얘기를 해줄 수 없다. 장르는 불문이다.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해 에디션 생태계를 확장할 것이다. 한정판 에디션이 통신사의 차별화 요소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내부에서도 반응이 좋다. 연간 계획을 잡아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추진해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내부 프로세스를 만들고 있다. 패션과 골프, 자동차를 했으니 시도하지 않은 영역에서 새로운 협업을 해보고 싶다.”

염정은 “새로운 브랜드와의 협업도 중요하지만, 연속성 있는 시즌제로 에디션을 운영해도 좋을 것 같다. 내년에 새로운 단말기가 나왔을 때 이른바 ‘메르세데스-EQ 에디션 2’ 같은 제품을 내놓으면 SK텔레콤에 가면 매년 업그레이드되는 에디션이 나온다는 입소문이 날 수도 있다. 다양한 시도를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