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찬희 IBK기업은행 자산전략그룹 부행장 성균관대 회계학, 핀란드 헬싱키 경제대(현 알토대) MBA, 전 IBK기업은행 기업핀테크채널부장·검사부 수석검사역(부장)·강남지역본부장·개인고객그룹장 사진 고운호 조선일보 기자
임찬희 IBK기업은행 자산전략그룹 부행장 성균관대 회계학, 핀란드 헬싱키 경제대(현 알토대) MBA, 전 IBK기업은행 기업핀테크채널부장·검사부 수석검사역(부장)·강남지역본부장·개인고객그룹장 사진 고운호 조선일보 기자

“입사 초기 행원이었을 때 같이 근무했던 친구가 프라이빗 뱅커(PB·자산관리 전문가) 시험을 봤다 해서 처음엔 ‘그게 뭔데?’라고 했다. 당시 IBK기업은행에서 최초로 PB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지원을 받기 시작할 때였다. 알아보니 VIP 자산 관리를 주로 하는데, 각종 부동산·세무·투자 등의 업무를 다 알아야 하더라. 그래서 주변에 친했던 사람끼리 같이 한번 시험 보자고 했다. 사실상 친구 따라 강남 간 셈인데, 그렇게 PB를 하게 됐다.”

최근 서울시 중구 IBK파이낸스타워에서 만난 임찬희 자산전략그룹 부행장은 IBK기업은행 초기 PB이자 우리나라 1세대 PB다. PB 시절 임 부행장의 주요 고객은 중소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자(CEO)들이었다. 그는 기업 자금 관리·융통 등은 물론 고객 개인 자산까지 유치하는 스타 PB로 행 내에서 명성이 높았다. 임 부행장은 “2001년 IBK기업은행에서 처음으로 PB 제도를 도입하면서 지점장실 규모로 별도 방을 만들어주고, 6개월간 각종 자격증 등 전문적인 교육을 해줬다”면서 “처음엔 다른 직원들 사이에 ‘손님도 별로 없는 것 같은데 늘 좋은 방에서 뭐 하는 거지’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PB들끼리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공부하고 홍보해 결국 자금 유치 등 좋은 성과를 내면서 점점 인정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10여 년 동안 PB팀장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PB팀장으로 첫 번째 점포에서 근무하던 2001년 늦가을에 비를 맞으며 다른 은행으로 이탈할 뻔한 고객의 마음을 돌려놨던 일이다. 당시 거액의 자금이 입금된 거래 기업 자금 담당자에게 자산관리 제안서를 여러 차례 보냈지만, 응답이 없어 낙심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그 기업 CEO로부터 자금관리 소홀에 대한 불만으로 다른 은행으로 옮기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깜짝 놀라 내용을 확인해보니 해당 회사의 자금 담당자가 우리 제안서를 CEO에게 보고하지 않아 발생한 오해였다. CEO를 찾아뵙고 설득하기 위해 비가 오는 날씨에도 지점장과 함께 무작정 고객의 집 앞에서 기다렸다. 어렵게 만난 CEO는 궂은 날씨에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업무에 대한 열정과 꼼꼼한 자산관리 제안서에 만족했고, 다행히 이탈 결정을 철회했다. 그분은 지금까지도 기업은행의 최우수 고객으로 거래하고 있다.”

2007년엔 헬싱키에서 MBA를 취득했다.
“당시 은행에서 ‘인력 양성이 최우선’이라는 기치하에 젊은 과장·차장급 중에서 33명을 뽑아 MBA 교육을 해줬다. 1919년 3·1 운동 때 발표된 기미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대표 33인과 인원수가 같아 우리끼리 IBK를 구한다는 기치 아래 열심히 하자고 다짐했던 기억이 난다. 은행에서 강의실 공간을 마련해줘서 1년 반 동안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수업을 들었다. 이때 공부했던 내용이 고객을 응대하고 일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IBK기업은행이 국내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복수(複數) 여성 부행장 시대를 열었다(국내 은행마다 여성 부행장을 선임한 적은 있지만, 여성 부행장 두 명이 동시에 근무한 은행은 없었다). 
“IBK기업은행은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게 역량을 평가받을 수 있는 조직문화가 형성돼 있다. 여성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어린이집 운영, 육아휴직(최대 3년), 유연근무 제도 등 다양한 지원 제도를 일찍부터 운용하고 있다. 여성에 대한 승진 기회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특히 윤종원 은행장 취임 이후 양성평등을 강조하고 있어 앞으로도 실력을 갖춘 여성들에게 좋은 기회가 지속해서 제공될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 주변을 봐도 열정 있고 실력을 겸비한 여성 인재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도 여성 본부장, 부행장이 계속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일과 양육을 병행하는 것이 어려웠을 텐데, 어떻게 극복했는지.
“두 아들을 키우는 워킹맘으로서 일과 업무를 병행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가족들의 이해와 지지가 지금까지 일할 수 있는 동력이 됐다. 중요한 건 업무상 작은 자랑거리도 집에 가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내 작은 자랑을 들은 가족이 같이 기뻐해 주었던 점이 더욱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동기 부여가 됐다.”

내년이면 입행 40주년을 맞는다.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업무를 수행할 때 이른바 ‘5의 법칙’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사회초년생 때부터 일하면 남들보다 5분 더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고객을 5분 더 생각하고, 퇴근할 때 5분만 늦게 퇴근하는 식이다. 또 사람이라면 컨디션이 안 좋을 때가 있기 마련인데, 이땐 5%만 ‘업(up)’을 하자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인사를 할 때 단순 묵례가 아니라 손을 흔들어 주는 간단한 방법이다. 이렇게 말하면 어려운 것 같은데 실제론 안 그렇다. 만약 20분, 30% 더하자고 하면 너무 힘들다. 그러나 5분, 5% 정도는 힘들어도 조금 기운 내면 할 수 있는 수치다. 그렇게 5분 더 고객에 대해 생각하면 확실히 좋은 답이 나온다. 이런 점이 지금 이 자리까지 일할 수 있게 하는 데 도움을 준 것 같다.”

기업을 잘 아는 전문가로서 차별화된 자산관리 전략이 있는지.
“중소기업 CEO는 자신이 운영하는 기업의 거래 영업점에서 본인의 자산관리도 함께 받기를 원하는 니즈가 있다. IBK기업은행은 중소기업금융 특화 은행이기에 오히려 이들을 위한 차별화된 전략을 수립할 수 있었다. 2020년부터 전국 18개 WM(자산관리)센터의 자산관리 전문가들이 직접 해당 영업점을 방문해 중기 CEO의 자산관리를 도와주는 ‘IBK형 허브 & 스포크(Hub & Spoke)’ 전략을 도입했다. 이후 WM센터의 관리자산은 48% 증가했고, 총수신 5억원 이상 고객 수도 43% 증가했다. 아울러 최근 글로벌 경기 상황이 전반적으로 불확실한 상황이다. 재무 상황이 건전한 대형주 중심으로 보유 주식을 압축할 필요가 있으며, 배당주나 월 배당금이 지급되는 상품에도 관심을 가져볼 것을 추천한다.”

금융인을 꿈꾸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금융권은 정보기술(IT)의 발전과 다양한 니즈를 가진 신규 고객들의 유입으로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권은 상경 계열 전공자들뿐 아니라 다양한 부문에서 강점을 지닌 인재들을 필요로 한다. 자신의 강점을 파악하고 금융권에 취업해 이를 어떻게 역량으로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러한 고민은 금융권 근무가 나에게 적합한지 또는 내가 금융권에서 충분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정민하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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