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챈슬러 전 GMO 수석이코노미스트 케임브리지대 역사학, 옥스퍼드대 석사,라자드브라더스 근무, 현 로이터통신·월스트리트저널·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 ‘금융투기의 역사’‘신용이 쥐어 짜일 때’ ‘금리의 역습’ 저자 사진 조귀동 기자
에드워드 챈슬러 전 GMO 수석이코노미스트 케임브리지대 역사학, 옥스퍼드대 석사,라자드브라더스 근무, 현 로이터통신·월스트리트저널·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 ‘금융투기의 역사’‘신용이 쥐어 짜일 때’ ‘금리의 역습’ 저자 사진 조귀동 기자

“상황이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기업, 가계 할 것 없이 부채가 많다. 자산 가격은 여전히 치솟아 있고 좀비 기업은 널려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이 무너졌던 2007년 여름과 비슷한 국면이다.”

에드워드 챈슬러 전 GMO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 정책의 부작용이 여전히 남아 있고, 심각한 위기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지난해 시작된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침체와 금융불안정의 근본적인 원인은 2008년 이후 지속된 초저금리 정책이라는 얘기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지난해 9월 1%포인트 안팎의 금리 상승에도 영국 국채 가격이 85% 폭락한 것이 금융 시장의 취약성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양적완화를 필두로 한 초저금리 정책으로 자산 시장에 거품이 잔뜩 껴있어 약간의 금리 상승에도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는 논리다. 챈슬러 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002년 미국 닷컴 버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예견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저서 ‘금융투기의 역사’ ‘금리의 역습’ 등으로 국내에 잘 알려져 있다. 챈슬러는 정부 부채와 신흥국 위기도 경고했다. “정부 부채가 급격히 늘어난 데다 장기채를 매입하고 단기채를 시장에 푼 중앙은행의 시장 개입 방식이 금리 상승에 따른 정부 부채 문제를 키우고 있다”며 “정부발(發) 금융위기 가능성도 크다”고 그는 우려했다.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수준까지 금리를 올리지 못하기 때문에 위기가 만성화될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기준금리를 더 끌어올릴 경우 자산 가격이 폭락해 금융 시장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플레이션, 금리 상승, 수요 위축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지적했듯이 초저금리 문제가 한 번에 터져 나온 것인가.
“정부, 기업, 가계 할 것 없이 부채를 늘렸다. 또 자산 시장에서 레버리지가 확 뛰면서 자산 가격이 뛰었다. 초저금리가 장기간 유지될 것이라는 가정이 지배적이었다. 2020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상당 기간 기준금리를 올릴 생각이 없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2021년 말 물가가 뛰면서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 빚을 너무 많이 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전 세계 주식 시장과 채권 시장에서 자산 가치는 20% 이상 하락했다(2022년 11월 기준).”

금융 시장 불안정은 계속될까.
“2022년 9월 영국 국채 시장 붕괴는 금융 시장의 취약성을 잘 보여준다. ‘2073 링커(Linker)’라 불리는 인플레이션 연동 50년 국채(2021년 11월 발행) 가격은 고점 대비 15%에 불과하다(2022년 11월 기준). 그런데 채권 금리는 연 1%대 초반 정도만 올랐다. 약간의 금리 상승에도 가격이 무너질 정도로 거품이 끼었다. 연금도 위기다. 파생상품 시장의 급락으로 인해 대규모 손실을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08년 이후 급증한 정부 부채도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나.
“영국의 정부 부채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 전 국내총생산(GDP)의 35%였는데, 이제 95%로 3배 뛰었다. 2021년 머빈 킹 전 영란은행(BOE) 총재는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정부 부채 상환 부담이 GDP의 1%만큼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자율이 5~6%포인트 상승하면 국채 원리금 상환 부담이 GDP의 5% 이상, 영국 정부 재정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로 늘어나게 된다.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도 문제다. 각국 중앙은행은 금리 상승 속에서 보유한 대규모 보유 채권에 대한 평가 손실을 보고 있다. 스위스국립은행의 경우 주식도 보유하고 있는데, 현재 GDP 대비 20% 수준의 평가손실을 입었다. 당장 수면 위로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결국 납세자들이 부담을 져야 할 것이다.”

부채 증가 이외 초저금리의 다른 부작용은.
“자본 배분이 비효율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좀비 기업’ 문제다. 지금 어찌어찌 생존하고 있지만, 결국 쓸려나갈 것이다. 기업 재무 문제도 있다. 많은 기업이 금융공학 기법을 이용해 재무 구조를 바꾸고, 레버리지를 늘렸다. 이들 기업이 겪는 문제가 수년 이내에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를 통한 우회 상장이 유행하고 전기차 등 특정 테마에 대한 기대로 돈이 몰려드는 현상도 엉뚱한 곳으로 자본이 몰려 발생했다.”

저서 ‘금리의 역습’에서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이 초저금리하에서 대규모 버블이 형성되거나, 좀비 기업이 창궐하는 경험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의 상황은 일종의 ‘글로벌 통화 흑사병’이다. 튀르키예(옛 터키) 미국이 극단적으로 돈값을 싸게 만든 통화 정책을 도입한 이후 처음으로 발생한 신흥국 금융위기를 겪고 있다. 과도한 대외 부채와 엄청난 부동산 거품이 원인이다. 중국은 과잉투자와 그에 따른 부실을 해결하지 않고 도리어 정부가 그림자 금융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했다. 자본 배분의 비효율성,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중국 경제 성장률은 낮아질 것으로 본다.”

앞으로 금융 시장 상황이 더 나빠질까.
“우리는 2007년 여름과 비슷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문제가 폭발하기 직전 말이다. 제2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야기할 수 있는 리스크가 있다. 기업과 채권 시장을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의 금융 불안정은 이전과 질적으로 다르다. 이전에는 마이너스 이자율, 제로에 가까운 기준금리도 없었고, 정부와 민간에서 대규모 부채가 누적돼 있지도 않았다.”

중앙은행이 취할 수 있는 정책 옵션은.
“중앙은행은 대단히 어려운 상황에 몰려 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자산 가격 폭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금리를 적극적으로 인상하기 어렵다. 영란은행이 9월 기준금리를 연 2.25%로 올렸을 때, 인플레이션은 이미 연 10% 전후였다. 이를 감안한 실질 기준금리는 -7.5%였던 셈이다. 1970년대 후반 폴 볼커 연준 의장이 했던 것처럼 연 10%대로 기준금리를 올리면 전체적인 시스템이 견디지 못한다. 인플레이션만큼이나 주택과 자산 가격의 하락 문제도 민감하다. 금융 시장 불안정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중앙은행 입장에서 다른 정책 대안이 가능했는지 반론을 펼 수 있을 것 같다. 
“단기적인 시계에 갇혀 돈을 푸는 게 능사가 아니다. 아이슬란드의 경우 초저금리와 양적완화 없이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심각한 신용 경색 문제를 극복했다. 그들은 은행을 보호하는 대신 문을 닫게 했고, 디폴트를 감내했다. 대신 훨씬 더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 초저금리를 계속 용인하고, 자본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도록 용인하는 건 결국 계속 정부 개입을 부를 수밖에 없다. 현재 중앙은행은 자산 가격 급등, 과도한 레버리지, 기업과 금융 시장의 극단적인 위험 감수 등 다른 요소를 무시하고 통화 정책을 펴고 있다. 거시경제 안정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