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사장. 사진 연합뉴스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사장. 사진 연합뉴스
사토 고지 도요타 사장 내정자 와세다대 기계공학, 전 렉서스 수석엔지니어, 전 도요타 최고브랜드 책임자 사진 도요타타임스
사토 고지 도요타 사장 내정자 와세다대 기계공학, 전 렉서스 수석엔지니어, 전 도요타 최고브랜드 책임자 사진 도요타타임스

“기업 존망의 위기가 이어졌다. 필사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냈다.”

도요다 아키오 일본 도요타자동차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4년간의 CEO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최근 발표하면서 재임 기간을 이렇게 회고했다. 도요타자동차 3세 경영자인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대규모 리콜사태, 동일본 대지진과 같은 악재 속에서 도요타를 세계 신차 판매 1위 기업으로 부활시킨 인물이다. 

도요다 사장은 1월 26일 온라인 회견을 통해 오는 4월 자신의 자리를 사토 고지 집행임원(비등기 임원)에게 물려주고 자신은 회장(이사회 의장 겸직)직을 맡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후임 사장으로 내정된 사토 신임 사장은 1969년생에 기계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로 1992년 도요타에 입사해 프리우스 등의 부품 개발에 종사해왔다.

도요다 사장은 “도요타를 더 발전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회장으로서 새 사장을 돕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것이 오늘의 결정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정답을 모르는 시대에 변혁을 진행하려면 리더 스스로가 현장을 지켜야 하고 그러려면 체력과 기력, 열정이 필요하다”며 “사토 사장에게는 젊음이 있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라도 새 팀(경영진)이라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회장으로 올라간다기보다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의미가 강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세계 1위 도요타’ 복귀시킨 구원투수

1956년생인 도요다 사장은 ‘일본의 발명왕’으로 유명한 도요다 사키치의 증손자이자, 1937년 도요타자동차를 창업한 도요다 기이치로 전 회장의 손자다. 그는 1979년 일본 게이오대 법학부를 졸업한 뒤 미국 밥슨칼리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았다. 미국 투자은행에서 일하던 중 부친 도요다 쇼이치로의 권유로 1984년 도요타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그는 생산관리 및 영업 부문에서 일하며 혹독한 경영 수업을 받았다. 도요타의 핵심 부서이자 현장 경험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부서였다. 특히 ‘아들을 특별 대우하지 않겠다’는 부친의 방침에 따라 계장으로 승진했으나 업무 실수를 저질러 평사원으로 강등되기도 했다. 이후 자동차 정보 제공 사이트 ‘가주닷컴’을 성공시키면서 사내에서 인정받기 시작했고 이사, 상무, 전무, 부사장을 거쳤다. 

사장으로 취임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도요타가 71년 만에 영업손실을 낸 2009년이었다. 전문경영인이 아닌 창업주 가문 출신이 도요타의 경영을 맡은 것은 14년 만이었다. 창업주의 손자가 도요타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셈이다.

출발은 순탄치 않았다. 취임 이듬해인 2010년 도요타 차들의 급발진 사고가 터지면서 리콜 사태로 번졌다. 전 세계적으로 1000만 대의 도요타 차량이 리콜됐다. 이때 도요다 사장은 미국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야 했다. 급발진 사고 유족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부각됐다.

설상가상으로 2011년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다. 생산 시설이 직격탄을 맞았고 부품 공급망까지 무너지면서 한 달간 공장을 가동하지 못했다. 이 여파로 제너럴모터스(GM)와 폴크스바겐에 밀려 도요타의 세계 자동차 판매 순위가 3위로 내려갔다.

도요다 사장은 도요타의 체질 개선을 위해 강도 높은 자구책을 추진했다. 의사 결정 과정을 줄이기 위해 이사회 규모를 대폭 줄이고, 모델별로 난립해 있던 부품 체계를 통합해 제조 원가도 획기적으로 낮췄다. 브라질 등 신흥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동시에 도요다 사장이 직접 신형 캠리 광고에 출연하는 등 신차 마케팅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마침내 2020년 도요타는 세계 자동차 판매 대수 1위를 탈환하고, 2022년까지 3년 연속 1위 자리를 유지했다. 2021회계연도(2021년 4월~2022년 3월)에선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매출액은 1년 전보다 15.3% 증가한 31조3795억엔(약 298조1053억원), 영업이익은 36.3% 늘어난 2조9956억엔(28조4582억원)을 달성했다.


‘아픈 손가락’ 전기차 사업 전략 변화 주목

도요다 사장의 뛰어난 리더십 덕분에 도요타는 신차 판매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2022년 미국 시장에선 도요타는 GM에 자동차 판매 1위 자리를 내줬고, 중국 내 판매량도 2012년 이후 10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한 상태다.

특히 전기차 시장에선 맥을 못 추고 있다. 전기차 전문매체 ‘클린테크니카’에 따르면 2021년 도요타는 전 세계에 전기차를 11만6029대를 판매해 완성차 그룹별 순위에서 16위에 그쳤다.

2022년엔 전기차 리콜 사태까지 겪었다. 자체 전기차 전용 플랫폼(e-TNGA) 기반의 첫 전기차 bZ4X가 출시 두 달 만에 주행 도중 바퀴가 빠지는 치명적 결함이 발생한 것이다. 당시 원인을 밝히지 못한 도요타는 결국 모든 차량을 회수했다. 미국 전기차 전문지 ‘일렉트렉’은 “품질에 대해 최고의 명성을 가진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사 도요타가 기본에서 문제를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후임 사장은 현장 엔지니어 출신, 모빌리티 컴퍼니 변신 적임자”

도요다 사장은 후임 사장으로 내정한 사토 고지에 대해 “현장에서 필사적으로 노력한 직원으로 향후 도요타가 모빌리티 컴퍼니로 나가는 데 있어 최고의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사토 고지가 주요 자동차 기업들처럼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는 동시에 모빌리티에 속도를 낼지 주목받고 있다. 전임자인 도요다 사장은 전기차가 미래 자동차 업계의 유일한 대안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전기차뿐 아니라 수소차와 하이브리드차 개발에도 집중해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CEO가 바뀌어도 도요타의 전기차 전략이 변할 것 같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도요다 사장이 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만큼 사토 내정자가 좀 더 수월하게 전기차에 대한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 전문가인 이우광 전 삼성글로벌리서치(옛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도요타는 과거부터 변화가 필요하거나 위기에 부닥쳤을 때마다 사장을 교체하곤 했다”며 “이번 인사 역시 스스로를 ‘자동차장이’, 즉 낡은 세대라고 생각했던 도요다 아키오가 회사에 변혁을 주기 위해 스스로 사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김우영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