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적외선 조리기기 자이글을 개발한 이진희 대표는 “앞으로도 소비자들의 웰빙 생활에 도움이 될 제품을 개발해 고객들이 ‘잘 먹고 잘 쉬고 잘 살 수 있는’ 웰빙 아이디어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 C영상미디어 이신영>
원적외선 조리기기 자이글을 개발한 이진희 대표는 “앞으로도 소비자들의 웰빙 생활에 도움이 될 제품을 개발해 고객들이 ‘잘 먹고 잘 쉬고 잘 살 수 있는’ 웰빙 아이디어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 C영상미디어 이신영>

‘국민 고기’ 삼겹살을 집에서 구워 먹기는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창문을 열거나 환풍기를 세게 돌려도 연기나 냄새가 잘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삼겹살 구울 때면 기름은 또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삼겹살 한번 집에서 먹기가 이처럼 번거롭다 보니 고등어 같은 생선을 집에서 구워 먹을 엄두는 더더욱 안 난다.

‘고기나 생선을 냄새나 연기 없이 집에서 구울 방법은 없을까?’ 이런 고민은 누구나 한두번쯤 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연기, 냄새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주방기구를 개발할 생각까지 한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홈쇼핑 방송계에서 140회 이상 대박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원적외선 주방조리기구인 ‘자이글’ 개발의 주역 이진희 자이글 대표를 만나 대박 제품 개발 스토리를 자세히 물어봤다. 냄새, 연기, 기름 튐 등 3가지 문제를 해결한 주방조리기구인 자이글은 2015년 한해에만 국내외에서 1000억원어치 이상 팔렸다.


세상에 없던 자이글은 어떻게 개발하게 됐습니까.
“제가 고기를 좋아하는데, ‘고기를 구울 때 왜 꼭 아래에서만 불이 올라와야 할까? 고기를 구울 때 냄새나 연기를 안 나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고기 구울 때 옷이나 손, 머리카락에 냄새 배는 것이 싫었고 ‘온 집안에 냄새며 기름까지 튀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던 것이 개발의 동기이자 시작이었습니다.”

그 정도 고민이야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준이죠.
“자이글 사업 이전에 제가 외식업체 일을 하다 보니 일반인들과는 다소 고민의 차원이 달랐던 것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관련 조리기기 개발에 관심이 갔습니다. 고기 구울 때 냄새와 연기로 인한 불편함을 개선할 수 있는 조리기기만 있다면, 또한 여기에 고기 맛까지 좋다면 금상첨화일 거란 생각이 들어 제품을 만들어보자고 결심했죠. 만약 개발이 가능하다면 국내시장은 물론 세계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거라 확신했습니다. BBQ 문화는 전 세계적인 문화 아닙니까.
하지만 세상에 없던 제품을 만들고자 하니, 모방할 만한 샘플이나 유사 상품이 없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관련 논문과 서적을 뒤지고 체험하고 상상하고 또 상상 속의 디자인을 시제품으로 구현해줄 철공소도 수소문하는 등 천신만고 끝에 ‘세계 최초! 상부발열 하부복사열’ 구조의 적외선을 이용해 양방향으로 조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고 특허도 획득하게 됐습니다.
개발 과정에서 전기나 안전상의 문제로 업소용이 아니라 가정용으로 제품 방향을 돌려 2009년 자이글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단순히 새로운 제품 하나가 탄생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이 창출됐고, 새로운 삶의 방식이 제안됐고, 더 나아가 주부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 ‘웰빙 그릴’이라고 자부합니다.”

초기 제품의 불량 문제를 어떻게 극복했나요.
“자이글은 역발상 개념의 제품입니다. 아래에서 위로 열을 가해 음식을 굽는 기존 ‘열 역학’을 위배한 것이죠. 조리 기구를 뒤집어 놓았다고 보면 됩니다. 목업(실물 크기의 모형)을 만들어 엄청 버렸습니다. 7500만원을 들여 만든 시제품이 5분도 안 돼 녹아 버리기도 했죠. 고온의 열을 견딜 수 없는 싼 재료를 썼기 때문입니다. 지금 판매 중인 제품들은 불판 온도가 200~230도까지 유지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불판은 불소수지 코팅이 된 알루미늄을, 겉면 소재는 내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쓰고 있습니다. 초기에 겪었던 어려움을 발판 삼아 사내 기술 연구소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자이글 제품의 특징인 3무(無)가 가능한 이유는.
“자이글만의 특허받은 기술 구조인 ‘상부발열 하부복사열’ 시스템 덕분이지요. 산소를 태우는 방식이 아니라 쾌적한 적외선램프를 이용하기 때문에 일산화탄소 등 유해가스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연기, 냄새가 나고 기름이 튀는 것은 고온 조리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이글은 적외선으로 저온 조리를 하기 때문에, 적외선이 재료 속부터 익히며 조리가 가능한 온도를 유지해 태우지 않습니다.”

매출의 90% 이상을 홈쇼핑에서 올리고 있는데, 처음부터 반응이 좋았나요.
“자이글은 기존에 없던 제품이라 말이나 글로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제품 특징을 알리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제품 사용 시연이 가능한 홈쇼핑이 최적화된 툴입니다. 하지만 자이글 첫 홈쇼핑 방송은 한마디로 완전 망쳤습니다. 2009년 10월에 첫 홈쇼핑 방송을 했는데, 마침 프로야구 코리안시리즈 시기였습니다. 박빙의 상황에서 이종범 선수 활약이 대단했습니다. 홈쇼핑 방송 담당 관계자들도 프로야구 중계를 볼 정도이다 보니 홈쇼핑 시청률이 저조해 방송 50분 동안 390개를 판매했습니다. 나름 선방했다고 생각했는데, ‘자이글은 거의 망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홈쇼핑 업계에 소문이 났습니다.”

초기 판매부진을 어떻게 극복했나요.
“첫 방송 때 팔려고 제품 1만7000개를 준비했는데, 팔린 것은 고작 400개도 안 됐습니다. 대부분 재고로 남은 거죠. 곧바로 다시 홈쇼핑 방송 잡기는 불가능하고, 직접 아파트나 각종 전시회를 돌며 팔러 다녔습니다. 한참 지나 다시 어렵게 홈쇼핑에 진출하게 됐는데, 여전히 잘 안 팔렸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섭외한 전문 쇼호스트에게 ‘연기, 냄새, 기름 튐’이 없다는 제품 콘셉트를 조금 더 강조해 달라고 요청했더니 ‘그런 제품은 없다’며 강조를 못 한다고 거절하지 뭡니까. 그래서 할 수 없이 부산 사투리 쓰는 제가 직접 출연까지 했습니다. 처음에는 엄청 긴장됐는데, 차츰 이전에 아파트부녀회 돌며 했던 것처럼 편안하게 제품 설명을 하게 됐습니다. 그때부터 자이글 완판(준비한 물량 모두 판매) 신화가 시작됐습니다. 자이글은 최근엔 한달에 20회 정도 홈쇼핑 판매를 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149회 매진 행렬 중입니다.”

지난 9월에 증시 상장을 했습니다.
“기업의 또 다른 성장을 위해 상장하게 됐습니다. 상장 목표는 대외 공신력을 확보하고 해외시장 본격 진출을 위한 자금 확보였습니다. 보통 상장 기업은 캐피털이나 외부 지분이 많은데 저희는 대주주인 제 지분이 100%였습니다. 공모가를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며, 상장 후에도 대주주 지분이 64% 이상으로 안정적인 상태입니다. 이번 증시 상장으로 확보된 500억원의 자금은 영업(매출) 성장 기반 시설과 수출 전진 기지(자이글 플래그십 스토어) 등에 대부분 쓸 생각입니다. 인천 부평IC 인근에 R&D센터-프리미엄생산라인-물류센터가 동시에 들어서는 복합단지가 내년 5월 준공 예정인데, 부지 매입에 260억원, 건축비는 150억원 듭니다. 또 국내 영업과 해외 수출을 위해 자이글 체험형 공간인 플래그십스토어도 내년 초 국내에서 먼저 오픈합니다.”

인천의 대규모 연구개발 단지 조성의 의미는.
“이곳이 준공되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전진 기지가 될 것입니다. 이곳에는 R&D센터 및 물류센터, 고가 프리미엄 제품 생산라인이 들어섭니다. 현재 자이글 전 제품은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는데, 프리미엄 제품은 앞으로 인천 생산라인에서 만들게 될 것입니다. 중국·유럽·일본 등에 수출할 고가 제품을 주로 이곳에서 생산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디자인부터 설계, 제품 완성까지 할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R&D센터가 확장되면 가정용 외에 업소용, 아웃도어용, 수출을 위한 현지 맞춤 제품 등 다양한 제품군 개발이 가능해질 것으로 봅니다.”

해외에서는 특히 일본 반응이 좋았다고요.
“초기에는 국내보다 일본 홈쇼핑에서 자이글 판매가 더 잘됐습니다. 2011년 3월부터 6월까지 일본 수출에 매진했는데, 소비자들에게 ‘탁상용 그릴’ ‘에브리데이 그릴’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습니다. 자이글은 2011년 일본에 첫 진출한 이후 5년간 누적 매출 3000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성공적으로 일본 시장에 안착했습니다. 2012년 11월 16일에는 일본 최대 오픈마켓인 라쿠텐에서 일일 판매량이 가전 전체 1위를 기록했습니다.”

홈쇼핑 매출 비중이 90%가 넘는데 유통채널 다양화 영업전략은.
“우리 제품은 홈쇼핑이 최적의 판매공간입니다. 하지만 실물을 보고 싶어하는 고객들의 니즈에 따라 오프라인 매장에도 진출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국 전자랜드, 하이마트 등에서도 자이글을 팔고 있으며, 백화점 입점도 늘리고 있습니다.  올해 8월에는 오프라인 전용제품(자이글 심플 17만9000원, 자이글 플러스 29만9000원)도 새로 내놓았습니다. 홈쇼핑 판매제품과 기능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으나 제품의 디자인, 구성 등 작동 방식 등에 차별화를 뒀습니다. 식당 등 업소용 전용 모델도 내년에 출시할 예정입니다.”

자이글은 지난 10월 26일부터 29일까지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16 G-FAIR KOREA(우수상품 전시회)에 참가, 자이글 제품의 기술력 소개와 주요 브랜드를 알리는 체험관을 운영했다. <사진 : 자이글>
자이글은 지난 10월 26일부터 29일까지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16 G-FAIR KOREA(우수상품 전시회)에 참가, 자이글 제품의 기술력 소개와 주요 브랜드를 알리는 체험관을 운영했다. <사진 : 자이글>

플래그십 스토어인 자이글 레스토랑 개점 상황은.
“자이글 사용에 생소한 소비자들에게 직접 자이글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이 때문에 유명 요리사 에드워드 권을 자이글 홍보대사로 위촉했고, 자이글 레스토랑은 내년 상반기 오픈 예정입니다. 이곳에서는 자이글 그릴 체험을 할 수 있고, 또 자이글만의 메뉴도 선보일 겁니다. 우선은 서울을 비롯한 국내 대도시에 개점하고 점차 일본·중국·미국·유럽 등 세계시장에도 진출할 방침입니다.”

톱 연예인 김혜수를 모델로 썼습니다.
“김혜수씨는 ‘명품 배우’라는 닉네임에 맞게 전문직 여성으로서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건강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갖고 있는 배우입니다. 그래서 남녀노소는 물론 젊은 여성들의 워너비 스타로 호감을 얻고 있습니다. 김혜수씨의 건강한 이미지가 냄새, 연기, 기름 튐이 없어 건강한 웰빙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고급스럽고 건강한 자이글 웰빙 그릴 브랜드와 특히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김혜수씨가 원래 자이글을 자주 사용하고 있던 고객으로서 우리 제품에 대해 신뢰도도 높았습니다. 김혜수씨와 모델 체결 후 ‘김혜수 불판’ ‘김혜수 그릴’ 같은 닉네임으로 입소문 효과를 거두면서 한번에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습니다.

자이글 말고 히트친 신제품이 있나요.
“10월 초 헬스케어 분야 신제품으로 ‘서서 하는 목베개’ 콘셉트의 ‘자이글 넥시블’을 내놓았습니다. ‘원적외선 조리기구 만드는 회사에서 목베개가 웬말이냐’는 지적도 있지만 자이글은 웰빙아이디어 기업이지 생활주방 전문기업이 아닙니다. 자이글은 ‘잘 먹고 잘 쉬고 잘살 수 있는 웰빙 라이프’를 추구합니다. 이런 점에서 ‘잘 먹고’ 콘셉트인 자이글 이후, ‘잘 쉬자’ 콘셉트인 헬스케어 제품 1호 넥시블을 출시했습니다. 홈쇼핑을 통해 판매도 할 겁니다.”

기술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사업 초기에 제가 시제품을 들고 다니며 판매할 때는 ‘이게 팔리겠냐’는 우려 섞인 시선이 많았고, 코스닥에 상장한 지금은 또 ‘단일 제품-단일 시장의 리스크에서 지속성장이 가능하겠느냐’는 등의 질문과 의구심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된다! 가능성이 높다!’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업을 하실 분이라면 자신의 일에 확신을 갖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확신을 뒷받침할 기술력을 길러야 합니다. 그래야만 스스로의 확신이 고객의 확신으로 바뀝니다. 스스로 사업에 대한 확신이 있으면 그만큼의 가능성과 길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진희
국립부산수산대 미생물학과, 취영루 근무, 부민푸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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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글 원적외선 조리기기인 자이글은 ‘상부발열, 하부복사열’ 원리를 이용, 음식을 익힌다. 윗판의 원적외선 빛을 아래로 쏘아 고기·생선 등을 내부에서부터 익혀 일산화탄소 등의 유해 가스가 발생하지 않는다. 냄새, 연기, 기름 튐 3가지가 없는 ‘3무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Plus Point

최대주주 배당금 전액 반납

자이글은 지난 9월 증시 상장을 했다. <사진 : 자이글>
자이글은 지난 9월 증시 상장을 했다. <사진 : 자이글>

자이글은 친주주 정책의 일환으로 상장 첫해인 올해 최대주주 배당분을 일반주주에게 모두 환원하기로 결정했다.
자이글 최대주주인 이진희 자이글 대표는 지분 64.3%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이글 일반주주들의 현금 배당액은 액면가 500원 보통주 1주당 300원으로 결정됐다.

자이글 측은 “이번 현금 배당 결정은 상장 때부터 이미 공모가를 회사가 주도적으로 책정하면서 밝혔던 ‘고객에게는 더 좋은 제품으로, 주주에게는 더 많은 성과로 보답한다’는 친고객 친주주 정책에 따라 회사의 이익을 주주와 공유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밝혔다.

또 “앞으로도 주주들을 위해 주가 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실행해 이익은 물론 회사의 지속성장의 혜택을 주주들과 함께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배당금 및 배당 지급일 등 자세한 사항은 향후 공시를 통해 알릴 예정이다.

올해 9월 6일 코스닥에 상장한 자이글은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772억5300만원, 영업이익은 98억3600만원을 달성했다. 올해 예상 매출은 1100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