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 대표는 “올해는 신규 전시장 등 최대 규모의 네트워크 확장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 C영상미디어 임영근>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 대표는 “올해는 신규 전시장 등 최대 규모의 네트워크 확장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 C영상미디어 임영근>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가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1월 벤츠코리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3% 늘어난 6848대(신규 등록기준)를 팔았다. 수입차 사상 최고 기록이다. 2위인 BMW는 2415대로 2위를 차지했으나 벤츠와 4000대 이상 차이가 벌어졌다.

벤츠코리아의 독주는 작년에 확연히 돋보였다. 국내에서 5만6343대의 판매실적을 올린 것. 수입차 최초로 연간 5만대 이상 판매를 달성한데다 2003년 한국 법인 설립 이후 처음으로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BMW를 제치고 1위에 등극했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벤츠코리아 대표는 지난달 16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올해 6만대를 판매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실라키스 대표를 서울스퀘어빌딩 한국 본사에서 따로 만나 올해 판매 전략 등을 자세히 들었다. 국적이 그리스인 실라키스 대표는 훤칠한 키에 영화배우를 해도 모자람이 없는 외모와 유머감각을 갖고 있었다. 기자가 명함을 꺼내는 게 좀 더디자 “(명함 대신) 신용카드를 줘도 괜찮다”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1992년 메르세데스 벤츠 그리스에서 근무를 시작한 실라키스 대표는 2014년 메르세데스 벤츠브라질 대표를 역임한 후 2015년 9월부터 벤츠코리아 대표를 맡고 있다.


벤츠코리아의 산학협동형 사회 공헌 프로그램인 모바일 아카데미 참여 학생 중 우수학생 15명이 독일 진델핑겐 생산라인을 방문했다. <사진 : 벤츠코리아>
벤츠코리아의 산학협동형 사회 공헌 프로그램인 모바일 아카데미 참여 학생 중 우수학생 15명이 독일 진델핑겐 생산라인을 방문했다. <사진 : 벤츠코리아>
1년 반 정도 한국에서 지내면서 한국의 운전문화에 대해 어떻게 느꼈는가.
1년 반 정도 한국에서 지내면서 한국의 운전문화에 대해 어떻게 느꼈는가.

“한국의 운전자들은 질서 의식이 좋다. 세차 상태가 좋은 것을 보면 차에 대해 애정도 많은 것 같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차선을 예의 있게 바꾼다. 보행자도 존중하는 것 같다. 길을 건널 때 충분히 기다려주기도 하고 특히 엄마들이 유모차를 끌고 갈 때 운전자들이 배려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이런 점들은 매우 긍정적인 면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버스의 경우 차선 변경하는 것을 잘 알려주지 않고 갑자기 끼어드는 상황을 종종 겪었다. 오른쪽 또는 왼쪽 깜빡이를 켜지 않고 비상등만 켠 채로 차선을 변경하는 경우도 봤다. 택시 기사들도 경적을 지나치게 사용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 만든 차 중 어떤 차가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가.
“한두 가지 모델로 특정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다만 현대·기아자동차가 최근 디자인이 많이 바뀌었고 고도의 발전을 이뤘다. 세계적인 디자인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2016년 벤츠코리아는 한국법인 설립 후 처음으로 수입차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올해도 정상을 지키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벤츠코리아의 목표는 판매 1위, 2위, 3위 숫자적인 개념이 아니다.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전략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실행하면서 나온 결과물이라고 본다.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고객 만족도가 가장 높은 회사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고객이 차량을 구입하는 과정에서부터 애프터서비스까지 만족하도록 하기 위해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우리 차를 구입하는 고객들이 차량을 살 때만 좋아서는 안 되고 차량을 유지하는 자체도 만족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벤츠코리아는 고객 만족도 1위 회사가 되기 위해 그동안 많은 투자를 해왔다. 이를 위해 우리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교육’이다. 차를 사고 유지하는 모든 단계에서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시설 투자에 대해서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전시장, 워크베이(작업대) 등을 확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객과의 접점은 전시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애프터서비스를 받으러 오는 고객들도 좋은 환경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시설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구체적으로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교육을 진행하는가.
“18개월 전에 경기도 용인에 ‘메르세데스 벤츠 트레이닝 아카데미’를 세웠다. 시설투자비만 250억원을 투자했으며 숙련된 전문 강사진을 구성했다. 강사진은 독일 본사에서 직접 교육을 받은 뒤 이 아카데미에서 직원들을 가르치고 있다. 독일 본사에서 교육받은 내용을 한국 실정에 맞게 현지화했다. 총 20~25개의 다양한 강좌가 있으며 교육받을 직원이 어느 분야 소속인지, 어떤 레벨인지에 따라 교육이 진행된다. 벤츠 네트워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다 알아야 하고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요소들이다. 신차 관련된 교육은 물론, 새로 채용한 직원들에게 벤츠의 철학, 벤츠가 추구하는 가치 등 브랜드를 소개하고 직원들이 이를 습득할 수 있는 체계적인 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애프터서비스와 관련된 교육도 하고 있다. 차량을 고치는 방법뿐 아니라 문제를 진단하고 고객을 응대하는 방법까지 가르친다.”

벤츠가 최근 전기차 브랜드 EQ를 2025년까지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친환경차 개발과 관련한 벤츠의 전략은.
“벤츠는 현재 B클래스를 기반으로 한 순수 전기차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 앞으로는 EQ 브랜드를 통해 전기차를 선보이려고 하고 있으며 빠르게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EQ브랜드는 2019년쯤부터 도로에서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콘셉트카는 이미 지난해 열린 파리 모터쇼와 최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선보인 바 있다. 콘셉트카를 보면 디자인이나 기술 방향을 알 수 있는데, 외관뿐 아니라 주행 거리도 1회 충전 시 약 500㎞ 주행할 수 있을 정도로 우수하다. 궁극적으로는 커넥티드카가 될 것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은 한국에도 곧 출시가 될 예정이다. 본사가 기술을 가지고 있어 차량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그 차량이 한국에 상륙하는 데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들이 많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한국에 가져와서 판매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기차 관련해서 한국의 배터리 제조업체들과의 협업 가능성도 있나.
“한국 대부분의 대기업과는 협력관계가 이미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SK이노베이션뿐 아니라 여러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밝히기는 어렵다. 한국은 워낙 배터리 전지 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에 벤츠 전기차에도 한국 회사의 배터리가 들어갈 예정이다.”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KT와 협력해 커넥티드카 기술 개발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이에 대해서는 한 달 뒤쯤 보완 설명할 계획을 갖고 있다. 세계는 굉장히 많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수많은 데이터들이 우리에게 끊임없이 전달되고 있는데 그동안 사무실이나 집에서 데이터를 활용했던 것에 비해 차량 안에서 이를 활용하는 것은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벤츠는 이를 보완해 하이테크-프리미엄 차량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딜러, 워크숍 등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신뢰할 만한 업체를 통해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파트너십의 기본 목표다. 데이터가 신뢰할 수 있을 만큼 빠르게 처리가 되면 차 안에서도 모바일 오피스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여러 가지 업무를 볼 수 있다. 다중 통화, 화상 회의 등 다양한 기능들을 차 안에서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신뢰할 수 있고, 혁신적이며, 선도적인 파트너가 필요했다. KT는 이에 딱 맞는 파트너다.”

자율주행차 시대는 어떨 것으로 보는가.
“자율주행차의 모습은 지금 차의 모습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자율주행차에는 대형 스크린이 세 개 정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차는 스스로 운전할 것이기 때문에 탑승자는 스크린만 보면 된다. 예를 들어 한 스크린에서는 어머니가 여행을 가 계신 모습을 볼 수 있고, 두 번째 스크린은 업무용 스크린으로 이메일을 주고받거나 프레젠테이션을 편집할 수 있고, 세 번째 스크린은 그리스에 있는 집을 스마트홈 기능으로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 자동차에는 이처럼 많은 신기술이 탑재돼 있을 것이다. 꿈이 아니다. 현실이다.”

용인에 있는 벤츠 트레이닝 아카데미에서 딜러사 직원들이 기술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 : 벤츠코리아>
용인에 있는 벤츠 트레이닝 아카데미에서 딜러사 직원들이 기술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 : 벤츠코리아>

한국에서 좋은 실적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벤츠코리아는 사회공헌에 인색하다는 비판이 있다. 올해 계획은 어떠한가.
“사회공헌은 한국을 위한 벤츠코리아의 비전이다. CSR(사회공헌 활동) 관련한 약속은 작년은 물론 올해, 내년, 앞으로도 꾸준히 지켜갈 것이다. 벤츠코리아는 그동안 다양한 사회공헌에 참여해왔다. 숫자로만 보면 2016년에는 사회공헌 기금으로 31억원을 기부했으며 2017년에는 40억원을 계획하고 있다. 2015년에는 매출 대비 기부금 비율이 현대차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금액보다 더 값진 것은 전체 임직원들의 시간, 노력과 관련된 사회공헌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행복, 웃음 같은 정성적인 목표가 사회에 기여하는 부분도 중요하다. 벤츠코리아뿐 아니라 4000명의 전체 딜러 네트워크 직원들까지 포함해 작고 큰 규모의 봉사활동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2017년 한 해 동안은 1000개의 일자리를 더 창출하려고 한다. 또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만든 다양한 부품을 다임러 본사에 조달하는 창구 역할도 하고 있다. 성실한 납세자로서의 의무도 지키고 있다.”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최대 규모의 네트워크 확장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발표했다.
“성장과 고객만족은 활발한 네트워크 확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벤츠의 비즈니스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딜러들과 함께 인프라 확장 및 투자를 지속한 덕분에 최고 수준의 고객 경험과 서비스 품질 그리고 고객 접근성을 제공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2017년에는 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8곳의 전시장, 9곳의 인증 중고차 전시장 그리고 180개의 워크베이를 갖춘 7곳의 서비스센터를 추가로 확장할 방침이다. 이로써 총 50곳의 전시장과 20곳의 인증 중고차 전시장 그리고 1000개의 워크베이를 갖춘 55곳의 서비스센터를 갖출 예정이다. 또 시티(City) 전시장, 새틀라이트(Satellite) 전시장, AMG 퍼포먼스센터 등과 같은 특별한 테마를 주제로 한 다양한 형식의 전시장을 통해, 각양각색의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둘 예정이다.”

서비스센터 확충으로 서비스 예약 대기 시간은 얼마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는가.
“2016년에는 애프터 세일즈 서비스 부문에서 신기록을 세웠다. 차별화된 고객 맞춤 옵션인 ‘마이 서비스(My Service)’를 전년 대비 약 300% 확장하며 고객 중심 서비스를 실현했다. 서비스 수용능력 성장률도 30%를 기록하며 누적 차량 등록대수 성장률 26%를 넘어섰다. 서비스 예약 대기 기간도 5.1일에서 2.6일로 단축했다. 이와 같은 노력으로 소비자 만족지수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자동차 전문 외부 시장조사그룹인 ‘컨슈머인사이트(Consumer Insight)’의 소비자 만족도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올해는 디지털 변혁의 시대에 걸맞은 통합 온라인 서비스 플랫폼을 도입해 고객 만족 및 서비스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예정이다.”

한국 시장의 S클래스 판매가 전 세계 3위라고 들었다. 글로벌 메르세데스 벤츠 내에서 한국의 위상은 어떠한가.
“한국은 벤츠 승용차 사업 부문에서 8위, S클래스와 E클래스 판매에서는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금도 매우 중요한 시장이며 세계적으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벤츠도 한국 시장에 중요성을 두고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고 있으며 향후 나올 제품을 한국 실정에 맞게 최대한 현지화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벤츠코리아의 경영철학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삶에 대한 열정’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50세, 그리스 국적, 영국 런던대 임페리얼 컬리지 경영대학원 석사, 메르세데스 벤츠 그리스 입사(1992년), 브라질 법인 승용 부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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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티드카(connected car) 자동차와 IT 기술을 융합하여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자동차. 커넥티드카는 다른 차량이나 교통 및 통신 기반 시설(infrastructure)과 무선으로 연결하여 위험 경고, 실시간 내비게이션, 원격 차량 제어 및 관리 서비스뿐만 아니라 이메일, 멀티미디어 스트리밍, SNS까지 제공한다. 향후에는 자율주행이나 자동차의 자동 충전 그리고 운전자의 건강 상태나 혈중 알코올 농도를 파악하여 운전 가능 여부를 점검하는 서비스를 추가하는 방향으로 진화될 전망이다.

Plus Point

벤츠의 미래는 어떤 모습?

벤츠의 자율주행 콘셉트카 내부.
벤츠의 자율주행 콘셉트카 내부.

메르세데스 벤츠는 자율주행 콘셉트카인 ‘F015 럭셔리 인 모션(Luxury in Motion)’을 2015년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5 CES에서 공개했다. 이전에도 벤츠는 S500 인텔리전트 드라이브와 퓨처 트럭 2025를 통해 자율 주행 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 벤츠의 각 분야 전문가들은 F015 럭셔리 인 모션을 통해‘미래 도시 2030+’라는 제목의 미래 시나리오를 만들어냈다.

자율주행 시대에는 새로운 기술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차와 승객, 차와 다른 차량, 보행자 간의 활발한 상호작용이 가능해진다. 또 자율 주행 차량만 진입 가능한 ‘세이프티 존’이 만들어질 수 있다. 주거, 여가, 교통 지역의 구분이 점차 사라져 도시 거주자들의 삶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는 게 벤츠의 시나리오다.

F015 럭셔리 인 모션은 차와 승객, 차량 외부와 지속적인 정보 교환이 가능하도록 계기판과 후면, 측면 패널과 연동된 6개의 디스플레이 스크린을 설치했다. 승객들은 몸짓, 시선 또는 고해상도 스크린을 터치해 자동차와 직관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다. 센서가 승객의 손을 감지해 승객이 편하게 닿을 수 있는 거리에 각각의 상황에 알맞은 작동 기능을 보여준다. 다임러 AG 이사회 의장이자 메르세데스 벤츠 그룹 총괄인 디터 제체 회장도 “오직 기술에만 집중하는 것은 자율 주행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며 “자동차는 운송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넘어 움직이는 생활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