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경 대표는 “많은 미혼남녀가 ‘상대’에게만 집중하고 ‘자신’은 살피지 않는다”며 “내 이상형만 생각하기보다 내가 그 이상형에 어울리는 사람인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 C영상미디어 이신영>
박수경 대표는 “많은 미혼남녀가 ‘상대’에게만 집중하고 ‘자신’은 살피지 않는다”며 “내 이상형만 생각하기보다 내가 그 이상형에 어울리는 사람인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 C영상미디어 이신영>

혼인 건수가 갈수록 줄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혼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혼인 건수는 전년 대비 7% 감소했다.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나타내는 조혼인율도 지난해 5.5건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30세 청년세대 중 결혼을 포기하는 비율이 60%에 달한다는 조사도 있다.

결혼 시기도 늦어지고 있다. 통계청은 2016년 우리나라의 평균 초혼 연령이 남자 32.8세, 여자 30.1세라고 밝혔다. 10년 전에 비해 남자는 1.8세, 여자는 2.3세나 상승했다. 요즘엔 남자는 말할 것도 없고 여자도 30세 전에 결혼하는 경우가 드문 시대가 된 것이다.

결혼 자체를 포기하거나 점차 늦어지는 데는 ‘낙타가 바늘 구멍 들어가기보다 어렵다’는 취업난과 부담스러운 결혼 비용, 주택 마련 비용 같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결혼 적령기 세대 본인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외부적 요인 탓이 크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요즘 결혼 적령기 세대들은 연애, 결혼, 출산 등 3가지를 포기하는 ‘3포 세대’라는 말로 자신들의 처지를 한탄하고 있다.


좋은 배우자 만나려면 적기에 결혼해야

국내 최대 결혼정보회사인 듀오의 최고경영자(CEO)를 2014년부터 맡고 있는 박수경(52) 대표를 만나 ‘청년 세대의 결혼 포기 세태’에 대해 오랫동안 얘기를 나눴다. 박 대표는 “인간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결혼 적령기’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지만, 적절한 시기에 결혼을 해야 좋은 배우자를 만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결혼에 관한 박 대표의 발언은 사실 요즘 청년들의 공감을 얻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박 대표의 화려한 스펙이 요즘의 ‘3포 세대’ 시각에서 보면 부러움의 극치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1984년 서울대 소비자학과에 입학, 1997년 소비자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0년에는 국내 1위 화장품 업체인 아모레퍼시픽에 특별채용돼, 입사 7년 만에 최연소 상무로 발탁됐다. 고객지원사업부 등 상무로 8년을 지낸 뒤 2014년부터는 국내 최대 결혼정보회사인 듀오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교수인 남편과의 사이에 대학생(현재 군 복무 중)인 자녀 하나를 두고 있다.


듀오는 2015년 8월 미혼남녀 대상으로 ‘연애토크 콘서트’를 진행했다. <사진 : 듀오>
듀오는 2015년 8월 미혼남녀 대상으로 ‘연애토크 콘서트’를 진행했다. <사진 : 듀오>

아내·엄마·임원 1인 3역 하며 성장

그러나 박 대표의 이 같은 화려한 경력 뒤에는 ‘유리 천장’을 깨기 위한 그의 깨알 같은 노력이 켜켜이 쌓여 있다. “2000년 1월 아모레퍼시픽에 과장으로 입사해 신임과장 교육을 받았어요. 그런데 200여명의 신임과장 중 여자는 저 혼자뿐이었어요. 용인연수원에서 일주일 교육을 받는데, 남자 동료들은 8명이 8인실을 같이 쓰는데, 여자가 저밖에 없어 저는 8인실을 혼자 썼어요. 남자 동료들이 수군거렸어요. ‘여자가 얼마나 버티는지 보겠다’고요. 이를 악물고 일한 덕분에 결국 제가 가장 먼저 임원이 됐습니다.”

박 대표는 아모레 입사 초기에는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가 어렵다고 판단, 무게중심을 회사에 두고 퇴근 후 회사 동료들과의 술자리에 빠지지 않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회사 업무를 익혀갔다. 지금은 아모레퍼시픽의 사회공헌활동 트레이드 마크가 된 유방암 예방 캠페인을 활성화시킨 주역이 박 대표다. “당시 톱 연예인급 아모레 모델들을 한자리에 모아 유방암 예방 행사를 홍보했습니다. 지방 행사에 장동건, 김태희를 데리고 갔더니 기절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8년 동안 아모레에서 고객 담당 상무로 일한 뒤 전혀 새로운 분야인 결혼정보회사 대표를 맡은 것은 다소 의외였다. 박 대표는 “당시 몸담고 있던 회사에서 ‘더 오래 다니기가 어렵겠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있었고, 6개월 이상 듀오 측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국가인구재능부(NPTD)는 2016년 3월 듀오를 방문해 한국의 맞선 문화를 배웠다. <사진 : 듀오>
싱가포르 국가인구재능부(NPTD)는 2016년 3월 듀오를 방문해 한국의 맞선 문화를 배웠다. <사진 : 듀오>

아모레퍼시픽에서 기억에 남는 업무는.
“가장 기억에 남는 업무는 당시 계열사 포인트를 하나로 묶은 통합 관리 마일리지인 ‘뷰티 포인트’를 만든 것이다. 아모레에서 취급하는 화장품은 워낙 종류가 많아 사업부만 여럿 된다. 이들 사업부별로 고객관리를 위한 마일리지 제도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었다. 같은 회사 내에서도 고객 정보 공유가 안 된 것이다. 영업 비밀을 회사 동료들에게도 알려주기 싫었던 것이다. 나는 고객 입장에서 마일리지를 통합 운영해야 한다고 봤다. 색조 화장품이든 기초화장품이든 향수든 고객이 쌓은 마일리지는 언제든 고객이 원할 때 어떤 물건을 사든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회사 내부에 설득하는 데 3년이 걸렸다. 결국 3년 만에 고객 빅데이터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뷰티 포인트’ 서비스가 시작됐다. 유방암 환자를 돕는 ‘핑크 리본 마라톤 대회’는 소비자들에게 유방암 인식 개선과 저소득 유방암 환자 수술 지원 등 많은 역할을 했다.”

가정과 일, 두 가지를 어떻게 병행했나.
“나 역시 이 자리에 오기까지 워킹맘이 겪는 모든 고충을 겪었다. 부부가 모두 대학원생이었을 때는 학업과 육아를 병행해야만 했고, 남성 우위 조직인 기업에 들어가 적응하는 데 워낙 힘들어 ‘나도 따로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내, 엄마, 회사 임원 역할까지 해내야 했다. 그래서 여성 직장 후배들에게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후배들에게 하는 말은 ‘선택과 집중을 하라’는 것이다. 직장생활이 바쁜 만큼 주말에는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애썼다. 주말엔 남편의 식사를 세끼 모두 챙겨줄 정도로 가정에 집중했다. 아이하고도 주말에 대화를 많이 했다. 직장에서는 아이 걱정하고 집에서는 회사 일을 하는 워킹맘들이 많다. 회사에서는 일에 집중하고 집에서는 가족한테 몰입하는 게 중요하다.”

장기불황이 결혼정보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장기불황으로 남성회원 수가 늘었다. 반면 여성들은 활발한 경제활동으로 결혼을 우선 순위로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회원의 성비 불균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의 사회 분위기로 결혼정보회사의 위기를 말하는 이들이 있지만 오히려 듀오의 회원 수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현재 회원 수는 3만2792명(6월 12일 기준)으로 2006년(1만6844명)과 비교해 두 배가량 늘었다. 결혼 적령기 세대 중 결혼정보회사를 이용하는 비율은 매우 낮기 때문에 불황이 미치는 영향 역시 극히 제한적이다. 따라서 결혼정보회사가 제대로 운영을 한다면 결혼정보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취업·연애·결혼을 포기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사회적 해법은.
“비혼이 단지 경제적인 이유뿐 아니라, ‘왜 연애해야 하는지’ ‘왜 결혼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려해 보지 않은 결과일 때 문제가 크다고 생각한다. 혼인 거부가 요즘의 트렌드, 자유의 상징적 의미로 간주돼 사회 보편적인 분위기로 흘러가는 점도 없지 않아 있다. 청년층의 인식 변화를 도모하는 활동도 필요하다. 어른들이 의미 있는 조언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남녀 대부분이 어느 수준 이상의 돈을 모았거나, 사회적으로 안정감을 느낄 때 혼인을 하고 싶어한다. 결혼 후 고생하느니, 혼자 살겠다는 의지도 내비친다. ‘결혼=인생의 무덤’이라는 연결고리를 부모인 우리 기성세대가 보여주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결혼도 구직과 마찬가지로 전 연령대에서 평생을 두고 하는 고민이다. 취업에 대해서는 어려서부터 많은 준비를 하지만 결혼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다. 행복한 결혼에 있어 비용 마련이 전부가 아니다.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떤 인생 플랜을 세워나갈까 하는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

저출산 문제 해결방안은.
“혼외 출산을 용인하기 힘든 한국의 사회 문화적 특성상, 혼인은 국내 저출산 문제에 중요한 열쇠다. 만혼, 비혼, 저출산 문제 등의 사회 현상이 한 가지 원인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측면에서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실제 결혼이 미뤄지는 이유로 늦은 취업 시기, 높은 결혼 비용, 일과 가정의 양립의 어려움 등이 꼽힌다. 이에 대한 복합적인 정책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뿐만 아니라 결혼을 하고 싶어도 정보가 없고, 짝이 없어 못 하는 남녀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싱가포르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데 배울 점이 많다. 신혼부부에 대한 혜택은 많으나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할 정도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싱가포르 여성들은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경력단절 등 여성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국가인구재능부(NPTD)를 만들어 저출산 해결과 여성의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적 고민을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저출산을 개개인의 문제로 둬서는 해결이 어렵다.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제도를 검토해야 한다. 출산에 대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싱글웨딩 등 비혼문화 확산이 사업에 주는 영향은.
“자기 결정으로 혼인을 거부하는 이가 있는 반면, 결혼을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비혼이 늘면서 결혼정보회사 시장이 위협을 받는다는 건, 대다수 미혼의 니즈를 간과한 결론이다. 선택이 다양해진 만큼, 원하는 때에 원하는 짝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구직과 마찬가지로 결혼도 정보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정보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래서 젊은이들 사이에 결혼정보 서비스가 당연하고 필요하다는 인식이 더 강해졌다. 그들은 방대한 정보의 흐름 속에서, 선택적으로 정보를 얻고 버리기를 반복한 정보화 세대다. 미래에도 믿을 수 있는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는 결혼정보회사의 역할과 책임은 더욱 커질 것이다.”

결혼에는 정말 때가 있다고 생각하나.
“현재의 청춘들보다 먼저 결혼하고 인생을 살아본 선배로서, 대학생 자녀가 있는 부모로서 결혼은 인생에서 할 만한 가치가 있고 행복한 것이라 말해주고 싶다. 결혼은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오랜 시간 함께할 것을 약속하는 매우 중하고 어려운 일이다. 인륜지대사라는 표현도 거기에서 나왔다. 요즘 미혼남녀 대부분은 어느 수준 이상의 돈을 모았거나 사회적으로 안정감을 느낄 때 결혼하고 싶어한다. 결혼 후 고생하느니 차라리 혼자 살겠다는 인식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삶을 좌우할 정도로 중대한 일을 완벽하게 해내기는 힘들다. 즉, 모든 것을 갖춰 결혼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있을까 말까 한 완벽한 짝, 완벽한 결혼, 완벽한 인생을 꿈꾸며 소중한 시간을 버리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한다. 삶이란 길을 걸을 때 무엇을 지니고 갈지보다, 어떤 사람과 함께 걸어 갈지가 더 중요하다. 조금 부족할지언정 삶을 함께 채워가는 과정 속에서 더 큰 고마움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부족하고 불완전하기에 매 순간 노력하고, 그만큼의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며 사는 것이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나와 다른 상대방과 맞춰가는 재미, 완벽하진 않지만 그 비슷한 삶을 같이 즐겁게 만들어 갈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게 중요하다. 무엇이든 때가 있다. 결혼도 그렇다. 원하는 조건을 갖추고 난 뒤 돌아보면, 내가 바라던 짝은 더 높은 이상형이 됐거나 이미 남의 사람이 된 경우가 많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결혼정보업체의 지향점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도 대체할 수 없는 직업은 커플매니저다. 회원 매칭은 빅데이터의 70% 과학적 매칭과 커플매니저의 감성적인 30% 수치로 이뤄진다. 고객의 감성이 다양해지고 있어, 커플매니저의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결혼정보 시장은 커졌지만, 파이는 수백 조각으로 나뉜 형국이다. 결혼정보업계의 전체 시장규모는 2000년대 초반 500억원에서 2014년 1200억원대를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2000년대 초반 2위권 업체들은 사라졌고, 신생업체가 급부상하고 몰락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듀오는 1995년 창업부터 지속 성장해 2000년 연 매출 82억원에서 2014년에는 317억원으로 4배 가까이 커졌다. 세계 최저 수준의 초저출산 현상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맞고 있는 현재, 결혼중개업체의 역할과 사명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결혼정보업계가 결혼을 신분상승의 도구로 삼는 얄팍한 상술을 거두고, 세간의 부정적인 시선을 바로잡기 위해 사회적 역할과 사명을 다한다면, 시장은 끊임없이 재편되겠지만, 시장 규모는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 박수경
1965년 부산 출생, 서울대 소비자학 박사(1997년), 아모레퍼시픽 상무(2006~2013년), 듀오 대표(2014년~현재)


Plus Point

대표 취임 첫해 ‘소비자 중심경영’ 인증 받아

박수경 대표가 2014년 취임 후 제일 먼저 한 일은 듀오의 고객중심경영을 대내외에 선포한 것이다. <사진 : 듀오>
박수경 대표가 2014년 취임 후 제일 먼저 한 일은 듀오의 고객중심경영을 대내외에 선포한 것이다. <사진 : 듀오>

박수경 대표는 소비자학 박사다. 아모레퍼시픽 근무 시절에도 대부분의 업무를 고객관리에 집중해왔다. 2014년 듀오 대표 취임 일성이 “듀오는 소비자중심 경영활동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업구조상 회사 매출 대부분을 회원 가입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결실로 듀오는 박 대표 취임 첫해인 2014년 12월에 결혼정보업계 최초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CCM 소비자중심경영) 인증을 받았다. CCM 인증이란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이 소비자중심경영 활성화와 소비자 권익 증진을 위해 노력해온 ‘착한 기업’을 인증하는 제도다. 이미 미국, 영국, 캐나다 같은 선진국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국내는 2011년에 도입됐다. 현재 국내에는 160여개의 기업이 인증을 획득했으며 듀오는 결혼정보업계에서 유일한 CCM 인증기업이다.

듀오는 2014년 CCM을 도입한 이후 끊임없이 서비스를 개선, 재인증 현장평가에서 서비스 운영 현황과 회원 관리 시스템 개발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듀오 CCM 해피콜’ 운영 모델을 개발, 소비자의 소리를 즉각 경영에 반영해 서비스 품질 우수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박 대표는 “정부(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재차 소비자중심경영 인증을 받아 소비자에게 신뢰를 줬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