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지트 폴 초우더리는 플랫폼 혁명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조건 데이터를 가장 많이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 이존환>
상지트 폴 초우더리는 플랫폼 혁명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조건
데이터를 가장 많이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 이존환>

“앞으로 모든 제조업체는 두 가지 옵션 중 하나를 택할 것입니다. 직접 플랫폼 기업이 되거나 플랫폼 기업과 협업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입니다. 이 4차 혁명 즉, 플랫폼 혁명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조건 데이터를 가장 많이 모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직까지 제조업으로 남아 있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역시 데이터를 모으는 데 적극 나서야 합니다. 대표적인 제조기업인 일본 도요타 역시 최근 어떤 기업보다도 적극적으로 데이터 확보에 나서고 있지 않습니까.”

상지트 폴 초우더리(Sangeet Paul Choudary) 플랫포메이션랩스(Platformation Labs) 설립자의 말이다. 세계적 경영 사상가 순위인 ‘2016 싱커스 50 레이더’에 선정된 초우더리는 오랫동안 플랫폼 경제에 대해 연구해온 플랫폼 전문가다. 그는 플랫폼 경제가 어떻게 작용하고 각종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한 내용을 담아 올해 3월 <플랫폼 혁명(Platform revolution)>을 출간했다.

지난 9월 21일 조선비즈가 개최한 ‘스마트클라우드쇼 2016’의 연사로 한국을 찾은 그를 만나 ‘플랫폼 시대에서 살아남는 법’에 대해 물었다. 강연 뒤 오후 1시쯤 인터뷰 장소를 찾은 그는 “돌아가는 비행기 시간대가 저녁이니 천천히 깊은 대화를 나눠보자”며 웃었다. ‘플랫폼 시대’를 설명할 때는 간간이 자신의 아이폰을 들어 보이며 진지한 얼굴로 질문에 답했다.


상지트 폴 초우더리는 성공적인 플랫폼 기업으로 아마존·구글·알리바바를 꼽았다. 초우더리는 “기존 플랫폼 시장에 선두 기업이 존재하더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신규 진입을 시도해야 한다”고 했다.
상지트 폴 초우더리는 성공적인 플랫폼 기업으로 아마존·구글·알리바바를 꼽았다. 초우더리는 “기존 플랫폼 시장에 선두 기업이 존재하더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신규 진입을 시도해야 한다”고 했다.

앞으로의 시대에서 ‘플랫폼’이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아마존, 구글, 에어비앤비와 같은 플랫폼 기업들은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자신들의 플랫폼과 새로운 산업을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플랫폼을 소유한 기업이 전체 시장을 모두 장악하는 양상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플랫폼으로 소비자가 모이면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가 발생합니다. 사람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다른 소비자를 불러들이게 되죠. 플랫폼 시장에 일찍 진출할수록 네트워크 효과 때문에 경쟁우위를 점하게 돼서 신규 진입자들은 더욱 진출이 어려워집니다. 1등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이 발생하는 것이죠. 플랫폼 시장 진출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입니다.”

플랫폼 기업 중 가장 성공적인 곳으로 꼽는 기업과 그 이유는.
“첫 번째로 아마존을 꼽고 싶습니다. 아마존은 웹 서비스를 굉장히 잘 구축했습니다. 많은 플랫폼들이 웹상에 지어질 수 있는 기반을 조성했죠. 최근에는 유통업에도 진출해 유통 분야에서 다양한 플랫폼이 생겨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핵심 플랫폼 구축에 힘을 썼기 때문에 특별한 글로벌 전략을 쓰지 않았는데도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죠. 이제 본격적인 글로벌 진출 전략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엄청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다음으로 구글과 알리바바를 꼽고 싶습니다.”

거대 공룡인 아마존과 알리바바를 비교한다면.
“아마존과 알리바바 모두 강력한 플랫폼을 갖고 있습니다. 아마존이 가지고 있지 않은 강점이라면 알리바바는 B2B 마켓 플레이스라는 점입니다. 알리바바는 중국의 강소 제조기업들이 알리바바 플랫폼을 통해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또한 알리바바는 오픈마켓인 타오바오와 B2C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를 소유하고 있어,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앞서나가고 있다고 봅니다. 아마존도 페이팔의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지만, 이를 소유하고 있는 형태는 아닙니다.”

기존 플랫폼 시장의 선두기업을 따라 잡을 수 있는 방도가 있습니까.
“기존 플랫폼 시장에 이미 선두기업이 존재하더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신규 진입을 시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을 똑같이 따라해 등장한 기업들은 모두 실패했지만, 사진 위주의 SNS인 ‘인스타그램’이나 기록이 휘발되는 ‘스냅챗’의 경우 다른 접근 방법을 택해 살아남았죠. 똑같이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플랫폼이지만 차별화된 방식을 선택하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또 수직적인(vertical) 시장으로 진입하되, 수평적인(horizontal) 시장을 선점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미국의 핸드메이드 용품 전문 쇼핑몰인 엣시(Etsy)는 대표적 전자상거래 기업인 이베이(eBay)가 장악하고 있는 수직적인 시장에서 수요를 발견했습니다. 이베이처럼 전 시장을 공략한 것이 아니라 이베이가 비교적 취약한 분야였던 핸드메이드 제품 시장에 집중한 것이죠. 엣시야말로 수평적인 시장을 잘 선점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공적인 플랫폼 비즈니스를 위해 필요한 것은.
“첫째로 사용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 간 상호작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지속될 수 있도록 상호작용을 촉진시키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기능을 추가시키되 핵심 플랫폼을 급격히 변화시켜선 안 됩니다. 좋은 예로는 클라우드 기반 스토리지를 활용하는 아마존 웹 서비스(AWS)가 있습니다. AWS는 데이터 스토리지, 메시지 통신 시스템 등에 최적화된 곳인데, 소수의 AWS 고객들이 이용하는 서비스는 홈페이지 주변부에 위치시킴으로써 변화와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습니다.”

플랫폼 혁명의 핵심에는 구글, 테슬라 등의 오픈소스(정보공개) 정책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런 기업들의 변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테슬라는 차를 만드는 부분에 대한 특허는 공개했지만 사실 통제력을 가져야 하는 부분인 중요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데이터의 가치가 높기 때문이죠. 테슬라는 현재 도시와 도시 간 주행거리를 파악해 가장 적합한 곳에 전기차 충전소를 두는 수퍼차저 네트워크(supercharger network)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배터리 충전량이 낮을 때 가장 가까운 충전소가 어딘지 알려주는 방식으로 ‘에너지 네트워크’를 소유하고자 하는 것이죠. 이런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데이터입니다. 구글 역시 운영체제(OS)를 만드는 인프라를 공개해 샤오미, 삼성 등이 플랫폼을 만들도록 했지만, 구글·구글맵 등 플랫폼을 통해 모은 각종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정보는 공유하되 핵심 데이터는 독점하는 것, 이것이 플랫폼 시장의 주도권을 쥐는 방법입니다.”

미래의 플랫폼 시장은 어떤 모습일까요.
“제조업 자체가 사라질 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앞으로 모든 제조업체는 두 가지 옵션 중 하나를 택할 것입니다. 직접 플랫폼 기업이 되거나 플랫폼 기업과 협업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입니다. 현재 많은 기업들이 페이스북 등 플랫폼 기업과 어떻게 협업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고, 전통적인 제조기업인 도요타가 데이터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을 볼 때, 미래엔 모든 기업이 플랫폼화(platformation)될 것이라고 봅니다.”


▒ 상지트 폴 초우더리(Sangeet Paul Choudary)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초빙 기업가, <플랫폼 혁명>의 저자, 세계적 경영 사상가 순위인 ‘2016 싱커스50 레이더’에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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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platform) 공급자와 수요자 등 복수 그룹이 참여해 각 그룹이 얻고자 하는 가치를 공정한 거래를 통해 교환할 수 있도록 구축된 환경. 플랫폼 참여자들의 연결과 상호작용을 통해 진화하며, 서로에게 새로운 가치와 혜택을 제공한다.

B2B(Business to Business) 기업과 기업 사이에서 이뤄지는 전자상거래. 구매자가 운영하는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다수의 판매자가 접속해 거래가 이뤄지는 구매자 중심형, 이와 반대로 판매자가 운영하는 사이트에 다수의 구매자가 접속해 거래하는 판매자 중심형, 중개용 사이트에 다수의 판매자와 구매자가 접속해 거래하는 중개자 중심형 거래가 있다.

B2C(Business to Consumer) 기업과 소비자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전자상거래.

플랫포메이션(platformation) 기업이 직접 플랫폼 기업이 되거나 플랫폼 기업과 협업하게 되는 것.

Plus Point

‘플랫폼 혁명’이 변화시킨 세상

페이스북엔 자체 생산 콘텐츠가 없어도 13억명의 사용자가 모인다. <사진 : 블룸버그>
페이스북엔 자체 생산 콘텐츠가 없어도 13억명의 사용자가 모인다. <사진 : 블룸버그>

페이스북엔 자체 생산 콘텐츠가 없다. 그럼에도 13억명의 회원이 페이스북에 로그인해 뉴스·사진·영상을 즐긴다. 차량 공유 서비스업체 우버 역시 마찬가지다. 소유한 차량이 한 대도 없지만 택시 비즈니스를 대체하고 있다.

이런 비즈니스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플랫폼’ 때문이다. 플랫폼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한다. 더 크게는 사람과 기관·자원을 연결한다. 또 기업의 성장이 자원 없이도 가능하다. 플랫폼 생태계에선 재화·서비스·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다.

플랫폼 혁명이 일고 있다. 새로운 사업자가 기존 산업의 주도권을 쥐고 있던 제조업 등을 위협하면서 수요와 공급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인 회사들은 재화·서비스를 생산해 소비자에게 전달했지만 플랫폼 기업들은 재화·서비스를 생산하는 동시에 플랫폼을 활용한다. 제품 출시와 동시에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장점·보완점 등을 점검하고 다음 제품에 빠르게 반영한다.

하지만 플랫폼을 만드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상지트 폴 초우더리는 “신규 진출기업은 기존 플랫폼 기업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가치를 창출해야만 한다”고 조언한다. 플랫폼은 사용자와 생산자 그리고 소비자 간 교류를 활성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숙박 공유 서비스업체 에어비앤비는 구매자의 검색어, 이전 관심사를 바탕으로 판매자(숙박 장소 공급자)의 정보를 제공한다. 이때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가장 필요로 하는 정보를 얻도록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