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로퍼 머천트 루비콘컨설팅 창업자는 “변화가 빠른 시대일수록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이끌 줄 아는 리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조선비즈 DB>
닐로퍼 머천트 루비콘컨설팅 창업자는 “변화가 빠른 시대일수록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이끌 줄 아는 리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조선비즈 DB>

“요즘 같은 시대에 조직을 운영하려면 잘 키운 직원을 놓아주고, 언제든 필요한 인재를 끌어와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능력 있는 인재를 무작정 붙들 방법만 고민하는 건 시대에 뒤떨어진 방식이죠. 변화가 빠른 시대에는 리더도 조직도 더 유연해져야 합니다.”

닐로퍼 머천트 루비콘컨설팅 창업자는 이 시대에 맞는 리더의 역량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머천트는 ‘혁신계의 제인 본드(Jane Bond of Innovation)’라는 별명이 붙은 조직 경영 전문가다. 경영전략, 시장진입 등 다양한 분야에서 20년 넘게 일한 뒤 컨설턴트로 변신했다. 경영학계 오스카상이라는 ‘싱커스 50(Thinkers 50)’에 2013~2015년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9월 21~22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스마트클라우드쇼 2016’ 연사로 나선 그에게 이 시대에 맞는 조직 경영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평소 ‘걷기 미팅’을 즐기는 리더로 유명하다. 사진은 2014년 로버트 맥도널드 보훈장관(왼쪽)과 오바마 대통령(가운데), 조 바이든 부통령이 백악관 근처 라파예트 광장을 걷는 모습. <사진: 미국 백악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평소 ‘걷기 미팅’을 즐기는 리더로 유명하다. 사진은 2014년 로버트 맥도널드 보훈장관(왼쪽)과 오바마 대통령(가운데), 조 바이든 부통령이 백악관 근처 라파예트 광장을 걷는 모습. <사진: 미국 백악관>

혁신적인 조직 경영 방식을 이야기할 때 ‘실리콘밸리 스타일’을 말하곤 합니다. 무엇이 다른가요.
“한마디로 하긴 어렵지만 굳이 정의한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겠네요. 회사 어느 곳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든, 누가 내놓는 아이디어든, 심지어 회사 외부에서 오는 아이디어까지 열린 마음으로 수용할 수 있는 조직이 제가 생각하는 실리콘밸리 스타일의 조직입니다.”

예로 들 만한 기업을 꼽는다면요.
“구글은 ‘재능(talent)’의 범위를 대단히 넓게 바라봅니다. 어떤 학교를 나왔는지, 어떤 학위를 받았는지만 보는 게 아니라 어떤 경험을 쌓았는지, 그 사람이 지닌 선천적인 자질은 무엇인지를 파악합니다.
그 능력이 회사가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복합적으로 고려하지요.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닙니다. 구글은 원래 MIT, 하버드 등 명문대 출신에, 학점 좋은 사람들만 뽑기로 유명했습니다. 그런데 몇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어떤 직원이 최고의 성과를 내는지 파악하고서는 그 방침을 전환했습니다.”

그런 인적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도구도 필요할 것 같은데요.
“케케묵은 단어가 되고 말았지만 구글은 ‘인터넷’ ‘인트라넷’을 제대로 활용하는 회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회사 차원의 전략, 부서 전략, 상품 전략 등 모든 내용을 조직원이 공유합니다. 누구든지 추가하고 싶은 내용을 추가하고 궁금한 점을 실시간으로 질문하고 답변할 수 있지요. 이 조직 안에서는 끊임없이 Q&A 세션이 진행됩니다. 이 점이야말로 구글 같은 혁신 조직과 전통적인 수직적 조직의 가장 큰 차이입니다.”

수직적인 조직과 혁신 조직은 어떻게 다른가요.
“수직적인 조직에서는 모든 정보와 시스템을 리더가 쥐고 있어야 하죠. ‘내가 이번 프로젝트는 이렇게 진행해보려고 구상하고 있는데 좀 더 발전시켜서 가져와 보세요’ 하는 식이죠. 구글 같은 조직에서는 리더가 ‘우리 회사의 전략에 맞게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먼저 생각을 이야기해주면 나도 내 생각을 이야기해볼게요’ 하는 식으로 의사소통이 이뤄집니다. 자연스럽게 팀원 모두가 프로젝트에 대해 갖는 책임감이 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누구든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의견을 나누게 되지요.”

머천트는 다양한 재능과 관심을 가진 인재를 넓게 채용해 활용하는 구글을 혁신 조직의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베를린 구글 캠퍼스에서 일하고 있는 구글 직원들의 모습. <사진 : 블룸버그>
머천트는 다양한 재능과 관심을 가진 인재를 넓게 채용해 활용하는 구글을
혁신 조직의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베를린 구글 캠퍼스에서 일하고 있는
구글 직원들의 모습. <사진 : 블룸버그>

머천트는 창의적인 조직을 만들려면 “생각을 이끌어내는 좋은 질문을 많이 하라”고 조언했다.
리더의 역할이 예전과 많이 달라진 셈이네요.
“그렇습니다. 전통적인 조직에서 리더의 역할은 ‘이 배는 이쪽에 대고 저 배는 저쪽에 대’라는 식으로 항구 관리자(harbour master) 같은 역할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역할이 ‘신뢰 구축자(trust builder)’로 바뀐 겁니다. 누구에게든 모르는 것을 묻고 배우려는 문화를 심고, 리스크를 짊어져도 괜찮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게 이 시대 리더의 역할입니다. 전통적인 조직에서는 ‘네가 이 문제에 대해 당연히 알고 있을 테니 네게 돈을 주고 고용한 것이다. 그러니 이 문제를 네게 물어보면 바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식으로 접근하죠. 그렇지만 이런 조직에서는 그동안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문제가 생길 때 해법을 찾지 못합니다. 직원의 ‘가능성’에 더 큰 가중치를 두는 조직은 다릅니다. 어떤 종류의 문제와 만나든 직원이 새롭게 지식을 습득하고 해법을 찾아나갈 것으로 믿어주는 겁니다. 리더는 사람들에게 ‘당연히 모든 걸 알고 있을 필요는 없다, 새로운 지식을 배워서 활용해나갈 수 있는 역량을 믿는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존재입니다. 이런 태도가 조직원의 일하는 방식을 바꿉니다.”

상벌체계에도 그런 사고방식이 반영돼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조직에서 ‘상’은 ‘배움’에 대한 상이 돼야 합니다. 결과물이 좋지 않더라도, 그 실수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면 성공을 거둔 것 못지않게 칭찬하고 상을 주는 조직이 돼야 합니다. 실패하더라도 새로운 사실을 습득하고 다음 번에는 어떤 식으로 접근해볼 계획이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는 시도라면 격려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직원들이 두려움 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 나갈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배우는 게 없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을 문제 삼아야죠. 이런 조직에서는 다른 사람의 시도를 지켜보는 직원들도 어떻게 하면 그 일을 도와줄 수 있을지 스스로 생각하고 지식을 공유하며 협력합니다. 자연스럽게 여기저기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창출되는 조직으로 성장해나가는 겁니다.”

이 시대에 맞는 조직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리더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무엇일까요.
“조직원이 무언가 ‘배울 수 있게’ 장려해나갈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들이 뭔가 새로운 지식을 배울 수 있게 동기를 끊임없이 부여할 수 있어야죠. 캐롤 드웩 스탠퍼드대 교수가 쓴 <마인드셋(mindset)>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고정된 마음가짐(fixed mindset)’과 ‘성장하는 마음가짐(growth mindset)’이라는 개념을 제시했어요.
‘고정된 마음가짐’이란 이미 모든 문제의 답을 알고 있으며 어떤 실패도 경험하지 않겠다고 여기는 자세입니다. 반대로 무엇이든 배워나갈 수 있다는 자세가 ‘성장하는 마음가짐’이죠. 최악의 리더는 고정된 마음가짐을 가진 리더입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고 우리는 앞으로 계속해서 한 번도 직면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문제들을 풀어가야 할 테니까요. 이런 면을 고려하지 않은 채 모든 정보를 혼자 쥐고서 직원을 어린애 취급하면 조직원의 역량을 리더의 기대치 수준으로 묶어두게 됩니다. 나 역시 조직을 이끄는 리더이자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매번 느끼는 일입니다. 아이도 직원도 내가 기대하는 만큼 행동하고 성장합니다. ”요즘은 평생 직장에 대한 개념이 많이 약해졌습니다. 능력 있는 직원이 애착을 갖는 직장을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요.
“가고 싶다면 보내주세요!(웃음) 이제 조직에 대한 사고방식 자체가 바뀌어야 하는 시대입니다. 성장한 직원이 더 큰물에서 놀 때가 됐다면 보내주고, 서로 협력관계를 맺는 게 낫지요. 만약 그래도 붙들고 싶다면 직원이 자신의 능력을 더 발휘할 기회, 자신을 성장시킬 기회를 줘야 합니다. 그리고 언제 어디에서든 필요한 인재를 끌어올 수 있는 유연함을 갖춰야죠.”

리더의 자리에서 정확하게 조직의 상황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떤 징후를 보고 판단할 수 있을까요.
“조직원이 변화를 이끌 때 얼마나 적극적인지를 살펴보세요. 건강하지 못한 조직에서는 누구도 먼저 대답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이 먼저 행동해서 리스크를 대신 져주기를 기다리니까요. 그러나 진짜로 정직하게 돌아가는 조직이라면 '내가 먼저 변화를 주도할게’라고 하죠. 또 한 가지 위험 징후는 아무도 구체적인 지적을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아무런 문제가 드러나지 않죠. 누구나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알지만 그걸 입 밖으로 내지 않는 거예요. 방 안의 코끼리(누구나 볼 수 있는데도 모른 척하는 문제들)를 방치하지 않고 드러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창업하지 않는 이상 새로운 문화를 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권위적인 조직이 단계적으로 창의적인 조직 혹은 소통이 잘되는 조직으로 변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좋은 질문을 하세요. 저는 매일 종이 한편에 오늘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다섯 개 정도 적어두죠.
그리고 회의를 하면서 사람들에게 ‘내가 이걸 배우려면 무엇을 물어봐야 할까’를 생각하고, 그와 관련한 질문을 합니다. 재미있게도 뭔가 배우겠다는 목적을 갖고 질문하면 더 좋은 질문이 나오더군요. 해야 할 일이 있으니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질문을 생각하고,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는 이유에 대해서도 목적을 더 명확하게 할 수 있습니다.
멍청한 질문이 나오더라도 질문이 계속해서 나오는 팀의 실적이 30%는 좋아진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멍청한 질문이든 훌륭한 질문이든, 단답형 대답을 유도하지 않고 생각을 끌어내는 질문은 계속해서 서로가 대화하게 만들고 의문점을 만들고 개선 방향을 찾게 합니다.”

소규모 그룹이 아닌 대기업에서도 말씀하신 일들을 실천할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대기업을 이끄는 사람들은 보통 조직의 규모 때문에 많은 제약을 받습니다. 그런데 사고방식을 바꿔보세요. 대규모 조직이란 결국 소그룹이 모이고 또 모여 만들어진 겁니다. 그 그룹들이 서로 의견을 교환하면서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진짜 교류가 이뤄지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는 겁니다. 이런 문화야말로 연결성이 중요한 소셜 시대에 맞는 조직 문화라고 할 수 있겠죠.”


▒ 닐로퍼 머천트(Nilofer Merchant)
샌프란시스코대 경제학과, 산타클라라대 MBA, 루비콘컨설팅 창업자, 2013~2015 싱커스 50 선정 경영사상가

Plus Point

머천트의 성공조언1
“회의는 함께 걸으며 하라”

2014년 2월 세계 IT업계는 페이스북이 약 190억달러를 주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Whatsapp)’을 인수한다는 소식에 들썩였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왓츠앱 공동 창업자 잰 쿰과 한 시간여에 걸쳐 실리콘밸리를 산책한 뒤에 나온 결정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모두 간부들과 산책하며 중요한 안건을 논의하기를 즐기기로 유명하다. 닐로퍼 머천트는 이런 ‘걷기 미팅’이 직원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리더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저는 몇년 동안 ‘걷기 미팅’을 실천해 그 효과를 체험했습니다. 장소를 바꾸는 것만으로 사람들은 창의적인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기 시작합니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딱딱한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걷는 것 자체가 ‘같은 문제를 고민하는 동지’라는 느낌을 준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걸으며 대화하는 것은 기업을 이끄는 리더가 갖춰야 할 거의 모든 미덕을 다 가르쳐주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직원의 말을 경청하는 것, 우리가 ‘같은 팀’이라는 의식을 심어주는 것이죠.”

Plus Point

머천트의 성공조언2
“새 직원에게 조직 점검시켜라”

요즘 기업에선 쉼 없이 벌어지는 경영환경 변화만큼이나 사람 변화도 잦다. 능력을 인정받아 스카우트된 ‘신참’ 직원을 빠르게 적응시키는 방법은 없을까. 머천트는 “새로 합류한 직원을 활용해 기업을 진단하라”고 조언한다.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의 눈으로 기업의 현재 상태를 진단하는 동시에, 새로 합류한 사람이 빠른 속도로 회사 전반을 익히는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기업 중에 아주 기발한 방법을 활용하는 곳이 있어서 무릎을 탁 쳤습니다. 그 기업은 외부에서 직원을 스카우트하면 첫 30일 동안은 다른 일을 전혀 시키지 않아요. 대신 기업 전반에 걸쳐 개선해야 할 점을 찾아서 보고하게 하죠. 또 외부에서 임원을 스카우트하면, 그 임원은 몇달 동안 회사를 대표하는 발표자로 나서게 합니다. 막 회사에 합류한 사람에게 온갖 사업 발표, 보고 등을 다 맡기는 건데, 미쳤다고들 하죠(웃음). 그만큼 적응 속도도 빠릅니다. 극단적이지만 좋은 방법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