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희 대표는 “주부들이 가사에 최소한의 시간만 쓰고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주부 친화형 제품들을 개발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 C영상미디어 한준호>
한경희 대표는 “주부들이 가사에 최소한의 시간만 쓰고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주부 친화형 제품들을 개발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 C영상미디어 한준호>

9월 1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세계여성이사협회(WCD) 한국지부 창립총회가 열렸다. 세계여성이사협회는 기업 조직 내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여성 리더 육성을 목표로 코카콜라·HP·P&G· 월마트 등 세계적 기업의 이사회 여성 임원들이 만든 단체다. 이번에 설립된 한국지부는 손병옥 푸르덴셜생명 회장과 한경희 한경희생활과학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았다.

한경희 대표는 2000년대 초 세상에 없던 스팀청소기를 선보여 주부들에게 폭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주역이다. 한 대표는 그 이후에도 스팀다리미, 죽 제조기, 가위칼 등 주부의 시각에서 잇따라 히트작을 내놓았다. 하지만 현지 기업들의 텃세로 미국 진출이 적잖은 곤욕을 겪는 바람에 최근 매출이 전년보다 떨어지기도 했다.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설립을 주도, 초대 공동대표를 맡았습니다. 설립 배경과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1세대 여성 기업인으로서 한국을 대표해 해외 행사에 초청받는 일이 더러 있습니다. 4년 전쯤 WCD 미국 본부 행사에서 발표하게 됐는데,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도 있는 조직이 한국에 없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손병옥 푸르덴셜 회장과 창립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WCD 한국 지부는 여성 리더가 전무한 국내에 여성 리더 비율을 높이고 육성함으로써, 공기업과 상장 회사 이사회에 여성 이사 비율 30% 이상을 달성하고 이를 통해 보다 높은 경영 성과 달성은 물론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원은 현재 몇명입니까.
“현재 회원은 40명가량입니다. 이분들은 이사회 멤버입니다. 이 중에서 본인이 창립을 하거나 재벌가 2~3세 분들이 20~30% 됩니다. 나머지 분들은 대부분 사외이사입니다. 사실 아무리 큰 회사도 이사회 멤버는 10명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여성 등기 이사가 거의 없습니다.”

외국의 경우는 어떤가요.
“미국 경제 잡지 <포천> 선정 200대 기업 같은 경우는 여성의 이사회 멤버 비율이 43.2%입니다. 그 정도로 여성들이 일정한 비율로 이사회에 포진을 하고 있을 경우에는 그만한 역할을 한다는 거죠. 실적이 좋은 기업일수록 이런 다양성을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이사회는 가장 중요한 중장기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기업이 내릴 때 정점에 있는 조직입니다. 기업의 성과와 직결되는 역할을 합니다.”

여성의 고위직 진출이 보다 활발해져야 한다고 보는 이유는.
“카탈리스트 연구소가 2004년부터 연구해온 자료에 따르면 이사회 여성 이사 비율이 높을수록 기업의 재무 성과가 좋았습니다. <포천> 200대 기업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고요.세계적인 기업은 여성 이사 비율이 최고 30~40%에 달합니다. 여성 이사의 존재는 기업 가치와 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중견 기업의 대표적인 벤처 창업자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여성 기업인으로서 애로 사항이 있었습니까.
“사업 초기 가전 회사의 여성 사장이라는 이유로 오해를 많이 받았습니다. 스팀청소기를 들고 유통업체를 돌았지만 담당자들이 대부분 남자이다 보니 제품 자체를 이해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진공청소기가 있는데 스팀청소기를 누가 사느냐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중소기업 지원프로그램에 지원 신청서를 냈을 때는 ‘남편은 어디 가고 바지 사장이 왔느냐’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스팀청소기는 어떻게 개발했습니까.
“제가 맞벌이 주부였어요. 주말에 대청소를 하다 보면 마루는 물론 목욕탕 청소를 하게 되는데 뜨거운 물로 청소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목욕탕 청소를 하고 나면 완전히 사우나실처럼 수증기가 확 찰 정도로요. 그런데 무릎 꿇고 청소하는 건 정말 세상 여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거잖아요. 무릎 꿇고 청소하는 게 싫어 저도 대걸레로도 청소를 해봤지만 생각만큼 깨끗하게는 잘 안 되더라고요.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플라스틱으로 만든 다리미를 봤어요. 일반적인 다리미는 밑판이 열판이니까 뜨겁잖아요. 플라스틱으로 만든 걸 보면서 ‘저기다가 걸레를 붙이면 무릎 꿇고 청소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깨끗하겠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일반적으로 대걸레는 무릎 꿇고 청소하는 것보다 편한 대신 깨끗하게 닦이지 않는데, 플라스틱 다리미에 걸레를 붙이면 뜨거운 스팀으로 청소하게 되니까 오히려 더 위생적이고 살균이 되겠네’라는 생각이요. 거기에서 착안해서 스팀청소기를 개발하게 됐습니다.”

한경희생활과학은 주요 국제 가전박람회에 참가, 전 세계에 기술력을 알리고 있다. <사진 : 한경희생활과학>
한경희생활과학은 주요 국제 가전박람회에 참가, 전 세계에 기술력을 알리고 있다. <사진 : 한경희생활과학>

현재 한경희생활과학의 해외 사업 비중은 어느 정도입니까.
“해외 매출 비중은 한 20% 정도됩니다. 그동안에 시행착오도 없지 않았습니다. 2007년에 미국 법인을 세워 제품 판매는 이듬해부터 시작했는데, 현지 법인의 텃세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적잖은 손실을 봤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작전을 좀 바꿔서 현지 유통업체들과 제휴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중국을 제외하고는 미국 파트너인 마케팅 업체가 저희 제품을 현지 유통업체에 판매하게 됩니다. 미국 파트너 업체가 미국뿐 아니라 유럽의 판매도 책임지기로 했습니다.”

스팀청소기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생활가전 종류가 10여개에 이릅니다. 다품종화 이유는.
“저희가 바닥 청소를 해결하는 스팀청소기를 처음 내놓았는데, 사실은 다림질도 여자들이 무릎 꿇고 하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두 번째로 한 게 스팀다리미였어요. 서서 1~2분 만에 양복 정장 한 벌을 다릴 수 있는 제품이거든요. 어쨌든 주부들이 가사에는 최소한의 시간을 할애하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더 많게 하는 게 저희 역할이라고 생각해서, 가정에서 필요한 제품들을 많이 개발했습니다.”

스팀과 상관없는 제품들도 많죠.
“죽 제조기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죽 쑤려면 30분간 계속 저어줘야 눌어붙지 않는데, 더운 여름철엔 할 짓이 못 되죠. 그래서 30분 만에 뚝딱 죽을 만들어주는 신제품, ‘건강식 마스터’를 개발했습니다. 그냥 재료만 집어넣으면 안에 붙어 있는 칼날이 알아서 잘라주고, 저어줍니다. 아침 식사 준비로도 딱입니다.
‘침구킬러’는 침대 진드기를 없애는 제품입니다. 우리가 진드기가 많다는 걸 알아도 사실은 침구를 빨아서 너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잖아요. 근데 저희가 즉석에서 진드기를 죽일 수 있는, 100도가 넘는 열판을 장착한 제품을 내놓았습니다.”

최근에 나온 신제품 가위칼은 어떤 제품입니까.
“가위칼은 도마 없이 요리가 가능한 신개념 조리 도구입니다. 사용할 때마다 칼자국이 생기는 도마는 위생적이지 못해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는 주부 입장에서는 골칫거리입니다. 김치를 도마에 놓고 자르면 김칫국물이 도마를 뒤덮기도 하죠. 도마가 필요 없는 저희 가위칼은 음식 재료를 그냥 뚝뚝 잘라서 넣으면 됩니다.
위생적이고 조리 시간을 줄일 수 있어 주부는 물론 1인 가구로부터도 인기입니다. 이 제품은 딱딱한 것은 물론 두부 같은 부드러운 것도 칼로 썰듯이 자를 수 있는 발명품입니다. 전 세계 주방의 역사를 바꿔 놓을 것으로 기대를 걸고 있는 신제품입니다. 스팀청소기와 스팀다리미 등 여성들의 불편을 해결한 ‘창조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기업 이미지를 잇는 제품으로 평가받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앞으로 만들고 싶은 제품이나 서비스는.
“다이어트하거나 당뇨 같은 지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맞춤식 식이요법 배달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이어트한다고 샐러드나 닭가슴살 많이 먹잖아요. 그런데 실제로는 평소 자기가 먹던 걸 먹으면서 다이어트해야 요요현상이 안 생겨요. 풀만 먹는 다이어트는 절대 성공할 수 없어요. 살 뺀 뒤 음식을 먹으면서 다시 살이 찝니다. 당뇨가 있는 사람들의 경우 현미밥을 먹잖아요. 근데 현미밥은 맛이 없습니다. 저는 정말 맛있는 잡곡밥을 만들 수 있어요. 그래서 당뇨가 있는 사람, 고혈압이 있는 사람 아니면 살을 빼거나 찌워야 하는 사람, 본인이 원하는 음식으로 매 끼니를 배달해주는 그런 식이요법, 다이어트 서비스를 하려고 합니다.”

벤처 창업을 꿈꾸는 후배 여성들에게 주는 조언이 있다면.
“절대 포기하지 말고, 충분히 조사하고, 반드시 자기가 하고자 하는 분야의 영업이나 유통 쪽에서 2년 이상 일한 후에 창업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영업을 모르고 사업하는 것은 너무나 무모한 것 같아요. 저는 기술도 모르고 영업도 모르는 상황에서 시작했잖아요. 정말 ‘로켓도 쏘아올리는 세상인데 이까짓 청소기쯤이야’ 하고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5년 이상 힘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유통이 중요한 거 같아요. 유통이나 영업에 대한 이해가 있고, 본인이 그런 유통 네트워크가 있는 상황에서 사업을 하면 아무래도 유리하겠죠.”


▒ 한경희
이화여대 불문학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근무,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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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현상 다이어트하는 사람이 처음엔 성공적으로 체중 감량에 성공하지만, 그 이후 다시 체중이 증가해 원래 몸무게로 돌아가는 현상을 말한다. 요요가 위아래로 계속 왔다 갔다 하는 것에서 유래한 단어다.

Plus Point

신제품 가위칼, 스팀청소기 신화 이어갈까

한경희생활과학의 신제품 가위칼은 주부들이 도마 세척을 번거롭게 여기고 싫어한다는 점에 착안해 도마 없이 요리가 가능한 제품으로 개발됐다. <사진 : 한경희생활과학>
한경희생활과학의 신제품 가위칼은 주부들이 도마 세척을 번거롭게 여기고 싫어한다는 점에 착안해 도마 없이 요리가 가능한 제품으로 개발됐다. <사진 : 한경희생활과학>

한경희생활과학이 내놓은 신개념 조리도구 ‘한경희 가위칼’은 10년 이상 연구개발 끝에 탄생한 제품이다. 최근 리뉴얼된 한경희 가위칼은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 디자인과 기능을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이전보다 가볍고 슬림해진 외형에 인체공학적인 설계가 더해져 작은 힘으로도 사용이 가능해 손목에 부담이 적다.

한편, 한경희 가위칼은 각종 식재료를 원하는 용도에 맞춰 칼로 자르듯이 간편하게 손질이 가능한 신개념 조리도구다. 칼·도마 등 별도의 도구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므로 주부들이 요리할 때 가장 번거롭고 귀찮아하는 도마 세척이나, 변기보다 세균이 많다는 도마 위생 걱정도 덜 수 있다.

한경희 대표는 주부들이 도마 세척을 번거롭게 여기고 싫어한다는 점에 착안해 도마 없이 요리가 가능한 가위칼 개발을 시작하게 됐다. 스팀청소기로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 한경희 대표가 회사 일과 가사 일을 병행하던 중 주방 일 중에서도 도마 씻는 번거로움을 느끼게 된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번거로움을 없애고 세균 걱정 없는 주방을 만들까 고민하던 중 가위와 도마를 결합해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기존에 칼과 도마를 따로 사용하던 것을 칼에 도마를 결합해 가위 형태의 조리도구를 만들어보자고 해서 연구개발을 시작한 것이다.

아이디어는 십년 전 냈지만 제품이 개발돼 선보이기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시중에 파는 식재료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단단한 호박부터 무른 두부까지 모두 잘 자를 수 있는 가위칼을 개발해야 했기 때문이다. 도마를 어떤 재질로 쓸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많았고 기존 플라스틱, 나무 도마부터 여러 재질들을 결합해봤다. 시중에 파는 다양한 식재료들을 구입해 가위칼로 잘라보는 등 한경희생활과학 연구원들이 똘똘 뭉쳐 야채부터 고기까지 총망라한 식재료를 구입해서 수만번의 테스트를 진행했다.

결국 스테인리스 소재의 현재 가위칼이 탄생했다. 가위칼은 무엇보다 각도가 중요하다. ‘도마 가위칼’은 한쪽 칼날에 도마 형태의 받침대가 붙어 있어 양파·당근·무·우엉 등의 딱딱한 재료와 두부·묵 등의 부드러운 재료까지 어떤 종류의 재료도 도마 없이 얇고 깔끔하게 절단할 수 있다. ‘고기 김치 가위칼’은 뛰어난 내구성과 함께 칼날에 미세 톱날이 적용되고 날의 절곡이 고기 절단에 최적화하도록 설계돼 생고기, 익힌 고기, 오도독뼈 등을 밀림 없이 손쉽게 자를 수 있다. 포기김치도 밀리지 않고 원형태를 유지한 채 절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