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기 대표는 “건물 냉방을 위한 스프링쿨 장치 하나로 겨울철 자동제설도 추가 부담없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진 : C영상미디어 양수열>
김근기 대표는 “건물 냉방을 위한 스프링쿨 장치 하나로 겨울철 자동제설도 추가 부담없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진 : C영상미디어 양수열>

지난 2014년 2월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에서 폭설로 지붕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 신입생 환영회에 참석했던 대학생 11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한꺼번에 많이 내린 눈의 무게를 지붕이 견디지 못해 붕괴되는 바람에 빚어진 대형 참사였다. 다행히 그 이후에는 아직 폭설로 인한 대형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겨울철만 되면 언제 어디서 그와 같은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제 대형 사업장에선 마우나오션리조트 같은 폭설 참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냉방 전문업체인 월드비텍이 국내 최초로 자동제설 장치를 개발, 2015년부터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비롯해 대형 사업장 지붕에 냉방을 겸한 자동제설 설비를 시공하고 있다.

월드비텍이 개발한 자동제설 기술은 폭설로 지붕에 눈이 많이 쌓이더라도 인공지능 제어기술로 일정 수준 이상의 눈이 쌓이는 것을 스스로 감지해, 액상 제설제를 분사해 눈을 녹이는 기술이다.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 있는 월드비텍 본사에서 김근기 대표를 만나 자동제설장비 기술을 자세히 알아봤다. 1995년 창업한 월드비텍은 친환경 공장냉방 기술로 국내외 200여개 기업의 공장, 건물을 냉방시공했다.


월드비텍 직원들이 건물 지붕에서 스프링쿨 장치를 설치하고 있다. <사진 : 월드비텍>
월드비텍 직원들이 건물 지붕에서 스프링쿨 장치를 설치하고 있다. <사진 : 월드비텍>
월드비텍의 특허기술인 냉각장치 스프링쿨 시스템을 설명해 주십시오.
월드비텍의 특허기술인 냉각장치 스프링쿨 시스템을 설명해 주십시오.

“햇볕으로 달궈진 건물 지붕에 물을 뿌려 실내 온도를 낮추는 겁니다. 몸이 더워지면 땀이 저절로 나와 체온을 낮추는 것과 같은 원리죠. 여름철 극소량의 물을 건물 표면에서 증발시켜 건물을 냉각시키는 이 기술은 실내 온도를 평균 3~5도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 정도 실내 온도를 낮추려면 필요한 에어컨 에너지 소모량의 10분의 1도 쓰지 않으니 에너지 효율 면에서도 딱이죠.”

대형 사업장에 월드비텍의 냉각장치가 많이 설치됐나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경우 2003년부터 대부분의 공장에 저희 장비가 시공돼 있습니다. 만약에 스프링쿨 대신 에어컨을 설치, 가동한다면 초기 설치비와 유지비(전기료)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아마 모르긴 해도 초기 투자비(에어컨 구입비)만 1700억~2000억원 정도는 들어갔을 것이고, 매달 전기료만 수십억원 들었을 겁니다. 그런데 현대차가 저희 스프링쿨 시스템을 설치하는 데 들인 총비용은 500억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전기요금이라고 해봤자 스프링쿨 시스템 가동에 필요한 전기펌프 정도니 전기요금 부담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에너지절약 효과가 큰 월드비텍의 냉각장치 설치비용은 정부에서 융자도 해준다. 에너지공단이 지원하는 에너지이용합리화자금을 이용, 냉각장치 설치비용의 100%를 융자받을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에어컨 설치가 필요 없게 됨에 따른 에너지 절약으로 투자비 전액을 3년 정도면 회수할 수 있다는 게 월드비텍 측의 설명이다. 월드비텍의 스프링쿨 시스템은 작년부터 보급에 가속도가 붙었다. 여름철에는 건물 냉방을 책임지고 겨울철에는 자동제설까지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여름에 바깥기온을 인지, 자동으로 물을 뿌려주듯이 겨울에는 지붕의 적설량을 인공제어시스템이 감지, 물 대신 액상 제설제를 분사하는 구조다.

제설장비가 적설량을 어떻게 스스로 측정합니까.
“저희 제설장비에 부착된 강설량 센서는 두 가지 기술이 적용됩니다. 우선 눈의 무게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방법과 눈의 높이를 실측하는 기술입니다. 우리 회사는 두 가지 기술을 이미 다 확보했고, 감지방법과 관련된 기술을 추가로 특허 출원 중입니다.”

제설액을 위에서 흐르도록 하는 것과 뿌리는 것과의 차이는 어느 정도입니까.
“제설액은 도로공사와 지방자치단체에서 겨울철 도로안전을 위해 곳곳에 분사장치를 설치해 뿌리고 있습니다. 이때 뿌려진 제설액은 도로 표면에서 눈을 녹이고 차량의 바퀴에 묻어 퍼지면서 더 많은 제설기능을 발휘합니다. 그러나 똑같은 장비를 건물의 지붕에 설치해, 제설액을 뿌리면 눈이 완전히 녹지 않습니다. 공장 지붕은 기울기가 있어 제설액이 눈보다 무거워 눈 밑으로 흘러들어 제설액이 직접 닿지 않은 눈은 녹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흘리기 위주’의 제설액 분사 방식은 기울기가 있는 지붕에서는 큰 효과가 없고, 지붕 곳곳에 설치된 분사기를 통해 골고루 뿌려줘야 지붕에 쌓인 눈을 효과적으로 녹일 수 있습니다.”

냉각장치 설치 외에 제설장비를 추가로 설치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지 않습니까.
“스프링쿨 시스템만 설치하면 여름, 겨울 모두 해결이 됩니다. 여름철에는 지붕 온도가 일정 이상 오르면 물을 자동으로 분사하고, 겨울철에는 지붕에 쌓이는 눈의 분량을 자동으로 감지, 물 대신 제설액을 뿌려줍니다. 그래서 냉각장치를 설치하면 추가 설비투자 없이 눈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1+1(냉각 설치 비용만 들이면 냉각, 제설 두 가지 기능을 겸비)’ 설비인 셈입니다.”

월드비텍은 그러나 2007년부터 2015년 중반까지 매출을 늘리지 못하고 정체상태에 머물렀다. 사업장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기업사냥꾼의 표적이 돼 통째로 회사 경영권을 빼앗길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거의 10년에 걸친 법적 공방 끝에 가까스로 지난해부터 정상화의 길을 찾아가고 있다.

회사의 내년 상황을 어떻게 전망합니까.
“작년부터 자동제설장비 기술을 겸비한 스프링쿨 시스템 보급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내년에는 올해 매출(70억원)의 세 배가량 실적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화석연료 사용억제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게 화두인 만큼 에너지 절감 효과가 뛰어난 스프링쿨 시스템은 지속 가능한 지구보존의 중요한 대안으로 해외에서도 각광받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김근기
숭실대 불문과, 한국외대 국제경영대학원 석사, 한신무역 해외사업부장, 월드비텍 대표(1995년~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