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덴트 회장은 “인구 감소에 따른 소비절벽 문제를 해결하려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가 재정을 지원해 인프라 사업을 벌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사진 : 조선일보 DB>
해리 덴트 회장은 “인구 감소에 따른 소비절벽 문제를 해결하려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가 재정을 지원해 인프라 사업을 벌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사진 : 조선일보 DB>

장기간 내수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둔화로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외 상황이 녹록지 않다. 게다가 한국은 당장 올해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하기 시작해 ‘인구 절벽’이 눈앞에 닥쳤다. 미국 경제예측연구소 HS덴트의 해리 덴트 회장은 ‘이코노미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인구가 감소하며 한국 경제는 장기 침체에 빠진 일본 경제와 비슷한 상황을 경험할 것”이라며 “2017년 중국 주택 버블(거품)이 붕괴하면 한국 경제는 아주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덴트 회장은 해법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생산적인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인프라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한국의 막대한 가계부채는 경제에 나쁜 신호”라며 “정부는 가계가 부채에 의존해 소비하는 것을 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덴트 회장은 1980년대 말 일본 경기 침체를 예언하고, 1990년대 초 미국 다우존스 지수가 3000 수준일 때 지수가 1만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전망이 모두 적중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최근에는 인구 절벽에 따른 세계 불황을 우려하고 있다. 그는 “인구 감소가 시작되며 소비하고 노동력을 제공할 경제 주체가 줄어들고, 이에 따라 세계 경제가 2018년 불황을 경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리 덴트 회장은 “세계적으로 출산율이 낮아지면 소비가 감소하고 노동 공급에 차질을 빚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커진다”라고 우려했다. <사진 : 블룸버그>
해리 덴트 회장은 “세계적으로 출산율이 낮아지면 소비가 감소하고 노동 공급에 차질을 빚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커진다”라고 우려했다. <사진 : 블룸버그>

저출산·고령화로 한국은 빠른 속도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한국 가계의 소비가 정점에 달하는 시기는 가장의 나이가 47세일 때다. 그런데 생애 연령 중 소비가 가장 많이 이뤄지는 47세 인구가 감소하면서 2018년부터 한국 경제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빠르게 도시화가 이뤄졌고 베이비붐 세대가 빠르게 후퇴하며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 가격과 주식 지수가 급락하는 등 일본에서 일어난 모든 일이 한국에서도 일어날 것이다.”

한국 정부는 출산 장려금을 중심으로 저출산 정책을 내놓고 있다.
“대부분 국가가 시행한 출산장려금은 출산율을 높이는 데 효과가 없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비용이 언제나 장려금보다 훨씬 더 높아 인센티브를 줘도 사람들이 출산을 선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 한 명을 낳는다고 정부가 1만달러의 세제 혜택을 주는 경우, 매우 파격적인 지원으로 보이지만, 아이를 낳아 기르는 데 실제로 25만달러가 든다고 하면 이 정도 인센티브로는 출산을 장려하기에 부족하다. 프랑스와 스웨덴 사례에서 보듯 저출산에 가장 효과적인 프로그램은 정부가 보육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보육 비용을 지원하면 엄마가 계속 일할 수 있고 아이를 돌보는 비용도 줄일 수 있다. 남편이 집안일을 하거나 보육에 참여할 경우 혜택을 주는 것도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는 이런 정책을 잘 쓰지 않는 것 같다.”

고령 사회에서는 소비 절벽 문제가 심각하다. 고령화에 따른 소비 급감을 완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단기 인센티브를 부여해 소비를 확대하려는 것만큼 부질없는 정책은 없다. 단순히 미래 소비를 끌어와 지금 소비 지표를 좋게 하는 착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고령화에 따른 소비 감소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먼저 가계가 은퇴 이후에 대비해 소득과 자산을 안전하게 투자하도록 해야 한다. 또 정부가 인프라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국채 이자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이는 복지 정책은 아니지만 미래를 위한 좋은 투자다.”

한국 가계부채가 1300조원을 넘었다. 한국 경제의 가장 취약한 고리로 꼽힌다.
“막대한 가계부채 규모와 빠른 부채 증가 속도는 경제에 좋은 신호가 아니다. 많은 가계부채는 부동산 가격을 높이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정부는 부채에 의존한 소비를 억제해야 한다. 특히 부동산을 구매할 때 부채를 많이 활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국 가계 자산 중 대부분이 부동산이다. 그래서 한국 정부는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할 때 부동산 가격을 일정 수준에서 부양하는 정책을 사용한다.
“인구가 감소하고 세계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에서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주택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는 수단이 없다. 단지 희망사항일 뿐이다. 일본의 경우를 보자. 주택 시장이 비이성적으로 끓어오르더니 결국 주택 가격이 67% 하락했고 25년 동안 그 충격이 지속되고 있다. 중국 역시 주택 공급이 과잉인 상황에서 높은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 중국은 현대 역사에서 가장 큰 주택 시장 붕괴를 경험할 것이고 동아시아 지역 국가들은 이 충격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다.”

한국 정부는 또 가계부채에 대한 대응으로 가계소득을 높이는 정책을 발표했다. 다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다.
“정부가 직접 가계소득을 지원하는 방안은 효과가 없을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인프라에 재정을 투자해 가계에 생산적인 일자리를 찾아주는 것이다. 정부는 일자리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우선순위에 놓고 추진해야 한다.”

한국은행은 최근까지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그런데 미국이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중앙은행에 조언하고 싶은 것은 기준금리에 사로잡혀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 사례를 보면 저금리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 합리적인 재정 정책이 더 좋은 해결책이다.”

미국 금리 인상이 시작된 상황에서 한국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큰 위기 요인은 무엇인가.
“많은 국가가 제로 금리에서 벗어나면서 장기 금리가 반등하는 추세가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 형성됐던 버블이 터지는 방아쇠가 될 것이다. 이는 한국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한국이 가장 우려해야 할 것은 중국 부동산 시장 버블이 붕괴하는 것이다. 2015년 중국 주식시장이 크게 고꾸라진 것처럼 올해 중국 부동산  시장이 붕괴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심해야 한다.”


▒ 해리 덴트(Harry Dent)
하버드 경영학 석사, 베인앤드컴퍼니 전략 컨설턴트, 저서 ‘2018 인구 절벽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