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을문 회장은 “직원들이 긍정 에너지를 발산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하루 두번 웃음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며 “창조경제의 토대도 웃음경영”이라고 말했다. <사진 : C영상미디어 김종연>
황을문 회장은 “직원들이 긍정 에너지를 발산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하루 두번 웃음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며 “창조경제의 토대도 웃음경영”이라고 말했다. <사진 : C영상미디어 김종연>

오전, 오후 하루 두 차례 매일 전 임직원이 회사 복도에 모여 ‘웃음페스티벌’을 갖는 회사가 있다. 전 직원이 웃음트레이너 자격증을 가진 특이한 회사, 경기도 판교에 있는 서린바이오사이언스를 찾아갔다. 오후 4시 반, 직원들이 층별로 복도에 모여 ‘웃음페스티벌’을 열고 있었다. 이날 페스티벌을 주도한 여직원이 ‘건강 웃음 3원칙’을 크게 외치자 다른 직원들도 웃으며 따라 외쳤다. “첫째, 크게 웃는다. 크게 웃으면 자신감이 생긴다. 둘째, 길게 웃는다. 길게 웃으면 심폐기능이 좋아지고, 신체가 활성화된다. 셋째, 배와 온몸으로 웃는다. 배와 온몸으로 웃으면 다이어트에 효과가 좋고 오장육부가 튼튼해진다.” 1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오후의 나른함을 떨쳐버리기에는 모자람이 없었다.

1984년 설립한 서린바이오사이언스는 바이오 인프라 전문 기업으로 바이오 의약품, 바이오 신약, 기초과학, 진단 등 바이오 관련 연구개발 및 생산 등에 사용되는 시약, 기기, 기자재, 생산 원재료 및 서비스 등의 토털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쉽게 말해, 바이오 연구개발 관련 의약품과 장비를 해외에서 수입, 국내에 유통하는 회사다. 서린바이오사이언스는 수입 비중이 높은 바이오장비의 국산화 비중을 높이기 위해 동탄에 서린글로벌센터 건립을 앞두고 있다.

서린바이오사이언스는 웃음경영, 칭찬경영 등 독특한 기업문화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설립자 황을문 회장은 “지금의 신입사원들은 외형을 보고 회사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기업문화를 보고 회사를 결정한다”며 “기업문화는 임직원들이 일하는 방식을 결정할 정도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2001년 2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주관하는 ‘자랑스러운 중소기업인’에 선정됐으며 2013년 6월부터 2015년 6월까지 자중회(자랑스러운 중소기업인협의회) 회장을 지냈다.

서린바이오사이언스 직원들이 오후 4시 반 사무실 복도에 모여 웃음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사진 : C영상미디어 김종연>
서린바이오사이언스 직원들이 오후 4시 반 사무실 복도에 모여 웃음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사진 : C영상미디어 김종연>


서린바이오사이언스는 어떤 회사인가.
“바이오 연구 및 생산에 필요한 연구 장비, 생산 설비, 원료, 시약, 소모품을 공급하는 토털솔루션 제공 회사(Total Solutions Provider)다. 예를 들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시밀러(biosimilar·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연구에는 발효(Fermentation) 장비와 수십여 가지 원료가 들어가는데 거기에 서린바이오사이언스의 원료도 들어가며, 바이오백신을 생산하는 생산 설비도 세팅하고 있다. 최근 NGS(Next Generation Sequencing·차세대 염기서열) 유전체 분석 사업을 하는 회사들에도 우리 장비나 분석 칩 등의 제품이 공급되고 있다.”

서린바이오사이언스가 강조하는 마음경영은 어떤 의미인가.
“서린바이오의 경영철학은 그 사람의 마음가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기반으로 한 ‘사람의 마음을 경영합니다’라는 마음경영에서부터 출발한다. 마음경영의 출발은 ‘보이는 세상이 문제가 아니라, 보는 내가 문제’라는 것이다. 요즘 경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반대로 잘되는 기업들도 있지 않은가. 결국 ‘경기가 어렵다’고 보는 내가 문제이지, ‘시장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라고 접근하는 것이 서린바이오사이언스 마음경영의 출발점이다. ‘보이는 세상이 문제가 아니라, 보는 내가 문제’이기 때문에 나를 바꿔야 한다는 거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우리는 바꿀 수 없는 주변 환경을 바꾸려고 한다. 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경영이 어렵다고 하는 것은 그동안 해왔던 방식대로 하지 말라는 것 아닌가. 이게 답이 아니라는 뜻이다. 경영방식, 일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고 과거에 했던 방법으로 더 열심히 하려고 하니까 더 열심히 실패하게 되는 것이다. ‘세상이 아닌 나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곧 마음경영이다.”

서린바이오사이언스는 독특한 기업문화로 유명하다.
“지금은 ‘회사 선택 시대’가 아닌 ‘회사문화 선택 시대’로 진입했다고 본다. 요즘 대학생들은 집에서 공부 안 하고, 스타벅스에 가서 공부한다. 이것이 문화다. 기업의 문화는 기업에서 근무하는 임직원들이 일하는 방식을 결정한다. 긍정적으로 일하는 기업문화인가? 부정적으로 일하는 기업문화인가? 시켜서 일하는 문화인가? 자발적으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일하는 문화인가?
이처럼 문화는 그 기업의 일하는 방식을 결정짓기 때문에 기업문화는 매우 중요한 시기에 와있다고 본다.”

서린바이오만의 독특한 기업문화로는 독서경영, 웃음경영, 칭찬경영, 학습조직문화 등을 들 수 있다. 우선, 독서경영을 보자. 서린바이오사이언스의 독서문화는 책을 물 마시듯 읽으면서 자기계발과 업무역량을 확장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회사의 직원 70%는 자연과학(이과) 전공이다. 그래서 인문학적인 소양을 키우기 위해 1995년부터 독서경영을 시작했다. 그렇다고 직원들에게 독후감을 쓰게 하지는 않는다. ‘책 읽으면서 스트레스를 주지는 말자’는 생각으로 책 읽으면서 감동받은 부분에 밑줄 친 것을 옮겨 적는 ‘독서 발췌 일기’를 쓰게 한다. 이렇게 작성한 독서 발췌록이 지식경영시스템(인트라넷)에 2만여권 기록돼 있다. “책 한 권을 읽었다는 것은 작가가 40년을 살았다면 작가의 40년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받는다는 것이므로 엄청난 혜택인 만큼 우리가 책 읽기를 소홀히 한다는 것은 자기계발을 소홀히 하는 것이고, 자기경쟁력을 소홀히 하는 것”이라는 게 황 회장의 독서경영 지론이다.

올해 4월 완공 예정인 서린 글로벌센터 조감도. <사진 : 서린바이오사이언스>
올해 4월 완공 예정인 서린 글로벌센터 조감도. <사진 : 서린바이오사이언스>
매일 두 차례씩 직원들이 한데 모여 웃음페스티벌을 하는 이유는.
매일 두 차례씩 직원들이 한데 모여 웃음페스티벌을 하는 이유는.

“웃음이라는 것은 열린 마음의 상징이다. 열린 사고의 의미라고도 할 수 있다. 요즘 다소 시들해졌지만 창조 경제라는 것도 별것이 아니다. 창조적 기업이 성과를 꽃피워 내는 것이다. 창조적 기업은 곧 창조적 임직원이 발휘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창조적 임직원이 어떻게 창조성을 발휘하나? 다른 것 없다. 바로 즐겁게 일하는 것이다. 즉, 창조성은 즐거운 곳에서, 신나는 곳에서 나오는 것이다. 임직원들이 신나지 않은데 어떻게 창조성이 나오겠는가.
우리는 웃음경영 외에도 서로의 장점을 찾은 뒤 칭찬하는 문화도 있다. 매주 월요일 조회시간에 칭찬릴레이를 하고 있는데, 상대방의 장점을 발견하고 공유하여 공감과 소통문화를 가꾸어 가고 있다.”

올해 4월 예정인 동탄 서린글로벌센터의 완공 의미는?
“서린바이오는 그동안 상품 매출이 주를 이뤘다. 사실, 그게 대부분 수입이라 자랑하기는 좀 그렇다. 바이오장비의 국산화율이 30%인데, 나머지 70%가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서린바이오가 2005년에 코스닥 상장을 한 이유는 이 70%(수입의존도)를 낮추고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상장 때 들어온 120억원을 한 푼도 안 쓰고 서린글로벌센터에 다 투입했다.
그래서 앞으로 이곳을 서린바이오의 자체 제품 생산 라인 및 연구소, 물류센터와 자회사인 서린메디케어의 피부미용 에스테틱 기술 개발 및 제조 생산 공장 등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즉, 제조·R&D·물류 글로벌 전진기지로 키우겠다.
여기에 스타트업 캠퍼스 개념의 비즈니스 모델(바이오벤처 인큐베이팅)도 접목해 나갈 생각이다.”

‘미래의 먹거리’바이오산업의 전망은.
“대한민국이 가야 할 방향의 첫 번째가 바이오라고 본다. 왜냐하면 성장과 복지를 동시에 가져갈 수 있는 유일한 축이 바이오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신약, 질병 진단, 생명 연장에 기여하는 복지. 이것을 해결하는 것은 바이오밖에 없다. 21세기에는 바이오가 중심이 돼 IT, 인공지능 등이 융합해 나갈 것이며 인류의 생명 연장과 삶의 질에 우선순위로 기여하는 산업 분야 역시 바이오라고 생각한다.”

사무실 곳곳에 100년 달력을 걸어두었다.
“기업이 100년 기업으로 간다는 것은 기업을 경영하는 CEO로서 당연한 비전이다. ‘100년 기업’으로 지속경영을 한다는 것은 임직원들도 오랜 기간 근무가 가능하다는 것이기 때문에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다.
100년 기업은 기술이 있다고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창업주의 비전, 경영 철학, 가치관, 문화가 제시돼 있어야 하며, 이 방향성을 새로운 리더들이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서린바이오사이언스 임직원은 서린바이오에서 정년퇴임 한 이후에 일할 수 있는 솔루션을 구상 중에 있고 그 출발을 서린글로벌센터에서 하나씩 제도화, 시스템화할 것이다.”

2013년부터 서울대 바이오 아트 콘테스트를 개최, 바이오 대중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서울대 약대 김성훈 교수와 얘기를 나누다 일반인에게 바이오를 쉽게 알릴 방법으로 ‘바이오 아트 콘테스트’를 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바이오와 예술과의 만남을 통해 ‘생명’의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이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형상화해 전 세계 대중들과 함께 공유하고 즐기는 과학 이벤트를 구상한 것이다. 바이오 연구자를 포함한 일반 대중을 상대로 그림, 사진, 현미경 사진, 동영상 등을 공모받아 선발하는 행사인데, 서린이 자금을 지원하고 서울대 의약바이오컨버전스연구단(바이오콘)에서 기획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4회째인 작년엔 600점이 접수돼 성공적으로 개최됐으며 해외에서도 호응이 좋다.”

새해 서린바이오사이언스의 포부는.
“2017년 서린의 경영 슬로건은 ‘신뢰경영’이다. 우리 사회에 자꾸 문제가 생기는 것이 신뢰가 깨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서린의 신뢰경영은 ‘내가 나 자신을 신뢰해야 남을 신뢰할 수 있다, 자기가 자신을 사랑하고 신뢰할 때만이 남을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나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과 같은 뜻 아니겠는가.
내가 나를 신뢰한다는 것은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전문성을 갖춰야 하고 책임감, 사명감을 가지고 성과를 낼 때 내가 신뢰가 되고, 우리 팀원들이 신뢰가 되고, 부서가 신뢰가 되고, 회사를 신뢰하고, 회사에서 하는 일을 신뢰하게 된다는 것이다.”

서린은 일에 대한 개념도 독특하다고 들었다.
“우리 회사는 일에 대한 개념이 독특하다. 서린은 일과 삶과 내가 하나라는 개념을 정립한 회사다. 일은 노동이니까 월급받고 일하고 시키는 일만 하는 힘든 것, 이런 개념이 아니고 모든 움직임이 일이고, 삶이고, 곧 그 자체가 ‘나’라고 보는 것이다. 내가 존재하지 않으면 이 세상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내가 일을 한다는 것은 내 삶을 작품화하고, 내 욕망을 꽃피우는 것이다.
직원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엑스트라처럼 일하지 마라. 그럼 평생 엑스트라처럼 된다’고. 왜 배우 최수종씨가 왕 역할을 많이 하는 줄 아나. 나이가 많은데도 청년처럼 말을 타다 다치는 것도 무릅쓰면서 혼신의 노력을 다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엑스트라처럼 일하면서, 주연배우 역할을 왜 안 주느냐고 하는 것이 사회적 문제다.”


▒ 황을문
1984년 서린바이오사이언스 설립,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 고려대 생명공학원지원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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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린바이오사이언스 1984년에 설립한 서린바이오사이언스는 바이오 인프라 전문 기업으로 바이오 의약품, 바이오 신약, 기초과학, 진단 등 바이오 관련 연구개발 및 생산 등에 사용되는 시약, 기기, 기자재, 생산 원재료 및 서비스 등의 토털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또한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메디컬 에스테틱 피부미용 의료기기 개발 및 제조 분야, 기능성 발효화장품을 개발하고 제조하는 코스메틱 전문 분야 등 안티에이징 사업 분야에도 진출해 향후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의 초우량 글로벌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Plus Point

400회 넘긴 서린리더십 강좌

서린바이오사이언스 직원들이 리더십 강좌를 듣고 있다. <사진 : 서린바이오사이언스>
서린바이오사이언스 직원들이 리더십 강좌를 듣고 있다. <사진 : 서린바이오사이언스>

서린바이오사이언스의 독특한 기업문화 중 하나가 학습조직문화다. 이 회사는 학습조직문화 중 하나로 미래의 회사 리더인 임직원에게 업무의 전문성과 역량을 키워주기 위해 2008년부터 ‘서린 리더십 강좌’를 열고 있다.

서린이 글로벌 중견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리더들의 핵심역량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 CEO, 임원들과 외부 저명인사들의 노하우를 임직원들에게 전달함으로써 리더를 육성하고자 시작됐다. 400회를 훌쩍 넘긴 만큼 외부 초빙강사도 다양하다. 포스텍 생명공학부 최관용 교수, 서울대 바이오콘 김성훈 단장, 코글로닷컴 이금룡 회장, 인간개발연구원 양병무 원장, 정운천 국회의원(전 농림수산식품부장관), 한국바이오협회 배은희 회장, 서울대 생명과학부 노정혜 교수, 연세대 생명과학부 권영근 교수, 아미코젠 신용철 대표, 한양대 교육공학과 유영만 교수, 이대의대 차세대맞춤의료사업단 김형래단장, 서울아산병원 김상엽 교수, 더퍼포먼스 류랑도 대표, 씨젠 김종기 연구소장, 국립암센터 김수열 박사, 한국카네기 최염순 소장 등. 서린은 리더십 강좌를 미국 GE의 리더십개발센터인 ‘크로턴빌’처럼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결국 사람을 육성하고 이들이 좋은 일을 함으로써 좋은 회사(Good People, Good Work, Good Company)를 만든다는 게 서린의 경영이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