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달러다트머스대 중국어 및 정치학 졸업, 뉴욕대 경제학 박사, 월드뱅크 중국·몽골 국가 디렉터, 미국 재무부 경제·금융 특사
데이비드 달러
다트머스대 중국어 및 정치학 졸업, 뉴욕대 경제학 박사, 월드뱅크 중국·몽골 국가 디렉터, 미국 재무부 경제·금융 특사

“중국은 가치 사슬에서 제외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노력은 실패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에 한국도 반중(反中) 동맹을 맺는 데 주의해야 한다.”

미국의 대표적 중국 경제 전문가 데이비드 달러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코노미조선’과 이메일 인터뷰에서 미국 주도 탈(脫)중국 시도에 회의감을 표시했다.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반중 경제동맹 ‘경제번영네트워크(EPN)’ 구상을 전면 비판한 것이다. 달러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신중론을 펼치지 않으면 미래에 비용을 치를 수도 있다”는 의견을 인터뷰 내내 견지했다.

달러 선임연구원은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월드뱅크를 두루 거친 글로벌 경제 전문가다. 그는 20년간의 월드뱅크 재직 시절 한국,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경제를 연구했다. 특히 2004년부터 2009년까지 베이징에 머물면서 중국 프로젝트를 집중적으로 담당했다. 이후 버락 오바마 집권 시기였던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주중 미국 대사관에서 미국 재무부 경제·금융 특사를 맡으면서 미국과 중국 간 거시경제 정책 대화를 주도했다.

그의 단호한 태도는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불신에서 나온다. 미·중 무역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온 그는 중국에 공장을 둔 미국과 우방국이 펼치는 리쇼어링(reshoring·해외 생산 기지 국내 유턴) 정책이 비효율을 초래한다고 본다. 달러 선임연구원은 “한국 정부의 최상의 전략은 개방 경제를 유지하고 기업들이 세계 경제에 연동되도록 장려하는 것”이라면서 “개방성을 유지한 국가들은 보호무역주의를 따른 곳에 비해 미래에 어떤 형태로든 보상받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조언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공급망의 한계가 드러났다. 현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는가.
“코로나19와 미·중 무역전쟁으로 기업들이 현재 공급망이 안전한지 고민하고 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확답을 하기엔 아직 이르다. 글로벌 생산의 기본적인 효율성은 매우 강력하고 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많은 변화가 있을지 의문이 든다.”

어떤 의미인가.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리란 관측에 회의적이다. 많은 기업이 내수 시장을 공략해 중국에 생산 기지를 두는데, 이를 중국 밖으로 이전하자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중국 내수 시장 규모 확대로) 기업들은 중국으로 생산 기지를 더 옮길 수도 있다.”

중국 내 인건비 증가로 중국 대신 동남아에 생산라인이 증설되는 추세 아닌가.
“수출용 노동집약적 조립 라인이 베트남 등 저임금 국가로 이전되고 있는 것은 맞다. 대신 중국 생산 기지는 중기술 산업에 집중한다. 중국이 미국에 가장 많이 수출하는 품목은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폰, 카메라와 같은 전자제품이다. 과거엔 중국이 완제품에 기여하는 부가가치가 매우 적었지만, 이제는 50% 이상의 부가가치가 중국에서 더해지고 있다. 중국에서 반도체나 기계 부품을 생산하면 베트남에서 이를 수입해 완제품을 최종 조립하는 식이다.”

공급망에 변화가 없으리라는 의미인가.
“물론 변화는 있다. 주요 변화는 세 가지다. 우선 기업들은 코로나19로 공급망에서 충분한 재고(在庫)와 회복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기업들은 앞으로 추가 재고를 쌓아두고 구조조정을 할 것이다. 두 번째로 대부분의 노동집약적 산업은 중국에서 동남아로 이전한다. 마지막으로, 고도의 전략적 물품 생산 기지 일부는 미국으로 ‘유턴’할 것이다. 하지만 이 리쇼어링이 미국의 제조업 생산 비율 감소 추세를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한다. 중국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세계의 공장으로 남을 것이다.”

미국이 리쇼어링 정책에 이전보다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리쇼어링에 대한 논의는 대화에 그쳤을 뿐, 아무런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이 관세를 높이면서 리쇼어링을 유도하고 있다. 소비자가 이를 부담하고 있는데 아직 사소한 골칫거리일 뿐 거시 경제에 영향을 미칠 만큼 충분히 심각하지 않다.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소규모 생산 이전이 있었지만, 리쇼어링은 없었다. 앞으로도 고도의 전략적 물품 일부만 리쇼어링 대상이 될 것이다. 미국의 제조업 생산 감소 추세를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한다.”

과소평가하는 것 아닌가. 미국 ‘리쇼어링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지난 9년간 3327개 공장이 미국으로 ‘유턴’했다.
“일부 미국 회사는 공장을 미국으로 다시 옮겼지만, 그보다 더 많은 공장이 해외로 나가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가장 좋은 통계가 제조업 무역적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부에서 1조달러(약 1192조원) 안팎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적자가 늘어날수록 미국은 효율적인 생산 기지를 찾을 것이고 해외 생산에 더 의존하게 된다.”

현재는 미국의 우방국도 함께 리쇼어링을 추진하고 있는데.
“리쇼어링이 진지하게 추진된다면 그 상황은 ‘재앙(disaster)’일 것이다. 한 국가 내에서 모든 것을 생산하면 훨씬 더 큰 비용이 투입된다. 심지어 미국, 중국과 같이 큰 국가에서조차 그렇다. 한국과 같은 중형 국가에서는 비용이 훨씬 막대하다. 기업은 생산 기지 위치를 결정하는 최적의 주체다. 정부가 리쇼어링 정책으로 이를 관리하려 들면 ‘값비싼 실수’를 범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동아시아의 공급망은 어떤 식으로 변화할까.
“한국은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처럼 ‘끼어 있는 처지’가 되고 있다. 일본은 첨단기술 강국이고 중국은 가치 사슬을 끌어 올리고 있다. 한국 정부의 최상의 전략은 개방 경제를 유지하고 기업들이 세계 경제에 연동되도록 장려하는 것이다. 이것은 현 상황에서 매우 도전적이겠지만 세계화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개방성을 유지한 국가들은 보호무역주의를 따른 국가들에 비해 미래에 어떤 형태로든 더 보상받을 것이다.”

한국은 공급망을 어떻게 재구성해야 할까.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모든 곳에서 말썽을 일으키고 있지만, 중국과 아시아는 미국과 유럽보다 더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팬데믹이 촉발한 미국 내 분열은 미국의 쇠퇴와 중국의 부상을 가속할 것이다. 한국의 현명한 전략은 중국과 경제적으로 결합하고 미국과 안보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한국이 동남아를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일찍이 동남아에 진출한 일본에 밀렸다는 평도 있는데.
“동남아는 일본과 한국 기업을 모두 품을 수 있는 큰 지역이다. 문제는 많은 지역의 기업 환경이 아직 중국만큼 좋지 않다는 것이다. 또 중국은 세계 제조업의 5분의 1 이상을 생산하고 있는데, 이만큼 흡수할 정도로 큰 곳은 없다. 중국은 여전히 세계의 공장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