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세계무역기구에서 사무차장을 지낸 김철수(64) 전 상공부 장관. 그는 지난 9월30일 출범한 무역투자연구원 이사장으로 다시 ‘한국 무역계’로 돌아왔다. 무역 및 투자 등 통상정책 분야 전문가로 평가받는 그로부터 한국의 통상 및 자유무역연합(FTA) 정책에 대해 한 수 훈수를 청했다.
 철수 무역투자연구원 이사장은 국내 통상 분야의 ‘대부’ 격이다. 1973년부터 상공부에서 무역통상 분야로 한 우물을 팠으며, 지난 95년부터 4년간 갓 출범한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차장으로 많은 주요 통상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9월30일 출범한 무역과 투자 전문연구기관인 무역투자연구원 이사장으로 본업에 복귀했다. 무역투자연구원은 지난 6월 세종대 총장에서 물러난 후 자신이 30여년 동안 구축한 인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만든 민간연구소다. 그래서 그만큼 애정도 깊다. 그는 연구원을 무역투자 분야에서 실질적인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핵심적인 싱크탱크로 키워나가겠다고 자신했다.

 김 이사장은 우리나라 통상정책과 FTA 정책에 대한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현 통상정책 문제점으로 우리의 무역 위상은 급성장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무역제도는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FTA 체결에서 뒤질 경우에 기업들이 불평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면서 적극적인 추 진을 강조했다. 그리고 통상문제로 치를 수 있는 홍역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선결과제로 꼽았다.



 - 무역투자연구원이 투자나 무역문제 등에 대해 어떤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습니까.

 민간 연구원으로서 무역투자 분야 전문 연구원은 유일합니다. 특히 로펌과 연계한 연구원은 처음 시도되는 일이죠. 무역투자연구원은 연구만 하는 연구원이 아니라, 정부와 국내 기업에 대한 종합적인 컨설팅과 법률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적인 연구원이 될 것입니다.

 국내 기업들이 무역이나 투자과정에서 장벽이나 애로를 접하게 될 경우에 실질적인 해결방법을 제공하는 길잡이 역할을 할 것입니다.

 연구원에는 이승훈 리인터내셔날 회장 등 법률전문가와 채훈 전 코트라 사장, 이강연 전 관세청장, 마재신 전 WTO 무역정책분석관 등 무역투자 전문가들이 상임연구위원으로 포진해 있습니다. 또 9명의 교수진이 객원 연구위원으로 참여했고, 일본·유럽연합(EU)·중국 등  전문가로 3~4명의 연구위원을 위촉했습니다.



 -그럼 그동안 정부는 이런 기업들의 무역장벽이나 애로에 대해 대처하지 않았습니까.

 세계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건은 여건과 상황에 따라 변했습니다. 현재 기업은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했습니다. 국내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밖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세계화를 기업 차원에서 혼자 하기란 매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사실 그동안 정부에서 외교통상 분야에서만 기여했지, 기업에 대한 서비스는 제대로 하질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무역투자연구원이 그동안 경험을 바탕으로 다각적이며 구체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겁니다.



 “높아진 무역위상에 수준 낮은 통상정책이 문제”

 - 그동안 우리나라의 무역 규모는 큰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추진한 통상정책도 상당히 변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출성장 초기시대였던 1970년대부터 통상정책에 참여했습니다. 수출상품에 대한 해외장벽은 없었고, 섬유류와 컬러TV 같은 경공업제품이 주류를 이뤘습니다. 80년대 드디어 세계 13위 무역국으로 부상했습니다. 위상은 13위로 발돋움했지만, 무역제도는 개발도상국 수준이었습니다.

 제도와 위상 간의 괴리가 생기게 된 것입니다. 지금도 이 문제와 함께 미국이나 유럽의 시장개방 압력이란 과제를 통해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1980~1990년대는 쌍무적(雙務的) 무역문제가 등장했습니다. 시장이 급격히 개방되면서 국내 산업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안정적·단계적으로 개방하는 것이 핵심과제였습니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가 통과되면서 통상정책은 양자간 문제에서 다자간 문제로 확대됐습니다. 미국이나 EU의 통상압력은 WTO라는 다자체제에서 합리적으로 해결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FTA가 확산되면서 다자간 문제와 FTA 문제가 병존하고 있습니다.

 FTA는 최근 통상협상의 주요과제입니다. 범세계적으로 FTA라는 지역주의가 주류를 이루는 추세입니다.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FTA 협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통상정책이 시대상황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기업들이 차별을 받게 될 겁니다.

 하지만 FTA 협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앞서 얘기했지만, 느린 수입자유화와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수준 등 통상제도를 우리 무역위상과 일치시켜야 합니다.



 - 한·중·일 3국만 비교하더라도 우리나라의 FTA는 더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FTA를 하지 않으면 한국경제가 죽는다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FTA가 필수적인 생존전략인가요.

 개인적으로는 FTA는 원칙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FTA가 체결되면 체결국가에만 혜택이 돌아가지 않습니까. 또 두 당사자간 무역에 대해 합의를 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모든 국가에 적용할 수 있는 WTO와 같은 규정을 세우는 게 목표가 돼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FTA가 힘을 얻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경쟁에서 뒤지면 차별을 받는 것은 뻔한 일입니다. 우리도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국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하겠죠.



 - 현재 쌀 협상 등 FTA 체결에는 이런저런 걸림돌도 많은데요. 농업처럼 특정 국내 산업 분야가 고사한다는 비난도 있지만, 작을 것을 지키려다 큰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농산물이나 중소기업, 부품소재산업 등이 FTA 때문에 손해를 보게 되는 분야입니다. 손해만 보는 협상이 어디 있습니까. 우리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분야도 있게 마련이죠. 우리 주장만 내세울 게 아니라 WTO 규범 등 국제적인 원칙을 기반으로 해서 협상을 진행해야 합니다.

 손해를 보는 분야는 협상을 통해서 단계적이면서 안정적으로 자유화가 이뤄지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합니다.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 있는 분야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리고 손해를 보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 FTA로 인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바람직한 대처 방안은 어떤 게 있을까요.

 무엇보다 먼저 전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중요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는 이러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물론 정부의 노력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모든 걸 정부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손해를 보는 집단에서도 국가 전체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전 사회가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각자의 이익만 챙기는 불균형을 먼저 없애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