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는 투자은행에 머무르지 않는다. 투자은행 업무는 골드만삭스가 존재하는 의미를 부여할 뿐이다. 골드만삭스는 실질적으로 미국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스스로 이 역할을 자처하지는 않는다. ‘골드만삭스형 인재’를 양성함으로써 미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 질서를 이끄는 보급창고 역할을 하고 있다. 스스로는 부정할 지라도 인재 사관학교라는 것은 현실이 증명하고 있다. 골드만삭스형 인재란 무엇인가. 왜 워싱턴과 백악관은 골드만삭스형 인재를 원하는가. 골드만삭스형 인재가 다른 인재들과 차별화되는 그 무엇을 찾아 나선다.

| 워싱턴 커넥션 |

화이트헤드 전 국무부장관, 존 테인 전 뉴욕증권거래소 CEO, 스티븐 프리드먼 전 백악관 경제보좌관, 로버트 졸릭 전 국무부 부장관, 로버트 루빈 전 재무부장관, 조슈아 볼튼 현 백악관 비서실장.

국무부와 재무부, 그리고 백악관에 이르기까지 미국 정계와 재계로 진출한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의 핵심 인사들이다. 이들은 베이스캠프 격인 월스트리트를 기점으로 소위 골드만삭스의 ‘워싱턴 커넥션’으로 불리는 핵심부에 자리해 있다. 워싱턴 진출 후 골드만삭스와는 아무런 인연이 없었다 하더라도 이들의 이력에서만큼은 골드만삭스를 지울 수 없다.

최근 골드만삭스의 워싱턴 커넥션에 비중 있는 또 한 명의 명단이 추가됐다. 지난 5월말 헨리 폴슨 회장이 합류한 것이다.

현 부시 대통령을 보좌하는 백악관 비서실장은 조슈아 볼튼. 그는 헨리 폴슨이 골드만삭스 회장 겸 CEO였던 시기에 런던지점 법률 및 대관(對官)업무 국장으로 근무했다. 두 사람의 골드만삭스 인연이 헨리 폴슨의 워싱턴 진출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알려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향후 부시의 경제정책에 두 사람의 조언이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예상은 충분히 가능하다. 특히 백악관의 경호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부서가 재무부라는 점은 비서실장과 재무부장관의 각별한 유대관계를 암시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세계화 전략이 경제를 매개로 하고 있어 이 두 사람은 사실상 세계 경제의 중심에 있다. 곧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중심에 보이지 않는 골드만삭스의 파워엘리트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파워엘리트가 백악관과 워싱턴, 그리고 세계 경제의 중심에 설 수 있는 데에는 당연히 골드만삭스라는 배경 때문이다. 그들 개개인의 능력에 골드만삭스가 결합되면서 워싱턴이 요구하는 인재로 양성된 것이다. 또 골드만삭스의 인재들이 평소 미국의 정계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항상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점도 이들의 현재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다.

골드만삭스는 1933년부터 12년 동안 행정부를 장악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시절부터 워싱턴 정계와 인연을 맺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시드니 와인버그 회장은 군수품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다. 또 루스벨트 대통령과 트루먼 대통령의 자문위원이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골드만삭스 출신들은 공화당과 민주당 행정부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골드만삭스 출신이 아니었다면 워싱턴 커넥션 핵심인사들의 현재가 부정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현재 개인 사업을 하고 있는 한 인사는 “골드만에는 좋은 인재가 많고 이들은 평소 미국 정·재계와 잘 연결되어 있다”며 “항상 서로의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라인이 구축돼 있다”고 말한다. 또 “미국 정부의 인재 등용에 능력과 경험이 주요 결정 요소라는 점은 골드만삭스 출신들이 경제 관료로 발탁되는 중요한 이유”라고 덧붙인다.

| 골드만삭스형 인재 |

드만삭스에는 다른 회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 바로 팀워크다. 월스트리트의 다른 금융회사들과 달리 유난히 팀워크를 강조한다. 심지어 팀워크는 골드만삭스 자체라는 말까지 나온다.

반면 특정 개인이 우대받는 스타 애널리스트 혹은 스타 트레이드 등의 스타 시스템은 없다. 스타 시스템은 이윤을 많이 내는 은행가들과 거래인들이 다른 직원들보다 훨씬 많은 보상을 받는 시스템이다.

1980년대 당대 최고의 합병가들은 언론의 조명을 받으며 금융계의 스타로 부상했다. 금융회사들도 자사 직원의 스타 만들기에 적극적인 후원자 역할을 자처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이런 흐름을 거부했다. 오히려 개인적인 영광에 관심을 기울이는 직원들에게 다른 일자리를 찾아보라고 권했다.

이와 관련 골드만삭스에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회장을 역임한 존 화이트헤드가 1980년대 골드만삭스의 시니어 파트너로 일하고 있을 때다. 한 주식 중개인이 거래내역서를 보고하면서 매번 ‘내가 이 거래를 했습니다’는 메모를 함께 보내왔다. 이 메모에 대해 화이트헤드는 전화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골드만삭스에서는 절대 나라고 말하지 않는다. 우리라고 말한다.’

골드만삭스의 미국 캠퍼스 채용그룹 대표인 아론 마커스는 2005년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채용단계에서부터 팀워크를 강조한다”면서 팀워크의 개념에 대해 “함께 일하는 다른 사람의 성공을 위해 열정을 가지고 돕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개인보다는 공동의 이익, 나보다는 동료의 성공을 위해 일한다는 것이다.

채용단계에서부터 팀워크 강조

때문에 골드만삭스에는 1인칭 대명사가 없다.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지난 2002년부터 2005년까지 부시 대통령의 경제보좌관을 역임한 스티븐 프리드먼은 “골드만삭스는 1인칭 대명사의 사용을 최소화할 것을 주장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기를 강조하는 사람은 마찰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이처럼 팀워크를 강조한 골드만삭스의 문화는 1999년 기업공개 이전까지 130여 년 동안 이어져왔던 파트너십 체제라는 회사구조에 기인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파트너들은 밀접하게 협조하면서 좋은 실적과 문화를 만들어냈다. 파트너들의 이익은 일부 문제에서 다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회사 전체의 수익과 관련되어져 있었다. 다른 회사들에서는 전체적으로 실적이 좋지 못해도 자기 부서의 실적만 좋으면 관리 이사들이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었지만 골드만삭스에서는 파트너들에 대한 보상이 대체로 회사 전체의 수익성에 달려있었던 것이다. 즉, 직원들이나 파트너들의 보수도 개별 사업부의 성과에 연동되지 않고 전체의 성과와 직접 연결돼 지급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파트너 상호간, 혹은 팀원 상호간의 원활한 의사소통과 합의에 의한 의사결정은 절대적일 수밖에 없었다.

골드만삭스가 메릴린치와 모건스탠리 등이 추진할 수 없었던 장기적인 전략을 추진할 수 있었던 한편 뛰어난 인재를 채용하고 높은 팀워크와 낮은 이직률, 그리고 가족적인 분위기를 만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같은 파트너십이라는 조직적 특성으로 대변되고 있다.

흔히 월스트리트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의 공통점으로 높은 학력에 자존심이 강하기 때문에 통제되거나 관리되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고 말한다. 특히 이들은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해 조직의 구성원이 되더라도 독립된 업무 영역을 가지고자 한다. 때문에 금융기관들은 보이지 않은 룰을 통해 그들 자신만의 문화를 가지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파트너십이라는 그들만의 전통을 고수함으로써 수준 높은 인재를 끌어 모으고, 가족 같은 분위기와 문화를 통해 높은 충성도를 유지시키는데 성공한 골드만삭스를 흉내 내는 회사는 아직까지 없다.

골드만삭스 회장단 가운데 유독 20년 이상 장기근속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재무장관에 지명된 헨리 폴슨 전 회장이 32년, 로이드 블랭크파인 신임 회장이 23년을 근속했다. 경영위원회 구성원 24명의 근속기간을 합하면 약 500년이 된다.

팀워크로 무장된 골드만삭스 인재의 유형을 호바트 엡스타인 한국지점 대표는 “겸손하고 일에 대한 열정이 있으며, 특히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는 스티븐 프리드먼이 골드만삭스 출신은 남의 말을 경청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 것과 일치한다. <비즈니스위크>는 지난 6월12일자 커버스토리에서 “남의 말을 경청하는 것은 골드만삭스에서 핵심 능력으로 취급되고 있다”며 “골드만삭스 사람들은 바로 이 때문에 루빈 전 재무부장관이 레이건 행정부에서 비서실장을 지낸 리건(Donald T. Regan)보다 워싱턴 정가에서 순항했다고 주장한다”고 적고 있다. 리건은 메릴린치 출신으로 이란-콘트라 스캔들의 영향으로 레이건 대통령의 비서실장직을 사임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형 인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는 역시 고객이다. 골드만삭스는 철저히 고객과의 장기적 관계 정립을 최고의 목표로 삼는다. 이를 통해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고객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은 물론 급변하는 금융 시장 환경에서도 언제나 리더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즉 고객의 신뢰와 직결되는 골드만삭스의 명성은 최고 자산 가운데 하나다.

지난 5월18일 한국을 방문했던 블랭크파인 당시 사장은 고려대학교 강연에서 골드만삭스에게 고객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했다.

“업무에 있어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에서 골드만삭스가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은 언제나 고객과의 관계입니다. 이는 고객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자금 조달 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으며, 또한 전 세계에 산재한 투자 기회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뛰어난 자문 실적과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골드만삭스는 고객과의 공동투자 기회를 많이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 인재양성 프로그램 |

드만삭스는 미국 아이비리그를 비롯한 최고 수준의 대학 졸업생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어 하는 회사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골드만삭스의 채용과정을 통과하는 졸업생은 극히 일부일 뿐이다. 골드만삭스가 원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스스로 골드만삭스의 채용방식에 두 손을 들고 마는 경우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채용과정에서부터 인재를 양성한다. 즉, 골드만삭스형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지루하고 인내심을 요구하는 복잡하고 오랜 채용단계를 통과해야만 하는 것이다. 또 입사 후에는 2000여 가지 이상의 내부 교육훈련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다. 물론 이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모두 이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 본인의 의사로 모든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엄격한 자격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의 4월27일 보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에 채용되기 위해서는 철저한 검증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매년 경영대학원 졸업생 200여 명이 이력을 제출하지만 그 중 일부만이 면접의 기회를 얻고 또 극히 일부만이 통과한다. 그들이 통과해야 할 관문은 앞으로도 10개가 더 남아 있다.

골드만삭스는 인재를 기다리지 않는다. 대학 1~2학년 학생을 위한 ‘Why Work on Wall Street?(왜 월스트리트에서 일해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행사도 매년 개최하고 있다. 이 행사는 일찍부터 인재를 발굴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 또 3~4학년을 위한 하계 애널리스트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는데, 이는 채용수단으로 활용된다. 즉 10주간의 인터뷰 과정이다.

경력직도 능력만으로 입사가 결정되지는 않는다. 법무법인 출신으로 부회장으로 영입된 수잔 노라 존슨은 150번의 인터뷰를 거쳐 채용이 결정됐다. 아무리 복잡하고 지루한 채용과정이었다 하더라도 그의 인터뷰 횟수는 골드만삭스의 신기록이다.

인재양성의 핵 ‘골드만삭스 유니버시티’

골드만삭스는 그들의 명성, 매력적인 연봉이 입사지원자들을 유혹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형 인재로 키우기에는 이것만으로 부족하다고 말한다. 즉, 회사의 명성보다는 회사가 제공하는 혜택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직원이 되면 3가지 혜택이 주어진다. 세계 최고 수준의 수당, 지속적인 교육 기회, 국제적 이동성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지속적인 교육의 기회는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가리킨다.

골드만삭스에는 크게 3종류의 교육훈련 프로그램이 있다. 가장 집중적인 연수교육 프로그램으로 젊은 신입사원들이 입사 직후 받아야 하는 오리엔테이션과 임원급을 대상으로 한 파인스트리트 리더십 프로젝트(Pine Street Leadership Project), 그리고 전 직원의 교육을 총괄하는 골드만삭스 유니버시티(University) 등이다.

오리엔테이션은 매년 7월 중순 미국 뉴욕 본사에서 전 세계 신입사원들이 모여 3주간에 걸쳐 실시된다. 이때 신입사원들은 상호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된다. 오리엔테이션은 매우 수준 높은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프라이빗 웰쓰 매니지먼트 그룹(Private Wealth Management Group) 소속으로 휴스턴에서 근무하고 있는 리드 메이시는 지난 6월 <B-스쿨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년 전 참가했던 오리엔테이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재무를 전공한 우리 클래스의 한 친구는 ‘골드만삭스의 재무과정이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재무과정보다 어렵고 기간도 짧다’고 말했다.”

파인스트리트 리더십 프로젝트는 임원들에게 골드만삭스의 가치관을 심화시키는 과정이다. 헨리 폴슨 회장은 재직 시 이 프로그램에 대단한 열정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GE에서 연수교육의 대가로 알려지고 있는 스티븐 커를 연수교육 총괄임원으로 영입해 골드만삭스의 가치관을 집대성하도록 했다. 파인스트리트는 골드만삭스가 설립됐던 당시 사무실이 위치했던 뉴욕 다운타운의 거리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오리엔테이션과 파인스트리트 리더십 프로젝트가 특정 직위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라면 골드만삭스 유니버시티는 총 2000여 개에 달하는 전체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관리하는 부서다. 일종의 연수원격이다. 오리엔테이션과 파인스트리트 리더십 프로젝트도 골드만삭스 유니버시티가 운영하고 있는 2000여 개의 프로그램 가운데 일부다. 시장, 상품을 비롯해 전문적인 능력 향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컨퍼런스 콜(전화회의)을 통해 전 직원이 원하는 시간에 수강할 수 있다.

이 같은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골드만삭스는 최고의 인재를 장기적이고 높은 목표를 향해 단련시키고자 한다. 능력과 도덕성, 최고 지향성, 최고의 고객서비스, 그리고 팀워크가 그것이다.

| 리더들 |

국 뉴욕에 본사를 둔 세계 3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역사는 1869년 독일 출신으로 유태인인 마커스 골드만이 기업어음을 거래하기 위해 마커스 골드만(Marcus Goldman&Co)을 설립하면서 시작되었다. 현재의 골드만삭스라는 명칭은 설립 13년 후인 1882년 마커스 골드만의 사위인 샘 삭스가 파트너로 참여하면서 변경된 것이다. 

최고경영자 13명 중 5명 워싱턴 진출

137년이라는 골드만삭스의 역사에 등장하는 최고경영자는 블랭크파인 신임 회장까지 총 13명. 이 가운데 5명은 워싱턴으로 진출해 골드만삭스의 워싱턴 커넥션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평균 재직 기간은 10년 이상으로 대부분의 최고경영자가 재임 기간 중 골드만삭스의 크고 작은 변화를 주도했으며 오늘날의 영광에 밑거름이 될 만한 업적을 남겼다. 

초기 기업어음 거래 분야에 주력했던 마커스 골드만의 관심에서 벗어나 오늘날 ‘빅3’로 성장한 투자은행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최고경영자는 아들인 헨리 골드만이었다. 헨리 골드만은 소매산업의 기업공개 업무에 주력하면서 당시 JP모건 등이 장악하고 있던 투자은행 업무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인지도가 낮아 커다란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리만 브라더스의 파트너이자 자신의 절친한 친구였던 필립 리만과 협력관계를 구축하면서 급성장하고 있던 시어즈 로벅의 기업공개를 주간하는데 성공했다. 훗날 시드니 와인버그는 헨리 골드만을 가리켜 골드만삭스의 사업을 혁신시킨 창의적인 천재였다고 회상했다.

헨리 골드만보다 3년 앞서 파트너로 참여한 샘 삭스는 골드만의 국제화에 기여한 공이 크다. 샘 삭스는 국제적인 은행업 회사를 꿈꾸었다. 그는 사업상으로 혹은 개인적으로 자주 유럽을 드나들며 유럽식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당시의 많은 부자 미국인들처럼 유럽식을 동경하게 됐다. 이때 그는 미국인 고객들도 골드만삭스가 해외로 진출한 후에만 제대로 봉사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80년 뒤 선임 파트너인 존 화이트헤드가 똑같이 주장하게 된다. 결국 샘은 영국 최대 종합금융사였던 클라인워트 선스와의 공동협력관계를 체결함으로써 유럽과 영국의 풍부한 자금을 미국 자본 시장으로 끌어들였다.

1907년 청소부의 조수로 골드만삭스에 취직했다가 근무기간 62년 가운데 39년 동안 선임 파트너로 회사를 운영한 시드니 와인버그는 현대 골드만삭스의 아버지로 일컬어진다. 그는 전임 워딜 캐칭스가 설립한 GSTC라는 투자회사의 주가가 대공황으로 폭락하여 결국 청산하고, 골드만삭스의 명성이 크게 실추되면서 맞이했던 설립 이후 최대 위기에서 회사를 구해냈다. 또 전국적으로 골드만삭스의 지명도를 높이는 데에도 크게 기여했다. 골드만삭스 사람들은 지금도 와인버그가 골드만삭스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 월스트리트에서는 그를 ‘미스터 월스트리트’라고 부른다. 

와인버그의 뒤를 이은 거스타브 레비(일명 거스 레비)는 증권거래 업무에서 잔뼈가 굳은 사람이었다. 그는 투자은행 업무에서 벗어나 증권거래 업무에 집중했는데 이는 1980년대 이후 월스트리트를 휩쓴 다양한 금융상품 거래 사업에서 골드만삭스의 입지를 확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가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던 펜 센트럴 레일로드사 기업 어음이 파산으로 지급불능 상태에 처하게 되면서 골드만삭스에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6년 뒤 그는 심장마비로 쓰러져 결국 그는 사망하고 만다.

거스 레비 사망 이후 골드만삭스는 존 화이트헤드와 존 웨인버그에 의한 공동경영체제로 전환했다. 이들은 경영시스템과 예산, 그리고 조직구조 등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하고 파트너들에게 권한을 이양하고 책임을 부여하는 등 조직의 효율성을 증대시켰다.

그러나 존 화이트헤드는 1984년 말 은퇴를 결심하고 골드만삭스를 떠났다. 당시 62세였던 그는 공공 부문으로 관심을 돌릴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결국 회사를 떠난 지 얼마 후 그는 레이건 행정부에 국무부 부장관으로 합류했다. 골드만삭스의 워싱턴 커넥션이 사실상 스타트한 것이다.

10여 년 동안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던 존 와인버그의 뒤를 이은 최고경영자는 스티븐 프리드먼과 로버트 루빈이었다. 루빈은 위험 관리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았고, 프리드먼은 투자은행 사업부에서 입지를 다져온 M&A사업부 출신으로는 최초의 경영자였다. 때문에 프리드먼은 M&A사업부를 골드만삭스 최대 핵심 사업부로 성장시켰다.

이들 두 최고경영자는 나란히 워싱턴에 입성했다. 루빈이 재무부장관으로 입각한 한편 2년 후 프리드먼은 백악관 경제보좌관으로 뒤를 따랐다.

프리드먼이 떠난 자리에 존 코자인이 앉았다. 그는 미국 정부 공채 사업을 하면서 적극적인 거래와 고객에 대한 봉사로 좋은 실적을 올렸다. 특히 거래인들을 다루는 데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오랫동안 코자인을 알았던 사람들은 그가 성공한 뒤에도 직원들과 가깝게 지냄으로써 성공적인 지도력을 발휘했다고 얘기한다. 코자인은 퇴직 후 선거에 출마해 현재 뉴저지 주지사로 재직하고 있다.

부회장으로 코자인을 보좌하기도 했던 헨리 폴슨은 골드만삭스의 회장 재임시절 기업공개를 주도했다. 그는 리처드 닉슨 행정부 시절 국방부에서 근무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인터뷰 | 호바트 엡스타인 골드만삭스 한국지점 대표

“골드만삭스의 최대 강점은

   인재들간의 자연스런 팀워크”

"손하고 일에 대한 열정이 있고, 더 중요한 것은 우리 회사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골드만삭스형 인재의 유형을 묻는 질문에 한참 뜸을 들이던 호바트 엡스타인 골드만삭스 한국지점 대표는 고객과의 관계를 우선시하는 인재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고객에게 자신을 낮추면서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으로 충만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헨리 폴슨 골드만삭스 회장이 미국 재무부장관으로 지명되면서 골드만삭스형 인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워싱턴 커넥션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골드만삭스가 배출한 많은 인재들이 백악관을 비롯한 미국의 정·재계로 진출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기업들에게 클로톤빌로 대표되는 GE형 인재는 잘 알려져 있었다. 관련 서적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풍부하다. 그러나 골드만삭스형 인재는 낯설고 생소하다.

이에 대해 엡스타인 대표는 “산업의 유사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공업을 기반으로 한 경제개발 과정에서 금융 산업은 산업으로서의 취급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 산업이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지금부터, 한국도 선진금융회사들에 대한 벤치마크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엡스타인 대표는 인재양성의 중요성을 여러 각도에서 설명했다. 골드만삭스가 자랑처럼 강조하는 팀워크와 파트너십에 대해 설명할 때는 물론 최고경영자들이 골드만삭스를 떠나 워싱턴으로 진출하는 것에 대한 질문에서도 키워드는 단연 인재양성이었다. 마치 골드만삭스가 존재하는 이유가 인재양성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엡스타인 대표의 한국어 실력은 기대 이상으로 유창했다.

- 금융 산업은 현재 대형화, 겸업화가 추세입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순수한 투자은행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무엇입니까.

세계적 추세가 대형화, 겸업화로 가고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중요한 것은 전문성입니다. 골드만삭스의 출발은 IB(Invest

-ment Banking : 투자은행)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잘 아는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죠.

사실 대형화라는 것을 살펴보면 여러 회사들이 합쳐지고 있는데 불과합니다. 하지만 A라는 회사가 B라는 회사의 업무를 잘한다거나, A회사와 B회사가 합쳐졌다고 A 플러스 B 이상의 효과를 보이는 것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예금을 받아 대출해주는 은행 업무와 기업 금융 자문 업무가 묶여서 이루어진다고 더 많은 수익이 보장되는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물론 회사 성격마다 다르겠지만 골드만삭스는 전통적인 IB로서 그 역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 메릴린치·모건스탠리와 함께 골드만삭스를 ‘IB의 빅3’라고 말합니다. 골드만삭스가 이들과 구별되는 가장 큰 차이점과 강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우리의 차이점은 팀워크입니다. 사실 IB는 업무 성격상 팀워크와는 거리가 멀거나 오히려 상반되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골드만삭스는 팀워크를 가장 큰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것은 골드만삭스의 전통으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우리의 전통은 IB이고, 우리는 설립 목적에 부합한 업무 중심으로 꾸준히 사업을 해왔습니다. 다른 IB들 중에는 소매금융으로 시작해 IB로 진출한 회사, 또 인수합병으로 성장한 회사도 있습니다. 우리는 IB로서의 성격을 분명히 해왔습니다. 우리가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가 월가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갖고 있는 IB로서 항상 독립적이었다는 것입니다. 우리보다 더 큰 회사와의 인수합병 없이 1869년부터, 시대가 바뀐 데 따라 조금씩 변화는 했지만 큰 테두리는 아직까지 바뀌지 않았다는 겁니다.

또 더 중요한 것은 1999년 5월 상장 전까지 골드만삭스는 파트너십 체제였다는 것입니다. 팀워크 문화의 시발점이랄까요. 파트너십 체제에서 일을 하려다 보니까 팀워크라는 문화와 전통이 자연스럽게 생겨났습니다. 골드만삭스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팀워크를 발휘해야 합니다.

- 파트너십 체제와 팀워크가 골드만삭스에서는 동일개념으로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연관관계가 있습니까.

파트너십은 여러 개개인들이 모여 하나로 힘을 합쳐 일하는 것입니다. 체제도 없고 주주도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회사를 시작하면 주식회사를 만듭니다. 주식회사 안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일을 합니다. 그때 그들은 함께 일하는 사람을 가리켜 ‘저 사람 내 파트너야’ 합니다. 하지만 엄격히 따지자면 그들은 주주이고, 일하는 사람이고, 회사입니다. 주식회사라는 기업형태인 것이지요. 그러나 미국에서의 파트너십에는 기업구조보다는 동업자들 사이의 공생공존이 중요합니다. 한 예로, 파트너 중 한 사람의 잘못으로 소송을 당하거나 배상을 해야 한다면 나머지 파트너들도 모두 함께 책임을 져야 합니다. 또 동업자들은 모든 것으로부터 무한책임을 져야 합니다. 따라서 파트너들 사이에 이해가 다를 수 없습니다. 잘못하면 바로 내가 고발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한 파트너가 고발당해 벌금 1000달러를 선고 받았는데 그 파트너가 100달러밖에 없으면 나와 다른 파트너들이 900달러를 내야 합니다. 결국 파트너들 사이의 공동의 이익이 추구될 수밖에 없는 문화이고, 따라서 공동의 이익을 위한 팀워크가 중요시 되는 문화가 자리 잡을 수밖에 없습니다.

1999년의 기업 상장까지, 골드만삭스는 130여 년 동안 이러한 파트너십 체제를 유지했습니다. 그 사이, 파트너십 중심의 문화는 상호간의 이해 조율, 협력 도모, 그리고 보다 커다란 테두리에서의 가족적 기업문화를 만들어 내는 데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그 결과, 결국 좋은 팀을 구성해 두 명이 일을 하면 두 명 이상의 효율적인 결과물이 나오도록 유도하는 팀워크 역시 자연스럽게 강조되고 또 발달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 그럼 조직도 팀 단위로 구성되어 있습니까.

한국지점에 70~80명의 직원이 근무하는데 이들이 7개 팀 혹은 8개 팀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프로젝트에 따라 팀을 구성합니다. 어제의 팀원이 오늘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팀원 모두가 회사를 위해 일한다는 동일한 목적이 있기 때문에 어느 누구와 팀이 된다고 하더라도 팀워크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바라는 것도 그것입니다. 전통, 목적 등을 고집하는 과정에서 문화가 형성되고 팀워크가 발생하는 것으로 봅니다.

- 그래도 조직 안에는 인맥이 있고, 마음 맞는 사람들이 모이기 마련 아닙니까.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팀원이 됐을 때는 부작용도 있을 법 합니다.

주식회사로 전환한 이후에는 조금 쉬워졌지만, 1999년 이전까지만 해도, 골드만삭스에 입사하고 싶어 하는 인재들은 우리의 아주 길고 복잡한 입사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우선, 그 당시에는 직급을 떠나서 모든 지원자는 다양한 회사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해야 했습니다. 예를 들어, 비서 한 명을 채용한다고 하면, 적어도 20명 정도의 직원들이 인터뷰 과정에 참여했습니다. 20명이 만장일치로 채용해야 한다고 하니, 지원자가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이렇게 길고 힘든 인터뷰 과정을 거쳐 채용이 결정되다 보니, 여러 단계에서 철저한 검토가 이루어졌고,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일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대표님은 입사과정에서 몇 명과 인터뷰를 했습니까.

저도 1997년 입사할 당시, 40명의 골드만삭스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거쳐야 했습니다. 또 2005년 8월 한국대표를 맡기 위해 또 한 번 인터뷰를 했습니다. 당시 COO이자 사장이었던 로이드 블랭크파인(Lloyd Blankfein 현 회장 지명자)이 저에게 건넨 첫마디는 ‘당신은 용감한 사람이다’였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인터뷰 과정은 너무나 길기 때문에, 한 번 나가면 돌아오지 않고, 또 돌아올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못 나간다고 하는데, 저는 나갔다 다시 돌아왔으니 블랭크파인 사장께서는 저를 ‘용감한 사람’에 속한다고 보셨던 것이죠.

- 주식회사인 만큼 이사회가 있을 겁니다. 또 300명의 파트너 모임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중요한 의사결정은 어디에서 합니까.

골드만삭스에는 여러 위원회가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안에 따라 적합한 위원회가 의사결정을 합니다. 즉, 어떤 회사의 주식을 발행하는 업무를 한다 했을 때에는, 이를 검토하고 허가해주는 위원회가 있고, 이 위원회를 통해 의사결정이 이루어집니다. 각 위원회는 회사로부터 그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는 사람들로 구성이 됩니다.

- 회사의 조직구성이 다른 회사와 다르다고 들었습니다.

재무장관을 역임했던 로버트 루빈 전 회장이 재직했던 1986년, 골드만삭스는 획기적인 조직도를 만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회사들은 피라미드형 조직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맨 위에 회장을 시작으로, 사장, 임원, 부장 등으로 피라미드를 쌓는 형태죠. 그러나 루빈 전 회장은 이것을 없앴습니다. 대신 회장과 회장단을 중앙에 놓고 담당 업무의 임원들이 이들을 둘러싸는 방사형 조직구조로 전환했습니다. 상하관계가 아니라 수평적인 업무와 의사결정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즉, 골드만삭스의 조직도에는 우리 나름대로의 기업 철학이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 골드만삭스는 스스로 향후 성장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성장률이 어느 정도인가를 추측하는 것보다 계속 인재를 선발하고 키우고, 더 중요한 것은 그 인재를 뺏기지 않고 지키는 것에 전념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결국, IB란 사람 중심의, 사람에 의해 이루어지는 비즈니스입니다. 성장은 예측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시장 환경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인재양성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더 나아가서 단기적으로 보지 않고 장기적으로 보자고 회사도 강조합니다. 오늘 내일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10년 20년 뒤에 골드만삭스는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해보자는 겁니다. 한국지점의 2006년, 2010년에 대해서는 전망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2050년, 더 나아가 2100년도의 한국지점을 전망하는 것은 힘듭니다. 어떤 형태가 우리에게 맞고 우리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면서 그것을 하루하루, 조금씩이나마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당장의 실적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인재를 선발하고, 교육하고, 이들을 뺏기지 않는 것을 기본으로 여기는 것이 골드만삭스의 경영방침입니다.

- 장기적인 관점도 중요하지만 실적에 따라 임기가 정해지는 CEO들에게는 실적이 더 급할 수밖에 없는 것은 아닐까요?

100년이 넘는 파트너십으로 가족기업 형태를 갖추고 있다 보니 전문경영인에 의한 회사들과는 달리 장기적인 경영이 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비록 주식회사 전환 이후 환경이 달라졌다고는 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는 좋은 전통을 계속 유지해 나가고 있습니다. 세상은 바뀌고 있지만, 그 변화 속에서도 우리의 좋은 전통은 유지하면서 시대에 맞게 바뀌어 나가면 문제가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CEO란 오늘 내일만을 걱정하기보다는 거시적인 안목을 지녀야 하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8년 동안 CEO 자리에 있었던 재무장관 지명자 헨리 폴슨의 후임으로 선정된 로이드 블랭크파인은 지금, 현재까지의 재무 성적을 어떻게 유지하고 동시에 본인이 10년 20년 후 후임자에게 어떤 골드만삭스를 물려줄 수 있는가를 가장 많이 고민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난 5월18일 한국 방문 시 고려대학교 강연에서도 말했지만, 기업미래에 대한 해답은 결국 사람입니다. 즉 인재라는 결론이 다시 나옵니다.

저처럼 한국지점 대표로 있는 사람도 우연히 만난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이 ‘아저씨 골드만삭스는 뭐하는 회사에요?’ 하고 물어보면 아무리 바쁘더라도 소홀히 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그들이 나중에 성장해 골드만삭스 한국지점을 이끌어가게 될지도 모르잖습니까. 사명감까지는 아닐지라도 그런 철학이라면 철학을 골드만삭스의 CEO들은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이것이 골드만삭스의 문화인 것 같습니다.

- 골드만삭스가 혁신에 느리다는 비판도 그런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겁니까.

증권 시장이라는 게 남보다 빨리 움직여야 되는 것이죠. 그러나 이에 대한 해답은 제가 신입사원 교육을 받을 때 처음 접했습니다. 이미 거스 레비 전 회장이 내놓은 해법입니다. ‘We want to be greedy, but we want to be long-term greedy’가 그것입니다. 즉, 돈을 버는 것은 우리가 원하는 것이고 우리의 목적입니다. 하지만 거기에는 장기적인 안목이 중요합니다. 잦은 조직의 변화 역시 좋지만은 않습니다. 혼돈을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단기적인 개혁보다는 장기적인 개혁을 중요시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 지금까지 인재양성에 대한 중요성을 많이 강조했습니다. 인재양성을 위한 기구가 별도로 존재합니까.

내부적으로 교육훈련만 전담하는 부서가 있습니다. 실시되는 교육훈련의 한 예로, 파인스트리트 프로그램(Pine Street Program)이 있는데, 이는 전무급 이상을 위한 금융 전문 리더십 향상 프로그램입니다.

아울러, 일반 사원들을 위해서는 골드만삭스 유니버시티(Goldman Sachs University)가 실시됩니다. 지난 6월초, 서울에서만 해도 두 차례의 교육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한 가지를 소개하자면, 주식 분야에서 일하는 분이 다른 부서의 직원들에게 본인의 업무와 회사에서의 역할을 설명한 다양성 프로그램(Diversity Program)이었습니다. 골드만삭스 유니버시티에서 행해지는 프로그램은 모두 녹음·녹화되고, 컨퍼런스 콜을 통해 지역에 관계없이 모든 직원들이 언제라도 접할 수 있습니다. 7월3일 저도 파인스트리트 리더십 교육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교육훈련에 대한 이러한 노력들은 기업의 관점에서 본다면 하나의 투자입니다. 우리의 자원은 사람이고, 그 자원에 투자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빡빡하게 짜인 코스는 아니고, 워크숍 형식입니다.

- 많은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골드만삭스가 배출해 내는 인재는 어떤 유형입니까.

겸손하고 일에 대한 열정이 있고 더 중요한 것은 우리 회사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겸손함을 발휘하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우선시 하는, 그러면서도 일에 대한 열정이 있는 사람이죠. 여기에 한국 사람이라면 한(恨)을 집어넣을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요? (웃음)

- 골드만삭스 출신들의 워싱턴행에 대해 골드만삭스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워싱턴으로 가게 된 그 개인 입장을 생각한다면, 축하하고 자랑스럽게 여길 일이라고 여겨집니다. 반면 회사로서는 유능한 후임자에 대한 고려 역시 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때문에, 인재양성을 위한 투자가 다시 한 번 거론될 수밖에 없습니다. 브랭크파인 회장은 인재 발굴 및 양성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축구에서도 주전선수 11명만 가지고는 힘이 듭니다. 끊임없는 신인 발굴 및 양성을 통한 차세대 개발이 있어야 하고, 벤치에 대기하고 있는 선수진이 든든해야 팀의 기량이 탄탄한 것과 유사하다고 봅니다.

- 골드만삭스의 경영인들이 은퇴 후 골프를 즐기거나 정계 진출을 꿈꾼다고 소개한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골프는 확실히 아닙니다. 정계도 마찬가지입니다. 호사가들이 지어낸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물론 정계에 진출해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골드만삭스에서 은퇴하신 분들은 모두 열심히 일하신 분들입니다. 어느 정도의 재산도 가지고 있는 분들이고요. 제가 알기로 이 분들은 자신의 재산과 능력으로 어떻게 사회에 기여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분들입니다. 이런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골드만삭스 프로그램 가운데 ‘공공서비스 프로그램(Public Service Program)’이라는 게 있습니다. 매년 전무급 임원 가운데 10명 정도를 1년 이상씩 자선사업체에 파견시키는 프로그램입니다. 자선사업체의 CFO 역할이라든지, 자금 쪽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전무급 임원이라 하더라도 이 프로그램에 들어가기는 별 따기만큼 힘듭니다. 저도 욕심은 있지만 솔직히 자신이 없습니다.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골드만삭스 출신들은 일부입니다. 수백 명에 달하는 골드만삭스 출신들 가운데 은퇴 후 자선사업을 하는 분들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 금융 시장으로서의 한국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한국은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능력(capability)이 뛰어난 나라죠. 이유는 첫째 우수한 인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과거 자원보다는 우수한 인력으로 산업개발에 성공한 국가 아닙니까. 금융 산업은 원자재 자체가 바로 사람인데 여기는 우수한 원자재가 풍부하잖아요. 제가 볼 때 그게 가장 커다란 잠재력이고 매력입니다. 둘째는 경제규모입니다. 우리 회사에서도 발표했지만 2025년 즈음에는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 상위권에 진입하리라 예상됩니다.

아울러,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가 많이 개선되고 있는 것 역시 좋은 발전입니다. 재벌기업들의 실력 있는 외부인력 영입 및 전문경영인 고용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구조조정 등도 긍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한국 기업들의 지속적인 성장에 밑거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plus tip

호바트 엡스타인 대표는 누구인가

호바트 엡스타인 대표는 미국,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 20여 년간 국제금융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기업금융 전문가다. 지난해 9월 서울지점 한국대표 겸 IB 총괄대표(Managing Director)로 부임한 그는 골드만삭스에 입사한 1997년부터 2000년 중반까지 홍콩지점 주식부문과 채권부문 상무(Executive Director)로 재직했다. 그리고 잠시 골드만삭스를 떠나 약 3년간 캘리포니아에 컨설팅 회사인 펄리스 그룹(Peerless Group)을 설립해 경영 컨설턴트로 일했다. 또 페퍼다인 대학에서 교수로 강의를 하기도 했다.

컨설팅회사 설립 이전에는 베어스턴의 국내 IB부문을 총괄하는 아시아 IB그룹 전무(Senior Managing Director)와 CSFB 한국지점 초대대표 겸 IB총괄대표로 활동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