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밖에 없다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검찰에 몇 번 소환됐을 것 같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재계 관계자들 대부분은 “그래도 두세 차례는 되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 회장의 검찰 출두는 단 한 번에 불과하다. 그것도 재벌 회장들이 집단으로 검찰에 불려갔던 1995년 11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이 유일하다.

당시 검찰청사에 들어선 이 회장은 다른 재벌 회장들이 자신의 승용차를 버리고 한결같이 국산 승용차를 타고 온 것과는 달리 위풍당당하게 평소와 같이 벤츠를 타고 왔다. 대여섯 명의 수행원까지 대동하고, 미소까지 머금은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그로부터 11년이 흐른 2006년 2월, 안기부 X파일 사건으로 도피성 해외 체류를 마치고 귀국한 이 회장은, 검찰 소환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국민 앞에 섰다. 아니 늙고 병든 나약한 모습으로 휠체어에 앉아 수행원들의 보호 속에 김포공항을 빠져나왔다.

상반된 모습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권력에 의한 강요성 공범으로서의 모습과 권력을 쫓는 자발적 죄의식에 의한 속죄쯤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증여 의혹으로 두 번째 검찰 소환을 눈앞에 두고 있는 이 회장은 이 두 가지 모습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