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차이나타운’이 없는 나라로 유명하다. 2조달러(약 2000조원)에 달하는 세계 화상자본의 무풍지대가 바로 한국이다. 그런 한국에서 지난 10월9일부터 12일까지 3박4일간 제8차 세계화상대회가 열렸다. 대회 조직위원장인 원국동 한국 중화총상회 회장과 3박4일간 동행하면서 밀착 취재했다.

 10월9일



 개막 전야, 서울시장 주최 환영연

 오후 7시 서울 코엑스 3층 컨벤션홀. 장내엔 3000여명 화상들이 꽉 들어찼다. 만찬 주최 측인 서울시의 홍보영상이 상영되면서 환영행사가 막을 열었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환영사에서 “화상 여러분들을 열렬히 환영한다”고 말하자, 박수소리가 장내에 퍼졌다. 대회 명예위원장을 맡은 설영흥 현대자동차 부회장(그는 화교 출신으로 국내 기업가 중 최고위직)의 답사, 차이텐바오 싱가포르 중화총상회 회장의 축사가 이어졌다. 식사 후엔 뿌리패와 주현미, 윤도현밴드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대회 조직위원장인 원국동 한국 중화총상회 회장은 “예상보다 훨씬 많은 화상들이 찾아와 기쁘다”면서, “한국에 화교자본 유치의 첫발을 내딛은 출발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오후 9시 넘어 자리가 끝나자, 코엑스는 온통 ‘화상판’이었다. 코엑스 앞 주변엔 호텔 차량들이 길게 줄지어 섰다.  3000여명의 화상들은 15개 호텔에 나뉘어 서울에서 첫 밤을 보냈다.



 10월10일



 개막식

 오전 10시 제8차 세계화상대회 개막식이 열린 코엑스 3층 컨벤션홀. 10시30분 노무현 대통령이 등장하자 장내가 술렁거렸다. 대통령이 참석한 것을 본 화상들은 두고두고 “한국정부의 지원에 놀랐다”란 말을 연발했다. 노 대통령 왼쪽에 원국동 회장이 자리했다.

 식순은 원국동 조직위원장의 개회사, 강신호 전국경제인연합회장 환영사, 황멍푸 중국 중화전국공상업연합회(이하 공상연) 주석의 축사 순으로 이어졌다. 이어 노 대통령은 격려사에서 “화상상권엔 해가 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며, “화인 경제인들의 세계적인 비즈니스축제를 한국에서 열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한국의 기술력과 인력이 자본력을 갖춘 화상의 세계적 네트워크가 결합할 때 엄청난 시너지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개막식의 하이라이트는 무대 맞은편에 ‘한·화상 동반성장’과 ‘지구촌의 평화번영’이란 표어 현수막이 펼쳐진 순간. 한국 첨단 정보기술(IT)의 상징인 로봇 휴보가 청사초롱에 점등하면서 대회 공식 일정의 시작을 알렸다. 축하공연으로 오페라 <명성황후>가 올려졌고, 오전 11시20분에 개막식 행사는 끝났다.



 유력화상 합동 기자회견

 전경련이 주최한 컨벤션홀 오찬이 끝난 오후 1시, 코엑스 2층 기자실에선 유력화상 합동기자회견이 열렸다. 순서는 참석자 소개와 간단한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 걸로 이어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세계화상대회는 세계, 특히 아시아경제에 많은 영향을 미쳐 왔다. 향후 계획은?

 (차이텐바오 싱가포르 중화총상회 회장) = 1991년 1회 대회부터 대회를 지켜봐 왔다. 6년 후엔 홍콩에서 개최할 것이다. 대회 때마다 주제를 바꾼다. 개최국과 조직 주체의 노력에 따라 대회 성과가 달라졌다.

 -(중국 신화사 기자의 질문) 한국의 화교기업은 낙후해 있다. 한국정부는 화상을 지지하는 분위기이다. 한국 화상이 발전하려면 어떤 조치가 필요한가.

 (훠전환 홍콩 중화총상회 회장) = 한국의 화상은 2만여명 정도다. 숫자 면에서 많지 않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내 화상의 지위가 높아지고 네트워크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홍콩의 많은 정·재계 인사들은 중국 본토와의 교류를 중시해 왔다. 한국 기업들과 함께 중국에 진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화상이 그 매개자 역할을 한다면 한국 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합동기자회견장에서 질문을 가장 많이 집중해 받은 화상은 훠전환 홍콩 중화총상회 회장이었다. 그는 2005년 <포브스>지 선정 세계 194대 부호이고, 부친이 헨리폭 현 중국 전국정치협상회의 부주석이다.)

 -한국과 함께 중국진출에  유망한 분야는 어떤 게 있나.

 (훠전환 홍콩 중화총상회 회장) = 한국은 국제적으로 유명브랜드가 많다. 자동차와 전자 분야는 큰 성공을 거뒀다. 화상은 이런 점을 한국에 배워야 하고, 협력할 수 있는 분야라고 본다. 최근 중국 과학기술부 장관과 만났는데, 그는 과학기술이 발전해야 중국의 경제발전도 이룰 수 있다고 하더라. 이런 점에서 한국과 협력하길 희망한다.

 -한국 내 화상들 지위가 열악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이번 대회가 개선의 계기가 될 것 같나.

 (중옌썬 말레이시아 중화공상연합회 회장) = 각국은 나라별로 정책이 있다. 한국 화상들은 국적을 확보하지 못한 분들도 많은 것으로 안다. 화상이 성공한 나라를 보면 대부분 (화교) 숫자가 많다. 그러나 한국은 숫자가 적다. 일본도 비슷하다. 이 점이 중요하다. 다음은 교육수준이 낮은 것도 이유이다.

 (중옌썬 회장의 대답은 한국정부가 화교와 화상에 대해 전향적 정책 변화를 해야 한다는 조언인 셈이다. 그는 ‘One Summer Night’이란 노래로 유명한 진추하씨 남편이며, ‘철강대왕’이란 별명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한·화상 라운드테이블

 오후 2시30분부터 50분간 비공개 좌담회가 열렸다.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 설영흥 조직위원회 명예위원장, 훠전환 홍콩 중화총상회 회장, 차이텐바오 싱가포르 중화총상회 회장, 정밍루 태국 중화총상회 회장 등 다섯 명이 참석했다.

 동남아 화상 중 빅3 국가로 통하는 홍콩, 싱가포르, 태국의 화상 대표와 가진 회담이었다. 회담 전 포토세션 때 플래시가 연발 터지자, 이 장관은 “We are movie stars.”(우리가 영화배우다)라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오후 3시40분 좌담회 사회를 본 홍기화 코트라 사장이 포럼 요약 브리핑을 했다. 홍 사장은 이 자리에서 화상들은 한국의 화상총상회 규모나 역사가 열악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순조롭게 진행돼 만족해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브리핑 자리에 함께 참석한 차이텐바오 회장은 “화상대회에 보여준 한국정부 지원에 크게 감사한다”며, “한국 내 화교와 화상 지위가 크게 향상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좌담회에서 향후 화상대회를 ‘차이니스엑스포’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일부 기업에 한해 전시행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앞으론 모든 업체가 참여하는 ‘마켓플레이스’로 격상시키자는 제안이다.

 한국과 화상 간 유망투자 분야에 대해 묻자, 3인3색의 답변이 쏟아졌다. 차이텐바오 싱가포르 중총회장은 한국의 부동산시장에, 훠전환 회장은 IT 분야에 관심이 있다고 대답했고, 정밍루 홍콩회장은 “태국은 농업과 수산물 시장이 발달했다”며 한국의 투자를 주문했다.

 다음은 홍기화 사장의 요약 브리핑 내용이다. “4년 전인 6회 중국 남경대회 땐 5000여명이 참석했다. 그런데 중국도 아닌 한국 대회에 3000여명이 참석한 건 대단한 일이다. 한국이 중국에 진출할 땐 화상을 중개자로 하면 효과를 볼 것이다. 화상은 전통적으로 부동산과 금융, 서비스 쪽에 강점이 있다. 반면 한국의 강점이랄 수 있는 첨단산업에선 약하다. 앞으론 제조분야도 강점을 가지려고 하는데, 이쪽이 한국과 협력할 수 있는 분야라고 본다. 화상들은 한국투자는 중국투자보다 투자수익률이 낮다고 보는 것 같다. 이에 대해 이희범 장관은 일본기업들의 경우 동남아투자 때보다 한국투자 때 훨씬 큰 이익률을 올린 통계가 있다고 반박했다.”



 IT/BT/CT 포럼

 오후 2시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선 정보기술(IT), 생명공학(BT), 문화콘텐츠(CT) 포럼이 동시에 열렸다. 참석자 숫자 면에서 200여명으로 가장 인기가 높았던 포럼은 IT 분야였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류촨즈 렌샹그룹 회장은 “렌샹은 IBM PC사업부 인수 후 4개월 만에 판매량이 70% 이상 늘어났다”며, 최근 중국의 글로벌기업 사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켰다. 렌샹그룹은 중국 500대 기업 중 39위(2004년)로 지난해 매출액만 419억위안(약 5조2000억원)에 달하는 IT·벤처 투자업체다.

 이희국 LG전자 사장(CTO)은 “한국 10대 성장동력과 중국 과학기술촉진센터가 선정한 핵심기술 분야가 유사해 향후 기업간 협력은 물론 국가간 협력도 가능할 것”이라며 유비쿼터스시대 한·중 양국의 기업전략을 강조했다.

왕동성 BOE그룹 회장은 2003년 1월 하이닉스에서 분사한 하이디스를 인수해 유명해진 인물이다. 그는 “한국으로부터 설비 3억달러, 부품 2억5000만달러 등 5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수입이 유발됐다”며, “이는 한국부품의 중국진출 교두보 역할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지막 연사로 나선 이철상 VK 대표는 “휴대전화에도 디지털컨버전스를 진행해 2007년에는 두께 8㎜짜리 휴대전화가 PC역할도 하게 될 것”이라며, “한·중 간 원천기술의 특허공유를 통해 서구기술에 대응하자”고 역설하기도 했다. 각 포럼은 5시까지 3시간 동안 진행됐다.



 갈라디너

 오후 7시 산업자원부가 컨벤션홀에 마련한 저녁만찬(갈라디너)에는 많은 인원이 참석해 2500여 좌석을 가득 메웠다. 만찬의 메인이벤트는 한국과 중국 가수들의 열띤 노래공연. 가수 15명이 등장, 번갈아 두 곡씩 불렀다. 곡당 4분씩만 잡아도 족히 2시간이 넘는 행사였다. 이때 문제가 생겼다. 식사를 마친 화상들 절반이 만찬장을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참석자 대부분이 40~60대 화상들인데, 그들에게는 전자음이 쾅쾅 울리는 공연무대가 고역인 듯싶다. 대회 진행상 옥의 티라고 할까.



 10월11일



 산업문화 시찰

 이 날은 한국 산업문화 시찰에 나서는 날이다. 총 10개 지방자치단체가 화상을 초대, 지자체별로 산업시설과 문화재 관람유치로 전쟁을 치렀다.

 서울(600명)보다 경기(780명)가 인기가 높았고, 청주 오송단지 시찰을 마련한 제천에도 120여명이 몰렸다. 이 밖에 인천(150명), 대구(125명), 대전(47명), 전남(45명), 광주(42명), 전북(40명), 부산(30명) 등 약 2000여명의 화상들이 산업문화 시찰에 나섰다.



 워커힐 저녁만찬-SK, 화상 천여명에 ‘알짜 홍보’

 만찬을 주최한 건 SK였고, 이번 화상대회 때 최고 알짜홍보를 한 기업도 SK로 느껴졌다. 오후 6시30분경 서울 워커힐호텔 야외무대인 제이드가든에 원국동 회장이 도착했고, 이어 인민산 중국 공상련 부주석(중경시 공상련 회장), 정밍루 태국 중화총상회장, 천다장 인도네시아 중화총상회장, 천샹린 상하이자동차그룹 회장 등이 속속 입장했다. 1050석을 마련한 자리는 입추의 여지없이 꽉 들어찼다.

 오후 7시 ‘2005 디너파티 위드 SK’로 이름 붙여진 야외 특설무대 행사장 양편에는 대형스크린을 마련하여 SK 소개영상을 10여분간 상영했다. 유력 화상들 앞에서 SK를 보여주는 절호의 기회를 100% 활용한 셈이다.

 주최자인 조정남 SK텔레콤 회장이 단상 위로 올라가 환영사를 했다. 그는 “SK는 한·중수교가 있기 전인 1991년 한국 기업 최초로 중국에 현지법인을 세운 회사”라며, “베이징에서 비행기로 2시간 거리인 서울에 이제야 화상대회가 열려 만시지탄(晩時之歎)을 느낀다”고 했다.

 원고 없이 바로 그 자리에서 답사에 나선 인민산 부주석은 “최근 중화권에 ‘대장금’이 방영돼 한류열풍이 이어졌다”며, “한국산 자동차와 휴대전화에 이어 문화상품까지 중국에서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어 정만원 SK네트웍스 사장이 건배 제안을 하면서 분위기는 한껏 고조됐다.

 원국동 회장은 VIP들과 일일이 사진을 찍으며 “SK에겐 100만달러짜리 IR(investor relation, 투자자관계·기업설명 활동) 기회”였다고 말했다. 이어진 가야금 연주와 9시까지 이어진 ‘난타’ 공연 때는 화상들 사이에서 휘파람이 나올 정도였다.



 10월12일



 명사 강연

대회 마지막 날 오전 10시 원국동 회장은 ‘명사 강연’의 사회를 맡았다. 코엑스 2층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명사 강연 첫 연사로는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나섰다. 이어 등장한 인사는 도널드 존스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 그는 “유럽연합에서 현재 2300만개 중소기업이 활동 중이며, 민간고용의 66%를 맡고 있다”며, “중소기업의 기업가 정신이 세계경제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실패한 기업인에 대해 죄인 취급할 게 아니라 재기할 수 있는 기업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고 지적한 대목에서 박수를 받았다. 명사 강연에는 500여명이 몰렸고, 11시35분 강연이 모두 끝나자 화상들은 구름떼같이 존스턴 사무총장에게로 몰려가 그의 유명세를 실감케 했다. 이어 12시엔 김재철 무역협회장 주최 오찬장으로 화상들은 발길을 돌렸다.



 화상투자설명회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화상투자설명회’에는 기대보다 적은 150여명이 객석을 채웠다. 중국 서부대개발의 중심지역인 산시(陜西)성, 한국 기업이 가장 많이 진출한 지역인 칭다오(靑島)시, 동북 3성의 거점인 헤이룽장(黑龍江)성 등 중국 내 투자 인기지역에서 투자설명회를 개최한 것을 감안하면 썰렁한 분위기가 연출된 셈.

 칭다오시는 7월 말 현재 한국 기업의 중국 투자액 중 3분 1 이상이 집중된 지역으로, 2008년 베이징시와 함께 하계올림픽을 개최, 올림픽 특수가 기대되는 최고의 투자지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에서는 재정경제부 산하 경제자유구역기획단이 참가, 영종지구 운북 차이나시티와 청라지구 아시안빌리지 등 인천 차이나타운 개발계획을 설명했다. 이날 참가한 해외 화상 기업인들은 특히 인천 차이나타운 개발 프로젝트에 많은 관심을 보인 점이 특징.



 한·화상 리딩 CEO 포럼

 오후 2시 코엑스 아셈홀 201호. 한국과 유력 화상기업 CEO들이 참석한 ‘한·화상 리딩 CEO 포럼’이 열렸다. 한국 측 참석자로는 설영흥 현대자동차 부회장, 김종열 하나은행장, 정만원 SK네트웍스 사장, 오세철 금호타이어 사장 등이 눈에 띄었고, 화상 측은 왕둥성 중국 BOE그룹 회장, 천샹린 상하이자동차그룹 회장, 정밍루 태국 중화총상회장, 덩롱 미국 화상회장, 완젠화 중국은행연합회 총재 등이 주요 인사였다. 한·화상 주요 거물들이 모인 실질적 최고위급 회의였다.

 비공개회의 뒤 토의결과 발표는 당초 예상보다 15분 늦은 오후 4시께 열렸다. 홍기화 코트라 사장이 간단한 발제는 이랬다.

 “세계가 ‘뉴아시안 패러다임’으로 흘러가고, 일명 ‘친디아(Chindia) 쇼크’까지 있는 공통된 상황을 인식했다. 특히 한국이 동북아, 나아가 전 세계 관문으로 가능성이 있는지 타진해 봤다. 이때 한·화상 간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부각됐고, 양자의 협력 강화에 공통된 인식을 했다.” (그 뒤 화상들이 짧은 몇 마디 질의에 응답했다.)



 - 서울대회를 통해 한국에 투자할 분야에 가닥이 잡혔나.

 (천샹린 상하이자동차그룹 회장) = 2000년부터 한국 기업과 손잡고 일하는 중이다. 처음엔 쌍용차 기술을 도입했다. 지금은 GM대우 10% 지분을 인수한 상태다. 현재 쌍용자동차 50.8% 지분을 갖고 인수했다. 한국과 공동목표가 있다. 한국에 (자동차) 영향력을 확대해 이를 기반으로 세계에 진출한다는 목표다.

 - 한국 투자에 대한 그동안의 부정적 이미지가 바뀌었는가.

 (정밍루 태국 중화총상회장) = 한국정부의 지원이 대단했다. 전 세계에 화교 없는 나라는 없다. 이번 대회가 한국에 화상자본의 진입 기회를 제공했다고 본다.

 - 한국시장이 매력적인가.

 (덩룽 미국 화상회장) = 개인적으로 한국은 첫 방문이다. 이곳에서 한국의 투자환경을 유심히 살펴봤다. 화상에 대한 한국정부의 관심을 알기에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이후 한국정부가 이민족을 존중하는 법령을 만든다면, 외국인 투자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화상자본뿐 아니라 유태인과 아랍의 자본까지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미국은 인종차별을 없애는 데 기업까지 나서고 있다. 일례로 미국 맥도날드의 경우, 인종차별시 3000만달러 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다.



 폐막식

 오후 6시 컨벤션홀 3층에선 3000여명이 몰린 가운데 제8차 세계화상대회 폐막식이 열렸다. 한국 측 고위인사로는 이해찬 국무총리가 참석했다. 원국동 대회 조직위원장은 “서울대회는 총 36개국, 78개 단체, 3098명이 참가해 개막식 때엔 홍콩 스타TV가 100여개 국가에 생방송으로 전파를 내보냈다”며, “한국 정부와 재계의 도움으로 서울대회가 성공리에 끝났다”고 선언했다. 폐막식 후 정동채 문화부장관이 베푼 환송연이 한창이던 7시 20분께 원국동 회장은 포도주 건배를 여러 번 한 탓인지 얼굴이 붉어 있었다. 그는  “입국할 때 반신반의하던 화상들이 귀국보따리를 싸고 있는 지금은 전부 만족해 하고 있다”며, “한·화상 경제교류의 물꼬를 튼 행사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코엑스 2층에 마련된 기자실로 내려오자, 7시25분 중국과 화교권 기자 20여명은 식사도 거른 채 본국에 세계화상대회 폐막을 알리는 기사 전송에 한창이었다.



 총평

 대회가 끝난 다음날인 13일 오후 통화한 원국동 회장의 목소리는 약간 쉰 듯했다. 폐막식 뒤 몇몇 각국 중화총상회장들과 한잔 더했다는 그는 “화상들이 이구동성으로 그동안 ‘배타적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씻는 자리였다더라”고 전했다.

 서울대회의 가장 큰 효과는 한국·화상 간 거리를 좁혔다는 점이다. “올 때는 (서울대회를) 걱정했는데, 갈 때는 모두 흡족해 했다”는 게 대회 총평이다.

 실제 경제적 효과도 적지 않았다. 총 8억3000만달러 투자를 유치했다. 싱가포르 아센다스사가 물류와 부동산개발에 5억달러, 미국 WI하퍼그룹이 바이오벤처기업에 3000만달러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한·화상 네트워크를 잇는 가교역할의 첫 발을 내디뎠다. 중국 중창텔레콤이 인천 차이나타운에 3억달러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한 것이 대표적이다. 1대 1 비즈니스상담회에선 1억3000만달러 수출계약이 성사됐고, 4억5000만달러 수출상담 실적도 올렸다.

 이번 대회는 중국 본토에서 열렸던 2001년 6차 남경대회 때를 제외하고 역사상 규모가 가장 큰 대회였다.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은 “화교권 경제가 발달하지 않은 한국에 36개국 3098명이 참가한 건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화상들은 한국정부에 ‘셰셰’(감사)를 연발했다. 이번 대회가 화상들에게 한국 투자에 긍정적 역할을 미쳤다는 게 참석자들의 평가다.

 반면 화상들은 따끔한 지적도 했다. 국내에 화교가 2만1000여명에 불과한 것을 의식한 듯, 중옌썬 말레이시아 중화공상연합회 회장은 “화상 지위를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고, 덩룽 미국 화상회장은 “이민족 존중에 관한 법령을 만든다면 한국의 외국인 투자는 활성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훠전환 홍콩 중화총상회장은 “한국 기업이 중국에 진출할 때 화상을 통하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아쉬운 점도 있다. 리카싱 허치슨 왐포아그룹 회장이나 순훙카이 부동산개발의 궈빙샹 형제 등 유력 거부들이 빠진 점이 그렇다. 도널드 존스턴 OECD 사무총장이 명사 강연에서 주장한 “중소기업이 세계경제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지만, 국내 중소기업의 참가가 적었다는 점도 거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