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 ‘바이오에탄올’이 뜨고 있다. 석유 대체 연료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식물에서 추출한 연료라 무공해라는 점과 매장량 한계가 없다는 게 최대 장점. 세계 각국의 ‘바이오 에탄올 전쟁’이 벌써 진행형이다.

‘전기 자동차, 하이브리드 자동차,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이들의 공통점은 석유 연료, 즉 휘발유나 디젤유 소비를 줄임과 동시에 환경 오염물질을 대폭 줄이거나 아예 배출하지 않는 자동차라는 점이다. 그러나 이의 대중화는 기술적 해결 과제가 쌓여있는데다 관련 인프라도 부족해 앞으로 상당 기간이 지난 뒤에나 가능하리라는 게 일반적 견해다.

자동차와 같은 수송용으로 쓰이는 석유 비중이 전체 석유 소비량 중 3분의 2에 이른다. 게다가 고유가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고 전 세계적인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기존 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보다 깨끗하게 에너지를 소비할 수 있는 실질적 대안이 절실한 상황이다.

공해 없는 ‘식물연료’ 시대로

그렇다면 아예 연료를 기존 휘발유나 디젤유가 아닌 다른 것으로 바꾸면 안 될까. 대대적으로 공급 인프라를 바꾸지 않더라도 기존 연료와 손쉽게 섞어 사용할 수 있는 연료가 있다. 이게 바로 ‘바이오에탄올’이다.

바이오에탄올은 사탕수수나 옥수수와 같은, 자연계의 바이오매스로부터 발효를 거쳐 만들어진다. 따라서 석유나 석탄처럼 언젠가 사라질 수밖에 없는 화석연료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대체 에너지원으로 주목을 받는 것이다.

게다가 광합성을 통해 고정된 이산화탄소를 활용하기 때문에 공기 중 온실가스의 순 배출량이 제로가 되어 깨끗하기까지 하다. 최근에는 석유, 천연가스 등과 함께 에너지 가격 동향 분석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기 시작하고 있다. ‘액세서리 연료’, ‘부띠끄 연료’로 치부되었던 바이오에탄올이 석유 수입 의존도 해소와 환경 문제 해결의 실질적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에탄올이 고유가 시대인 요즘에 와서야 부각된 것일까. 그렇진 않다. 자동차가 처음 개발됐을 때 연료로 에탄올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안다면 그리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1908년 설계된 포드사의 모델 T는 에탄올로 가는 자동차였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값싼 휘발유가 나오자 에탄올은 자동차 연료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1970년대, 석유 위기가 닥치자 석유에 의존한 에너지 체계에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그러자 다시금 자연계에서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는 연료와 에너지가 주목을 받게 됐고, 재생 가능 청정에너지, 바이오에탄올이 자동차 연료로 다시금 빛을 보게 되었다.

브라질, 신차 판매량 75%가 바이오에탄올 차량

지구의 허파이자 산소 공급원인 광활한 아마존의 우림을 보유한 나라, 브라질. 브라질이 온실가스 배출 억제와 에너지 독립의 모델로 주목을 받고 있다. 풍부한 사탕수수를 원료로 바이오에탄올을 만들어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에서는 바이오에탄올을 자동차 연료의 25% 이상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굴러다니는 자동차 절반 이상이 바이오에탄올 겸용이다. 최근 유가가 오르자, 바이오에탄올의 농도에 관계없이 사용될 수 있는 플렉스카(Flexible Fuel Vehicle)가 신차 판매의 7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003년 폭스바겐에 의해 처음 나온 뒤 당해 3%에 불과하던 플렉스카의 신차 보급률이 작년에는 54%로 급증했다. 올 연말이면 85% 이상까지 오를 전망이다. 브라질 자동차 시장의 최대 메이커인 폭스바겐은 최근 브라질 내 생산량 전부를 플렉스카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브라질산 바이오에탄올은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에 팔리고 있다. 실제 갤런당 생산 비용이 브라질에서는 0.75달러로 미국의 1.1달러, 유럽의 2.0달러 수준보다 월등한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2005년 미국이 근소하게 앞지르기 전까지만 해도 브라질은 세계 최대의 바이오에탄올 생산국이자 수출국이었다. 브라질이 미국과 함께 또 다른 에너지 강국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다.

연 평균 20%씩 수요 폭발 중

바이오에탄올 시장은 과거 인터넷 산업의 성장과 비교될 정도로 그 가능성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석유나 석탄과 같은 한정된 화석연료의 수요량이 전 세계적으로 늘면서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보다 깨끗한 에너지원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연료 체계에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바이오에탄올은 에너지 체계의 한 축으로 자리 잡으며, ‘에너지 시장 게임을 바꿔놓을 신병기’ 역할을 할 공산이 크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최근 전 세계 바이오에탄올 수요 증가세는 가히 폭발적이다. 세계 연료용 바이오에탄올 시장은 1980년대 중반 이후 2000년까지 연간 200억ℓ 내외를 유지하여 왔다. 그러나 2001년을 시점으로 연평균 20% 가량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현재 390억ℓ 규모에 이르렀고, 앞으로 이러한 성장세를 지속하며 2012년이면 현재의 1.7배 수준인 650억ℓ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게다가 원료 확보, 생산, 유통 등 인프라의 구축이 가속될 경우 더욱 가파른 성장세도 가능하리라는 예측이다.

2000년대 들어 옥수수를 주원료로 세계 바이오에탄올 최대 생산국에 등극한 미국은 현재 95개의 공장에서 연간 34억 갤런을 생산할 수 있다. 게다가 150여 개의 플랜트가 새롭게 지어지거나 확충을 서두르고 있어 조만간 생산능력이 현재의 3배 수준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올 6월부터 휘발유 옥탄가를 높이는 첨가제인 MTBE에 대한 미국 내 사용 규제는 바이오에탄올 성장과 상용화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2025년까지 중동산 석유 수입량을 현재의 25%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미국 정부의 야심찬 정책에서 바이오에탄올 보급이 그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EU는 2010년까지 바이오에탄올과 같은 바이오연료의 소비량을 전체 연료의 5.75%까지 높이려 하고 있다. 바이오에탄올 상업화 움직임은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 국가는 물론, 인도, 타이,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도 활발하다. 인도는 올 10월까지 휘발유의 에탄올 함유량을 5%로 확대할 계획이며, 내년에는10%로 높일 전망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많은 석유를 소비하고 있으면서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일본은 브라질산 바이오에탄올 도입을 본격화하는 등 부산한 움직임이다. 원활한 공급선 확보를 최대 이슈로 판단한 일본은 브라질 최대 에탄올 기업인 페트로브라스와 제휴해 수입을 추진하는 한편, 동남아시아까지 수입선을 다변화하려 하고 있다. 아울러 2020년 20억ℓ, 2030년 40억ℓ를 공급할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한 오키나와, 미야코 등 각 지역별로 바이오에탄올 함량이 3%인 E3의 실증 시험을 추진하고 있으며,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일부에서는 수입산이 바이오에탄올의 9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 하에 옥수수나 사탕수수가 아닌 폐목재나 기타 농업 부산물로부터 에탄올을 생산하는 방식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장기적인 바이오에탄올 공급 부족을 우려하고 있는 미국의 셀룰로오스 유래 에탄올의 생산 기술 확보 및 상업화 노력과 일맥상통한다.

휘발유 대비 30% 비싼 원가 ‘흠’

그러나 바이오에탄올이 우리와 친숙해지고 보다 널리 쓰이기 위해서는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은 게 현실이다. 바이오에탄올 생산 원료의 다변화 및 안정적 확보, 기존 정유회사 및 자동차 메이커의 참여, 정부 차원의 지원 등 여러 측면에서의 노력이 어우러져야 한다. 특히 가격이 상업화의 가장 큰 잣대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혼합비율 등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지만, 에탄올 연비를 감안할 때 보조금 지원이 없는 경우 적어도 휘발유 가격보다 15~20%만큼 싸져야 대체 연료로서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현 시점에서 아직은 휘발유 제조원가에 비해 30% 이상 비싼 형편이다. 유가 상승 여지가 많고, 값싼 원료 및 생산 공정의 확보 노력이 활발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머지않아 바이오에탄올은 ‘보조금 산업’의 굴레에서 벗어나 청정 대체 연료로서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바이오에탄올 보급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각종 보급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고, 이미 일부 기업들은 바이오에탄올 확보를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막대한 성장 잠재력과 파급 효과를 지닌 바이오에탄올을 간과하고는 에너지 문제 해결을 생각할 수 없으리라는 판단이다. 정부는 물론 기업들의 기술 개발, 원료 및 연료 확보, 인프라 구축 등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plus interview

국내 바이오에탄올 외국 진출 1호

최규호 씨에스엠 회장

인도네시아에 서울 16배 땅 확보

빠르면 2009년 첫 생산

박인상 기자 edream@chosun.com

바이오에탄올이 뜨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잠잠하다. 창해에탄올을 비롯한 중소기업 몇몇 업체가 뛰고 있을 뿐이다. 이런 와중에 최근 국내 한 업체가 인도네시아 주정부와 바이오에탄올 사업을 위한 대규모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화제다.

윤활유 및 휘발유첨가제 업체인 씨에스엠이 주인공. 이 회사 최규호(47) 회장은 석유 메이저 회사인 미국 엑슨사(영국, 싱가포르 근무)를 거쳐 텍사코코리아 대표를 지낸 에너지 전문가. 그는 “바이오에탄올 사업은 국가적 과제”라며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도네시아 주정부와 체결했다는 MOU 내용은.

인도네시아 람풍주 3개 군과 열대 전분작물인 카사바(돼지감자)를 경작하는 데 필요한 토지 21만2000ha(약 6억4000만 평)을 30년간 무상으로 제공받기로 했다. 30년이 지나면 기간을 30년 연장할 수 있다. 8월로 예정된 본계약을 체결하면 75만ha(약 22억7000만평)으로 확대한다는 공문서를 받았다. 인도네시아 측에 지분 30% 안팎을 넘겨주는 대가다.

국내가 아닌 인도네시아를 택한 까닭은.

결국 땅 때문이다. 한국에 밭작물을 할 수 있는 땅은 105만ha가 전부다. 그나마 쌀과 배추 등 핵심 농지를 빼면 10만ha밖에 안 남는다. 우리가 계약한 75만ha는 서울(1억4000만 평) 면적의 16배 규모다. 람풍주는 자카르타와 비행기로 35분 거리로 가깝다.

바이오에탄올의 세계 시장 수요량은 어느 정도인가.

고유가 시대 대체 에너지로서 중요한 자원이다. 2년 전 곧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시대가 온다고 했더니 다들 이상한 눈으로 보더라. 향후 100달러 시대도 멀지 않았다고 본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이 바이오에탄올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는 휘발유의 에탄올 함유율을 최소 10% 이상으로 하고 있다. 최대 85%까지 가능하다. 인도는 현재 5%인 휘발유의 에탄올 함유량을 10%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브라질은 20~25%다. 중국은 동북3성을 비롯, 생산라인을 구축중이고 일본은 외국과 제휴선을 뻗치고 있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한국이 제일 급한데도 너무 태평한 것 아닌가 싶다.

언제쯤이면 씨에스엠이 만든 바이오에탄올을 쓸 수 있나.

올해 11월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12월에는 카사바 재배를 시작할 계획이다. 내년 4월쯤이면 에탄올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시간표를 갖고 있다. 씨를 뿌려 재배해 공장을 거쳐 생산품이 나오기까지 약 2년9개월이 걸린다. 빠르면 2009년이면 나올 것 같다.(그는 연간 예상 매출액을 묻자 현 국제가 기준으로 14조원 규모라고 대답했다. 최 회장이 밝힌 지난해 씨에스엠의 실적은 약 250억원 매출에 110억원 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