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의 급성장은 급기야 사회전반을 하나로 연결하는 네트워크시대를 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지구 끄트머리에 있어도 손가락 하나면 서로를 연결하는 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요즘 자주 등장하는 유비쿼터스는 사람과 사람뿐 아니라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을 쌍방향으로 연결하는 이른바 네트워크세상의 완결판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처럼 ‘네트워크’라는 말이 붙기만 하면 칭송에 가까울 정도의 환대를 받는 세상에 유난히 홀대를 받는 ‘네트워크’가 있다. 네트워크 마케팅이 바로 그것.

 많은 사람들은 이 말을 들으면 곧바로 좋지 않은 이미지가 크게 부각되는 ‘다단계판매’로 인식하곤 한다. 이 때문에 불황기에도 매출상승세를 타고 있는 제이유그룹의 주수도(49) 회장은 늘 불만이다. 제이유는 올해 지난해 대비 50% 늘어난 3조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 정도 규모면 국내 30대 그룹에 낄 수 있다. 주 회장은 “제이유가 그야말로 문제투성이의 판매회사라면 과연 이 같은 매출이 가능한 얘기이겠느냐”며 아쉬워한다.

 주 회장은 ‘소비생활 마케팅’이라는 신개념의 네트워크 판매기법을 도입, 빠른 속도로 지난 15년간 외국계 기업들이 장악해 온 국내 네트워크 판매시장을 선점해 갔다. 특히 이 기법으로 지방자치단체 내 농가 및 중소기업들의 제품을 주로 판매함으로써 판로가 없던 이들에게 일종의 ‘구세주’가 되고 있기도 하다.

 제이유는 연초 ‘부도가 날 것’이라는 괴소문이 나돌아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주 회장은 “성장하는 과정에 흔히 (좋지 않은 소문이) 나올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제이유가) 일방적인 비난이나 매도를 당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주 회장은 요즘 21세기 신성장 동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만이 생존할 수 있다는 강한 신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1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옥에서 주 회장을 만났다.



 - 최근 제주도 친환경 농축산물 생산업체인 (주)삼무와 농·축산물 공급 및 판매 계약을 체결하셨는데요. 그 배경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아시겠지만 농·축산물에 대한 확실한 판로가 없습니다. (주)삼무 대표를 맡고 있는 신구범 전 제주도지사가 친환경농산물 등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어떻게 하면 계속 질 좋은 삼다수를 공급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비롯한 것입니다. 신 전 지사는 제주도를 친환경 농·축산물의 생산기지로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거나 결국 좋은 물을 유지하려면 무농약환경이 돼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입니다. 하지만 ‘무농약, 무항생제, 무화학비료’인 삼무(三無)방식으로 농사를 짓더라도 판로가 없으면 현실화를 할 수 없습니다. 삼무는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고, 제이유가 자체 유통망을 통해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윈윈전략이 서로 맞아 떨어진 것이죠.

 앞으로 삼무와 제이유는 희망하는 제주도 농민 전체를 이 운동에 동참시킬 생각입니다. 지금은 친환경 농사를 30만평 정도 짓는데, 그걸로는 아직 턱없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향후에는 제주도 농민 전체가 ‘3무’방식으로 농사를 짓게 한다는 것입니다. 제이유의 유통망을 통해 농촌경제 살리기의 성공적인 사례를 만든다면, 전국적인 확산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런 농사의 차별화가 결국 농민을 살리게 될 겁니다.



 - 해외 진출도 활발히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해외시장의 성과와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는 곳은 어디입니까.

  제이유는 필리핀에 진출한 지 1년이 됐습니다. 두 군데의 센터(영업매장)를 두고 있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습니다. 매출도 꾸준히 오르고 있습니다. 필리핀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은 모두 우리 제이유 제품입니다. 더 놀랄 만한 일은 필리핀 사람들이 한국말을 배울 정도로 한국과 제이유의 국제적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한글을 따로 가르치는 시간을 따로 둘 정도죠.

 중국에서도 제이유의 마케팅기법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연말 중국 텐스리(天士力)그룹과 합자법인 계약을 체결했으며, 현재 중국정부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특히 신경을 쓰는 곳은 중국입니다. 중국 현지법인인 ‘텐스리제이유유한공사’는 내년 3조원, 오는 2009년 15조원 매출을 목표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를 위해 최근 중국 전역에 물류망을 구축하고, 내년엔 중국 전역을 커버하는 위성방송망까지 설치할 생각입니다.

 태국은 10월 말쯤 오픈할 수 있을 겁니다. 연내에는 말레이시아, 홍콩, 미국 등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진출하게 되면 아마 국내에 진출해 있는 미국계기업들이 깜짝 놀랄 겁니다.(웃음)

 - 나노기술, 줄기세포 등 신성장 동력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미래성장 동력에 대한 남다른 관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제이유그룹의 식구들은 100만명이 넘습니다. 1~2년 후에는 3~400만명이 먹고 살 수 있는 것을 준비해야 합니다. 세상이 급변하고 있는데 한 가지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과학 분야에는 나노기술이, 생명과학 분야에는 줄기세포가 21세기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분야를 먼저 준비하고 선점한다면 수백만명을 먹여 살리는 데 문제가 없을 겁니다.

 나노기술 분야에서는 한양대연구소와 계열사인 세신(주)이 제휴를 통해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가톨릭의대와 한성에코넷(주)이 연구계약을 통해 추진하는 치료용 목적의 성체줄기세포 연구는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물론 이들 연구소와의 성과물과 지적재산권에 대해서는 공동소유하기로 했습니다.

 제약회사 인수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습니다. 성체줄기세포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이상 치료제 개발도 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건강식품을 자체 생산하게 되면, 품질도 높일 수 있고, 원가도 줄일 수 있습니다.



 - 최근 제이유그룹 사장단회의에서 30위권 국민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30대 기업의 의미를 설명해 주시죠.

 매출 면에서 3조원대가 되면 30대 기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 면 외형적으로 올해 말이나 내년이면 가능하다는 얘깁니다. 제이유는 지난해 2조15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2조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 사회공헌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활동들을 하고 있습니까.

 제이유 장학재단을 통해 중고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불우이웃돕기는 평상시 하고 있습니다. 이보다 궁극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내년 봄 설립되는 ‘주수도평화재단’이 그것입니다. 전 재산을 재단에 헌납하기로 이미 선언했습니다. 크게는 인류의 평화와 복지를 위한 일이고, 개인적인 부를 사회에 환원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 제이유의 ‘소비생활 마케팅’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이 마케팅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입니까.

 일반인들은 네트워크 마케팅을 피라미드의 형태라고 오해하고 있습니다. 지난 50년 동안 주류를 이룬 ‘사람=조직=판매’라는 등식 때문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 준 게 사실입니다. 옛날에는 사람장사 비슷했지 않았습니까.

 저도 젊은 시절 직접 만든 컴퓨터를 조직마케팅을 통해 팔면서 깨달은 게 있습니다. 그때 실패한 원인을 분석해 봤습니다. 결국 조직이 문제였습니다. 조직이 조화를 이루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또 생활 속 네트워크를 지향해야 합니다.

 소비생활 마케팅은 생활비만 써도 소득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도·소매 유통비용, 광고비 등 중간유통마진을 소비자와 판매자에게 돌려준다는 것이죠. 지금까지 소비가 지출이었다면, 이제는 소비가 소득이 되는 개념입니다. 소비가 소득이 되면 자신과 자기 가족에게 판매를 할 경우에도 이익이 생기게 됩니다.

 이런 소비생활 마케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수조건이 있습니다.

첫째는 수많은 생필품을 갖춰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자동 반복 재구매’를 하려면 품질은 좋지만 가격은 저렴한 제품을 확보해야 합니다. 반복 재구매가 없는 제품에 의한 마케팅은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네트워크 비즈니스의 생명입니다.

 둘째는 최소 3만명 이상의 소비자를 확보해야 합니다. 3만명은 안정적인 매출을 불러일으키는 숫자입니다. 3만명이 매일같이 돌아가면서 제품을 구입하면 어떤 공장이라도 돌아가게 돼 있습니다.

 셋째 온·오프라인 매장을 다 갖춰야 합니다. 온라인뿐 아니라 마트와 가맹점 등을 통한 소비매장을 갖추는 것입니다. 이것은 판매원 입장에서는 무점포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유점포를 가진다는 의미입니다. 전국에 점포를 다 갖추면 진정한 생활 속의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 소비생활 마케팅은 선순환되면서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에게도 끼치는 영향이 컸다고 하던데요.

 소비가 소득이 되는 마케팅은 개인가정의 소득이 될 뿐만 아니라 업계의 불황을 타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몇 가지 실제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제주도에 손님이 절반 정도 차는 한 모텔이 있었습니다. 이 모텔에서 한 달에 구매하는 각종 목욕용품 등 소모성 제품은 2000만원 정도입니다. 이 모텔이 제이유에서 이런 물품을 1년 이상 구매하면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연간 2억4000만원 정도의 매출실적을 일으키면서 받은 수당이 구매비와 비슷하게 됐습니다. 원가가 하나도 안 들게 됐죠. 이렇게 줄인 비용을 시설개선 등에 투자함으로써 손님이 가득 차기 시작했습니다.

 종업원이 300명인 한 중소기업도 2억원어치의 추석선물과 설날선물을 구매하면서 받은 수당이 수천만원에 이르게 됐습니다. 4년 정도 지나자 받은 수당만으로도 선물을 살 수 있게 됐습니다.

 아파트 분양에서도 아파트에 설치하는 정수기나 주방용품을 서비스상품으로 진열하자, 분양이 잘 됐습니다. 그래서 은행 대출이자를 줄일 수 있었고, 수당은 수당대로 받을 수 있었던 겁니다. 소비생활 마케팅이 다른 업종의 불황까지 타개한 것입니다.

 농어촌에서도 마찬가집니다. 전남 장흥의 표고버섯, 부산 기장의 미역, 경북 영주의 사과 등을 생산하던 농어민들의 농수산물이 이런 마케팅으로 판로가 열린 겁니다. 이것은 일종의 유통혁명입니다.



 - 제이유가 한때 상당히 어렵다는 말도 들렸습니다. 이러한 외부 소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업경영을 근시안적으로 ‘단기 게임으로 보느냐’, 아니면 미래를 위한 ‘장기 게임으로 보느냐’의 차이입니다. 단기적으로 돈 챙기기에 급급하다면 이런 식으로 경영을 하지 않겠죠.

 40년 전 100대 기업 중 살아남은 기업은 12개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88개의 기업이 망했습니다. 기업들의 생명이 너무 짧습니다. 영원히 가는 기업, 100년, 200년 가는 기업을 만들려면 기본적으로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많아야 됩니다. 계속적인 재투자가 이뤄져야 고용도 창출되고, 하청업체도 같이 살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재투자가 많아지면 유동성자금에 위기를 겪기도 합니다. 이는 성장과정에서 경영자가 맞을 수 있는 일시적인 위기일 뿐입니다.

 요즘 네트워크 마케팅 시장을 보면 제이유를 흉내내다 망한 기업이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기업들이 사실 제대로 흉내낸 것이 아닙니다. 앞서 말한 세 가지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1000억 원대의 투자가 필요합니다. 마케팅만 흉내낸다면 반드시 실패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래도 제이유가 이들 실패의 원조가 아니냐고 비난하기도 합니다. 저는 그런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브레이크웨이, 유니레벨, 레인보우 등 다국적기업의 마케팅을 흉내내다 망한 기업도 많은데, 그럼 이들 다국적기업도 이런 실패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냐고 말입니다.

 일본에서도 노래방이 인기를 끌면서 수많은 노래방이 범람해 망한 노래방들이 속출했습니다. 그러면 맨 처음 노래방을 연 사람이 비난을 받아야 할까요.

 세 가지 조건을 갖춘 소비생활 마케팅에서는 피해자가 생기지 않는다고 확신합니다. 돈을 적게, 많이 버는 차이는 있겠지만 조금이라고 이익을 보게 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