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임박!”, “놓칠 수 없는 기회!” TV홈쇼핑의 역사도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설립 초기만 해도 주로 주부들이 애용하던 TV홈쇼핑이 이제 남녀노소 모두의 관심을 사로잡는다. CJ, GS, 현대, 우리 등 4개 홈쇼핑의 연도별 최고 히트상품을 통해 지난 10여 년간의 소비 트렌드를 돌아본다.

2004년은 ‘웰빙’이 ‘바람’에서 ‘열풍’으로 발전한 해이다. 이를 반영하듯 각 홈쇼핑회사들의 히트상품을 보면 현대홈쇼핑은 유산균 발효기(14만 개 판매), CJ홈쇼핑은 안동 간고등어(21만 세트), GS홈쇼핑은 김영애 황토솔림욕(26만 세트), 우리홈쇼핑은 한복선 김치(15만 개)다. 이밖에도 트레이닝복이나 여행용가방, 클로렐라 세트 등이 인기를 모았다. 이들 제품 모두 웰빙을 테마로 한 제품들이다.

2004년~2006년 현재 : 웰빙제품, 첨단제품 주목

2004년에 주목할 만한 것은 유명 디자이너와 홈쇼핑이 함께 만드는 ‘디자이너 제품’이 인기를 모았다는 점이다. 2002년 CJ홈쇼핑에서 최고 인기상품이었던 피델리아, 카루소 등이 다시 히트상품 순위 상위권에 들었다. 현대홈쇼핑에서도 디자이너들이 대거 홈쇼핑 상품을 내놓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 같은 경향은 2005년까지 계속 이어져 ‘지오’, ‘미싱도로시’, ‘론’ 등 새로운 디자이너 브랜드를 런칭하기에 이른다.

GS홈쇼핑 측은 그 이유를 소비자들의 ‘대체 구매’에서 찾는다. 경기침체로 인해 백화점 등에서 고액을 지불하기 어려워진 소비자들이 동종의 상품을 홈쇼핑채널에서 구매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일례로 GS홈쇼핑의 디자이너 브랜드 ‘론’ 정장은 150수 이상의 원단을 사용하면서도 백화점 정장가격의 절반수준인 10만원대 후반에서 20만원대 초반에 내놔 2005년 한해 매출 220억원을 달성했다.

2005년에 홈쇼핑 업계를 휩쓴 것은 디지털카메라, 네비게이션, MP3플레이어 등 첨단 디지털 제품이다. 우리홈쇼핑에선 ‘삼성 케녹스 디지털카메라’가 150억원의 매출을 올려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CJ홈쇼핑에선 아이리버 MP3플레이어, 삼성 디지털카메라, Mio 네비게이션 등이 차례로 2위, 3위, 7위에 올랐다. 특히 Mio는 네비게이션의 대중화, 레저문화 확산에 힘입어 상반기에만 5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현대홈쇼핑에선 TG삼보 데스크탑이 740억원의 매출을 올려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2005년 주목할 만한 것은 첨단 디지털 제품의 강세를 뚫고 GS홈쇼핑과 현대홈쇼핑에서 최고 히트상품 자리를 차지한 것은 ‘스팀청소기’다. 100℃ 고온의 스팀으로 진드기와 곰팡이를 제거하는 스팀청소기는 현재 주부들 사이에서 필수품으로 인식되고 있을 정도다. 특히 한경희 스팀청소기는 스팀청소기 시장을 창출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를 따라 삼성, LG 등 대기업도 스팀청소기 시장에 진출했다.

2006년은 웰빙제품, 첨단제품과 더불어 미용용품, 보안용품 등 다양한 종류의 상품들이 혼전양상을 보이고 있다. 올해의 히트상품 중 눈여겨 볼만한 것은 최근 주부들에게 인기를 모으고 있는 마블코팅을 한 ‘키친아트 조리기구 세트’다. 우리홈쇼핑에서 상반기에만 15만 세트가 팔렸고 9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대리석처럼 반점이 보이는 마블코팅은 코팅 위에 한 번 더 코팅을 해 음식이 눌어붙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기름 없이도 달걀 프라이를 할 수 있는 수준이다. 간편함을 추구하는 최근의 트렌드와 잘 맞는다.

2000년~2003년 :

가전제품 전성시대를 지나 다양한 히트상품 등장

CJ홈쇼핑의 2000년도는 ‘가전제품의 전성시대’라 불릴 만큼 가전제품들이 강세를 보인 한해였다. 특히 컴퓨터가 10위권 안에 4개나 들어가는 등 단일품목 최고 인기를 구가했다. 일반 가전 전문 매장들의 매출감소와는 달리 2시간 평균 5억원 이상을 판매하는 등 홈쇼핑 매출 증가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GS홈쇼핑의 히트상품 3위도 현대멀티캡 P3-733이 차지했다. CJ홈쇼핑의 관계자는 “그러나 국내 경기가 하강하면서 하반기에는 대형 고가 상품보다는 중저가 주방 생활용품의 판매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2001년에 들어서면서부터 본격적으로 히트상품의 다양화가 이뤄진다. 2001년 CJ홈쇼핑이 생활용품, 주방용품, 이미용품, 전기전자, 의류, 식품 등 다양한 히트상품을 배출해 눈길을 끌었다. 가격대 역시 6만9900원에서 169만900원까지 폭이 넓다. CJ홈쇼핑에 따르면 “이처럼 히트상품군이 다양해진 것은 고속성장을 하던 홈쇼핑 업체들이 그동안 취급하지 않았던 새로운 상품을 판매하는 등 판매 상품의 영역을 넓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가장 인기가 있었던 제품은 옥매트 ‘신형! 황제보료 좋은 아침’으로 10월 한 달 동안에만 주문매출 기준으로 100억원을 돌파하며, 4개월간 약 100만 개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는 성과를 보였다. 가격도 비교적 고가인 33만원으로 홈쇼핑 시장에서 고가 상품의 성공 가능성을 증명했다.

2001년 각 홈쇼핑별 최고 히트상품을 살펴보면 GS홈쇼핑은 ‘도깨비방망이’ 170억원, 현대홈쇼핑(2001년 11월 개국)은 ‘영광 해풍 굴비’ 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02년 GS홈쇼핑 히트상품은 베스트 10개의 상품 모두가 신규 진입해 TV홈쇼핑 상품의 빠른 세대교체를 보여주었다. 또한 히트상품이 가전제품이나 컴퓨터에 집중돼 있던 데서 벗어나 식품, 주방, 건강식품 등으로 히트상품군의 폭이 넓어진 특징을 보여주었다. 한 GS홈쇼핑 MD는 “홈쇼핑 히트상품의 저변이 넓어진 것은 TV홈쇼핑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2002년 GS홈쇼핑 최고 히트상품은 500억의 매출을 올린 ‘LG로직스 컴퓨터’.

90년대 말까지만 해도 홈쇼핑에서 김치의 매출이 그리 크지 않았다. ‘김치는 집에서 담가 먹는 것’이란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이 확실히 바뀌게 된 계기는 ‘한성 포기김치’의 등장에서 부터다.

2002년 GS홈쇼핑의 히트상품 상위에 랭크된 ‘한성 포기김치’는 2002년 25만 세트(금액 67억원)가 판매됐으며 장마와 폭우 영향으로 품귀현상까지 빚은 바 있다. 인터넷쇼핑몰과 카탈로그를 통해 판매된 양을 합치면 55만 세트에 이른다. 2003년엔 TV홈쇼핑을 통해서만 28만여 세트가 팔려나가 히트상품 3위에 올랐다.이는 김치를 한꺼번에 많이 보관할 수 있는 김치냉장고가 홈쇼핑을 통해 널리 보급됐을 뿐 아니라, 배추 등 김치 재료의 심한 가격변동, 맞벌이가구 및 독신가구의 증가 등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2002년 CJ홈쇼핑에선 디자이너 제품이 강세를 보였다. 1위의 ‘피델리아’, 10위의 ‘카루소’가 그것이다. 1위로 선정된 ‘피델리아’는 약 54만여 세트(600억원)가 팔려 최대 판매 수량 상품으로 꼽혔다. ‘피델리아’는 디자이너 이신우와 CJ홈쇼핑이 함께 만든 언더웨어로 당시로선 파격적인 섹시하고 화려한 디자인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디자이너 장광효가 참여하는 의류브랜드 ‘카루소’는 200억원의 판매고를 올려 주문매출 기준으로 5위에 올랐다. 이후 앙드레김 등 여러 디자이너들이 디자이너 상품에 진출에 TV홈쇼핑 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2002년 현대홈쇼핑의 대표 히트상품은 비누타입의 모발화장품 ‘난다모’다. 지금은 별다른 설명이 없어도 모두들 ‘난다모’가 뭔지 아는 유명상품이지만 현대홈쇼핑 진출 이전까지는 무명의 제품이었다. 난다모는 방송 후 급성장을 거듭해 현재는 3년간 60만 명의 소비자가 사용한 홈쇼핑 최대 히트상품이 됐다. 재구매율이 70%를 넘길 만큼 품질을 인정받았고, 일본 QVC홈쇼핑에 진출해 시간당 최고 매출 기록을 깼다. 프랑스에 100만달러 규모의 수출을 시작으로 지금은 미국, 중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에 수출하고 있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난다모는 발모제와 가발에 머물러 있던 탈모방지용품 시장의 ‘재발견’이다”라고 평가했다.

2003년은 현재까지 이어지는 불황이 시작된 해이지만 ‘웰빙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 해이기도 하다. 이러한 변화는 홈쇼핑 히트상품의 목록에서도 그대로 들어난다. 포장김치, 양념갈비, 프라이팬 등 먹거리와 연관된 상품들이 급부상한 것이다. 단가는 낮으면서도 마진이 높고, 반품 부담도 별로 없다는 점에서 고객과 홈쇼핑사 모두에게 이익이었기 때문이다. 2003년 CJ홈쇼핑의 히트상품들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메모리폼 베게, 다이어트 드링크제 ‘팻다운’, 요구르트 제조기 등이 그것이다.

우리홈쇼핑의 2003년 최고 히트상품은 15만 개가 팔린 한복선 김치와 167억원의 매출을 올린 쿠쿠 압력밥솥이다. 현대홈쇼핑의 최고 히트상품은 11만 개가 팔린 종가집 배추김치와 195억원의 매출을 올린 구들장 건강보료다. 또 2003년부터 ‘영어열풍’을 타고 어학관련 상품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아동서적, 역사서적 및 소설류까지 범위가 늘어 지속적으로 판매량이 증가했다. 2006년에 가면 삐아제 아동용 도서가 CJ홈쇼핑에서만 60억원이 넘게 팔려 히트상품의 반열에 오른다.

1996년~1999년 : 생활용품에서 건강, 미용, 생활가전으로

2003년 11월엔 현대홈쇼핑이 PCA생명보험 상품을 내놓으며 처음으로 무형상품이 등장한다. 이후 보험이나 여행, 해외 인턴십, 어학연수, 공연 등을 아우르는 무형상품은 홈쇼핑 업계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했다. 무형상품은 우선 매출이 높으면서 재고 부담이 없고, 방송중 주문고객이 실제로 결제하는 실구매율이 높기 때문이다. 보험이나 금융상품은 실구매율이 평균 40~50% 수준이며 문화공연상품이나 여행상품 등은 거의 80% 수준에 육박한다.

홈쇼핑 초기에는 유통망이 잘 발달되지 못한 중소기업의 소형가전제품과 아이디어상품이 많았다. 원적외선 오븐기, 스팀다리미, 유산소 운동기 등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신개념 상품이 대부분이었다.

CJ홈쇼핑과 GS홈쇼핑(당시 LG홈쇼핑)이 개국한 96년은 ‘원적외선 오븐기’의 해다. 원적외선 오븐기는 CJ홈쇼핑에선 3억7천만원, GS홈쇼핑에선 4억원 어치가 팔렸다. 상위권에 오른 제품들은 자동차 코팅세트, 가정용재봉틀 등이다.

97년 CJ홈쇼핑에선 ‘장수돌침대’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장수공작 퀸과 장수비취 퀸의 매출액 각각 15억원, 11억원으로 전년도 최고 히트상품인 원적외선 오븐기의 매출액 3억7000만원에 비해 무려 5배 이상 뛰었다. 이는 홈쇼핑의 빠른 성장세를 보여준다. 그해 GS홈쇼핑의 최고 히트상품은 세라콜 숯불구이기로 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녹즙기와 압력밥솥이 그 뒤를 이었다.

홈쇼핑의 매출이 부쩍 늘어난 90년대 후반으로 가면서 대기업 가전과 유명 디자이너의 의류 등이 히트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김치냉장고, 에어컨, 컴퓨터 등이 홈쇼핑의 주력상품으로 프라임 타임에 편성되기 시작했다.

CJ홈쇼핑의 98년 최고 히트상품은 ‘돌삿갓 요리박사’. ‘돌삿갓 요리박사’는 물 없이도 야채 데치기, 굽기, 볶기 등이 가능한 다기능 조기기구다. 3위를 차지한 것은 당시 인기몰이를 했던 슈슈다리미. 스팀으로 다림질을 하는 간편한 다리미다. 이후 수많은 중소기업에서 스팀다리미가 출시된다. 홈쇼핑 히트상품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파워 도깨비방망이’가 4위에 오른 것도 눈에 띈다.

98년 GS홈쇼핑의 최고 히트상품은 ‘딤채’였다. 이제는 거의 모든 가정의 부엌 한자리를 차지하는 김치냉장고가 당시만 해도 최첨단(?) 가전제품이었다. 전년도 최고 히트상품인 세라콜 숯불구이기의 매출액이 2억원이었던데 반해 딤채의 매출액은 30억원이었다. 무려 15배가 오른 수치다. CJ홈쇼핑에 밀리던 GS홈쇼핑의 대역습은 ‘딤채’ 덕분이었다. 이외에도 연수기, 미모미모 운동기 등 건강과 관련한 제품이 3위권 안에 올랐다. 2000년대 들어 불어 닥친 웰빙열풍의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다.

99년도 CJ홈쇼핑에서는 ‘돌삿갓 요리박사’가 2년 연속 최고 히트상품의 자리를 지킨다. 2위를 차지한 제품은 피부미용용품인 ‘뷰리’였다. 98년까지만 해도 히트상품 중 미용제품은 순위권 안에 들지 못했었다. 당시 ‘얼짱’열풍과 맞물려 뷰리는 폭발적인 매출을 올렸다. 이 제품은 여성들은 물론 남성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남성들도 미용에 관심을 쏟기 시작한 것이 이때쯤부터다. 3위는 동양매직 가스오븐레인지다. 99년은 건설경기가 호황을 보일 때다. 많은 사람들이 새집으로 이사하며 가스오븐레인지를 구입했다는 후문이다. 전자레인지에 대한 전자파 논란도 한창이었다.

99년 GS홈쇼핑의 히트상품 1위는 ‘이지 펜티엄 멘도시노컴퓨터’가 차지했다. 2000년대 이후 TV홈쇼핑의 프라임 타임을 차지하는 첨단 가전의 최초 등장이다. 99년 당시는 초고속인터넷망이 일반가정에도 막 퍼져나갔을 때다. 또 ‘스타크래프트’란 게임을 등에 업고 PC방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날 때다. 2위는 LG에어컨 LP-153CA. 가스오븐레인지와 마찬가지로 건설경기 호황을 등에 업었다. 또한 99년은 IMF구제금융의 터널을 막 빠져나와 움츠렸던 소비심리가 기지개를 켤 때다. 3위에 오른 카이젤 제빵기는 2000년대 들어 많은 사랑을 받은 요구르트 제조기나 건강 주서기 등과 같은 DIY 주방제품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