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부자들의 맘속으로 깊숙이 들어가고자 그들과 교감이 잦은 전문가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 11월 13일 서울 강남 삼성금융프라자에서 이창환 한울 법무법인 재산 상속 계획법 연구소장, 김양수 한국감정원 부동산 연구소 개발팀장, 여운봉 삼성금융플라자 PB가 ‘강남부자 그들은 누구인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박정원=최근 강남 부자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강남 사람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느낀 점은 무엇입니까?

 여운봉=삼성금융연구소에서도 강남 부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분석에 매우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강남 부자들은 현금자산과 부동산자산의 비율을 서구와 마찬가지로 7:3의 비율로 맞춰 가고 있습니다.

 김양수=이미 우리나라의 부자들이 미국의 부자들과 습성과 성향이 동조되어 가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박정원=부동산정책이 화제인데, 강남사람들의 재테크에 대한 생각은 어떻습니까?

 여운봉=최근 상담해 본 재산 70~80억원의 강남 부자들 중에는 의외로 부동산을 정리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부동산은 보유 리스크가 높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합니다. 정부 정책이 세제강화 등 규제 위주로 흘러가고 있어 간접투자 상품이나 부동산 펀드에 관심이 매우 높습니다. 최근 우리은행이 실시한 리츠투자 설명회에서는 경쟁률이 10:1에 달했습니다. 20억원의 돈을 넣어도 2억원밖에 받아 주지 않을 만큼 경쟁이 치열합니다.  대형 우량주의 수익률이 3.4%에 달하고 있어, 굳이 예금이나 적금 상품에 투자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양수=부동산의 경우 설문조사 결과가 정부정책 발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판단하건대, 부동산가격은 이미 오를 대로 올라 자산기대 소득이 과거처럼 높지는 않을 것입니다.

 여운봉=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부동산의 경우 위험은 없지만,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재테크 수단은 아니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즉 부동산은 로우리스크 자산으로 분류, 보유비중을 점차 낮추고 있는 추세입니다.



 부동산 정리하는 강남 부자 늘고 있다.

 김양수=부동산의 잠재수익 성장률은 최근 들어 4%를 넘지 못하고 있어 기대 자산가치가 예전 10%대에서 많이 떨어졌습니다. 일본의 경우 90년대 15년 동안 주거건물의 경우 50%, 상가의 경우 66%가 하락했습니다. 고령화가 가속되면 우리나라도 일본만큼은 아니지만, 부동산의 거품은 어느 정도 빠질 것으로 보입니다.

 여운봉=부동산 수익률은 GDP성장률과 비슷한 곡선을 보이고 있습니다. 통계청 자료를 분석해 보면, 지가상승률과 GDP가 거의 일치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GDP성장률이 3%대로 접어들고 있어 부동산 가격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박정원=강남으로 신흥 부자들이 몰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여운봉=그 이유는 그들의 문화에 맞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살기 때문입니다. 강남 부자들은 대체로 40~50대 연령의 사람들이 많고, 이들은 대부분 외국유학을 갔다왔거나 거주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강북에 살게 되면 주위 사람들과 문화적 위화감 등 때문에 단절되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따라서 서로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비슷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강남을 더 선호하는 것입니다. 타워팰리스, 아이파크, 센트레빌 등 주상복합아파트 주민들은 대부분 이런 성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박정원=타워팰리스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주상복합아파트의 그들만의 문화가 이슈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창환=타워팰리스 등 주상복합아파트에서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느낀 점은 확실히 이들은 서로간의 커뮤니케이션이 발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아주 큰 부자는 이런 자리에 참석하지 않고 비슷한 재산을 가진 같은 연령대의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외부에 알려진 것처럼, 타워팰리스, 아이파크, 센트레빌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성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끼리끼리 뭉치는 경향이 있지만, 넘어설 수 없는 벽은 아니라고 봅니다. 역시 서로가 편하기 때문에 같이 모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운봉=최근에 입주한 강남의 SK리더스뷰의 경우, 대상자들이 대부분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젊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들은 대체로 30~40대로 의사, 변호사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SK리더스뷰 내에 있는 헬스클럽에 타워팰리스에 사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온다는 것입니다. 강남 내에서도 부유한 젊은 층과 노년층이 나름대로 끼리끼리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는 게 흥미로웠습니다.

 이창환=타워팰리스 세미나에 참석해 본 결과, 확실히 타워팰리스에는 나이 많은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히려 이들은 아파트 내에서 젊은 사람들과 부딪히는 것을 부담스러워 합니다.

 박정원=강북 부자들과 강남 부자들 간에 확실히 차이가 있습니까?

 김양수=강북은 전통적인 진짜 부자가 많고, 강남은 젊은 신흥 부자가 많다고 합니다. 성북동, 삼청동, 한남동 등에서 강남까지 부자동네도 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값이 상승하는 아파트단지가 부의 척도가 되는 것 같습니다. 강남 차량번호판, 강남 아파트 주소, 강남 학교 등이 사회적 지위를 부여하는 일종의 프레스티지(prestige: 위세 또는 위신)가 생겨난 셈입니다.



 안정을 추구하는 강북 부자, 도전적인 강남 부자

 이창환=강북의 성북동, 청운동 등의 부자를 1세대 부자라고 한다면, 강남 타워팰리스, 아이파크 등 주상복합 아프트를 2세대 부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의 이전수단 중 하나가 상속이나 증여라고 본다면, 강북의 1세대 부자들의 상속인이 부를 가지고 갈 수 있는 곳은 강남밖에 없다고 봅니다. 부자에 대한 시선이 차가운 우리나라 국민들의 성향을 볼 때, 이들 2세대 부자들이 선택할 만한 곳은 역시 강남 지역인 것입니다.

 여운봉=전통적인 강북 부자들은 젊을 때 고생해 자수성가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들은 대체로 위험에 대한 대비책과 자산관리법, 인맥관리에 대한 노하우가 상당히 뛰어납니다. 따라서 자신들의 부를 스스로 지켜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반면 강남의 신흥 부자들은 상속이나 증여 IT 특수 등으로 갑자기 부자가 된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에 따라 젊은 부자들은 항상 불안해 합니다. 리스크에 대처하는 능력, 자산관리 인맥 등에서 대부분 강북 부자들에게 뒤처지기 때문에 자산운용 전문가를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남 사람들이 재테크에 대한 니즈가 높고, PB센터가 많이 생겨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김양수=미국에서도 유사한 모습을 봤습니다. 90년대 초반 부동산 조사업무 때문에 미국을 방문했는데, 전통적인 부자가 많은 동부와 신흥 부자가 많은 서부가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서부의 경우 자산운용 전문 비즈니스가 크게 발달한 반면, 동부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산운용사가 적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박정원=설문조사에 따르면, 강남 사람들이 대체로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양수=전통적인 부자가 8·31정책에 대해 비관적이라기보다는 일반 국민의 정서와 다소 다르다고 보는 게 옳은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이 어떤 연령에서 어느 정도의 재산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정책을 받아들이는 자세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정부가 부동산정책에 대한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기 때문에 부동산가격은 안정을 찾을 거라고 예상됩니다.

 여운봉=강남 부자들의 연령층은 대체로 젊은 편에 속합니다. 경제를 보는 식견이 뛰어나고 변화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에 대한 인식도 차차 선진국형으로 바뀌어 갈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 금리를 활용해 부동산가격을 잡는 것이 가능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변수가 워낙 다양해 새로운 정책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강남 부자들은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정부정책에 대해 불신이 많다기보다는, 또 다시 새로운 정책이 나올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정원=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의 설문조사가 다소 상이하게 나왔습니다. 송파구 사람들이 특히 생각이 다른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창환=강남구, 서초구에 비해 송파구의 설문결과가 다르게 나온 것은, 송파구가 기존 강남구, 서초구보다 비교적 늦게 강남 지역으로 인식됐고, 실제로 이들이 축적한 부가 강남이나 서초에 비해 떨어지며, 거주자들이 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송파구 사람들 스스로가 아직은 본인들이 큰 부자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박정원=특히 빈부세습에서는 강남구 사람들이 지금보다 개선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여운봉=강남구 사람들이 빈부세습에 대해 개선될 것이라고 여기는 것은, 이들이 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자가 앞으로 더 많아질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빈부 세습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는 듯합니다.

 박정원=여유자금 투자의향도 강남구가 보수적인 반면 ,송파구는 다소 공격적인 것 같습니다.

 김양수=여유자금 1억원 투자에 대해 강남구, 서초구 사람들이 예금과 적금을 선호하는 것은 이 지역 사람들이 부동산뿐 아니라 이미 많은 예금과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송파구의 경우 보유자산이 적어서 리스크가 큰 대신 기대수익이 높은 주식 등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운봉=제가 만나본 모 그룹 회장은 이런 말을 하곤 했습니다. 돈 많은 사람들은 삼성전자에 투자하고 돈이 없는 사람들은 IT 벤처사 등 리스크와 수익이 공존하는 종목에 투자해야 한답니다. 리스크가 높은 종목이 그만큼 가져다주는 수익이 크다는 예기죠. 강남구와 송파구 사람들의 재테크에 대한 견해차가 이런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강남의 사교육 열풍은 과장된 것

 박정원=강남 사람들의 교육열은 어느 정도입니까?

 여운봉=강남 사람들이 지출하는 사교육비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영어학원의 경우 대부분 한 달 학원비가 90만원 정도 합니다. 또 유치원이 60만원, 50~60만원 하는 몇 가지 레슨을 추가하면 못 들어도 아이 한 명당 200만원은 훌쩍 넘어간다고 생각됩니다.

 이창환=제가 만나본 고객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자녀 교육비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것을 보아 왔습니다. 그러나 이는  강남만의 문제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강북 상계동, 중계동 지역만 하더라도 강남 못지않은 사교육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자식이 있고, 맞벌이하는 부부의 수입 중 한 명의 수입은 아이들 교육비로 들어가는 게 요즘 현실입니다.

 여운봉=최근 강남에서 불고 있는 또 다른 현상은, 외국인학교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양평에 세워지고 있는 한 학교의 경우, 외국인학교임에도 학생들의 외국 거주 자격제한을 없애자, 수많은 강남 학부모들이 입학을 지원했다고 합니다.

 이창환=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외국인학교에 보내는 강남 사람들이 많이 늘고 있습니다. 외국인 학교의 경우 1년 수업료가 1200만원 이상이고, 학생들은 2~3년 정도 외국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어야 하는데, 강남 지역 학생들은 대부분 이 기준을 충족하고도 남습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일부 외국인학교들은 학생들의 외국 거주 기준을 5년으로 늘리기도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습니다.

 김양수=제 생각에는 이런 교육열풍은 우리나라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미국의 경우도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우리나라 못지않습니다. 자식에게 교육을 잘 시키고 싶은 것은 전 세계 모든 부모들이 같은 마음인 것 같습니다.

 박정원=이런 교육격차가 빈부 세습을 더욱 확산한다는 비난의 여론도 있습니다.

 여운봉=교육문제를 빈부격차로 몰아가려는 사회 분위기도 문제입니다. 강남 사람들 중 물론 굉장히 많은 사교육비를 쓰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상당히 과장된 면이 없지 않습니다. 이는 강남과 강북의 대결 구도로 문제를 풀어갈 것이 아니라, 정책적으로 더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창환=강북의 동부이촌동은 강남보다 더 심하게 교육비를 지출한다고 들었습니다. 교육열풍은 강남과 강북의 문제라기보다는 대단위 아파트단지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커뮤니티가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박정원=해외 이주나 유학에 관심도 높다고 들었습니다.

 여운봉=해외 유학과 이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와 교육여건이 부실하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식과 아내를 유학 보낸 기러기아빠들과 그 가족들을 보면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사회가 붕괴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외국인학교와 민족사관고 같이 질 높은 교육을 시켜 줄 수 있는 교육기관이 많이 생긴다면, 굳이 어린 나이에 외국에 나갈 필요는 없다는 것이 강남 사람들은 물론 다른 지역 사람들의 의견입니다.



 부자와 서민이 서로 존중하는 사회 돼야

 김양수=안정된 사회와 질 좋은 교육환경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합니다만, 우리나라 부자들도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류층이 존경받을 수 있도록 이 사회를 잘 이끌어 간다면 빈부격차, 교육문제 등에서 나타나는 갈등이나 문제점은 많이 완화될 것입니다.

 여운봉=우리나라 사람들이 부자들에 대해 너무나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제가 만나본 강남 사람들 중에는 존경할 만한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용기를 가지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서 부를 모은 사람들입니다. 강남 사람들은 자신이 BMW를 타고 다니면 일반 사람들이 어디 땅 잘 사서 떼돈 번 투기꾼으로 보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고 합니다. 따라서 강남 부자들 중에는 자신이 어디에 사는지, 무슨 승용차를 소유하고 있는지, 본인의 재산은 얼마인지 숨기려고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부자를 인정하는 더불어 사는 사회 인식이 보편화 되면,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자연히 실현됩니다.

 이창환=그 문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문제 같습니다. 부자들은 사회에 기여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서민들도 부자는 무조건 나쁘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지만, 무조건 좋은 학교에 보내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2세들에게 책임감과 올바른 가치관을 같이 물려줘야 우리사회가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