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총론

올초 116개 표본세무조사의 뜻은?

기 세무조사와 달리, 사전 통보 없이 진행되는 조사차 방문한 자리에서 조사요원들은 회사의 회계·경리 관련 서류 및 파일의 봉인을 뜻하는 붉은 딱지를 곳곳에 붙였다. “설 연휴가 끝나는 2월부터 본격 조사에 들어가겠다”는 통보를 한 뒤 조사요원들은 회사를 떠났고, 회사의 경영진을 비롯한 회계·경리요원들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같은 업종의 M사, S사도 비슷한 시기에 세무조사 통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업체의 공통점은 외형은 대기업 보다 작지만 수익 면에서 알짜배기로 꼽히는 회사라는 점. 이 밖에도 해외 수출을 통해 상당한 외화를 벌어들인 점도 공통점으로 꼽혔다.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난 3월말, 검찰은 현대그룹의 비자금 조성 창구로 오토넷을 지목했다. 그 후 현대그룹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연초 공표한 세무조사와 검찰의 수사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 국세청은 공식입장을 취하고 있지 않지만 세무조사 일정과 검찰의 수사 일정은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 어렵다.

지난 1월19일, 국세청은 116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심층 세무조사 계획을 공표하면서 “세무조사 대상인 기업은 사전에 탈루혐의가 포착된 업종의 기업으로 구체적인 소득 조절 사실의 확인이 필요한 법인”이라 못 박았다.

기업 입장에서 볼 때 조사 결과에 상관없이 조사 대상이 되는 순간 ‘피의자’ 신분이 되는 터라 조사 주체인 국세청은 물론, 기업에서도 ‘보안 유지’가 생명일 수밖에 없으므로 대상 기업에 대한 취재는 쉽지 않았다. 조사 주체인 국세청은 조사 대상 기업의 명단은 고사하고 “조사 계획에 대한 보도자료 외에는 세무조사에 대한 어떠한 취재에도 응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이었다.

본지 취재팀은 재계는 물론, 여타의 다양한 루트를 통해 세무조사의 일정과 규모, 대상 기업을 탐문한 결과 몇몇 기업의 조사 착수 사실과 조사 계획 여부를 확인했다. 116개 조사 대상 기업 중 현재 세무조사가 진행 중이거나 조사 대상에 오른 기업은 금융권의 C은행, D은행, G은행, Y은행이 조사 중이거나 조사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건설업체의 경우에는 B건설, 통신업체 중에는 P사, 자동차업체에서는 D사, H사, S사, 식음료업체 중에는 M사, C사가 조사 대상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홈쇼핑업체 W사도 조사 대상에 올라 궁금증을 자아냈다.

애초 5월말로 예정된 표본조사는 현재 상당수 종료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탈루의혹이 큰 경우에는 5월 이상을 넘어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주요 조사 대상 업종으로는 외국계 펀드사, 건설 및 부동산업체, 해외 이전거래가 많은 기업들이 주요 조사 대상 업종으로 파악됐다. 이번 조사 대상에 오른 D사 회계 관계자는 “수출 등을 통해 얻은 소득이 많은 기업은 해외 이전거래 부분을 집중 조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말로 국세청의 주요 조사 대상이 해외 이전거래 과정에서의 탈세여부라는 사실을 시인했다. 해외 이전거래 과정에서 만들어진 돈은 사주의 개인 주머니로 흘러 들어가기 마련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지난 1월, 세무조사 사실이 확인된 외환은행의 경우도 외환 예금관련 탈세여부가 집중 조사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시작해 올 1월말 세무조사가 끝난 신한은행의 경우 엔화 예금유치 부분에 대해 집중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번 외환은행 조사에도 같은 분야 전문 조사요원이 대거 투입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월19일, 국세청은 116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일제 세무조사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번 조사는 미국 국세청이 실시하고 있는 샘플링조사 형식을 취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NRP라 불리는 조사방식은 개별 업체의 탈세혐의가 드러날 경우, 동종 업종의 세무조사에 활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번 조사에서 탈세내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동종 업종의 다른 기업 조사에서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조사범위에 대해 국세청은 탈루혐의가 있는 기업 외에 ‘호황업종으로서 소득탈루 혐의가 있는 기업’이 대상이라 명시하면서 반도체, 전자, 조선, 자동차, 전자상거래, 통신판매, 레저산업 등 ‘돈 잘 번 업종’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취재 결과, 이번 조사는 기존의 심층 세무조사와는 그 조사 기획과 대상 선정부터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일선에서 개별 기업 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현장 조사요원에 따르면 “통상 심층 세무조사의 경우, 조사 대상 기업을 선정하는 전담부서가 있어 해당부서에서 조사 대상 기업을 선정한 뒤, 이를 나눠 조사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는 개별 조사반 별로 조사 대상 기업을 선정하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다시 말해, 탈루혐의가 있는 기업은 업종을 불문하고 조사 대상에 포함된 셈이다.

취재 내용을 국세청에 확인하는 과정에서 “조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할 말 없다”던 국세청이 태도를 바꿔 조사 중인 개별 기업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는 조건 하에 취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비춰왔다.

다음은 116개 기업 대상 표본조사와 자영업자 세무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김광 국세청 조사국 조사1과 과장(부이사관)과 3인의 조사관, 자영업자 세무조사를 담당한 한재연 조사2과 사무관과의 문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조사 대상이 너무 많은 게 아닌가

연간 조사 대상은 한정돼 있다.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연간 전체 법인 중 1.7~1.8%)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조사비율도 일정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조사 대상 기업 수와 어떤 부분에 대해 조사할 것이라는 점도 대강 밝혔는데…

이전에는 정기조사이건 수시조사이건 일체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조사가 완료된 후 최종적으로 발표한 것도 사회적으로 민감한 부분이 아니면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조사 대상 기업 숫자를 밝힌 게, 엉뚱한 의심을 부른 게 아닌가 싶다. 진심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116개 표본조사, 자영업자 조사 모두 세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2005년 대기업 대상 조사가 진행된 뒤 2006년에 표본조사가 실시됐다. 세수 확보 차원이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있다.

전체 세수 120조원 중에서 조사를 통한 세수 기여는 3~4조원 정도다.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낮다. 횟수가 잦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정기 세무조사를 5~7년 마다 한 번 한다. 미국은 3년에 1회, 일본은 매년 한다. 우리 세무조사가 빈번한 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조사요원 숫자가 OECD가입국 중에서 꼴찌를 다툰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영업자 세무조사 결과를 3월말 발표했다. 422명에게서 3016억원의 탈루소득을 찾아내 1094억원을 추징했다는데, 1회성에 그치는 게 아닌가?

국세청의 2006년 중점 과제 중 하나가 공평과세를 위해 납세 성실도가 낮은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과세근거를 확보하는 일이다. 큰 방침은 분기당 최소 1회씩은 지속적으로 표본조사를 한다는 것이다. 현재 3월22일부터 2차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변수가 없으면 2/4분기 안에 결과가 발표될 것이다.

-자영업자 표본도 116개 기업대상 표본조사처럼 혐의가 있는 업자가 대상인가.

그렇다. 무작위 개념이 아니라 조사를 통해서 의심이 가는 업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같다.

-조사 대상은 어떻게 선정하고 조사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경찰이 언제, 어디에 음주단속을 나오느냐고 묻는 것과 같다. 어느 나라도 조사 대상 선정과 방식에 대해 공개하는 곳은 없다. 세무조사라고 하면 대단히 강압적인 것으로 아는데, 사실은 정밀하게 자료를 분석하는 작업이 대부분이다. 어느 계정과목 속에 숨겨 놓은 걸 관련된 다른 항목들과 면밀하게 검토해서 찾아내는 일이다.

 

Part2국세청 조사국 해부

성시종 이투데이 산업부 기자 lovessj@paran.com

국가 세수 전담하는 비공개 정예부대

주성 국세청장을 필두로 전군표 차장, 박찬욱 조사국장 등 국세청 수뇌부가 조사행정과 조사조직 문화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취임 초기부터 국세청장이 마지막 공직이라고 생각한다며 그의 모든 정열을 쏟아내겠다고 다짐한 이 청장은 쉴 새 없이 국세행정 발전을 위해 뛰고 있다. 이러한 그의 노력이 조사행정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정하고 투명한 조사 집행을 위한 업무 분담, 조사조직 견제장치 마련 등 끊임없는 혁신으로 ‘열린 세정’을 펼치겠다는 그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청장은 지난 2월13일 전국세무관서장 회의를 갖고 올 한해 고소득자영업자에 대한 소득파악에 국세행정역량을 집중키로 했다. 또 세무조사 방법에 있어서도 연초에 밝혔듯이 업종별 기업규모별 세무조사 표준을 만들어 적용할 계획이다. 이 같은 계획에 의해 이미 116개 중소·대기업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단행하고 있다.

이 청장의 강력한 세무조사행정 변화의 중심에 전군표 차장과 박찬욱 조사국장이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일찌감치 선배기수를 제치고 조사국장에 이어 차장까지 승진한 전군표 차장은 차기 국세청장 후보로 평가되며, 탁월한 그의 리더십과 기획력 등이 최근 조사행정 변화에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그는 조사국장 시절부터 효율적 조사 집행을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등 자신의 국세행정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차기 청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으며 향후 그의 행보에 동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함께 세무조사의 총책임을 지고 있는 박찬욱 조사국장 역시 자신의 오랜 국세행정 경력을 바탕으로 세무조사 선정 패러다임을 바꾸는 등 이주성 청장의 열린 세정 운영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박 국장은 현재 4~5년에 한 번씩 이뤄지고 있는 정기 세무조사를 탈피하고 탈루혐의 기업 위주의 세무조사 집행을 단행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특히 그는 조사행정에 있어 타당성을 확보함으로써 신뢰성을 담보하는 방향으로 세무조사 선정방식을 과학화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국세청 수뇌부들의 혁신에 혁신을 거듭한 조사행정 문화가 향후 기업 세무조사 운영에 어떻게 작용할지 업계의 모든 관심이 모이지고 있는 상황이다.

 조사1국은 대기업 전담반

실전에 투입되는 국세청 조사국은 본청이 아닌 서울지방국세청(이하 서울청) 조사국 직원들이다. 서울청 조사국 조직 가운데 1국은 대그룹, 2국은 대그룹 외 기업과 대형 자영업자, 3국은 양도·상속·증여 등 재산제세와 관련한 조사를 전담하고 있다. 또 4국은 탈세혐의 제보 접수를 받거나 사회적 파장이 큰 문제 등에 대해 심층조사를 담당하고 있으며, 국제거래조사국에서는 외국·외국투자법인에 대한 조사를 담당하고 있다.

현재 서울청 조사국의 조직도를 살펴보면 총 4개국, 각 국별 4개의 과로 구성돼 있다. 서울청 조사1국의 경우에는 우리나라 30대 대그룹만을 전담하고 있는 상황. 이 거대한 조직을 이끌고 있는 인물은 지난 2002년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부이사관으로 발탁 승진된 안원구 국장이 맡고 있다.

안 국장은 국세청 총무과장을 거쳐 이번에 대기업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조사1국장이라는 요직에 발탁됨으로써 향후 국세행정의 주축이 될 인물로 조직 내에서 바라보고 있다. 1960년생인 그는 그동안 국세청 인사적체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고 있는 노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젊은 나이에 주요 보직을 차지하게 돼 좋지 않은 시선도 있지만 그의 이러한 행보는 국세청 내부의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오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그의 경력이 말해주듯 부가세, 법인세, 총무 등 국세청 내 모든 업무를 두루 꾀고 있어 국세행정을 이끌어 갈 유능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안국장이 이끌고 있는 조사1국의 업무를 살펴보면 국내 굵직한 기업들의 세무조사를 모두 맡아 관장하고 있다. 우선 지난해 9월 이전에는 조사1국 1과에서는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 작업을 하고 나머지 3개의 과에서 세무조사를 진행했으나, 조직개편 이후 세무조사 대상 선정권이 조사국 외의 업무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조사1국 모든 과에서 실전에 투입돼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삼성이나 LG 같은 곳의 세무조사는 이곳에서 전담하고 있다.

일반 기업과 대형자영업자는 조사2국에서 담당

특히 국세청은 금년부터 맞춤식 세무조사를 도입, 시범적으로 서울청 조사1국에서부터 실시하고 있다. 이는 기업의 업종별 특성을 감안해 그 업종에 전문가들을 조사팀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3월부터 서울청 조사1국에서는 조사인력 POOL제를 시범적으로 실시, 세무조사 시 기존 조사반 위주를 탈피, 인별·분야별 전문가를 적재적소에 구성해 사실상 기획조사를 가동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지금까지 세무조사는 건별로 조사국의 각과에 계별로 배정하고 계장이 팀장으로 소속계원들과 조사를 수행해 왔으나, 현재는 조사 건별로 조사대상 기업의 업종과 특성에 맞는 조사 요원을 수시·변동 배치해 최적의 조사팀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의 경우에 대기업 세무조사 시 조사 건별로 최적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사팀이 조사를 실시하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이러한 맞춤식 세무조사를 도입하게 됐다”고 말하고 있다.

조사2국의 경우 대그룹 외 일반 기업과 대형 자영업자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전담하여 가장 바쁜 하루 일과를 보내고 있는 조직이다. 이처럼 분주한 조직의 수장을 맡고 있는 인물은 국세청 내 최고의 조사 전문가로 정평이 난 이희완 국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국장의 경우 부동산 조사부터 시작해서 본청 조사국과 서울청 조사1국, 4국 등 조사조직을 두루 거쳐 그야말로 조사조직의 모든 업무를 훤히 꿰뚫고 있는 인물이다. 지난 2000년 서기관 승진 이후 특별조사국으로 명성(?)을 날리던 서울청 조사4국 4과장과 국내 대기업의 세무조사 권한을 쥐고 있는 서울청 조사1국 1과장 등을 역임했다. 그러나 이 국장의 경우 48년생으로 그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서울청 조사2국장이 그의 마지막 공직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조사2국의 업무는 개인 유사법인과 개인 사업자들을 전담하고 있어 항상 분주하게 움직인다. 특히 이들의 업무는 개인 사업자에 대한 조사를 담당하다 보니 일은 많지만 크게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가장 고생이 많은 조사를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조사요원들이 가장 꺼리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해 국세청은 대대적인 조사조직 개편을 통해 서울청 조사3국을 재산제세(상속·증여·양도) 조사 전담국으로 만들었다. 이는 조사조직의 효율적 업무 처리를 위해 법인과 개인 사업자는 조사1·2국에서 상속이나 증여 등 재산제세 전반에 대해서는 조사3국에서 전담토록 한 것이다. 이러한 조사3국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인물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의 강일형 국장이다.

강 국장은 행정고시나 공무원 임용고시 출신이 아닌 육사29기(국세청에서는 특채3기로 표현함)로 조직 내에서 그의 탁월한 리더십을 인정받고 있다. 강 국장의 조직에 대한 투철한 충성심과 탁월한 리더십으로 다른 특채 출신 동기들이 조직에서 멀어져 갔음에도 불구하고 조사3국장이라는 주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국세청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편, 조사3국의 업무는 변칙적 부의 이전과 부동산 투기 차단에 조사 업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조사3국에서는 최근 신종 파생금융상품 및 비상장주식 등을 이용해 변칙적으로 상속 및 증여하는 행위가 늘어남에 따라 이에 대한 심층적인 조사를 전담, 새로운 유형의 변칙증여 실태 파악을 중점적중점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최근 증여세에 대한 완전포괄주의가 도입돼 변칙적인 부의 사전 상속을 차단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마련됐음에도 불구, 일부에서는 아직도 신종 파생금융상품 등을 이용해 세금 없는 부의 이전을 시도하고 있다”며 “변칙적 부의 이전에 대한 심도 깊은 조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조직개편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청 조사3국 재산제세 조사 전담국으로 전면개편

또 최근 부동산 열기가 다시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투기에 대한 원천적인 봉쇄를 맡고 있는 곳이 조사3국이다. 이는 지난 99년 ‘제2의 개청’으로 일컬어진 국세청 기능별 조직 개편 이후 재산세국에 부동산조사 담당관이 다시 부활하는 것으로 부동산 투기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번지면서 국세청이 부동산 투기를 적극적으로 차단코자 조사조직을 개편하게 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부동산조사 담당관 제도는 지난 89년 4월1일 부동산 투기 행위를 지속적으로 단속하기 위해 6개 지방청에 부동산 투기조사 전담기구인 부동산조사 담당관이 신설됐으며 이듬해인 90년 2월7일 토지초과이득세의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 서울청 재산세국을 신설, 그 산하에 부동산조사 담당관을 두었다. 이와 관련 내년부터 부동산실거래가가 시행되는 가운데 서울청 조사3국에서는 다주택보유자에 대한 주택취득·양도 과정에서의 세금탈루 여부 등을 철저히 가려 투기심리를 억제함과 동시에 탈루된 소득이 투기자금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

아울러 조사대상자의 명의 위장이나 이른바 딱지거래 등 부동산거래실명법, 주택건설촉진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철저한 검증작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투기거래에 개입한 부동산중개업소, 대출금융기관 등의 중개업법 위반 또는 금융감독기관 대출규정 위반 여부 등을 가려내 시·군·구 또는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에 통보함으로써 정부기관끼리의 연계망을 구축하고 있다.

국세청 조사조직 가운데 가장 베일에 싸여진 조사국이 심층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청 조사4국이다. 이들이 담당하는 업무는 용어만 변경됐을 뿐 과거 특별조사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즉 외부로부터의 제보나 타 정부기관의 자료 등에 의해 심층조사를 전담하는 곳이다. 마포 대림성산아파트 재건축 비리 사건과 두산그룹의 비자금 조성 문제, 대상그룹의 비자금 문제 등 사회적 이슈가 되는 큰 사건들도 이들이 세무조사를 집행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도 가장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사람들이 조사4국의 요원들이다.

특히 이들의 조사는 일반적으로 세금을 추징하는 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범칙조사로까지 이어진다. 즉 세무조사 과정에서의 명백한 탈세혐의 등을 들춰내 검찰고발 조치로 이어져 검찰 수사로 확대된다. 또 세무조사에 대한 사전통지를 생략한 채 곧바로 업체에 들이닥쳐 일체의 장부를 압수하는 등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단행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조사4국을 총괄하고 있는 김창섭 국장은 중부지방국세청 재직시절 조사국을 두루 섭렵한 인물로 조사통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조사4국의 경우에는 조사대상 기업에서 세무조사를 실시하기보다는 관련서류 일체를 영치, 내부적인 분석을 통해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경우가 많아 기업 관계자들이 조사결과를 예상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국제거래조사국, 외투법인 국제거래 철통 조사

국제화 시대 도래 이후 국세청 내 핵심부서로 자리 잡은 조직이 국제거래조사국이다. 기업 간 국제적인 거래가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 이를 이용한 변칙적인 탈세수법이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어 그 중요성에 있어서는 조사1국 못지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세청 조사국 요원 가운데 실력이 뛰어난 인재들은 이곳에 머물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실제로 국내 대형 로펌인 ‘김&장’ 등으로 자리를 옮겨 간 인물이나 LG전자 등 재무팀 상무급으로 자리를 옮긴 인물도 모두 국제거래조사국 출신들이다.

이처럼 국세청 브레인들이 활동하고 있는 조직을 이끌고 있는 인물은 한국조세연구원에서 파견 복귀한 민태섭 국장이다. 민 국장 역시 강일형 조사2국장과 마찬가지로 육군사관학교28기(특채2기) 출신이다.

국제거래조사국의 업무는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외국법인이나 외국법인이나 외투법인에 대한 국제거래 조사를 전담하고 있다. 특히 국제간 거래라는 점 때문에 발생하는 환율문제와 이전가격문제 등으로 가장 조사가 어려운 분야가 이곳이다. 이 때문에 국세청에서는 유능한 인재들을 국제거래조사국에 집결시켜 강도 높은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외국·외투기업의 경우 거대한 자금을 앞세워 법률 집단을 구성, 국내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사례가 많아 이들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올해 있었던 국세청과 해외 펀드(론스타펀드) 간의 세무조사 마찰이 이러한 이유에서 발생한 것이다.

또 국가 대 국가에 대한 거래를 조사하다 보니 일률적으로 규정된 법규가 아닌 조약 등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더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국세청은 지난 9월 외국기업이나 외투기업에 대한 조사를 전담하고 있는 국제거래관리국을 국제거래조사국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국제거래에 대한 세무조사를 강화시켰다. 특히 국제거래 분야의 세무조사 강화를 위해 국제거래조사국에 조사요원을 대폭 충원하고 국제거래에 대한 세무조사 이외에 다른 업무 일체를 타부서로 이관시켰다.

기존 국제거래관리국 국제조세1과에서 담당하던 국제세원관리 업무는 세원관리국 법인세과로 이관됐으며 조사 기획업무 역시 본청 조사국으로 넘어가게 됐다. 모든 업무를 법인세과와 본청 조사국에 넘긴 국제조세1과에는 현장조사 업무를 담당할 국제거래 조사요원(총 106명의 조사요원)으로만 구성돼 현행 3과 체제를 유지하면서 외국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경제 글로벌 시대에 따라 국제거래가 급증하고 있지만 국제거래에 대한 조사요원은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향후 국제거래조사국에서는 국제거래에 대한 조사만을 전담해 외국·외투기업에 대한 세무조사의 내실화를 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Part3문민·국민·참여정부의 세무조사 특징

이경욱 연합뉴스 논설위원

역대 정부 기획세무조사 예외없이 실시

무조사는 말 그대로 ‘세금과 관련된 업무를 조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세금과 관련된다는 것은 개인이나 법인 모두에게 해당된다. 개인은 부가가치세나 종합소득세 등을, 법인은 법인세 등을 자진신고하고 해당세금을 납부하도록 국세기본법에 규정돼 있다.

그러므로 소득이 있는 개인이나 법인은 언제든지 세무당국으로부터 세금을 제대로 신고하고 납부했는지 조사를 받을 개연성에 늘 노출돼 있다.

현실적으로 세무조사는 특성상 모든 개인이나 법인을 대상으로 실시될 수 없다. 무려 34만 개가 넘는 법인이 있고 개인사업자까지 포함한다면 세무조사 대상은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다.

다시 말하면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게 되는 개인이나 법인은 물리적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조사인력의 한계 때문이다. 이를 반대로 뒤집어 보면 세무조사 대상 사업자는 국세청의 결정에 따라 선택된다는 얘기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국세청이 칼을 뽑아들고 ‘요리(세무조사)’를 하려고 할 때 어떤 재료로 어떻게 요리할지는 전적으로 국세청의 마음에 달려있다. 국세청은 세무조사 대상을 선택하는 데 따른 ‘자의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그 선정기준 등을 상세히 정해두고 있다.

예를 들어 자본금이 얼마 이상인 기업은 몇 년마다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납세실적이 우수하거나 중소제조업체에 대해서는 세무조사를 가급적 자제한다는 등의 원칙이 정립돼 있다.

그런 원칙이 없다면 일선 세무서에서 근무하는 실무자는 실무자대로, 각 지방 국세청이나 본청에서 근무하는 책임자는 책임자대로 세무조사 대상을 선정하려들 것이기 때문에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사업자들은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되느냐 마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털어서 먼지나지 않는 곳이 어디 있겠느냐.’는 말이 있듯이 세무조사를 받다보면 세무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사례가 적발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세무조사에 대해 사업자들이 느끼는 부담은 상당히 크다. 별일이 없다고 하더라도 세무조사를 받을 때 관련서류를 제출하는 등 세무조사에 이런 저런 협조를 하다보면 경영에 아무래도 지장을 받는 게 보통이다.

만일 세무조사를 통해 탈세사실이 적발되면 세금을 추징당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탈세액이 일정수준을 넘는 경우에는 검찰에 고발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사법처리가 되기까지 하니 사업자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세무조사가 이런 특징을 갖다보니 세무조사 권한을 쥐고 있는 국세청이라는 조직은 사업자들에게 있어 부담스런 존재로 각인돼 있다.

국세청 조직의 특성

세무조사가 국세청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국세청 조직은 세무조사를 주축으로 하고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물론 부가가치세나 법인세 신고를 받고 세금을 납부하는 일은 전적으로 개인이나 법인사업자의 자발적 판단에 달려 있다. 하지만 국세청이 사업자의 세금신고 및 납부만을 도와주고 거기에서 할 일을 끝낸다고 한다면 존재이유가 없다. 잘 발달된 컴퓨터 시스템에 맡겨두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존재하는 이유는 탈세(脫稅)를 찾아내고 정당한 세금을 추징하는 데 있다. 세금을 통해 국가의 기강을 잡는 데 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국세청이 이런 기능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한다면 국세청을 보는 사업자의 시각은 ‘허수아비’를 보는 태도와 다를 게 없을 것이다.

국세청은 법치국가의 기틀을 다져가는 검찰과 뚜렷하게 다른 점이 있다. 검찰이 여러 경로를 통해 범죄정보를 수집하고 제보를 받게 되는 경우 확인한 뒤 수사에 착수한다고 한다면, 국세청은 가만히 앉아서 사업자들이 보고한 세금신고내역을 들여다보면서 탈세여부를 판단한다.

검찰이 일정한 수고를 해야 한다고 본다면 국세청은 그런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사무실에 앉아 사업자들이 매년 신고하는 내용을 들여다보면 납세자의 모든 상황을 자연스럽게 취득하고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에 소속된 세무공무원은 1만6000명이 훨씬 넘는다. 이 많은 인력이 주로 담당하는 것이 바로 세무조사다. 일선 세무서는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사업자를, 지방 국세청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규모가 큰 사업자를 주로 조사한다.

세무조사 대상은 앞서 언급한대로 내부규정에 따라 선정하되 사안의 화급함의 정도에 따라 급작스럽게 골라지는 경우도 있다. 세무조사 시 세무공무원들은 내부복명서를 작성하고 세무조사에 나서 책임자에게 세무조사 경과 등을 보고하면서 지시를 받는 업무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개인적인 독단이나 편견을 최대한 배제하자는 것이지만 그래도 조사대상 선정이나 세금추징과정에서 사업자들로부터 불만을 사는 일이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통치권과 세무조사의 역학관계

국세청 조직을 장악하고 있는 국세청장을 임명하는 통치권자인 대통령이 세무조사에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가 되는 논리다.

법인이나 개인의 경제관련 정보를 꿰차고 있는 국세청을 통해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고픈 욕망이 생겨나는 것은 당연하다. 세계 최강국이라는 미국에서조차 대통령이 특정사업자를 겨냥해 세무조사를 실시하도록 지시한 사례가 있을 정도다.

미국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아 조사를 받고 세금을 추징당하는 것이라고 한다. 경제사범에 대한 따가운 사회적 질시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을 지탱하는 힘의 원천은 ‘FBI(연방수사국)’이나 경찰이 아니라 바로 ‘IRS(미국 국세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또 미국 대통령은 다른 부처보다는 IRS나 관세청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역대 정부는 세무조사를 통해 통치권을 간접적으로 행사했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최근 3개 정부에서 실시된 굵직한 세무조사의 특징을 살펴보면 큰 틀에서 볼 때 통치권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나 성향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을 뿐 크게 본다면 특정한 목적 아래 진행된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법인세나 소득세조사 등 통상적으로 시행하는 세무조사 이외에 특정 기업그룹이나 개인을 대상으로 특정의 목적을 갖고 진행하는 이른바 ‘기획 세무조사’가 역대 정부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있었다고 보면 된다.

김영삼 정부의세무조사

김영삼 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중앙언론사에 대한 일제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국세청은 1994년 서울에 본사를 둔 14개 언론사를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나섰다. 전례 없었던 일이기에 국민적 관심이 대단했다. ‘제4부(府)’로 국가권력의 한 축으로 여겨지고 있는 언론에 대해 정부가 정면으로 도전하는 모양새가 됐으니 그 결과에 모두의 촉각이 곤두서 있었다. 당시 시민·사회단체들은 세무조사 결과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끝내 불발로 그쳤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일본 도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언론사 사주들의 재산 축적, 사생활 문제를 포함해 “많은 문제가 포착됐다”며 “언론을 위해 세무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판단해 결과를 공표하지 않았으나 당시 우리 국민이 그 내막을 알았다면 정말 허탈해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해석한다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언론사 내부에 많은 문제가 있었고, 그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파장을 우려해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언론을 길들이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해 세무조사라는 수단을 과감하게 동원했으며 그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내부적으로 갖고 있으면서 필요할 경우 언론사 압박수단으로 삼으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했다.

언론의 존재목적이 정부에 대한 건전한 비판이고 보면 정부가 언론에 대해 불편함을 갖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언론에 대해 우위를 점하고 싶은 게 정부의 생리일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을 좀 더 확대 해석해 보면 언론사 탈세여부 파악을 위한 순수한 목적의 세무조사 차원을 떠난 정치적 고려가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대통령이 칼자루를 쥔 형국이라고 할 수 있으니 언론사가 갖게 되는 부담은 전에 없이 컸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박태준 전 포항제철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 역시 눈여겨볼만했다. 당시 국세청은 포철에 대해 무려 3개월 동안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국세청은 포철에 대해 730억 원, 박 전 회장과 그 가족 등에 대해 63억 원을 각각 추징하기로 결정했다.

박 전 회장은 추징세금 납부를 위해 갖고 있던 재산을 내놓아야 했으며 포철을 떠난 이후 오랜 기간 야인생활에 들어가야만 했다. 한 세대를 풍미했던 개인이 세무조사 이후 심하게 흔들리는 모습을 모두가 목격할 수 있었다.

박 전 회장의 세무조사 당시 정국은 3당 합당, 박 전 회장의 김영삼 전 대통령 비판 등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이 있었음은 모두가 익히 알고 있다.

언론사 세무조사와 포항제철 및 박 전 회장 세무조사 등 두 가지 대표적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김영삼 정부의 세무조사는 특정한 목적을 갖고 이뤄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부동산투기 억제나 일상적인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 등에 대한 탈세여부 파악 세무조사는 관행대로 진행됐다.

김대중 정부의 세무조사

김영삼 정부 당시의 언론사 세무조사 이후 7년 만에 다시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가 이뤄졌다. 2001년 국세청은 3개 중앙언론사를 대상으로 무려 400여 명의 조사인력을 투입해 해당 언론사 및 계열사에 대한 법인세 및 주식변동 상황, 대주주 및 관련인의 증여. 상속, 종합소득세 등의 탈세여부를 검증했다.

김영삼 정부 당시의 언론사 세무조사가 비교적 은밀하게 진행됐고 그 결과도 공개되지 않은 것에 비교한다면 김대중 정부의 언론사 세무조사는 대규모로, 공개적으로 진행됐고 그 결과도 모두에게 알려졌다.

두 정부가 언론사라는 특정집단에 대해 세무조사를 단행한 이유와 한쪽은 비공개로, 다른 한쪽은 공개로 진행한 이유에 대해서는 상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짐작하고 남음이 있을 것이다. 다만 앞서 언급한대로 통치권차원의 특정한 목적에 따라 이뤄졌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는 세금추징이면 세금추징, 언론사 길들이기면 길들이기 등 특정한 의도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 측이 언론사에 대해 세금추징 이외의 특정한 목적을 갖고 세무조사를 하도록 지시했는지, 아니면 당시 국세청장 등이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세무조사를 실시했는지는 명확치 않다. 하지만 언론사들이 세무조사에 노출됐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그것도 일반기업과 달리 우리 사회 여론 형성에 절대적 역할을 하는 중앙 언론사를 상대로 상당한 부담을 감내하면서 세무조사를 실시한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김대중 정부의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 “김대중 정권이 이 시기에 언론사에 대해 세무조사를 하는 것은 언론 탄압, 정치 보복”이라고 비난했다. 그의 말을 새겨들어보면 김대중 정부의 언론사 세무조사도 정치적 배경이 있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하게 된다.

1999년 진행된 보광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국세청은 중앙일보 대주주인 홍석현 씨를 검찰에 고발하고 보광그룹과 홍씨 일가에 대해 262억 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특정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는 발표하지 않는 게 상례인데 국세청은 1992년 현대그룹, 1993년 포철에 이어 세번째로 결과 공개를 선택했다. 국세청은 당시 세무조사가 중앙일보와는 별개이며 보광그룹 사주에 대한 조사라고 말했지만 이례적으로 조사결과를 발표한 데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단순한 세금추징 이외의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을 자아냈다.

법인이나 개인의 탈세여부를 가리는 순수한 목적 이외에 특정한 집단이나 개별기업을 ‘손보기’ 위한 목적으로 한다면 세무조사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수단은 없을 것이다. 대기업들이 매 5년마다 세무조사를 받는 것에 비교한다면 언론사들이 과거 수십 년간 세무조사를 단 한 차례도 받지 않았다는 것은 역대정부가 언론사들에 대해 ‘이런 저런 이유’로 세무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는 반증이 되기도 한다.

노무현 정부의 세무조사

아직 정부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세무조사의 특성을 언급하는 것은 이르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있을지 모를 일이고 과거 정부와 유사한 행동을 취할지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역시 특정한 목적을 겨냥해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싶어 하는 과거 정부와 그 성격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다. 그 특정한 목적이 무엇인지에 상관없이 통치권자는 늘 세무조사라는 독특한 통제수단에 유혹을 느끼게 되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바로는 부동산투기에 대한 세무조사가 눈에 띈다. 2000년 이후 금리하락에 따른 부동자금 증가로 국내 부동산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했다. 분배를 강조한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값 잡기에 ‘올인’했고 그 수단으로서 강남 재건축아파트 규제 등 다양한 대책을 하루가 멀다 하고 내놓았다. 하지만 그 효과는 별로 없어서 부동산가격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관련 세무조사라는 전통적인 무기를 휘둘렀다. 김대중 정부 역시 집권 후반기 부동산가격이 상승하자 부동산 과다 보유자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실시한 바 있으며 노무현 정부에서도 세무조사를 통해 이른바 ‘투기심리’를 잠재우려 시도한 것이다.

국세청은 세무조사라는 칼을 부동산시장에 들이대 부동산 투기자 및 과다 보유자, 부동산을 통한 변칙증여 및 상속자에 대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실시해 세금을 추징했다.

역대 정권은 모두 예외 없이 부동산가격이 상승할 때 세무조사에 나서 투기수요를 잠재우려 했으나 세무조사 당시 조금 효과를 냈을 뿐 부동산투기를 억제하는 데에는 별 효과를 내지 못했다. 앞으로 어떤 모습의 세무조사가 등장할지 지켜볼 일이다.

Part4해외의 기업세무조사

미국 조사대상 기업 컴퓨터로 추출

 ‘고위층 영향력 금지’ 법에 명시

김기훈 조선일보 뉴욕특파원 khkim@chosun.com

미국은 모든 소득을 합산한 뒤 세금을 부과하는 포괄주의 과세원칙을 채택하고 있으며, 납세자가 소득총액을 자진신고 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납세자가 정상적으로 세금신고를 할 경우 세무당국은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납세자가 성실신고를 하지 않을 수 없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방안으로 세무조사가 동원된다. 납세자들이 법에 따라 자발적으로 정당한 금액을 납부했는지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서다. 미 국세청(IRS)은 세무조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상선정, 진행과정, 결과처리 등을 매우 객관적으로 하고 있다.

세무조사의 기본방침은 매년 국세청 내부에서 비밀리에 정해진다. 예컨대 올해는 부동산 임대업을 집중조사한다든지, 고가 사치품 취득자 조사에 중점을 둔다든지 하는 식이다. 일단 방침이 정해지면 구체적인 조사대상은 수학공식을 이용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추출된다. 이 대상들을 상대로 무접촉 자료조사, 서면조사, 정밀조사 등이 실시된다. 조사과정에서 국세청은 조사받는 기업체에 목적과 선정과정 등을 설명해야 한다.

세무조사 절차는 통지부터 처리까지 모두 문서기록으로 남는다.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서면답변으로 끝날 수도 있고, 기업체가 국세청에 인터뷰를 신청해 설명할 수도 있다. 국세청 직원이 현장에 나와 직접 조사할 수도 있다. 이때는 회계장부와 각종 기록이 모두 조사대상이 된다.

미국 국세청은 대기업에는 엄격하고 소규모 자영업자에게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편이다. 지난 1980년대 초에는 세무조사가 광범위하고 강도 높게 진행되는 바람에 기업체들의 저항이 심했다. 이후 조사건수가 서서히 줄어들면서 1990년대 이후에는 불만이 그리 많지 않다. 다만 전체 조사수는 줄었지만 조사를 받은 기업체 가운데 조사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불복 절차를 밟는 업체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무조사의 결과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지만 드물고, 대부분 가산세를 물리는 것으로 끝난다.

미국 국세청 직원들에게는 목표 할당량이 주어지지 않는다. 또 인사고과에 세수를 얼마나 거두어 들였느냐 하는 수금성적표도 포함되지 않는다. 목표를 채우기 위해 납세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신 세무조사 절차상의 공정성과 효율성에 대해서는 엄격히 평가받는다. 그래서 걷은 세금을 환급해주는 사례가 높이 평가받기도 한다.

미국은 세무조사가 정치적인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몇 가지 제도적 장치를 두고 있다. 먼저 국세청장의 임기를 대통령(4년)보다 긴 5년으로 만들고 상원의 권고와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한다. 또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국세청 감독위원회를 두고 국세청의 예산사용, 세무조사 내용 등에 대해 정밀검사한다. 마지막으로 장관급 고위관료들이 세무조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법에 명시해 조세징수 업무가 정치적 목적에 사용되는 것을 막고 있다.

미국 뉴저지 주에서 조세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이진 변호사는 “세무조사에 이르지 않도록 기업이 세무당국과 사전에 협의하는 방식이 권장되고 있다.”며 “기업들도 전문 변호사를 두고 중·장기 납세계획에 따라 세금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치보복 등 정치적 고려로

사회적 말썽 된 적 거의 없어

신지홍 연합뉴스 동경특파원 shin@yna.co.kr

일본 국세청은 대규모 법인에 대해서는 매년, 중간규모 법인에 대해서는 3~5년 마다 한차례 각각 정기 세무조사를 실시한다. 매출 수천만 엔 이하 영세회사 등은 거의 조사하지 않는다. 특별조사는 탈세혐의가 발견됐을 때 부정기적으로 실시된다. 본조사에 앞서 실시되는 준비조사에서는 세무신고서의 손익계산서 및 대차대조표에 대한 전년대비 증감 확인이 이뤄진다. 본조사 1~2주 전 해당 법인에 사전통보가 가며 사전통보한 뒤 본조사서 조사 담당자는 2~3일 회사에 머물며 조사를 벌인다. 사장의 가족관계와 출신지, 취미 조사를 매우 중시한다. 이는 탈세경로를 파악하는데 긴요하다.

조사일부터 1~2주 뒤 세무신고의 오류를 지적하고 납득하면 수정신고를 요청한다. 이 때 수정신고액을 납세하면 조사가 종료된다. 납득하지 못하면 세무서에 이의신청을 하며 국세불복심판소에 심사청구를 할 수 있다. 정기세무조사 외 특별세무조사는 주로 범죄나 비리를 캐는 예비수사의 성격을 갖는 경우가 많다. 도쿄지검 특수부 등의 검찰조사를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른바 정치보복 등 정치적 고려로 사회적 말썽이 된 적은 거의 없다.

예를 들면 1995년 옴 진리교 사건이 일본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을 때 일본 국세청은 1천억 엔의 자산을 가진 이 종교단체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였다. 당시 세무조사는 탈세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캤으며 이와 병행해 경찰은 옴 진리교 운영기업이나 거래처 300~400곳의 금융계좌를 뒤지기도 했다.

1999년 도쿄 국세국은 일본 통화정책의 본산인 일본은행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여 간부들의 호화 관사와 골프회원권 보유현황, 탈세, 임금수준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직원의 오직 사건을 계기로 조직 내 도덕적 해이가 불거지자 세무당국이 나선 경우였다. 이 조사는 일본은행으로 하여금 전국 지점장관사의 일부 및 모든 골프회원권을 매각하는 등 자체개혁을 이끌어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도 지난 2000년 세무조사를 받고 신고누락(9억1000만 엔)이 드러나 수정 신고했다. 그러나 ‘악질적인 소득 은닉’은 아닌 착오로 드러나 수정신고 후 납세로 마무리됐다.

일본 국세청은 지난해 이후 해외 사모펀드에 대한 조사를 강화했다. 그 해 미국계 사모펀드인 리플우드홀딩스가 보유 중이던 신세이은행 주식을 도쿄증시에 상장하면서 투자원금의 2배 이상인 2500억 엔을 벌어들인 것이 단초를 제공했다. 리플우드는 이 거래를 통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뒀지만 당시 일본 세법상 과세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세무당국은 미국과 조세협약을 개정, 미국의 사모펀드에 일본에서 벌어들인 수익에 과세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주가조작과 분식회계로 일본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은 벤처기업 라이브도어도 검찰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세무당국의 탈세조사를 함께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취재를 담당했었던 한 일본 언론인은 “일본의 특별 세무조사는 대개 사회를 뒤흔드는 큰 비리사건 등을 전후해 진행되며 일반에는 잘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검·경찰이 포착하는 결정적 증거는 세무당국에 의해 걸려들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정치적 배경 기본, 기업 생존 좌우

정병선 조선일보 모스크바 특파원 bschung@chosun.com

러시아의 기업세무조사는 곧 기업의 생존을 좌우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에 대한 일반적인 세무조사에서 무사한 기업은 거의 없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까지 마찬가지다. 특히, 정부가 공개적으로 대기업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설 경우 대상 기업은 반드시 불이익을 당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적인 배경이 작용하는 것은 기본이다.

러시아 정부의 세무조사의 좋은 예가 러시아 제2의 석유기업 ‘유코스’다. 20003년 유코스는 루코일에 이어 러시아 석유업계 2위 수준이었지만 업계 5위 시브네프티와 합병으로 러시아에서 최대 석유기업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유대인 오너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43)는 경제전문지 선정, 40대 이하 세계 최고의 부자로 선정될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재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정치 입문설까지 끊이질 않았다.

그해 실시된 총선을 앞두고 우파연합(SPS)과 야블로코당, 공산당 등 야당에 대해 호도르코프스키가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설이 나돈 데다 그가 푸틴과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대선 후보로 부상, 크렘린궁(宮)의 제거 대상이 되면서 유코스는 세무당국의 집중조사를 받았다. 유코스는 국세청으로부터 2000~2003년 체납세금으로 무려 275억 달러를 추징당했다. 유코스가 시브네프티와 합병으로 세계 4위의 석유 메이저그룹 탄생을 목전에 두고 있던 시점이자 텍사코 등 미국 석유기업에 40%의 지분매각이 임박했던 때였다. 호도르코프스키는 2003년 10월 탈세 등 7개 혐의로 러시아연방보안국(FSB)에 의해 체포돼 수감됐다. 그는 9년 형을 선고받고 시베리아형무소에 복역 중이다.

그가 수감된 뒤 1년 만에 유코스는 러시아 원유매장량의 17%(116억 배럴), 유코스 원유생산액의 60%를 차지하는 핵심 자회사 유간스크네프테가즈가 크렘린궁의 의지대로 경매에 처해지면서 결국 그룹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러시아는 최근 포드자동차 등 외국 투자기업에 대해서도 공공연히 세무조사설을 유포하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지만 정치적인 계산이 강하게 깔려있다. 크렘린궁은 대기업에 대해 세무조사를 무기로 자금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