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월드컵을 겨냥한 국내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가장 맘이 설레는 곳은 국내에 진출한 게르만군단(독일계기업)들이다. 현재 국내에 진출한 이들은 120여개사. 이들은 모처럼 찾아온 특수를 최대한 누리기 위해 온갖 전략을 짜내고 있다. 국내기업들도 마찬가지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큰 효과를 본 국내기업들은 이미 월드컵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 현장으로 들어가보자.

Part 1

독일‘게르만 군단’이

몰려온다


한국 내 독일 기업 파워

120여 개사, 70억달러 투자로 외국 기업 4위


국 경제 내 ‘게르만 파워’는 어느 정도일까.

일단 기업수로 계산해보자. 1950년대 이후 국내에 진출하기 시작한 독일 기업 숫자는 주한독일상공회의소 집계로만 120여 개에 달한다.

EU(유럽연합) 국가 중 최대 규모다. 유럽상공회의소에 가입한 718개 회사 중 113개가 독일계이다. 이는 프랑스 100개, 영국 72개, 스위스 36개, 네덜란드 34개, 스웨덴 26개 기업보다 훨씬 많은 숫자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원사 1000여개와 서울재팬클럽 360개에 이어 독일은 한국에 진출해있는 외국계 기업 수에서 3위에 올라있다.

외국계 기업수, 독일 세 번째로 많아

산업자원부가 집계한 ‘외국인 투자기업’ 숫자 면에서도 독일은 항상 상위권이다. 국내 기업 주식 또는 지분을 10% 이상 투자한 기업을 뜻하는 ‘외국인 투자기업’(개인 포함) 숫자에서 독일은 2005년 말 현재 419개로 중국과 일본, 미국 등에 이어 5위에 올라있다.

외국인 투자기업과 달리 국내 기업에 50% 이상 주식지분으로 경영에 참가하는 ‘외국계 기업’의 숫자는 대략 2000여 개사로 파악된다. 업계에서는 미국계가 40~45%, 유럽계가 30~35%, 일본계가 15%, 중국, 홍콩, 싱가포르계가 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독일은 개별국 기준으로 미국, 일본 다음으로 한국 경제에 많은 기업을 보낸 셈이다.

숫자만 많은 게 아니다. 외국계 기업의 ‘질’을 평가할 수 있는 잣대인 외국인 직접투자(FDI)면에서도 독일은 한국 경제에 외국인 주력부대로 평가받을 만하다. 최근 3년간 매년 연평균 30% 이상씩 투자액을 늘려왔다.

재정경제부의 ‘외국인 직접투자 동향’ 자료에 따르면 독일의 국내 투자규모는 누적액 기준 약69억8300만달러(약7조원)에 달한다. 이는 미국과 일본, 네덜란드에 이어 4위에 해당한다.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독일 기업의 비중도 결코 작지 않은 셈이다. 투자액도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독일의 대 한국 투자액은 지난해 7억달러(약7000억원) 수준. 이는 2002년 2억8400만달러에서 3년 만에 2.5배나 늘어난 것. 해마다 30~40% 이상씩 투자액을 늘려온 셈이다.

지난해만 놓고 본다면 외국인 직접투자액 중 미국(26억달러)과 영국(23억달러), 일본(18억달러), 네덜란드(11억달러), 홍콩(8억달러)에 이어 독일은 여섯 번째로 많았다. 반면 지난해 한국 기업의 독일 투자는 3400만달러(약34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미카엘 가이어 주한독일 대사는 “한국 기업들도 최근 독일 내 판매 실적 호조를 투자확대와 연결해 한국 상품을 ‘메이드 인 저머니’로 시장에 내놓을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강조하기도 한다.

한국, 대독 무역수지 첫 흑자

양국 간 경제협력 관계에서도 신기록이 수립되고 있다. 특히 독일은 지난해 한국의 4대 교역국으로 떠올랐다. 2005년 양국 간 교역량은 약200억7800만달러로 우리 돈으로 약20조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체 교역액 5456억달러의 3.6%에 이르는 수준. 특히 2004년 168억달러로 6대 교역국에서 1년 새 두 계단이나 껑충 뛰어올랐다. 교역량도 해마다 두 자릿수대로 증가 추세다. 2003년 전년비 27%, 2004년 35%에 이어 지난해에도 19%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2005년은 독일과의 무역 사상 첫 흑자를 기록한 원년이다. 지난해 한국의 독일 수출액은 103억400만달러로 5억3000만달러 흑자를 본 것. 2002년 11억8000만달러 적자, 2003년 12억2000만달러 적자, 2004년 1억5100만달러 적자 등 줄곧 적자를 봤던 것에서 흑자로 반전된 것이다.

이는 양국 간 교역에서 한국의 대독 수출이 2003년 30%, 2004년 48%에 이어 지난해 23%로 큰 폭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독일 기업들은 금융(44%)과 화학(20%), 자동차(14%), 기계(8%) 업종 등에 많이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역량이 늘어나고 한국 진출 독일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최근 한·독 간 경제적 친밀도가 급상승 중이다. 2005년은 독일에서 ‘한국의 해’이기도 했다. 지난해 4월 노무현 대통령의 방독에 이어 한국이 중심국이 돼 진행된 9월 베를린 아태주간 행사가 단적인 사례다.

특히 올해는 독일 월드컵이 예정돼있다. 세계인의 축제를 통해 한국과 독일 기업 간 경제 협력의 분위기도 무르익어 가고 있다.

독일 기업의 특징

장인정신·현지경영·장기투자 3박자


일 기업만의 특징이 있을까. 우호제 독일상공회의소 부소장은 “전통적으로 독일 회사들은 장기투자, 현지경영을 구사한다”고 말한다. 치고 빠지는 식의 ‘단타’ 개념이 아니라 길게 보고 투자하는 우직한 기업이 특징이라는 얘기다.

가장 눈에 띄는 게 바로 장인정신이다. 지멘스는 매출액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연구개발에 쓴다. 한국에도 올 상반기 중 5500만달러를 투자, R&D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2005년 기준으로 매출액 7%에 달하는 52억유로(약6조원)를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이는 지멘스 매출의 약70%를 차지하는 주력 제품들이 지난 5년 내 개발된 최신 제품이라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특히 지멘스는 하루 평균 30개의 발명이 이뤄지고 있으며 지난해 특허 획득 건수만 4800여 건에 달한다. 지멘스는 특허에 관한한 독일 내 최대 기업이다.

둘째, 장기투자다. 한국바스프가 대표적이다. 바스프는 한국에 1954년 진출해 51년만인 지난해 매출액 2조원을 돌파하며 국내 화학기업 빅5 대열에 올라섰다. 안산과 군산, 울산, 여수 등 국내 6곳에 제조공장을 둘만큼 길게 보고 투자한 회사다. ‘지속 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이 바스프의 회사 모토다. 소프트웨어 업체인 SAP코리아만 봐도 그렇다. 한국 IT 붐이 진행되기도 전인 1995년 한국에 진출, 현재 11년간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솔루션 분야 1위에 올라있다.

셋째  현지 경영이다. 합작법인이 많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베링거인겔하임은 1976년 백수의약과 합자회사로 출발, 27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제약업체다. 파트너인 한광호 베링거인겔하임 명예회장은 “30년간 큰 갈등 없이 베링거와 함께해왔다”며 “신뢰가 기업경영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모범사례”라고 말한다. 특히 베링거는 고종의 주치의였던 국내 최초의 독일인 의사 분쉬 박사를 기리는 뜻에서 ‘분쉬의학상(젊은 의학인 1인을 선정, 상금 2000만원 수여)’을 벌써 15년째 이어오고 있는 회사로 유명하다. 그러나 독일 기업들은 대부분 CEO만큼은 독일인을 쓰는 경우가 많다. BMW코리아 김효준 사장과 SAP코리아 한의녕 사장 정도가 한국인 출신이다.

‘보수적이지만 인간적’

지역사회 공헌도 독일 기업들 특징이다. 1863년 설립된 제약 및 화학업체인 바이엘은 한국에서 ‘환경대사’를 3년째 뽑고 있다. 환경 관련 국제회의에 참석할 10명의 환경대사를 뽑는 행사다. 올해는 만24세 미만 대학(원) 재학 중인 남녀 학생이 공모 주제에 대한 논문을 써서 수상, 오는 11월 독일에서 바이엘 환경 대사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다.

독일 기업 관계자들은 “독일 기업들은 미국계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금 보수적이면서 인간적”이라며 “고용은 일본식 종신고용 시스템은 아니더라도 미국에 비해선 안정적인 편”이라고 입을 모은다.

월드컵 특수 노리는 독일 기업들

지멘스, 보쉬, 쉥커 … ‘돈 보따리 풀겠다’

일 제약·화학 기업인 바이엘코리아 김기정 부장은 4월초 독일 레버쿠젠에 다녀왔다. 레버쿠젠은 1983년부터 6년간 차범근이 뛰었던 팀으로 ‘아스피린’으로 유명한 바이엘의 본사. 6월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차범근 축구교실 유소년 축구회원 12명과 함께한 바이엘의 ‘월드컵 마케팅’이다. 김 부장은 “독일 곳곳은 벌써 월드컵이 시작된 느낌”이라며 “기업들의 월드컵 마케팅전이 점화됐다”고 말했다.

독일 제약 회사인 베링거인겔하임은 6월 월드컵 전인 5월말 ‘베링거인겔하임(BI) 월드컵’을 개최할 예정이다. BI 월드컵이란 세계 47개국에 진출한 베링거인겔하임 지사들이 예선을 거쳐 총 8개 팀이 벌이는 ‘직원용 월드컵’이다. 최봉훈 차장은 “영국과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프랑스 등 ‘강팀’들과 함께 한국도 출전할 예정”이라며 “벌써 3월 예선을 거쳐 한국에선 선수 14명, 임원 4명, 응원단 22명 등 총 40명의 출정단을 조직했다”고 밝혔다.

실제 독일 기업들은 월드컵이 독일 경제에 100억유로(약11조6000억원)의 부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이 2002 월드컵을 통해 14조7600억원의 마케팅 효과를 거둔 것(재정경제부 ‘2002경제백서’)과 마찬가지다. 독일 금융사 포스트방크는 올해 월드컵이 독일 경제에 0.5% GDP 상승효과와 함께 4만여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멘스, 5500만달러 R&D센터 투자

한국에 진출한 독일 기업들도 장밋빛 꿈을 꾸고 있다. 스포츠용품 업체인 아디다스, 독일 최대 보험사인 알리안츠, 제약업계의 바이엘, 자동차 회사인 BMW 등 월드컵을 절호의 찬스로 활용하고 있다. 당장 월드컵 효과를 돈으로 따지긴 어려워도 인지도 제고, 투자 확대 등 보이지 않는 ‘월드컵 특수’를 향해 잰걸음을 시작한 회사들도 많다.

독일 최대 전기 전자업체인 지멘스는 올 상반기 내 분당에 대규모 R&D(연구개발) 센터를 열 계획이다. 투자 규모만 5500만달러(약550억원)에 달하는 대형 투자다. 전민아 차장은 “6월 월드컵이 개막되기 전 R&D 센터 개발을 끝낼 예정”이라며 “이곳은 한국 벤처기업들과 협업, 산학협력을 하는 ‘지멘스 콤플렉스’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과의 기술협력을 대대적으로 알리겠다는 게 지멘스 전략이다.

1950년대부터 한국에 진출한 지멘스는 1967년 법인 설립을 통해 한국 공략을 해온 업체다. 2005년 한국 매출액은 1조4000억원에 달하며 직원 수는 2800명 수준이다. 국내에선 자동화 사업부, 플랜트 사업부, 빌딩 자동화 사업부, 발전 사업부, 송변전 및 배전 사업부, 철도 사업부, 메디컬 솔루션, 보청기 사업부, 통신 사업부 등 전기 전자 전 영역에 진출해있다.

독일 베를린과 뮌헨에 본사를 둔 지멘스는 1847년 창립된 기업으로 전 세계 190개국에 600여 공장과 연구소, 영업소를 둔 다국적 기업으로 2005년 매출액은 754억유로(약87조원)에 달한다.

1995년 한국 진출 후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시 점유율 1위를 고수중인 SAP코리아도 지난 1월 연구개발 센터를 설립했다. 이 분야 최초의 외자를 유치한 사례로 SAP 본사는 2008년까지 700만유로(약82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아디다스, 세계서 1조원 효과 노려

이번 월드컵에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회사는 아디다스다. 공식 스폰서로 직접 스포츠 상품을 다루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축구용품 시장점유율 3.5%를 점유 중인 아디다스는 이번 월드컵에서 약10억유로(1조1600억원) 가량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 2002 한·일 월드컵 때 아디다스의 매출액이 전년대비 2배 이상 증가한 데 따른 자신감이다.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팀워크를 강조하는 ‘+10(플러스 텐)’ 캠페인을 펼치며 ‘Impossible is nothing(불가능은 없다)’란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다. 독일 현지에서는 벌써 베컴, 지단, 라울, 발락 등 세계적 축구 스타들이 참석했고 한국 선수로는 차두리, 김남일, 송종국, 이호 등도 앞으로 참여할 예정에 있다. 아디다스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총 책임자인 울리 베커는 “이번 +10 캠페인은 아디다스가 성공적인 월드컵을 위해 전략적으로 준비해 온 글로벌 마케팅”이라고 전했다. 

아디다스는 청소년들을 위한 ‘Bring +10’, ‘+Challenge’ 도 진행한다. 축구 꿈나무에게 세계적인 축구 스타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줘 축구에 대한 열정과 꿈을 키우는데 도움을 주는 마케팅 이벤트를 펼친다.

지난 3월엔 김남일, 이호 선수와 축구 경기를 갖기도 했다. 미니 축구 경기인 ‘+Challenge’는 이미 지난 1월 브라질에서 시작해 멕시코, 미국, 일본, 한국, 중국, 이탈리아, 러시아, 영국 등 순서로 5월까지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로컬 이벤트가 펼쳐질 예정이다. 아디다스코리아는 이 캠페인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6월13일 한국 대 토고, 6월15일 영국 대 트리니다드 토바고, 6월18일 한국 대 프랑스 3경기를 모두 관람할 수 있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아디다스의 월드컵 마케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2006 FIFA 월드컵 공인구인 팀가이스트다. 2002년 400만개 판매고를 올린 피버노바를 능가하겠다는 게 아디다스의 야심. 총 6개국(독일, 스페인, 프랑스, 아르헨티나, 일본, 트리니다드토바고) 유니폼을 만들어 제공하는 것도 아디다스의 월드컵 마케팅 차원이다. 1982년 한국에 설립된 아디다스코리아는 현재 대표이사 울프강 벤트하이머의 지휘 아래 지난 한 해 동안 1840억원을 올렸다.

한국 소비자들이 독일 하면 떠올리는 게 자동차다. BMW, 메르세데스 벤츠, 폭스파겐, 아우디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BMW코리아가 월드컵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지난 3월말까지 BMW 구입 고객 중 추첨을 통해 총 22명에게 한국·토고전 비즈니스 티켓과 4박5일 호텔 숙박권을 제공하는 행사를 가졌다. 정영미 과장은 “월드컵 마케팅을 통해 렉서스에 빼앗긴 국내 수입차 시장 1위를 탈환하는 발판으로 마련했다”고 말했다.

‘인지도 높여라’ 마케팅전 가열

지난해 매출액 2조883억원을 올렸던 한국바스프는 독일 기업 중 한국 매출 1위에 올라있는 화학업체다. 국내 매출 중 60%를 중국과 동남아 등 해외로 수출하는 회사로 유명하다. 지난 1998년 12월 바스프우레탄(전 한화바스프, 동성화학의 폴리올 사업 인수)과 바스프스타이리닉스(전 효성바스프)와 바스프코리아(대상그룹의 라이신사업 인수)를 합병하면서 출범한 바스프의 100% 출자회사다. 권태경 홍보팀장은 “산업재 업종 특성상 소비자 대상 월드컵 마케팅은 없다”면서도 “현재 한국 내 톱5 화학업체로서 독일 월드컵을 기점으로 회사 인지도를 더욱 높여놓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화학업종 중엔 한국이 LCD 패널 생산 1위에 오르며 한국과 인연이 깊은 독일 기업이 하나 더 있다. 바로 LCD 액정 생산업체인 머크다. 머크는 삼성전자와 LG필립스 LCD가 선두 다툼을 벌이면서 액정 공급액을 크게 늘려 대박을 터뜨린 기업으로 잘 알려진 회사.

현재 국내 액정 시장점유율 약60% 이상을 기록 중인 1위 업체다. 화학뿐 아니라 의약사업부를 통해 한국 공략에 더 가속도를 내고 있다. 월드컵에 맞춘 스케줄은 아니지만 머크는 4월28일 대장암 표적항암제인 얼비툭스 시판 예정을 비롯, 4월6일엔 당뇨병 치료제 글루코파지 엑스알 서방정 출시한 바 있다. 전수경 과장은 “한국을 아시아의 액정 생산기지로 집중 육성키로 하고 생산과 R&D 시설을 평택에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독일 월드컵 개막 경기장인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의 공식 스폰서로 알려진 알리안츠도 기대가 크다. 지난해 5월말 준공된 알리안츠 아레나에 알리안츠는 3억4000만유로(약4000억원)의 공사비를 들일 만큼 월드컵 특수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지멘스와 BMW 등을 제치고 경기장 건설 스폰서로 선정됐다는 자부심이 강하다. 한국 알리안츠생명은 이미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알리안츠 아레나와 연계한 독일 축구여행 페스티벌로 선수를 쳤다. 총 17명이 한국 팀의 경기관람과 독일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1999년 제일생명 인수를 통해 국내에 본격 상륙한 독일 최대 금융기업 알리안츠그룹은 한국 투자금액이 총 1조원에 달한다. 보험과 은행, 자산운용 상품과 서비스를 전 세계에 제공하는 세계 최대 금융서비스 그룹 중 하나다. 그룹 주력인 생명보험, 손해보험 부문 외 은행 부문에 드레스드너 방크를 소유하고 투자은행 부문에는 DRKW가 있다. 자산운용부문에서는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 산하에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PIMCO)를 두고 있으며, 주식부문에서는 오펜하이머 캐피털, 니콜라스-애플게이트 등이 있다. 독일 뮌헨에 본사를 둔 알리안츠는 유럽, 미국, 남미, 아태지역, 중동 및 아프리카를 포함한 70개국 이상에 진출하고 있다. 알리안츠 그룹은 700개 이상의 자회사를 통해, 약16만2000명의 직원을 두고 전 세계 6000만 고객을 보장하고 있다.

현재 알리안츠그룹은 세계최대 투자회사 중 하나로 2004년 말 기준 운용자산은 1조780억유로(1522조원)가 넘으며, 총 매출액은 969억유로(136조8000억원)를 기록했다. 한국에선 알리안츠생명,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에 100% 지분을 가지고 있다. 또 하나생명에 50%의 지분을 참여하고 있으며 하나금융그룹의 대주주(5.27%)이기도 하다.

루프트한자, 90만원 독일 여행 상품도

알리안츠 생명은 현재 전국에 5개의 지역영업본부, 39개 지점, 289개 영업소, 14개의 PA(Professional Advisor)지점을 구축, 130만 명이 넘는 계약자를 보유하고 있다. 알리안츠생명에는 전국적으로 약6000여 명의 어드바이저 조직과 1700여 명의 직원이 있다. 2005년 매출액은 2조3144억원.

1972년 국내에 첫 진출, 1989년 한국보쉬를 세운 보쉬그룹은 전 세계 270여 지사에서 25만 명이 근무하는 자동차부품 및 전동공구 회사다. 지난해 12월 대전에 제2공장을 준공했고, 경기도 용인에 기술개발센터의 증축공사가 한창이다.

이미숙 부장은 “올해 11월 기술센터 증축이 완공되면 영업 및 연구개발 사업부뿐 아니라 한국보쉬렉스로스에 근무하는 직원까지 모두 한곳서 근무가 가능해 용인이 한국 보쉬의 헤드쿼터가 될 것”이라며 “한국 시장 공략이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라 했다.

보쉬는 지난해 4월 노무현 대통령의 베를린 방문 때 한국정부와 3년간 14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약속한 업체로 유명하다. 지난해 한국보쉬는 1조6800억원 매출액을 올렸다.

세계 물류 5대기업으로 꼽히는 쉥커 역시 독일 회사다. 20여 년간 대리점 영업을 해온 쉥커는 1997년 6월 쉥커코리아 설립 후 직접 진출했다. 특히 월드컵과 올림픽 때 성공적인 운송과 물류 서비스를 확장해온 업체로 이번 월드컵에 거는 기대도 크다. 쉥커코리아 측은 “2006년 독일 월드컵은 물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또한 공식 물류 업체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올 10월초 인천공항 내 코리아로지스틱스 센터(KLC)를 완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LC는 약90억원의 100% 외자유치를 통해 1만 평방미터 부지에 건립될 예정이다.

독일 대표 항공사인 루프트한자는 독일 월드컵 상품 판매에 한창이다. 독일 10개 도시 중 원하는 곳을 90만원에 여행할 수 있는 상품이다. 5월24일까지 판매예정인데 출발을 5월31일까지 해야 한다는 단서가 있다.

1966년 협성해운을 총판대리점으로 임명, 한국에 진출한 루프트한자는 영국의 항공조사업체인 ‘플라이트세이프 컨설턴트’가 실시한 전 세계 284개 항공사 중 안전도 1위를 차지한 항공사. 항공사들의 세계 평균기령인 12년보다 7년이 적은 5년으로 최신형 항공기가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1999년 11월부터 한국인 승무원이 배치하는 등 현지화 전략에 힘써온 루프트한자는 프랑크푸르트 공항 도착 시 환승, 세관 안내를 받을 수 있는 ‘한국인 환영 서비스’로 한국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과거 한국이 올림픽과 월드컵을 통해 국가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된 것처럼 독일 월드컵이 독일 경제는 물론 한국 내 독일 기업 인지도 제고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벌써부터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디터 브링크만 주한독일상공회의소 회장

“한국은 동북아 진출의 교두보”


한독일상공회의소는 국내에 진출한 유럽상공회의소 중 최대 규모다. 회원사만 300여 사에 달한다. 이 가운데 국내 투자한 독일 기업 회원 수는 120여사다. 특히 2006년은 주한독일상공회의소는 창립 25주년(5월25일)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만터보코리아 대표를 맡고 있는 디터 브링크만 주한독일상공회의소 회장을 만났다.

최근 독일 기업들이 한국에 몰려오고 있다.

한국 내 독일 기업 투자는 지난해 7억500만달러로 전년에 비해 44%나 늘어났다. 보쉬코리아가 2010년까지 1400억원 투자 MOU를 체결한 것을 비롯, 물류업체인 쉥커는 지난해 6월 물류센터 건립을 위해 900만달러 투자를 발표한 바 있다. 총 1만 평방미터 규모로 건립될 이 센터는 인천 공항 내 ‘로지스틱스 파크’라 불리는 자유무역지대 내 한국의 첫 번째 물류 시설이 될 것이다.

최근 양국 간 교역량이 급증하면서 상호 관심도 늘고 있다.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는가.

지난해 독일은 한국에게 중국, 일본, 미국에 이어 네 번째 교역 상대국이 됐다. 독일의 수출은 2004년에 비해 15.2% 늘어난 97억달러에 달했고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은 23.6%나 확대되면서 103억달러에 이르렀다. 독일은 기계부품(27억달러)과 전자기계장비(16억달러), 자동차(13억달러) 등이 주요 수출품이고 한국은 전자기계장비(37억달러)와 조선(17억달러)이 주류를 이뤘다. 특히 독일 자동차 수출이 지난해 20% 이상 늘어난 이후 한국 거리에서 독일 자동차가 많이 눈에 띈다. BMW는 렉서스에 이어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두 번째 판매순위를 올리고 있고 벤츠가 바로 그 뒤를 따른다. 이는 한국 소비자들로부터 ‘인정’을 받은 것으로 이러한 긍정적 발전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한국에 진출한 독일 기업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독일 기업들은 보통 신뢰를 중시하고 장기투자를 선호한다. 한국에 투자한 기업은 대기업뿐 아니다. 독일 경제의 중추인 중소기업들도 특히 한국 자동차와 조선 산업의 공급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다.

독일 기업인들이 봤을 때 한국 시장의 매력은 어떤 것인가.

한국은 세계 11위 경제규모와 12위 무역국가다. 한국은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나라가 아니다. 독일 기업들 입장에서 한국은 하이테크 제품과 첨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좋은 시장이다.

올해 6월 월드컵이 예정돼있다. 독일기업들의 월드컵 마케팅도 한창일 텐데.

독일은 월드컵 준비에 한창이다. 월드컵으로 인해 독일 경제가 0.2% 추가 성장하고 5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소 100만 명 이상의 외국 관광객이 독일을 찾으리라 생각한다. 아디다스나 알리안츠 같은 회사들은 마케팅 전략으로 월드컵을 최대한 활용 중에 있다. 다른 독일 기업들에게도 월드컵은 비즈니스 파트너와 디스트리뷰터, 소비자들을 초대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 중이다.

독일 기업 입장에서는 한국보다는 일본, 중국이 더 큰 시장이 아닐까.

한국은 내수 시장도 성장 중이라 좋지만 동북아 지역의 요충지로 활용될 수 있다. 물론 독일 기업들은 중국, 인도, 남아시아 지역에도 진출한다. 일본은 독일의 가장 중요한 무역 파트너이기도 하다. 독일 기업들이 한국에 관심을 갖는 건 첨단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점이다. 삼성, LG, 현대와 같은 재벌들과 협력할 수 있고 함께 R&D(연구개발)도 병행할 수 있다. 한국 기업들과 고객들은 특히 신기술과 신제품, 혁신적인 것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이 점이 한국 시장을 매우 흥미롭게 하는 부분이다.

독일 경제 요즘은…….

월드컵 통해 ‘유럽의 병자’

오명 벗을까?

1990년대 이후
침체 일로를 걷고 있는 독일 경제가 최근 호전 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메르켈 총리 취임 이후 정치권에선 대연정을 통해 ‘경제 살리기’에 나섰고, 기업 영업활동이나 개인 소비도 점차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독일 민간연구기관인 GFK는 4월 소비자경기신뢰지수가 전월의 5.0보다 0.1포인트 높은 5.1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4년 동안 최고치이다. 소비자경기신뢰지수란 경제 상태를 나타내는 경기선행지수의 하나로 현재의 지역경제 상황과 고용 상태, 6개월 후의 지역경제, 고용 및 가계 수입에 대한 전망 등을 조사해 발표한다.

가계에 이어 기업의 경제활동 전망도 장밋빛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독일의 3월 기업신뢰지수가 전월 103.5에서 105.4로 높아졌다. 이 역시 1991년 4월 이래 최고 수준이다.

이처럼 각종 경제지표가 호전되면서 독일 전문가들은 침체됐던 독일 경제가 성장 단계에 와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리먼브러더스의 산드라 펙코브 이코노미스트는 “독일 경제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긍정적인 징조가 있다”며 “소매 판매 지표상 소비자 지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기업 주문도 활발하다”고 말했다.

지표는 파란불… 12% 실업률이 복병

지표상 독일 경제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실은 아직 불안정하다. 실업률이 세계 2차 대전 직후 수준인 1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며, 이에 따라 많은 국민들이 일자리 걱정에 주머니를 꼭 닫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내수는 여전히 냉각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독일의 수출은 전년비 7.5% 증가했고, 사상 최대 규모인 1900억달러의 무역 흑자를 기록해 최대 수출국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경제 성장률은 1%에 불과해, 유럽 내에서도 저조한 수준에 머물렀다. 높은 실업률과 불안한 소비심리로 경제 성장의 또 다른 동력인 내수가 살아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각한 실업률과 내수침체가 독일을 ‘저성장 국가’, ‘유럽의 병자’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인의 잔치’인 월드컵을 앞둔 독일은 최근 내수침체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월드컵이 메마른 경기를 살리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희망이다.

월드컵과 관련 독일 연방경제부는 중장기적으로 총 82억유로(약10조원) 정도 GDP가 추가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전체적으로는 독일 GDP가 0.5% 추가 성장해 2006년도에는 경제성장률이 최근 5년 내에 최고치인 2%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뿐만 아니라 월드컵을 보기 위한 외국 관광객 역시 독일 경제에 활력을 불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월드컵 기간 중 총 320만 명의 외국 축구팬들이 독일로 입국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들이 소비하는 금액 역시 약30억유로, 한화로 약4조원에 달하는 추가적인 소비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과연 독일은 월드컵을 통해 내수를 살려 ‘유럽의 병자’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을까. 독일인에게 ‘2006 월드컵’은 축구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Part 2

국내기업들의

스포츠 마케팅 감상법


관전 포인트 1

최대 격전지 가전·이동통신·포털 사이트


가전 조(組) - 2강 (LG전자·삼성전자)·1약

(대우일렉트로닉스)의 ‘가격 전쟁’

“가격인하 경쟁으로 월드컵 최대 수혜

  품목 예상 ‘무색’”


세계 경제 전문가들은 월드컵이 열리는 2006년 최대 수혜 품목으로 단연 TV 제품을 꼽는다. 그중에도 TV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LCD, PDP 제품이 될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 세계 LCD, PDP 생산업체들의 총성 없는 전쟁은 지난 2005년 유럽과 북미의 각종 ‘박람회’라는 이름으로 전초전이 시작됐다.

국내 시장으로 한정시킬 경우 가전 3사라 불리는 LG전자·삼성전자·대우일렉트로닉스가 이미 장외에서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최대 무기는 가격인하 경쟁. 칼은 대우일렉트로닉스가 먼저 뽑았다. 42인치 HD급 PDP TV를 대기업으론 처음으로 100만원대(199만원)로 판매하면서 ‘대한민국 4강 기원 특별할인판매’를 시작했다. 아울러 32인치 LCD TV와 42·50인치 PDP TV를 5000대 한정판으로 80만원까지 할인판매도 시작했다. 이로 인해 32인치 LCD TV는 189만원에서 139만원, 42인치는 269만원에서 199만원으로, 50인치는 459만원에서 379만원으로 가격이 낮아졌다.

월드컵 마케팅이라는 이름은 아니지만 2강(强)인 LG전자와 삼성전자도 할인 전쟁에 나선 상황. LG전자는 4월부터 50인치 타임머신 PDP TV 가격을 480만원, 42인치는 350만원으로 가격을 낮춰 판매하고 있다. LCD TV도 32인치를 190만원, 37인치 270만원, 타임머신 기능을 갖춘 42인치는 420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3월에 비해 20~30만원 낮은 가격.

삼성전자도 이달 초부터 50인치 PDP TV는 최고 110만원, 42인치는 30만원, 32인치 LCD TV는 20만원, 40인치 LCD TV는40만원까지 인하해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아직 미온적이다 못해 썰렁하기까지 하다. 가장 큰 이유는 판매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용산 전자상가의 한 판매원은 “하루 자고나면 가격이 떨어지고 있어 어제 판 사람에게 미안해하기도 한다”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구매 의향을 가지고 있던 잠재 소비자들도 구매 시점을 늦게 잡고 있다는 것. 판매원조차 “친한 사람이 가격이 어떻게 될 것 같냐고 물어오면 좀 더 기다렸다가 사라고 귀띔한다”고 할 정도다.

그러나 가전 3사 관계자는 “이제부터 본격적인 경쟁은 시작”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LG전자나 삼성전자는 4월까지는 TV광고에 축구스타를 등장시키는 것을 제외하고 공식적인 월드컵 마케팅에 돌입하지 않고 있다. 두 회사의 본격적인 마케팅 ‘전쟁’은 5월부터 본격 시작될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양사 마케팅 관계자들은 “‘가격인하 경쟁’은 지양하고 국민적 응원을 돕는 이미지 마케팅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어느 한쪽이 가격인하 경쟁에 돌입하게 되면 즉각 반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판매 관계자는 “본격적인 판촉 활동이 시작되면 가격인하 경쟁이 한 번 더 일어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동통신 조(組)- SK텔레콤(1강)·KTF·LG텔레콤(2약)

“2002년 대박, 다시 한 번!

 vs 이번만큼은 다르다”

2002 월드컵 마케팅 전쟁에서 가장 큰 전과(戰果)를 거둔 기업으로 단연 SK텔레콤을 꼽는다. 국가대표 공식 응원단인 ‘붉은 악마’와 후원업체 계약을 맺은 SK텔레콤은 붉은 악마 응원단의 ‘대한민국’ 구호와 ‘오 필승 코리아’ 등의 응원가가 담긴 캠페인 광고를 통해 경쟁사를 압도하는 광고 효과를 이끌어 냈다. 매체 광고비와 서포터스 지원 비용을 합칠 경우, 수십억원 단위를 투자해 수십 배 이상의 효과를 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동통신시장의 절대강자 SK텔레콤은 2002년 전쟁의 승리를 2006년에도 재현한다는 전략으로 일찌감치 월드컵 전쟁에 뛰어 들었다. 지난 3월, 서울시와 계약을 통해 서울시청 앞 광장 사용권을 30억원에 획득한 것. 그러나 ‘시민의 공간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역풍에 부딪히자 “임대한 공간을 모든 국민, 기관, 단체에 자유롭게 개방하겠다”고 한 발 물러선 상태. 월드컵 마케팅에 있어서는 ‘챔피언’인 만큼, 견제도 적잖은 셈.

SK텔레콤은 2005년부터 월드컵 구상에 들어간 상태다. 홍보실과 Biz전략실 인원을 주축으로 구성된 TF(Task Force)팀을 상근 인력 7명으로 운영하고 있다. 월드컵 기간을 전후한 별동대인 이 팀은 결성 이후 박지성, 이영표를 앞세운 “애국가 광고”, 협력 수비 등 축구를 소재로 한 생활형 광고를 선보이고 있다.

2002년과 2006년은 사정이 많이 다르다. 국가대표 공식서포터스인 붉은악마가 KTF와 공식 후원계약을 맺은 상태고 시청광장의 독점 사용권도 완전 공개로 포기한 상태. 그러나 ‘거리응원’에서 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은 시청광장을 포기한 대신 ‘청계천’을 테마로 잡고 있다 청계천 다리마다 본선진출 나라를 테마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것. 월드컵 기간 중에는 본선 전 거리 응원도 계획하고 있다. 경기가 주로 밤 10시와 새벽 4시에 열린다는 점을 감안, ‘밤샘 응원’을 테마로 응원전, 스타크래프트 게임대회, 잠깨는 콘서트, 경품행사 등을 준비하고 있다.

KTF와 LG텔레콤은 2002년 SK텔레콤의 독주를 이번만큼은 눈 뜨고 당하지 않겠다는 태세다. KTF는 국가대표 공식 서포터스인 붉은악마와 후원금 3억8000만원에 2006년 12월31일까지 후원 계약을 맺었다. SK텔레콤이 2002년 붉은악마를 중심으로 응원 마케팅을 통해 유례없는 성과를 거둔 것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이미 지난 3월부터 붉은 악마를 주인공으로 한 방송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지난 3월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독일축구 한국전 D-100일 축하행사’에서 새로운 공식 응원가와 응원 문화 발표도 공동 후원업체인 현대자동차와 함께 치른바 있다. 응원가 중 대표곡인 <렛츠 고 투게더>를 KTF 뮤지포털 도시락(www. dosirak.com)을 통해 무료로 공개하는 서비스를 실시 중이다.

KTF마케팅 담당자는 2006년 월드컵 기간 중에는 “2002년 실시해 큰 호응을 얻었던 대표팀에 응원 메시지 보내기를 계획하고 있고, 신 응원가, 게임 등 새로운 콘텐츠를 활용한 프로모션을 준비 중에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축구응원 전용폰인 ‘축구 사랑 휴대폰’을 4월 출시한 상태. 여기에 붉은악마 공식 응원복 1벌이 포함된 ‘축구 사랑 팩’ 2만3000대를 시장에 내놓고 있다.

LG텔레콤은 FIFA의 월드컵 공식 후원업체로 선정된 포털사이트 야후와 공동 마케팅 전략으로 이동통신시장 마케팅 전쟁에 참가하고 있다. 공식 후원업체와 공동 마케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함으로써 후원업체는 물론, FIFA 등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케팅을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LG텔레콤은 자사 무선인터넷 ‘이지아이’를 통해 야후코리아의 ‘야후! 월드컵 특급 정보’를 제공한다. 뉴스, 개최국 및 참가국 국가정보, 선수 분석 등 월드컵 관련 정보, 주문형 비디오(VOD 동영상), 실시간 경기 정보 등을 서비스하게 된다. 아울러 5월14일까지 이 서비스에 가입한 고객에게 추첨을 통해 지상파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DMB)폰을 지급하는 이벤트도 실시한다.



plus-tip

 월드컵, 지상파로 위성파로? DMB(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 각축

“세계에서 가장 앞선 DMB 트렌드,

  월드컵 계기로 꽃 필까?”

2006년 월드컵은 개인 수신 단말기를 통해 실시간 위성, 지상파를 볼 수 있는 원년으로 이동통신사는 이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고객을 잡기 위한 마케팅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위성파 DMB 사업자인 티유미디어와 지상파 DMB폰을 지원하는 KTF, LG텔레콤 간의 우열도 월드컵을 통해 판가름 날 전망이다. 위성파를 통한 지상파 방송 재수신 문제가 아직 풀리지 않았지만 SK텔레콤이 5월 지상파 DMB폰을 출시할 예정으로 있어 위성파와 지상파간의 일대 혼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DMB시장은 월드컵을 치르면서 크게 확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 기간 동안 독점으로 방송을 송신한 티유미디어는 순증 가입자가 2배 이상 늘어나는 ‘톡톡한 재미’를 봤다. 각 방송 사업자들은 물론, 단말기 제조업체들도 세계 최고의 스포츠 축제인 월드컵이 DMB시장을 확산시켜줄 절호의 기회로 잡고 5월부터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할 태세다. 위성파 DMB 사업자인 티유미디어 관계자는 “창사 1주년도 겸한 5월부터 본격적인 마케팅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포털사이트 조(組)-네이버·다음·야후(2강 1중)

“포털사이트 순위,

 월드컵으로 바꾼다”

검색 포털시장의 네이버, 다음, 야후코리아의 사이트 월드컵은 일찌감치 막이 올랐다. 각 포털사이트들은 월드컵 전용 창을 만드는 한편, 경쟁적으로 전문 필진을 섭외해 ‘00독점’이란 이름으로 국가대표, 월드컵 출전 주요 국가 및 선수들에 관한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시장에서는 3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월드컵 마케팅에 관한한 가장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곳은 야후코리아다. 모 회사인 야후가 FIFA와 2006 독일 월드컵 공식 후원업체 계약을 맺고 있는 만큼, 누구보다 유리한 입장에 서 있다. 이 같은 우월적 위치를 야후코리아는 다양한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월드컵 노출 효과를 최대한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김병석 야후코리아 홍보팀장은 “야후는 월드컵 공식 홈페이지를 제작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포털사이트보다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공식 후원사에는 월드컵 경기 관람 티켓이 배정되는데, 이를 이용한 티켓 마케팅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야후가 내세우는 차별화된 경쟁력이다. 메가박스, 우리은행, LG텔레콤 등 제휴업체와 공동으로 총 320장의 월드컵 경기 관람티켓(한국 팀의 예선전 관람티켓)을 유저들에게 제공할 예정. 이 밖에도 영화상영관인 메가박스에서 공동응원전, 공중파인 KBS 제휴를 통해 ‘특집 프로그램 제작’ 프로젝트도 계획돼 있다.

토종 포털사이트로 시장 1, 2위를 다투는 네이버, 다음은 정공법 대신 게릴라 전술을 택하고 있다. 앰부시(Ambush) 마케팅을 통해 독일 월드컵을 직접 다루는 대신, 국가대표 응원 등의 이벤트로 대체할 계획이다. 눈에 띄는 곳은 다음으로, FIFA로부터 월드컵 관련 동영상물 상영에 대한 권리를 획득함으로써 인터넷을 이용, 독일 월드컵 경기를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야후코리아 김병석 팀장은 “경기가 늦은 밤, 또는 새벽에 주로 열리기 때문에 경기가 열리는 시각보다는 경기 후의 다양한 반응이나 이벤트를 어떻게 담아내느냐가 승부의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plus-tip

매복(Ambush)마케팅이란

앰부시(Ambush)는 ‘매복’을 뜻하는 말로, 교묘히 규제를 피해가는 마케팅 기법이다. 대개 행사 중계방송의 텔레비전 광고를 구입하거나 공식스폰서인 것처럼 속이기 위해 개별 선수나 팀의 스폰서가 되는 방법을 사용한다.

규정상 올림픽 마크나 올림픽 단어, 국가대표선수단 등과 같은 용어는 IOC(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국제올림픽위원회)나 KOC(Korea Olympic Committee:대한올림픽위원회) 등과 공식후원계약을 맺은 업체들만 사용할 수 있다.

이 같은 규제로 올림픽을 이용하는 이 마케팅의 유형은 광고카피 안에 ‘올림픽’, ‘국가대표선수단’ 등을 의미하는 용어사용을 비롯하여 각종 매체 상에서 올림픽이나 대표선수단을 위한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기법이 활용된다. 또 다수 업체가 함께 국가대표선수단의 선전을 기원하는 공동광고도 이 마케팅의 한 유형이다. -네이버 백과사전

관전 포인트 2

4-4-2이냐 4-3-3이냐?

정공법(공식 후원) vs 게릴라 전술(매복 마케팅)

최후의 승자는?


드컵의 역사는 새로운 축구 전수의 역사이기도 하다. 4-4-2 포메이션이 승리의 흐름을 주도하던 시대가 있었는가 하면 4-3-3, 3-5-2 전술을 들고 나오는 국가가 우승컵을 거머쥐는 시대가 있기도 했다. 공격진과 수비진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 셈이다.

경기장 안팎의 마케팅 전쟁터에도 정공법과 게릴라 전술이 치열한 공방전을 벌인다. FIFA로부터 공식 파트너업체로 지정된 기업들은 수십억~수백억원의 후원금을 내는 대가로, 경기가 열리는 운동장 주변에 입간판을 설치할 수 있는 권리와 함께 월드컵과 관련된 마케팅을 할 수 있는 독점, 배타적 권리를 갖는다. 월드컵을 주관하는 단체로부터 허가를 받는다는 의미에서 마케팅 측면에서 보면 정공법이라 볼 수 있다. 아디다스, 버드와이저, 코카콜라, 도이치텔레콤, 에미레이트 항공, 야후, 후지필름, 질레트, 현대자동차, 마스터카드, 맥도널드, 필립스, 도시바, 비자 등이 2006년 FIFA 공식 파트너업체로 등록돼 있다.

공식 파트너업체로 선정될 경우 스폰서십 패키지에 포함된 독점적 권리와 혜택이 주어진다. FIFA 월드컵의 명칭, 로고를 사용할 수 있고, 경기장마다 광고판이 설치된다. 또 자체 브랜드나 제품의 PR, 광고 등에 월드컵 명칭, 로고를 사용할 수 있는 마케팅 권한도 주어진다.

한국 국적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현대자동차가 월드컵 공식 후원업체로 선정, 위의 혜택과 권한을 갖고 있다. 여기에 월드컵 기간 동안 사용될 모든 차량의 제공 등의 권리도 독점적으로 갖는다. LG경제연구소의 정용수 연구원은 “파트너기업의 경우 사전에 계획된 활동만으로도 일정 정도의 인지도 향상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한다. 10억 명이 지켜보는 축구장 옆에 위치한 입간판의 노출 효과만도 엄청나기 때문에 정공법은 유효한 방법인 동시에 가장 안전한 방법인 셈이다.

문제는 마케팅 비용으로 막대한 물량이 필요한 만큼, 어지간한 글로벌 기업이 아니고는 공식 스폰서가 될 엄두를 내기 힘들다는 사실. 사업 영역상 굳이 공식 후원사가 될 필요가 없는 곳도 월드컵 기간을 전후한 마케팅은 필수다. 이때 공식 파트너가 아닌 기업들이 사용하는 마케팅 방식이 엠부시(Ambush)마케팅이다. 후원금을 내고 권리를 얻는 방식이 정공법이라면 엠부시마케팅은 명칭 그대로 게릴라전에 가깝다. 초기엔 매우 부정적인 방법으로 인식됐으나 마케팅 방법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엄연한 월드컵 마케팅의 한 방법으로 널리 쓰인다. 매복 전술인 만큼 방식과 기간도 천차만별이지만 공식 응원단을 후원하는 방법, 개별 스타와의 광고 계약을 통해 간접적으로 월드컵을 마케팅에 이용하는 방법 등이 가장 널리 쓰인다.

2002년 한국 시장만 놓고 봤을 때, 가장 좋은 성과를 거둔 SK텔레콤의 마케팅은 앰부시마케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서포터스 공식 후원을 통해 SK텔레콤이 얻는 효과는 10억원이 채 투입되지 않은 비용을 감안할 때 수백 배에 달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오랫동안 FIFA의 공식 후원업체로 지속적인 정공법을 펼쳐온 독일의 아디다스가 개별 대표팀이나 스타들에게 마케팅을 집중한 미국의 나이키사의 게릴라 전법으로 인해 수세에 몰리게 된 사례는 ‘스타를 이용한 엠부시마케팅’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2006 독일 월드컵을 겨냥한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은 크게 공식 파트너기업의 정공법과 그 외 다수 기업의 게릴라전법으로 분류할 수 있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2002년 월드컵은 “게릴라전이 정공법을 이긴 경기”로 평가한다. 사업 대상 제한 문제도 있지만 기업들이 돈을 적게 들이고 효과를 크게 볼 수 있는 엠부시마케팅에 더 관심을 갖는 이유다.

그렇다면 2006 독일 월드컵을 겨냥한 많은 기업들의 마케팅 전쟁에서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까? 정용수 연구원은 “독일 월드컵은 유럽에서 열리기 때문에 2002년만큼의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국내 기업의 경우 개최국의 이점이 사라졌기 때문에 단기적인 성과는 더더욱 적을 것이라는 것. 그는 “2006년 월드컵 마케팅은 단기적 성과를 기대하기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월드컵 마케팅이 자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활동이 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관전 포인트 3

‘제2의 숨은 진주’ 박지성, 이영표를 찾아라

“월드컵, 전 세계 예비 스타 몸값 대박 위한 경연장” 
    
 

 최원창 조이뉴스 축구전문기자 gerrard@empal.com

글랜드의 축구영웅 데이비드 베컴(31·레알 마드리드)의 재산은 무려 7500만파운드(약1350억원)에 이르며, 2005년 한해에만 3000만달러(약30억원)를 벌어들였다. 2003년 7월 베컴을 4130만달러(약500억원)의 이적료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부터 영입한 레알 마드리드는 불과 한 달 만에 이적료를 뽑아냈다고 하니 ‘베컴 경제학’이라는 말이 나올법하다.

축구의 본고장 유럽에는 베컴을 위시한 수많은 축구 재벌들이 화려한 기술과 매혹적인 골로 매주 수많은 축구팬들의 주머니를 노리고 있다.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연일 미디어를 통해 생중계되고 이들의 몸값은 그칠 줄 모르고 연일 치솟고 있다.

오늘날 축구가 벌어들이는 연간 총 수입은 2550억달러로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306조원에 이른다. 직·간접으로 4억5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통계 자료가 있다. 축구 스타들의 몸값이 브레이크 없이 오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지도 모른다.

영국 리버풀의 평범한 노동자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나 주급 120만파운드(약24만원)를 받던 한 연습생은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아스날의 30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깨는 결승골을 터트린 후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16세에 불과했다. 포르투갈서 열렸던 유로 2004(유럽축구선수권)에서 4골을 뽑아낸 후 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붉은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그의 이적료는 무려 3000만파운드(약180억원)에 달했다. 박지성과 함께 뛰고 있는 웨인 루니를 두고 하는 말이다.

자신을 위해 열려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던 이들에게는 일반인들이 상상도 하지 못하는 부와 명예가 보장된다. 98 프랑스 월드컵에서 6골로 득점왕에 올랐던 크로아티아의 다보르 수케르가 레알 마드리드의 부름을 받고,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세네갈의 8강 돌풍을 일으켰던 엘 하지 디우프가 리버풀로 이적하는 것처럼 말이다. 4년마다 전 세계를 열병으로 앓게 하는 월드컵은 바로 그 정점이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빈민촌 골목의 한 소년도, 강원도 골짜기에서 낡고 낡은 축구공을 세상의 모든 것인 양 품고 사는 어린 유망주들도 밤마다 월드컵 출전을 꿈꾸며 잠이 든다. 바로 월드컵은 꿈★을 현실로 바꾸는 묘약이며 도깨비 방망이기 때문이다.

에이전트와 스카우트의 ‘냉혹한’ 심리전

<제리 맥과이어>라는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무명의 미식축구선수가 터치다운 한 번에 일약 스타덤에 오르는 상황이 묘사돼있다. 그의 에이전트인 맥과이어(톰 크루즈)의 인간미 넘치는 우정을 그린 로맨틱 스포츠 드라마다. 하지만 실제 스포츠가 벌어지는 공간은 영화보다 훨씬 냉혹하다. 그 속에는 오로지 선수들의 상품성과 이해타산만이 존재한다.

월드컵 경기장의 기자석 옆에는 선글라스를 깊게 눌러쓰고 꼼꼼히 메모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선글라스 안으로 보이는 그들의 날카로운 눈은 선수들의 움직임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예리함으로 가득 차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레알 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 등 세계 최고의 클럽들의 스카우터들이다. 그리고 아프리카 등 새로운 유망주들을 보유한 에이전트들은 이들에게 자신들의 상품을 세일즈하기 위해 혈안이 돼있다. 이들 스카우터와 에이전시들에게는 어느 나라가 승리하느냐는 전혀 안중에 없다. 어느 누가, 어느 팀에서 어떻게 활약하며 얼마나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해낼 것인가가 유일한 관심사다. 오로지 냉혹한 비즈니스만이 있을 뿐이다. 이들에게 소속 선수는 대박을 터뜨릴 로또요, 원석 다이아몬드다.

그렇다보니 월드컵에 출전하는 축구 선수들은 투철한 국가관과 승리를 향한 열정보다는 자신의 몸값을 올리는 수단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이를 두고 거스 히딩크 전 한국대표팀 감독은 “유럽 축구선수들은 프로라는 의식만 있을 뿐 하나의 팀으로서, 아니 한 국가를 대표하는 스포츠선수로서 사명감은 많이 떨어진다. 월드컵이란 무대가 자신들의 몸값을 올리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 선수들도 많이 봐왔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월드컵 그 자체를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그 무대에서 뛰기 위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는 자세를 보여 왔다”고 말한 바 있다.

히딩크가 강조했듯이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보여준 한국 축구의 힘은 순수한 열정이었다. 자신의 영달보다는 오로지 팀을 위해 뛰고 또 뛰어, 마침내 승리를 엮어내는 것에 ‘강호들의 잔치’를 예상했던 유럽 축구 관계자들의 콧대를 누르며 월드컵의 진정성을 확인했던 것이다.

2002 한·일 월드컵은 한국 축구선수들의 위상을 하루아침에 바꿔 놓았다. 태극전사들의 몸값은 월드컵 전보다 대략 10배가 급등했다. 2억원 안팎의 계약금을 받고 부산에 입단했던 송종국은 월드컵 이후 이적료 256만달러(약26억원) 연봉 60만달러(약6억원)에 네덜란드 페예노르트에 완전 이적됐고, 1998년 계약금 1억2000만원, 연봉 1800만원이었던 안정환은 월드컵 후 영국 주요 일간지 <가디언>이 500∼600만파운드(100∼120억원)로 몸값을 추산한데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팀인 풀햄은 이적료 275만파운드(약40억원)를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이외에도 부수입으로 들어오는 광고모델료까지 감안하며 몸값은 더욱 올라간다.

박지성은 지난 2000년 교토 퍼플상가에 진출할 때 이적료는 4000만엔(4억원)에 불과했다. 2003년 2월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으로 진출할 때는 이적료 100만달러(약10억원) 연봉 60만달러(약6억원)로 뛰더니 지난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할 때는 이적료 75억원, 연봉 35억원의 대박을 기록하며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손에 꼽히는 최고 대우를 받고 있다.

2006 월드컵 제2의 박지성은 과연 누구?

한국 축구선수들을 받아들이는 데 그토록 인색하던 유럽이 2002년을 계기로 송종국(페예노르트) 박지성, 이영표(에인트호벤), 김남일(엑셀시오르·이상 네덜란드), 차두리(프랑크푸르트·독일), 이을용(트라브존스포르31·터키), 이천수(레알 소시에다드·스페인), 김동현(브라가·포르투갈), 현영민(제니트·러시아) 등이 대거 축구 본고장인 유럽 땅을 밟았다. 그리고 2006 독일 월드컵에서도 새로운 유망주들이 희망찬 꿈을 꾸며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우선 ‘국보급 킬러’로 불리는 박주영(21·서울)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열풍을 일으키며 한국 축구를 뜨겁게 달궜던 그는 아드보카트 호에서 슬럼프의 시련을 묵묵히 이겨내고 세계로의 발돋움을 준비하고 있다. 박주영의 평소 꿈은 박지성과 함께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것이다. 지난해 네덜란드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 한 차례 실패를 맛봤기 때문에 그는 이번을 통해 반드시 유럽에 진출하겠노라 이를 앙다물고 있다.

하지만 박주영에게만 기회가 주어지라는 법은 없다. 2002년 김남일과 송종국이 스타로 발돋움했듯 깜짝 스타들이 출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일찍이 아드보카트 호에 승선한 바 있는 이호, 백지훈, 김동진 등 젊은 피들도 일을 낼 가능성이 큰 후보로 꼽는다.

만일 한국의 젊은 선수들이 독일 월드컵에서 자신의 진가를 알리게 된다면? 기자석 주변의 세계적인 클럽 스카우터들은 박주영을 비롯, 젊은 선수들의 자료를 소속구단으로 긴급히 전달할 것이고, 각 구단들은 몸값이 더 뛰기 전에 그를 잡기 위해 영입작전에 나설 것이다.

관중석 곳곳에는 휴가를 반납하고 대회를 지켜볼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 조제 무리뉴 첼시 감독, 프랑크 레이카르트 바르셀로나 감독 등 유명 클럽의 지도자들이 조용하면서도 냉정한 시선으로 필드를 주시할 것이다. ‘흙 속의 진주 찾기’에 열중하며 다음 시즌을 대비한 구상과 유망주들의 플레이를 면밀히 대조해보며 수첩에 무언가를 적고 있을 게 분명하다. 이들의 눈에 띌 수만 있다면 대박과 명예를 동시에 안겨줄 '꿈의 무대'는 절반 이상은 현실이 돼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