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는 지난 3월30일 서민 주거복지 증진과 주택시장 합리화를 위한 8·31 부동산대책의 후속조치의 세부사항을 발표했다. 정확히 8·31 대책 발표 이후 7개월만의 일이다. 8·31 대책과 3·30 대책 모두 수요, 공급, 서민주거 등의 내용이 골고루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8·31 대책이 세제 중심의 정책이었다면 이번 대책은 재건축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추가되었다는 점이 큰 차이점이다.

우선 그 내용을 하나씩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서민주거복지를 위해 정부는 영세민 전세자금 지원 확대, 도심 내 다가구 매입 임대주택 및 전세 임대주택을 각각 연간 4500호씩 공급하기로 했다. 이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정책을 조금씩 확대한 것이다. 또한 분양가 인하를 위해 공공택지 중소형 택지가격을 10% 인하, 분양가 상한제 검증위원회 설치(7월 시행예정), 중대형 임대주택 건설 및 비축 등 공공부문의 임대주택 확보 방안을 제시했다.

둘째, 재건축 제도 합리화를 위해 재건축 추진위원회의 권력남용 및 시공사 선정 비리 엄단, 안전진단 예비평가 공적기관 수행, 평가항목 확대(8월 시행), 관리처분계획 인가신청 전 사업장에 개발부담금 부과(8월 시행) 등을 시행하기로 했다.

셋째, 주택공급 확대대책으로 2007년까지 958만 평의 택지를 송파, 양주, 김포에 마련하고 도심재정비 시범사업지를 2~3곳 선정할 계획(9월 시행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주택거래신고지역 제도 보완을 위해 앞으로는 실거래가 신고 외에 자금조달계획, 입주신고 의무화를 6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이상의 대책 이외에도 금융대출을 규제하는 ‘주택담보대출 리스크관리 강화를 위한 추가 조치’를 별도로 발표했다. 이 조치에 의하면 4월5일부터 투기지역 내 6억원이 넘은 아파트를 구입할 때 대출 가능한 금액은 종전의 LTV(주택담보대출비율)한도와 함께 총부채상환비율(DTI) 40% 이내에서만 가능하다.

3·30 대책, 집값 잡으려다 서민만 ‘한숨’

결국 이번 조치는 크게 재건축 규제를 통한 과도한 기대심리 억제뿐만 아니라, 주택구입이나 분양 시 필요한 대출 자체를 규제함으로써 주택수요를 억누르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이는 최근 수도권과 일부지역에 나타나고 있는 주택가격 급등 현상이 높은 매수세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아파트 가격은 전년 말의 일반적 관측과 달리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매매가 강세 현상이 뚜렷했다. 1분기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6.5%에 달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2.7%에 비하면 3.8%나 높은 수준이다. 양천, 송파, 평촌 등은 10%, 서초, 분당도 평균 이상을 기록했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의 오름세가 3월 들어 뚜렷해지면서 1분기 상승률이 서울지역 8.4%로 일반아파트 평균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문제는 이런 가격 상승세 속에서도 여전히 매물이 부족하여 호가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3·30 대책으로 재건축에 대한 투자심리는 상대적으로 위축되겠지만 재건축 아파트의 급락 현상이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아직 개별 조합들이 개발부담금을 체감하고 있지 않을뿐더러 여전히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의 대폭적인 강화로 인해 재건축 아파트의 수익률이 저하되고 사업 자체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가격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추가 조치는 사실상 중산층의 6억원 이상 주택구입을 더욱더 요원하게 하고 있어 당분간 매수세도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주택수요 관리만으로 시장이 계속 안정될 수 있을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해서는 좀 더 객관적이고 균형 있는 시장분석과 판단이 필요하다. 먼저 6억원짜리 아파트는 이제 강남과 수도권 신도시의 30평형대 아파트의 일반적인 가격이 되어 버렸다. 최근 교육이나 교통여건 등 주거환경 선호에 대한 쏠림현상이나 중대형 평형을 선호하는 주택수요를 감안한다면 6억원짜리 아파트는 중산층의 주택구매 대상이 된다. 그런데 6억원을 기준으로 소득에 따라 차등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적용하게 되면 당연히 고소득자가 유리해진다. 이번 조치에 따르면 연소득 7000만원 이상인 경우에는 과거에 비해 대출금액 변동이 거의 없는 반면, 연소득 3000~4000만원의 경우에는 기존보다 대출금이 크게 줄어든다. 결국 중산층의 인기지역 주택구매를 가로막는 것이다. 이러한 대책은 당분간 주택수요 위축으로 가격 상승세를 진정시킬 수는 있을 것으로 판단되나, 주택구매를 연기한 이들 계층이 전세수요로 전환되면서 인기지역 및 중대형 평형의 전세가격 상승세가 우려된다.

공공부문 주택공급, 재정악화·건설경기 침체 부를 수도

한편 이번 대책에도 주택공급부문에 대한 언급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3·30 대책에서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공급확대정책은 재건축 사업 등 민간 공급 대신 공공부문에서 직접 공급하거나 개입이 가능한 도시재정비 사업(뉴타운 사업)과 공공택지 공급확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현재 민간부문의 주된 주택공급방식은 재건축 사업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단지(관리처분계획 인가 이전)는 대부분 재건축을 당분간 보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민간부문의 주택공급은 더 감소할 전망이다. 반면, 수도권 공공택지 공급의 확대, 도시재정비 사업의 추진은 공공부문의 개입이 이루어지는 공급부문이다. 과감한 규제완화와 인센티브 제공을 내용으로 하는 도시 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에 의한 재정비 사업은 서울 강북에 2~3개의 시범지구를 9월까지 지정하는 등 연말까지 3~4개의 선도적 사업지구를 가시화할 계획이어서 김포, 양주 등의 택지개발지구 확대와 함께 공공부문의 공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이번 대책에서는 저소득층을 위한 소형 임대주택은 물론 중형 주택의 공급까지도 공공부문의 역할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즉 소형 임대주택은 물론 중대형 주택도 공공기관이 직접 건설하는 방식과 도시재정비촉진지구 내 임대주택을 매입하는 방식, 도심 내 기존 주택을 매입하는 방식 등을 통해 2006~2012년까지 연평균 6000호를 비축하고 이를 임대주택으로 활용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주택시장에서 공공부문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은 일면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공공부문의 역할 확대는 곧 재정 부담으로 이어진다. 또한 그 동안 건설경기를 주도해 온 민간건설경기의 위축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현재 전국적인 상황을 시장별로 보면 가격급등과 이에 따른 과열 조짐은 서울 강남, 목동, 경기도 신도시, 용인 등의 아파트시장, 그리고 각종 개발호재가 있는 지방의 일부 토지시장이 중심이며, 그 이외의 대부분 지역은 가격상승이나 투기 조짐보다는 오히려 장기 침체나 초기 침체 국면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시장에 대한 정부 대책도 이런 국지적 현상을 잡는 것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으며, 지나치게 전국적으로 강력한 정책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일부 지역이나 시장의 급격한 침체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드러나지 않고 잠재되어 있는 두 가지 불안요인이 있다. 하나는 먼저 8·31 대책 등 그 동안 정부가 쏟아 놓은 강력한 투기억제 대책의 효과가 점차 누적되고 있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서울 강남이나 신도시 일부의 과열현상에 가려있는 상업용 부동산이나 지방 주택시장의 침체 조짐이다. 3·30 대책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강남이나, 신도시 지역의 주택가격은 당분간 불안 양상을 이어갈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의 시장상황을 이쪽 지역에 맞추어서 판단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이야 말로 시장과 정부 모두 균형 있는 시각과 판단으로 신중을 기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