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600원을 훌쩍 넘어섰다. 유가의 고공행진은 향후 배럴당 100달러 시대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일찍이 에너지원 다각화 정책을 통해 원전(原電)을 도입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70~80년대 에너지 파동을 겪거나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몸서리칠 법도 하다. 대한민국 전기 총 생산량의 40%를 생산해내는 원자력발전 현장을 보기 위해 영광을 찾았다.

"부안에서 일어난 방폐장 설립 반대와 경주의 방폐장 유치를 겪으면서 원전을 보는 의식이 많이 달라졌다는 걸 느낍니다. 하지만 아직도 원자력발전소라고 하면, 3D 업종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요. 핵폭탄 만드는 곳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웃음).”(성강수 홍보과장)

전남 영광군 홍농읍 계마리 514번지. 영광원자력발전소의 행정구역상 주소다. 204만 평 부지에 6기의 발전 설비를 지닌 영광원전은 최대 590만k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최대 원자력발전소다. 국내에는 모두 4곳(고리, 울진, 월성, 영광)의 원전이 있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전력은 2005년을 기준으로 볼 때 1468억kwh로 전체 발전량 3646억kwh의 40.3%에 달한다. 58.3%에 달하는 화력 발전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지만 원전에서 생산하는 전력은 가정용과 산업용으로 1차 공급되는 ‘기저부하용’이란 점에서 중요도가 높다. 전체 전력 생산량 중 필수 불가결한 부분을 원전에서 우선 담당하고, 나머지 부분을 화력발전 등에서 공급하는 것이다.

값싸고 안정적 전력 공급, 원자력발전으로 가능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는 한국전력에 판매되고 한전은 다시 가정과 기업 등에 전기를 공급하고 요금을 받는다. 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기는 원자력, 화력, 수력 같은 발전원별로 한국전력에 판매하고 받는 정산단가가 다르다. 1kwh를 원자력발전소가 한전에 판매하는 가격은 39.71원. 이는 중유 111.03원보다 2.5배, 풍력 188.03원보다는 4배, 태양열 794.82원보다는 무려 20배 이상 싼 가격이다.

발전원가 중 연료비점유율 면에서도 원전의 경제성은 가장 많은 전력을 생산하는 화력발전소를 압도한다. 석유나 LNG가 70%가 넘고 석탄도 60%에 달하는데 비해 원자력(저농축 우라늄)은 19%에 불과하다. 석유나 석탄, LNG와 같은 화석연료의 가격 상승이 전력 생산에도 적잖은 고민거리인 상황에서 원자력은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안내를 맡은 이광석 영광발전소 기술홍보과장은 영광발전소에서만 20년 넘게 근무해 발전소 안팎 사정에 두루 밝은 인물. 경기도가 고향인 그는 ‘영광 근무 덕분에 굴비는 실컷 먹고 산다’며 웃었다.

“원자력발전소가 영광을 비롯해 바닷가에 세워지는 이유는 전력 생산에 필요한 터빈을 돌리려면 증기를 발생하는데, 이 증기를 냉각시키는데 많은 냉각용수가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미국이나 캐나다의 오대호처럼 큰 호수가 있는 나라는 호수 물을 냉각용수로 쓸 수 있지만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는 바닷가에 세웁니다.”

원전 1기를 가동하는 데에는 1초에 50~60톤의 냉각용수가 소요된다. 현재 6기가 풀가동 중인 영광발전소의 경우, 1초에만 300~360톤가량의 바닷물이 냉각수로 사용되는 셈이다. 터빈을 돌리는 증기를 냉각시킨 바닷물은 1km 가량의 배수로를 통해 다시 바다로 돌아가는데 증기파이프를 냉각시킬 경우 상온 7℃로 가열된다. 이를 온배수(溫排水)라 하는데 온배수가 배수로를 통해 바다에 도착할 때는 3℃정도로 식는다.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기온이 상승된 바닷물을 이용해 물고기를 양식한다는 점이다. 배수로 입구 쪽에는 넙치(광어), 우럭, 백합조개, 전복 등을 기르는 양식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양식장에는 50톤급 수조 18개가 있고, 이곳에서는 현재 넙치, 돌돔 등 1만여 마리가 바다로 돌아갈 날을 손꼽고 있었다.

초당 300톤 이상의 ‘온배수’로 양식장 만들어

“국내 양식 어류는 대부분 온수성 어류기 때문에 겨울철인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는 바닷물 수온이 낮아져 자연해수로는 양식이 불가능해요. 자연해수보다 높은 온도의 바닷물이 필요한데, 발전소에서 나오는 온배수를 이용하면 겨울철에도 여름철에 버금가는 어류 성장이 가능한 거죠. 해수 온도가 적당히 상승하면 어류의 성장이 좋아지고, 산란기도 빨라져 알이 부화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단축되는 이점이 있어요.”

원전 냉각수라면 방사능 수치가 높을 것이라 지레 짐작하지만 ‘전혀’ 사실과 다르다. 방사능과는 상관없는 증기파이프라인만 냉각시키기 때문이다. 발전소 측은 이렇게 키워낸 어류 및 조개류를 지난 1997년부터 매년 봄이면 인근 바다에 방류시켜 왔는데 그 누적 숫자가 모두 1251만 마리에 달한다. 양식장 관계자는 “만에 하나 문제가 발생한다면 인근 어민들이 가만히 있었겠느냐”며 양식장에서 자란 어패류에 대한 우려는 ‘기우’일 뿐이라고 자신했다. 이광석 과장은 “발전소 직원들이 가끔 회식할 때 양식장에서 기른 물고기가 요긴하게 쓰인다”고 귀띔했다.

원전 운영 현황을 눈으로 보기 위해 6호기 발전 현장을 찾았다. 전기를 생산하는 부분은 크게 3부분으로 나뉜다. 저농축 우라늄을 원료로 증기를 가열하는 원자로, 원자로에서 가열된 증기를 이용해 터빈을 돌리는 부분, 터빈이 회전하면서 발생한 전기를 모으는 발전 부분이 그것이다.

생산된 전기를 모으는 발전 부분은 건물 외부에 있고, 원자로와 터빈 부분은 건물 내부에 있었다. 거대한 증기관과 터빈이 위치한 터빈 공장 내부는 여름 한가운데 있는 것처럼 더웠다. 뜨거운 증기파이프라인이 뿜어내는 열기 때문이었다. 외부에 열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은색 단열재로 단단히 차단한 상태였지만 300℃가 넘는 거대한 증기 파이프와 각종 기기가 뿜어내는 열기는 한겨울에도 반소매 차림으로 근무해야할 정도다. 이광석 과장은 “통상 25℃ 정도를 항상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거대한 규모의 터빈을 돌리기 위해서는 어지간한 압력의 증기로는 힘듭니다. 터빈은 1분에 1800회 회전을 하는데, 이런 회전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증기의 압력이 최대 150kg에 달해야 합니다.”

가정이나 사무실에 있는 소방호스의 최대 압력이 5kg이다. 원자로에서 가열된 증기의 압력은 이의 30배에 해당되는 셈이다. 직경이 어른 키만큼이나 큰 증기파이프는 3기의 터빈을 쉴 새 없이 가동시키고 있었다.

터빈 공장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가자 주조실(Main Control Room)이 나타났다. 주조실 안에는 6명의 요원들이 주조실 벽에 붙은 각종 폐쇄회로 화면과 기기의 가동 상태를 나타내는 언뜻 보기에도 200개가 족히 넘는 계측기기를 살펴보고 있었다. 24시간 가동하는 원전의 특성상 근무는 1일 3교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깨끗하고 널찍한 주조실 3면에는 주요 부분별 가동 현황이 실시간으로 체크되고 있었다. 6조 조장인 임노수 발전부장은 “원자로, 터빈, 발전기 등 주요 시설을 모두 이 한 곳에서 컨트롤한다”며 이런 까닭에 근무하기 편해 보이지만 긴장도는 다른 어느 부서보다 높다고 했다. 오전 8시부터 근무에 투입된 임노수 조장의 팀원들은 모두 11명. 주조실에 6명, 현장에 5명이 투입돼 전력 생산 전 과정을 점검, 관리하고 있었다.

“사명감과 자존심 꺾는 일만 없었으면…”

“원자로 부문, 터빈 부문, 전력관리 부문으로 나눠 각 부문 별 책임자가 별도로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일은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하는 일이에요. 부문별로 나눠 관리, 감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연속 작업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각 부문별 의사소통과 신속한 대응이 생명이에요. 팀원들의 팀워크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조별로 팀워크 다지는 일이 무척 중요합니다.”

정기 점검으로 발전 기기가 멈춰 서지 않는 이상, 365일 가동되기 때문에 주조실 및 현장 요원들의 근무는 일반 근로자와는 많이 다르다. 근무시간은 오전 8시~오후 4시, 오후 4시~자정, 자정~오전 8시로 나뉘는데, 6개조가 돌아가면서 오전, 오후, 자정 근무를 한다.

“오전 근무를 3일 한 다음, 이틀을 쉽니다. 그 다음엔 오후 근무에 투입돼서 3일을 일하고 하루를 쉬게 돼요. 다시 자정 근무조가 돼서 3일을 근무하고 이틀을 쉬는 일이 반복됩니다. 사람마다 적응에 걸리는 시간이 다르지만 최소 3년은 일해야 업무에 맞는 생체리듬이 생깁니다.”(이명규 전력설비 담당 과장)

명절이나 휴일도 이들에겐 의미가 없다. 운 좋아 쉴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6개조가 쉼 없이 돌아가기 때문에 말 그대로 ‘운이 좋아야’ 남들과 함께 쉴 수 있는 것이다. 임노수 부장은 “직원들이 각종 경조사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게 개인적으로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며 “낮에 쉬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에 잘 모르는 사람들은 실업자로 잘못 알기도 한다”며 웃었다. 주조실 문을 나서는데 이명규 과장이 꼭 할 말 있다며 팔을 붙잡았다. “국가 산업과 가정에 중요한 전기를 차질 없이 공급한다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는데, 환경 오염시키는 회사인 것처럼 얘기할 때는 자존심도 상하고, 안타깝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는 것이다.

300℃ 이상의 열을 발생시키는 원자로에는 접근 자격을 갖춘 사람이 아니면 접근이 불가능했다. 이 과장은 그 대신 방사능 지역 출입구로 안내해 방사능 방지 시스템이 다중으로 설계돼 안전하다는 말을 여러 번 강조했다.

“원자력발전소라면 원자폭탄을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우라늄의 핵분열을 이용하는 건 같지만 물리법칙상 근본 원리가 다릅니다. 폭탄에 사용하는 재료인 우라늄-235는 100% 가까이 농축돼야 합니다. 폭발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질량과 크기가 돼야 하는데, 최소 질량은 25kg, 부피는 소프트볼 정도죠. 그런데 원전에서 사용하는 우라늄은 우라늄-235를 2~5% 농축한 것으로, 폭발할 수 있는 임계질량에 도달하기가 불가능해요.”

이 과장은 이를 공업용 알코올과 맥주에 비유했다. 공업용 알코올은 폭발성을 지니고 있지만 알코올 도수가 10%도 되지 않는 맥주는 그 자체로 위험하지 않은 것과 같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전은 안전장치로 시설 전체를 감싸고 있다. 먼저 원료인 저농축 우라늄 정광 덩어리인 ‘펠렛’을 싸는 연료봉부터 특수 가공된 연료 피복관(제1방벽)으로 싸맨 다음 다발상태로 원전연료집합체에 넣는다. 원전연료집합체가 들어 있는 원자로는 다시 25cm의 두꺼운 철판(제2방벽)으로 봉합된다. 원자로와 가압기, 냉각제 펌프, 증기 발생기기는 다시 6mm철판(제3방벽)으로 감싼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렇게 감싸진 기기들은 다시 두께가 120cm에 달하는 철근 콘크리트로 단단히 봉해진다.

여객기가 충돌해도 안전한 ‘다중 방호 시스템’

영광원자력발전소 대외홍보관 1층에는 핵반응을 통해 열을 얻는 원자로를 감싸고 있는 다중방호 설비의 실제 모형이 있다. 120cm에 달하는 콘크리트 안에는 지름이 15cm가 넘는 엄청난 굵기의 철근이 콘크리트 구조물을 단단하게 붙잡고 있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콘트리트 구조물은 수십 가닥의 특수강철을 다발로 꼰 다음 돔 전체를 가로 세로로 칭칭 감은 뒤 팽팽하게 잡아당긴다. 어린아이 키 두께의 콘크리트도 모자라 특수강철 다발로 칭칭 감은 원자로는 지상 건물 중 가장 안전도가 높다(건물 규격은 전 세계적으로 안전 표준화가 이뤄져 있다). 원전 관계자는 “미국이 9·11 테러 이후 각종 주요 시설에 대한 여객기 충돌 테러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 원전 시설은 여객기가 충돌해도 찌그러질 뿐, 뚫리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원자로를 중심으로 한 안전설비를 포함해 원자력발전소 전체가 지진이나 태풍 같은 자연 재해에도 끄떡없도록 설계됐다. 특히 지진에 대해서는 부지 선정부터 정밀 지질조사를 통해 가장 큰 규모의 지진이 일어나도 끄떡없도록 내진설계를 했다. 원전은 견고한 암반 위에 건설되는데, 단단한 암반층에 설치된 원전은 일반 지반에 설치된 건물에 비해 지진의 진동이 1/2~1/3 정도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이 같은 안전설비 덕분에 원전 설립 30년이 가까워 오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사고로 규정할 만한 방사능 유출 사고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방사선 유출 사고를 막기 위해 발전소 전역은 물론 인근 지역에도 방사능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탐지기가 곳곳에 설치돼 실시간 방사능 수치를 측정하고 있다. 환경에 대한 감시는 민간 환경단체와 공신력 있는 정부기관(과학기술부)에서도 상주하며 감시기기를 공장과 공장 주변에 설치해 놓고 있다. 국내 방사선 관리 기준은 선진국인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보다 훨씬 낮아 원전 후발국임에도 환경 관리 측면에서 세계 첨단에 도달한 상태.

원전은 싼 값에 전기를 얻을 수 있다는 측면 외에도 첨단 원전 설비의 제작과 설치, 운용 노하우를 획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원전 건설은 30년이 채 안되는 짧은 기간 내에 자체 표준형 원전 건설이 가능한 시점에 도달했다. 한국 표준형 원전을 자체 기술로 개발 현재 울진 3, 4, 5, 6호기, 영광 5, 6호기가 가동 중에 있다. 가압경수로형을 채택하고 있는 한국 표준형 원전은 두산중공업에서 주요 설비를 제작하고 현대건설과 대림건설이 시공해 완공했다.

원자로 제작, 설치, 운용 능력은 이미 ‘선진국 수준’

막대한 제작비가 소요되는 원전 건설은 국가의 최고 지도자의 결정이 있어야 가능한 사업이어서 설비 전체의 해외 수출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운용 노하우 및 주요 기기 수출은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북한에 가설 중이다 현재 중단된 경수로도 한국 표준형을 기본 모델로, 한국 측에서 제작, 건설하다 ‘북핵’ 등 정치적인 문제로 현재 공사 중단을 맞았다.

최근 “2004년 중국의 원전 4기 국제 입찰에 한국은 자격조차 얻지 못했다”는 보도에 대해 유승봉 한국수력원자력(주)(이하 한수원) 해외사업처장은 “원전 설계 및 건설 기술과 운용 기술은 100% 국산화에 성공했다. 그러나 원자로의 일부 기기나 기술은 아직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사전에 이들의 협력 동의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입찰에 뛰어들 경우, 나중에 과도한 수익금 요구에 시달릴 수도 있어 사전 협력을 구했는데 이것이 마치 입찰 대상에서 탈락한 주요 원인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오해”라고 해명했다.

2004년 중국 원전 건설의 입찰 결과는 아직 나지 않은 상태. 유승봉 처장은 “원천 기술을 가진 웨스팅하우스 측에서 한국이 중국 신규 원전 사업 등 해외 원전 사업에 참여할 경우 적극 협력한다는 서신을 보내왔다. 이미 인도네시아, 베트남, 루마니아와는 원전 건설 및 기기 판매, 운용기술 판매 등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수원 관계자는 “중국 입찰 참여가 무산돼 아쉽지만 일부 원천기술을 가진 웨스팅하우스사가 향후 한국 표준형 원전 해외 진출에 적극 협조한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자신감을 갖고 계속 도전할 것”이라고 했다. 원전 관련 원천 기술의 해외 진출(미 연방 정부가 정한 73개국은 사전 승인이 필수다. 중국도 이에 포함된다)은 미 연방정부의 승인이라는 또 하나의 벽이 있긴 하지만 한수원 측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30년도 채 안 되는 짧은 원전 역사를 가졌지만 총 전력생산의 40%를 생산할 정도로 급속한 성장을 이룬 한국의 원자력발전소는 자체 표준형 원자로를 가질 만큼 기술 보유도 선진국과 어깨를 견줄 만큼 성장했다.

오재식 영광원자력발전소 본부장은 “영광의 법성포는 과거 인도에서 마라난타 승려가 불교를 전하기 위해 한반도에 처음 발을 디딘 곳으로 이후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다. 비록 미국 등에서 원자력 기술을 도입했지만 한국 원자력발전소도 원전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국가 산업과 경제에도 더욱 이바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영광발전소에서 15분 거리에 위치한 법성포에서는 인도 승려 마라난타의 불법(佛法) 전수를 기념하는 행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상설무대는 무대를 빛낼 조명 기기 설치로 분주했다. 행사가 시작되면 영광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가 1600년 전 불교 전래를 기념하는 기념식장을 환하게 밝히게 될 것이다.

plus interview

오재식 영광원자력본부 본부장

“우라늄 장기 저가 계약으로 안정적 확보”

-매년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다. 전력 최대 수요 시기인 여름철이 다가오는데,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가.

“원전은 가정과 주요 산업에 우선 공급되는 ‘기저부하용’ 전기를 생산하는 만큼, 목표 생산량을 100% 안전하게 생산하기 위해 사실 ‘비상 체제’로 일하고 있다. 국내 원전의 가동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올해는 1건의 가동 정지도 없도록 하는 게 목표다. 지금까지는 잘하고 있다.”

-생산성만큼이나 안전 사항은 지역 주민은 물론, 국가적 관심 사안이다. 어떻게 관리하는가?

“협력업체를 포함해 2400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직원들의 교육에 가장 신경을 쓴다. 신기술 습득과 안전교육을 1년에 30일씩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안전에 대해서는 지역 주민, 지자체와 그동안 유기적으로 협력했기 때문에 서로 이해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앞으론 지역사회 공헌이라는 측면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모델을 만들 생각이다.”

-최근 원자재 가격 동향이 심상치 않다. 원료인 우라늄의 확보 상황은 어떤가?

“에너지 가격 상승 추세는 원료인 우라늄도 예외가 없다. 2006년 대비 우라늄 정광 가격이 280% 상승했다. 하지만 장기 저가 계약을 이미 맺어놓은 상태기 때문에 시장 리스크는 적다. 2005년 우리의 평균 도입가격이 16달러30센트, 2005년 현물 시장가 36.50달러와 비교해 보면 잘 알 수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원자력발전은 화력발전과 달리 정광의 점유 비중이 3% 정도에 불과해 발전 원가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원전 기술 자립과 가동 기술의 국제 경쟁력은 어느 정도인가?

“제작 기술, 건설 기술, 운용 기술, 세 분야 중 건설 기술과 운용 기술은 100% 국산화에 성공했다. 제작 기술도 한국 표준형 원전 개발에 성공했고 이를 개량한 차세대 원자로(APR-1400)를 향후 건설 계획인 신고리 3, 4호와 신울진 1, 2호에 적용할 예정이다. 이미 일부 기기는 해외에 제작 납품하고 있고, 건설과 운용 기술 수출도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세계 7위권에 해당된다.”

-운용 기술은 세계 최고라고 하는데, 근거가 무엇인가?

“매년 전 세계에서 운용 중인 원자력 발전소들을 대상으로 운용률 실적을 분석한다. 2005년 운용률 실적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원자력 발전소가 1~5위를 휩쓸었다. 고리 4호기가 1위, 영광 3호기가 2위, 울진 1호기가 3위, 영광 1호기가 4위, 월성 3호기가 5위를 차지했다. 전체 평균 운용률을 보더라도 세계 평균치가 80% 미만인데 비해 국내 평균은 2000년 이후 90%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약력 _ 1971년 서울대 원자력공학과 졸업. 울진원자력본부 발전소 기술 부장, 해외사업체 원자력 사업팀장, 영광 원자력본부 제2발전소장 역임. 현 영광원자력본부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