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대책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비단 우리만의 일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가격이 크게 뛰어오르며 부동산거품의 위험이 집중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부동산 과열 현상을 진단하고 이에 대해 미국이 어떤 정책 대응을 구사하고 있으며,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이 무엇인가를 살펴 보기로 한다.
 국의 경우에는 1997년 이후 2004년까지 주택가격이 65%가 상승했으며, 호주는 113%, 영국은 147%가 올랐고, 아일랜드는 무려 179%가 상승했다.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 각국 정책 당국의 최우선 과제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현재 미국의 주택경기는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미국의 ‘연방주택 가격지수’(OFHEO index)를 보면, 2001년 이후 최근 4년 동안 미국의 주택가격이 39%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9% 이상 상승한 셈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경기침체에 빠졌던 2001년 이후에 집값이 크게 뛰어올랐다는 점이다. 1990∼1991년 경기침체기 당시에는 주택가격 상승률이 연평균 2%에 불과했음을 감안하면 최근의 상승세가 얼마나 이례적인 현상인가를 알 수 있다. 연 9%에 달하는 가격상승률은 미국 전역의 주택가격을 평균한 것이며, 일부 지역의 가격상승률은 이를 훨씬 뛰어넘는다. 예를 들어 2001∼2004년 기간 중 주택 중위 가격(중간정도의 가격이나 순위)은 캘리포니아의 새크라멘토가 65%, 플로리다 팜비치는 91%나 상승했다.

 이렇듯 주택가격이 급상승함에 따라 현 주택가격에 거품(bubble 버블)이 포함되어 있으며, 거품 붕괴의 위험이 크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IMF 등 국제금융기관과 HSBC를 포함한 민간연구소들은 주택거품 붕괴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현 주택가격의 상승 추이는 경제의 기초여건에 비추어 볼 때 과도한 수준으로 거품의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주택가격 상승을 이끌어 온 초저금리 기조가 최근 변경되면서 거품 붕괴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음을 지적한다.



 부동산 거품론의 대두

 만일 주택시장의 거품이 붕괴되는 경우에는 미국 경제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주택거품 붕괴와 이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은 소비위축 등 ‘역(逆)자산효과’(Negative Wealth Effect)를 통해 경기하락을 초래할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향후 2년간 주택가격이 10% 하락할 경우 같은 기간에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0.5∼0.7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HSBC의 이안 모리스는 향후 5년간 주택가격 10% 하락시 소비증가율이 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동산폭락은 소비를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담보가치 하락 및 이에 따른 금융기관의 부실화를 초래함으로써 가계부실, 신용경색 및 투자위축 등을 촉발할 우려도 높다. 따라서 미국 부동산거품의 붕괴 가능성을 살펴보는 것은 미국 및 세계 경제의 앞날을 가늠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렇다면 과연 미국 부동산에 거품이 존재하는가? 이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거품이 무엇인가를 정의내려야 할 것이다. 거품은 그 자산의 실제가치에 비해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을 때 발생한다. 즉 주택시장의 거품은 시장수급 여건에 기초한 적정가격과 실제가격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존재할 때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주택의 적정가격이 무엇인가를 결정하기란 극히 어렵다. 때문에 주택거품의 존재 유무는 ▲ 주택임대료 수입 대비 가격 비교 ▲ 소득수준 대비 가격수준 ▲ 주택 관련 투자과잉 여부 등 몇 가지 지표를 통해 간접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기준에 따르면 미국의 부동산가격에는 상당한 거품이 포함되어 있다는 걸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즉 주택수요의 기초여건에 비추어 볼 때 현 가격수준이 과도함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주택임대료 수입에 비교할 때 주택가격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임대료 수입이란 주택 보유에 따른 수익률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주택임대료 수입 대비 주택가격은 주식으로 따지면 일종의 P/E(주가수익)비율이라고 보면 된다. P/E비율이 높다면 가격이 적정수준을 초과한다는 걸 의미한다. 현재 미국 주택의 P/E비율은 역대 최고수준(25)으로 장기 평균치(20.2)에 비해 25% 높게 나타난다. 결국 25% 가까운 거품이 부동산시장에 존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1990년대 후반 이후 주택가격 지수 상승률이 주택 임대가치 지수 상승률을 크게 상회하고 있어 주택 보유 수익률에 비해 주택가격이 높음을 시사하고 있다. 주택가격 지수/임대가치 지수 비율이 1.45(2003년)로 80년대 이후 장기 평균인 1.27을 초과하고 있다.

 소득수준과 비교했을 때도 현 주택가격은 역대 최고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2004년 현재 소득수준 대비 주택가격(주택가격/연간소득)은 3.4로 1975∼2000년 평균인 2.9에 비해 19%가 높다.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이 장기 평균수준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주택가격이 16% 하락하거나 소득이 19% 증가해야 하는데, 소득이 19% 증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장기 추세로 복귀하려면 상당 폭의 주택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걸 의미한다.



 경제 전반의 문제와 연결해 판단

 그렇다면 미 정책당국은 부동산경기 과열 현상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는가? 지난 8월27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그린스펀 의장은 와이오밍 주 잭슨 홀에서 열린 캔자스연방준비은행 주최 경제심포지엄에서 부동산 과열 현상을 우려하는 발언을 하여 주목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미국의 주택경기는 필연적으로 가라앉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내 주택가격의 상승은 주택가격이 계속 오르리라는 낙관에서 비롯된 면이 있지만, 역사는 이러한 낙관주의를 관대하게 다루지 않았다. 주택가격 상승에 제동이 걸리거나 심지어 하락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부동산경기 과열을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주장했던 입장에서 크게 변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현 주택가격 수준이 매우 높고, 이런 가격 상승세가 계속 유지되기 어렵다는 걸 지적한 것일 뿐, 부동산거품이 과도한 수준으로 포함되어 있다거나 전국적인 부동산 과열 현상이 가라앉아 가격이 폭락하는 일이 발생하리라고는 보진 않는다.

 이는 단순히 현 주택가격 수준이 높다고 해서 거품이 존재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적어도 미국의 현 주택가격은 부동산 급락을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단순히 주택 P/E 가치 수준이나 소득 대비 주택가격 수준이 높다고 주택시장에 과도한 거품이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 주택가격 지수는 주거의 질 향상을 지속적으로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택가격은 부대·편의 시설의 증축과 개량 및 리노베이션 등 품질 개선이 상승 요인으로 크게 작용한다. 주택의 질적 수준을 반영하지 않은 주택가격 지수를 사용하면 P/E 가치가 실제보다 높게 나타난다.

 또한 주택가격 수준은 상당 부문 기초여건(Fundamentals)을 반영한다고 본다. 주택시장 호황은 저금리 효과뿐만 아니라 자가 소유 확충을 위한 정부의 정책, 해외노동력 유입, 실질소득의 증가 등 실수요 확대를 반영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미국정부는 자가주택 보급률을 높이기 위해 모기지 대출 확대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와 아울러 주택저당증권(MBS) 금융기법이 발달함에 따라 주택 구입을 위한 자금조달 기회가 확대되었다. 또한 이민 등을 통해 해외노동력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주택수요를 자극하고 있고, 유입된 라틴아메리카계 가구의 소득이 향상되면서 본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실질소득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주택수요를 확충했으며, 최근 경기회복에 따른 일자리 확충과 가계 실질소득의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물론 모기지 금리가 점차 오르면서 현재의 집값 상승률이 둔화되는 걸 피할 순 없지만, 전국적인 부동산가격의 동반 하락은 발생하지 않을 것 같다. 우선 미국의 부동산가격 추이를 보면 침체기에도 상승률이 둔화되는 것이지, 하락하는 경우는 극히 예외적인 현상이라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대공황기를 제외하면 미국의 전국적인 주택가격은 꾸준히 상승해 왔다. 이는 미국의 부동산시장이 전적으로 로컬 특성을 강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한편 노동시장 개선에 따라 가계의 실질소득이 꾸준히 오르고 있어, 이는 앞으로도 주택수요를 지탱하는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것이다. 주택가격은 하루아침에 휴짓조각으로 변해 버릴 수 있는 닷컴기업의 주식가격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미국 주택 구매자를 살펴보면, 아직도 80% 이상이 자가 소유를 목적으로 구매하는 경우라서 주택의 자가 보유 비중이 높다. 실거주자의 경우 부동산시장이 침체되면, 싼 값에 팔기보다는 기다리는 경우가 많아 부동산시장은 가격조정보다는 물량조정이 더 쉽게 일어난다. 또한 금리인상에 따라 금융부담이 높아져 부동산가격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으나, 80% 이상의 가계가 확정금리로 차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금리인상에 따른 가격하락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정책당국은 미국의 부동산가격이 거품 붕괴와 같은 경착륙 가능성보다는 가격상승세가 둔화 또는 정체되는 연착륙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단, 미 정책당국은 부동산경기 급락에 따른 실물경제 침체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대응 방안으로 점진적인 금리인상 조치를 취할 것이다. 즉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위해 금리인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주택경기를 진정시키며, 이를 통해 개인저축률을 높이고 수입을 감소시켜 경상수지 적자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이런 미국 정책당국의 대응은 부동산문제는 경제 전반의 문제와 연결하여 판단하고, 금리의 적절한 조정을 통해 시장 기능에 의해 문제를 해소한다는 기본적인 기조에 바탕하고 있다.



 시장 기능에 의한 해결 원칙

 현 미국의 부동산가격이 과도하게 높은 수준이며, 이런 상승세가 지속되지 못하리라는 건 분명하다. 또한 부동산가격 폭락의 후폭풍은 주식가격 폭락의 피해를 훨씬 능가하리라는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현 부동산 상황과 미국의 정책 대응을 고려할 때, 부동산거품의 급격한 붕괴와 이에 따른 경기침체로의 경착륙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주택가격 상승의 주요인이었던 금리가 오르면서 주택가격이 안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것이 전반적인 주택가격 침체를 초래하거나 경기침체를 가져다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미국의 부동산 상황은 너무나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대책을 둘러싸고 직접적인 비교를 하는 것은 곤란하다. 다만 미국의 상황을 살펴보면 간접적이나마 몇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첫째, 미국의 부동산정책은 시장 기능에 의한 해결을 원칙으로 하며,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은 최대한 자제한다는 것이다. 광활한 국토 규모를 바탕으로 한 주택공급 능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주거안정과 시장효율성 제고라는 상충된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쫓아야 하는 우리와는 상황이 크게 다르고, 규제를 통해 시장 흐름에 충격을 주는 정책은 자제하는 게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부동산정책의 초점은 시장 기능 작동을 원활하게 하는 인프라 구축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자가 보유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모기지 금융기법을 도입하여 초기 금융부담을 줄여 주는 등 주택수요를 유지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셋째, 직접적인 부동산경기 과열 억제책은 자제하는 대신, 부동산경기와 미국 경제 전반의 연결고리를 함께 고려하여 금리 등의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부동산경기가 경제 전반의 흐름과 무관하게 움직일 수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 미국의 부동산경기가 급랭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고유가 충격이 부동산거품을 파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부동산거품 조정의 과정은 정책당국의 직접적 개입보다는 시장 기능에 의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고, 인위적 개입에 비해 그 피해는 적게 나타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