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기구 제조업의 대표 브랜드 모나미. 지난 해 제조업이 아닌 유통업으로 상장한데에 이어 올해는 CI(Corporate Identity)와 BI(Brand Identity)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또 요즘 트렌드에 맞는 기능과 디자인을 갖춘 필기구를 내놓는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여기에는 송하경(47) 사장의 남다른 전략이 숨어있다.
 난 3월8일 찾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모나미 빌딩. 멀리서 봐도 한눈에 ‘모나미’회사라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오래 전부터 봐온 모나미의 CI가 사옥 빌딩 위에 ‘떡~’하고 얹혀 있기 때문이다. 모나미라고 하면 하얀색 플라스틱 몸통에, 까만색 부리가 인상적인 ‘153볼펜’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그 볼펜이 생산된 지도 벌써 43년이나 됐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이라면 모나미의 필기구 한두 자루정도는 가지고 있거나 사용해 보지 않았을까.

 14년째 사장직을 맡아온 송 사장은 1~2년 전부터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그 첫 번째가 지난해 3월 모나미를 유통업으로 상장한 것이다.

 “모나미는 필기구 제조회사의 이미지가 아주 강합니다. 유통업으로 상장했다고 하면 모두들 의아해 하지요. 하지만 전자결제, 컴퓨터 사용 증가, 학생 수 감소, 주5일 근무 등으로 필기구의 수요가 많이 줄어, 잉크카트리지 총판도 함께하는 등 사업의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제조라는 것에 유통의 축을 결합시킨 것이지요.”

 솔직히 모나미 전체 수익의 60%는 유통업에서 올리고 있다.

 두 번째는 모나미 디자인의 새로운 시도다. 최근 송 사장은 디자인의 중요성을 깨닫고 난 뒤, 해외로 수출할 제품은 그 나라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만들도록 했다. 지난해 2월 출시된 ‘FX speed 펜’이 바로 그런 경우다. 부드럽고 빠르다는 특징을 나타내기 위해 비행기의 몸체를 닮은 디자인을 선보였다. 일본계 미국인 ‘야쓰오 오다께(yasuo otake)’의 작품이다. 이 펜은 디자인 뿐 아니라, 품질도 우수해 세계 최대 문구 쇼인 독일 프랑크푸르트 쇼에서 최고 제품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물건을 많이 만들기 보다는 하나를 만들더라도 제대로 만들 생각입니다. 우선, 제품의 질을 높이고 그에 맞는 디자인을 선보여, 우수한 제품을 내 놓는 것에 주력할 것입니다.”

 한국 문구 시장에 일본의 바람도 거세지고 있다. 모나미가 유지해 오던 자리를 일본 기업들이 노리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일본 제품은 우리나라 제품보다 3배 이상 비싸지만, 그만큼 품질도 아주 우수합니다. 우수 업체와의 경쟁은 우리 모나미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요. 그보다 더 우수한 제품 개발을 위해 노력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우수 업체끼리의 경쟁이 꼭 나쁘지만은 않단다. 그것이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세 번째, 송 사장은 유럽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2년 전, 폴란드의 국영 기업체인 제니스사(Zenith)와 합작법인을 설립한 모나미는 제니스의 지분 60%와 경영권을 확보하고 모나미제니스로 거듭났다.

 “폴란드는 동구 유럽 시장의 전초기지입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대거 진출해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죠. 작년 매출만 비교해도, 폴란드 시장이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진출한지 15년이 된 미국 법인은 연 150억원, 5년이 된 폴란드 법인은 120억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10년 차이를 무색하게 한다. 이 밖에도 태국, 미국, 중국에 이미 진출해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세계로 뻗어나가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올해 들어 송 사장이 야심차게 시도한 사내 프로젝트가 있다. 이름 하여 ‘금연 운동 프로젝트’다. 직원들의 건강을 우려(?)한 송 사장의 지침이다. 시작한지 얼마 안됐지만, 300여명의 직원 대부분이 금연 서약서에 사인을 하고 실행에 옮길 정도로 그 파워가 대단하다. 담배를 피우는 직원에 한해서는 임금을 10% 삭감한다는 조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흡연 여부에 따라, 직원들마다의 근무시간이 다르더군요. 약 1시간30분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을 보고, 시행했습니다. 같은 월급을 주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아마 직원들은 저를 고집 센 CEO라고 생각할 거예요.”

 담배를 안 피우니, 살이 찐다고 직원들이 앓는 소리를 했단다. 그래서 오는 4월8일, 직원들과 함께 ‘10㎞ 단축 마라톤’을 하기로 했다.

 “퇴근 후, 집 근처 학교 운동장에 가서 달리기 연습을 하고 있어요. 마라톤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체력달련을 먼저 해야 될 것 같더라고요.” (정진선 마케팅 팀장)

 송 사장은 한번 한다고 마음을 먹으면 곧 실행에 옮겨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다.

 “경영자에게 정체(停滯)란 있을 수 없습니다. 언제나 발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발전이란 항상 움직이고 노력하고 계획하는 사람이 얻을 수 있는 것이지요.”

 송 사장은 최근 모나미의 현지 법인이 있는 태국, 미국, 폴란드, 중국을 오가느라 바빴다. 국내 제조업과 유통업 뿐 아니라 해외 법인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다.

 1960년에 설립된 모나미는 3년만에 현재 모나미 볼펜의 대명사로 알려진 ‘153볼펜’을 선보였다. 1960년대 버스 1구간 요금과 같았던 볼펜가격은 15원이었다(지금은 200원). 43년간 생산된 ‘153볼펜’의 생산량은 약 33억 자루(자루 당 길이, 14.5㎝), 이를 붙여놓으면 자그마치 지구(4만53㎞)를 12바퀴 돈 것과 같다는 계산이 나온다.

 모나미에게도 두 차례 큰 위기가 있었다. 그 첫 번째가 1978년에 발생한 화재다. 시커먼 불길은 볼펜을 만드는 핵심 기계를 뒤덮었다. 기계의 전소로 볼펜 생산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했고, 당분간의 공장 운영을 중단했다. 그러나 사내 기술자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다 타버린 줄로만 알았던 기계를 직원이 분해하고, 손상된 부품을 수입해 정상 가동시켰던 것이다. 그리고 우리 기업 모두가 겪었던 외환위기 때다. 제품 판매량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사치품목이 아닌 필수품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달러가 1700원까지 치솟아 뜻하지 않은 호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거래은행의 부실로 인해 대출금 상환 문제가 생겼다. 서로간의 신의 문제로 생긴 불미스런 상황이었다고 송 사장은 말한다.

 “그때 생각하면...(에휴)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어요. 잘 마무리 되었죠. 하지만 그때 그 이후로 당시 거래 은행과는 접촉도 안합니다.”

 모나미는 최근 맥킨지에서 개발한 ‘비즈니스 컨설팅’을 받았다. 5~10년 안에는 톱 브랜드가 되기 위한 몸부림이다. 문구 산업 불모지에서 기술을 만들어간 모나미의 송하경 사장. 그가 진두지휘하는 기업의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