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8일, 인천 경제자유구역 내 송도 국제단지 내 국제학교 착공식이 거행됐다. 한덕수 경제부총리도 참석한 이번 행사는 인천 경제자유구역의 해외 투자유치 노력이 실질적으로 결실을 맺는 뜻 깊은 행사였다.
 환균(64) 인천 경제자유구역 청장은 지난 연말부터 3월까지 국내에 머문 시간보다 해외에 나가 있는 시간이 많았다. 서울시 면적의 10배가 넘는 전체 6336만평의 사업지역에 2020년까지 총 예산 14조원이 투입되는 막대한 개발계획의 총 지휘자인 만큼 해외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한 출장이 잦 은 탓이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인천 경제자유구역은 지역 내 아파트 가격의 상승, 관할 지자체인 인천광역시와의 불화설 등도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건설교통부 장관을 역임하고 숭실대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초대 청장으로 부임해 3년째를 맞고 있는 이 청장의 첫마디는 “지금 속도를 내지 못하면 어렵다”였다.



 -부산, 광양만 등 여타 경제자유구역의 활동이 미미한 데 비해, 인천은 상당한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런데도 속도를 내지 못하면 어려운 이유가 무엇인가?

 “취임사에서도 ‘이 사업은 20년 전 구상했던 것인데 지금 뒤늦게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홍콩, 상해 푸동과 우리가 경쟁해야 한다. 그런데 이들 지역은 이미 세계적인 경제특구가 아닌가. 우리가 이들과 대등하게 경쟁하고 앞서기 위해서는 지금의 진척상태로는 어렵다는 말이다.”

 -사업이 진척되려면 해외 투자유치가 활발해야 하지 않나. 현재 유치 실적을 말해 달라.

 “지난 한 해 동안 15억6400만달러의 투자유치 실적을 거뒀다.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SCAP) 산하 IT훈련센터를 송도에 유치했고, GM대우차의 R&D센터를 청라지역에 유치했다. 외국 학교와 외국 병원 유치의 설립 주체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도 큰 의미가 있다. 외국인이 들어와 마음 놓고 사업하려면 자녀 교육과 병원은 가장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협상에서도 이 두 가지 투자가 어느 정도 진척됐느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 이제 학교 착공식을 가졌으니 올해는 사업에 훨씬 탄력을 받을 것이다.”

 -인천이 홍콩이나 싱가포르는 물론 중국, 상하이 등과도 경쟁해야 하는데 인천의 경쟁력은 어디 있다고 보는가?

 “지리적 이점을 가장 먼저 꼽고 싶다. 13억 인구의 중국, 그 중에서도 중국의 제1경제도시인 상하이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다. 또한 비행기로 3.5시간 이내에 인구 100만 이상 도시 51개가 인접해 있다. 이미 인천공항과 인천항 등 국제적인 시스템이 구비돼 있다. 중국 뿐 아니라 수도권 2200만명이라는 거대 시장이 있어, 이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하려는 외국인들에게도 안성맞춤이다.”

 -현 정부의 지역균형개발 정책과 경제자유구역은 서로 부딪힌다. 경제특구의 혜택이 인천에 주어지면 다른 지역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경제자유구역은 같은 지방도시끼리의 경쟁이라고 보면 안 된다. 세계적인 국제도시들과의 경쟁이라고 봐야 한다. 경영의 원리에서 이야기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사실 현재 그게 잘 이뤄지지 않고 있어 답답하다.”



  “‘원톱서비스’하도록 권한을 달라”

 이 청장은 답답함의 해소책으로 ‘행정규제 완화’와 ‘국고 지원’을 들었다. 자유로운 비즈니스 환경이 경제자유구역의 핵심. 문제는 중앙정부가 가지고 있는 인허가 권한이 많아 현재로선 ‘원스톱 서비스’가 힘든 실정이다.

 외국 투자자가 서류를 내면 그 자리에서 바로 검토하고 결론을 내야 하는데 중앙정부까지 가져가야 하는 것이다. “중국은 3일, 늦어도 5일이면 가부간 결정까지 난다. 우리도 중앙정부의 권한을 경제자유구역에라도 대폭 위임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규제완화와 투자 활성화를 이유로 지난해 특별지방자치단체 추진을 했던 것으로 안다. 현재 어떻게 되고 있는가.

 “재경부에서 경제자유구역 활성화 측면에서 경제자유구역청을 독립적인 행정기구로 만들고 중앙정부가 집중 지원해 속도를 내자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현재는 지방자치단체(인천광역시)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속도를 내는데 어려움이 많다. 그동안 중앙정부와 인천지역이 약간 갈등도 있었는데 현재는 의견이 많이 접근된 상황이다. 재경부도 안을 만들고,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를 준비 중인 걸로 안다. 곧 국회에서 충분한 협의를 거치게 될 것이다.”

 -송도 국제도시의 아파트 가격이 투기에 가깝게 오르는 대신, 국제업무지구는 줄어드는 등 경제자유구역이 아닌 ‘새로운 신도시 건설’이 아니냐는 비난도 있다.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약간의 수정은 불가피하다. 좁은 시야로 보지 말고, 넓은 시야로 전체적인 면을 봐 주었으면 한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해외 투자가 가시적인 성과를 속속 내고 있다.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 달라.”



 이 청장은 “늦게 시작했고, 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경제특구는 20년 전부터 내가 꿈꿔왔던 것이기도 하다”고 강한 애정을 보였다.

 그는 경제자유구역을 성공시키면 선진 첨단도시가 탄생하고 이것은 전국적인 파급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고 자신했다. 또 경제자유구역이 성공하면, 북한이 더욱 자극받을 것이고 이를 통해 북한 내 경제특구가 생겨나면 장차 통일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