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서주석(45) 월스트리트인스티튜트(WSI) 코리아 사장이 이번엔 교육 사업에서 일을 내고 있다. 그가 차린 영어학원이 초고속성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난 2월의 마지막 날. WSI 코리아의 서주석 사장은 미국 본사에 ‘당혹스럽다(embarrassed)’는 이메일을 보냈다. 실적이 나빠져서 그런 것이 아니다. 1월에 목표치의 140% 실적을 이뤄 ‘믿을 수 없다(unbelievable)’는 메일을 보냈는데, 2월엔 도저히 믿기 어려운 숫자로 초과달성을 했기 때문이다. 종로센터 212%, 여의도 160%, 강남 167% 등. 전 세계 WSI 센터 중 최고였다.

 서 사장은 2월의 마지막 날 가졌던 회식 이후 사원들끼리 2차로 어느 곳을 가더라도 자신이 계산하기로 했다고 한다. 아울러 3월엔 모든 직원에게 봉급의 10%를 인센티브로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WSI는 1972년 설립, 전 세계 27개국 400여개 센터에서 연간 15만명의 수료생들을 배출하고 있는 세계적인 영어회화 센터이다. 현재 미국 최대의 사모펀드인 칼라일이 최대 주주이고 시티그룹이 2대 주주이다. 한국에서는 서울의 강남, 종로, 여의도 3개의 분원에서 대학생, 직장인을 중심으로 3000명가량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여년간 IBM, 마이크로소프트, 인성디지털 등 IT분야에서 내로라할 회사들을 거친 서 사장이 교육 사업으로 눈을 돌린 것은 ‘블루오션’을 찾기 위해서였다.

 “지구상에서 우리와 일본은 서구 식민지를 거쳐보지 않은 거의 유일한 나라입니다. 그래서인지 국민 대부분이 영어에 약해요. 영어에 대한 수요는 늘기만 하는데 공급이 모자라는 것이죠. 이러한 역사·문화적 특성상 영어교육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확장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는 7~8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회사의 기안서에 한자를 섞어 써야 했지만, 요즘엔 삼성, 현대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안서를 영어로 작성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LG그룹의 경우 3년 내에 이메일, 회의, 업무보고, 팩스를 영어문서화 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경영인의 책임은 ‘일하기 좋은 회사’ 만드는 것

 서 사장 자신의 인생관이자 대표로 부임할 때마다 사시로 삼는 것이 ‘부앙무괴’(附仰無愧)란 한자성어다. 하늘에 부끄럽지 않게 정도를 가자는 뜻이다.

 아울러 서 사장은 “경영인은 직원들 개개인이 가진 최대의 역량을 끌어내기 위해 ‘일하기 좋은 회사’를 만들 책임이 있다”고 강조한다. WSI 코리아로 온 이후 그의 이러한 마음가짐은 더욱 강해졌다. 교육 사업은 최종소비자들과 바로 맞닥뜨려야 하는 서비스업인 만큼 직원들의 사기와 기업 안에 흐르는 문화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서 사장은 사원들에게 친근하고 신사 같은 CEO로 통한다.

 서 사장은 경영에 있어서 가장 어려웠던 시기가 2002년 월드컵 때였다고 한다.

 “사실 나는 축구광입니다. 나를 닮아서 그런지 중학교 2학년인 딸도 축구광이지요. 얼마 전 국가대표 평가전 응원을 간다고 졸라 간신히 표를 구해준 일도 있어요. 하지만 월드컵 때는 사는 사람, 파는 사람 모두 다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비즈니스 자체가 이뤄지지 않은 거죠”

 그러나 그는 외환위기 때 경영에 가장 큰 즐거움을 느꼈다고 한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나와 이안컴이라는 IT유통회사를 차렸다. IT버블이 꺼져가던 시기였는데도 회사가 엄청나게 잘 됐다고 한다. 그는 이후 회사를 컴텔시스템에 매각하면서 담보금 28억원을 싹 정리했다.

 “이안컴에 투자했던 제 친구가 그러더군요. 어려웠던 시기이니 만큼 자기가 투자한 IT기업 중에 자금회수를 한 기업은 처음이라고요.”

 영어교육시장이 아무리 확장일로에 있다하더라도 지금 우리나라엔 수많은 영어학원들이 있는데 오히려 ‘레드오션’이 아니냐고 묻자, 서 사장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나는 우리 회사의 포지션을 다른 영어교육기관과는 좀 다르게 잡고 있습니다. ‘영어학원’이 아닌 ‘랭기지스쿨’입니다.”

 서 사장은 300여개에 이르는 전 세계 모든 WSI 교육센터에서 같은 프로그램과 동일한 품질로 학원생들을 교육한다고 설명한다. 교육시스템 자체가 여러 명의 학생을 모아놓고 강의를 하는 한국식이 아니라 1명에서 4명 정도의 팀을 이뤄 강사와 1:1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영미식이다. 학생과 학생, 학생과 강사 사이의 유대감도 강해 크리스마스 파티도 함께하고 스키, 사이클링과 같은 동호회 활동도 이뤄지고 있다.

 WSI 코리아는 지금 ‘점프업’의 시기이다. 서 사장은 올해 안에 3개 정도의 분원을 더 열고, 2008년까지 매출 2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한다. 그 목표를 달성하면 본사 전략에 따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프랜차이즈 사업에 진출하고 온라인 비즈니스도 벌일 계획이다.

 “좁은 문을 바로보고 선택할 수 있는 분별력, 선택한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 좁은 문을 택해 달려가더라도 주위를 둘러보는 균형. 이 세 가지는 비즈니스맨으로서 꼭 지녀야할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