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로 인한 국내 산업의 주름살이 깊어가는 가운데 고유가로 돈이 넘치는 중동지역에서 달러 획득에 열을 올리고 있는 기업도 많다. 건설, 플렌트 등 대기업 주도 시장이 있는가 하면 중소기업 전문영역도 상당하다. 제2의 중동 특수 현황과 중견, 중소기업의 오일달러 획득 현장을 가본다.

 1970~80년대 거세게 불었던 '중동 불'은 당시 고유가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산업화의 가속화에 훌륭한 젖줄이 되었다. 열사의 땅으로 몰려간 산업 전사들이 벌어들인 달러는 한국경제에 싱싱한 혈액을 공급해주었고, 건설과 플랜트 산업 등 산업 전반에 활력과 발전을 가져다 주었다. 1990년대를 거치며 시들했던 중동 시장이 최근 2~3년간의 '고유가'를 타고 다시 한 번 매력적인 황금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과장 섞인 언사가 아닌 것이 SK건설 플랜트 영업부장 윤병욱씨(49)는 "지금 중동 시장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고기는 많은데 그물과 그물 칠 사람이 없어서 돈을 벌지 못하는 황금어장"이라고 할 정도다. 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은 지난 5월, 직접 중동으로 날아가 "SK는 중동에 올인한다"는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중동지역 수출실적 변화를 보면 '중동 특수'를 실감할 수 있다. 자동차, 무선 전기기기(휴대전화)등 대기업 위주의 실적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중소기업, 중견기업들의 중동 시장 특수 공략도 곳곳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일찍부터 해외에 눈을 돌려 시장을 닦아온 업체들은 '오일달러 특수'라는 상황을 '수익확대'의 방편으로 삼고 있고, 뒤늦게 중동 시장에 뛰어든 기업들은 코트라(KORTA)의 지사화 사업 등 마케팅과 영업 지원을 얻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비영리단체로 해외 진출 기업 업무를 지원하고 있는 코트라(KORTA,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중동 아프리카 지역본부의 전병제(42)부장은 "중동 시장은 최소 3년 이상 활황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국내 중소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접근할 것을 주문했다.

 "소비재의 경우 워낙 중국산의 공세가 드세기 때문에 국내 중소기업의 접근이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건설 기자재나 의료 기기 등 중국 제품이 접근 못하는 분야도 많습니다. 문제는 중동의 상거래 관행인데 이곳에서는 대면 상담을 무척 중시합니다. 한번이라도 얼굴을 봐야 계약을 하는 풍토입니다. 해외 출장 등 경비가 드는 마케팅에 돈을 쓸 수 없는 중소기업들 입장도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일단 서로 친분을 쌓으면 장기간 거래를 하는 것이 또한 이쪽 거래의 특성인 만큼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마케팅, 영업이 열악한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코트라 해외무역관은 지사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단 연간 150만원 정도의 회비를 내면 실시간 현지 시장정보에 시장 발굴, 거래선 연결까지 해주고 있다. 현재 중동 지역에 지사화 신청을 하고 있는 중소기업은 192개에 달한다.

 코트라 중동 지역본부는 현재 수억 달러의 플랜트 국제 입찰 등에 영향력을 끼치는 발주처 주요 간부 접촉, 초청 간담회 개최 등 외곽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직접 이해관계가 없는 비영리 국영기관이란 점을 십분 활용, 입찰 참가 의향이 있는 업체와 자연스럽게 연결을 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상반기 주요 인사를 한국으로 초청하는 작업을 통해 결과적으로 플랜트 수주에 성공하기도 했다.

 중동 산유국의 오일달러는 자국내 사회간접자본과 경제개발 계획에 흘러들어가고 이에 따라 민간 경제도 활성화되어 수입수요가 대폭 확대되고 있다. 2005년에도 경제 전반에 걸쳐 호황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사상 처음으로 200억달러가 넘는 대 중동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례1

(주)대륙중기


중고건설장비 연간 200만달러 수출

 

등포 당산동에 위치한 건설장비 수출업체 '대륙중기'는 코트라(KORTA)의 지사화 사업 참여로 중동 특수를 한몫 톡톡히 보고 있는 대표적인 중소기업이다. 약 190개가 넘는 지사화 참여업체 중 하나인 대륙중기는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건설장비 임대와 정비, 소형 장비 제작을 전문으로 하던 업체였다. 문래동에 위치했던 공장 부지에 아파트가 들어서는 바람에 사업을 축소했던 대륙중기는 2003년 김연식(37)대표가 회사를 맡으면서부터 중고 건설장비 수출업체로 탈바꿈했다.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던 중, 우연한 기회에 중고 건설장비 수출 오퍼를 받게 되었습니다. 과거에도 건설장비 임대 등을 해왔기 때문에 전혀 생소한 부분은 아니었지만 지금 같은 수출업체로 변신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2003년 부친으로부터 회사를 이어받은 김연식 대표는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던 중 '고유가로 중동 오일달러 넘친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중동 쪽에서 사업의 기회를 엿보던 그에게 중동의 암만 무역관에서 연락이 왔다. "건설장비 관련 일을 한 경험이 있으니 중고 장비 수출 지사화 업체로 등록하지 않겠느냐"는 제의였다. 김 대표는 "당시엔 큰 기대 없이 가입했다"고 고백했다.

 "지사화 업체로 가입을 하면 지사 설립 등의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들을 대신해 시장정보도 제공해주고, 바이어 면담 주선 등을 해주는 프로그램인데, 실제로 바이어로부터 구매 제의가 왔어요. 암만의 바이어가 '코트라를 통해 너희 업체를 알게 되었다'면서 '이러이러한 장비를 이러이러한 가격에 살 수 있겠느냐'고 하더군요."



 코트라 지사화 업체로 참여

 2003년 하반기에 지사화 등록을 한 대륙중기는 그해 암만에 50만달러를 수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일단 거래가 성사되자 주문은 계속 이어졌다. 이듬해인 2004년 중동지역으로만 200만달러의 중고 건설장비 수출 실적을 올렸다. 수익률도 높아서 10%에 육박하는 수수료를 챙길 수 있었다.

 "일종의 오퍼상 역할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대부분의 업종이나 제품이 제조업체와 구매자가 직접 거래를 하는 시스템으로 변하면서 오퍼상들이 거의 사라졌지만 중고품 시장에서만큼은 여전히 오퍼상이라는 업종이 남아 있습니다. 건설장비들은 주로 개인들이 소유, 운영하고 있습니다. 개인택시를 연상하면 됩니다. 외환위기 이후 건설장비의 국내 가동률은 50%를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공급 여력은 아직 충분합니다."

 유가가 급등하면서 중동의 산유국들이 오일달러로 벌어들인 재정을 도로, 항만 등의 SOC(사회간접자본)확충에 투자하면서 토목, 건설, 플랜트의 수요가 넘치고 있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덩달아 건설 관련 장비의 수요도 많아진 것이다.

 "정확한 집계는 없지만 각종 무역 전시회 등에 가보면 저희 회사처럼 신규로 중고 건설장비를 수출하는 업체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한국에 근로자로 입국한 파키스탄 등 이슬람 출신들이 중동의 같은 나라 사람 인맥을 이용해 한국의 중고 건설장비를 사다파는 오퍼상을 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었어요. 올해는 초반에 무척 고전했지만 현재 많이 호전된 상황이에요."

 올 1분기 동안 대륙중기는 거의 손을 놓고 놀다시피 했다. 원화가 급등하면서 수익률이 극도로 나빠졌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심각하게 사업 포기도 고려했으나, 다행히 얼마 전부터 달러가 강세를 띠면서 다시 주문이 몰려들었다.



 "교두보 확보했으니 영역 확장할 것"

 "올 6월 말까지 50만달러 정도의 실적을 올렸습니다. 현재 상담중인 물량이 약70만달러 정도 되고요, 1~3월에 전혀 성과가 없었던 상황에서 그나마 이 정도 성과를 올린 겁니다. 다만 작년에 10%정도 마진을 보던 것을 지금은 5%정도로 보수적으로 잡고 있습니다."

 환율의 급등과 급락을 겪은 후 김 대표는 "선물환 헤지를 통해 환율 변동으로 인한 리스크에 대비하는 방법도 터득하게 되었다"고 했다. 일단 한번 거래를 튼 바이어들은 지속적으로 구매요청을 해왔고 지금까지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거래 관행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직접 면담을 통해 계약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제는 거의 모든 것을 인터넷과 첨단 통신기기에 의존합니다. 예를 들어 중장비 오퍼가 오면 합당한 후보 기기들을 구석구석 촬영한 다음 인터넷으로 사진 파일을 보내면, 저쪽에서도 인터넷으로 보고 결정을 내려요. 구매 오퍼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이뤄지기도 하고요. 제가 직접 사이트를 찾아 의뢰서를 넣고, 그 결과 거래가 성사된 케이스도 여러 건 있습니다."

 대륙중기의 2005년 중장비 수출목표액은 180만달러. "중고 장비라고는 해도 5억원, 10억원 하는 비싼 장비도 있어 목표액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고 김 사장은 말한다. 중고 건설장비 수출시장의 향후 전망에 대해 김 사장은 "향후 몇년간 수요가 지속되겠지만 수출을 토대로 새로운 사업을 찾고 있다"고 했다.

 "새로운 장비의 수입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과거보다 훨씬 조건이 까다로워졌거든요. 그렇지만 유휴 장비가 아직 많아요. 건설중장비업주 협회 자료 등을 보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가동률이 40%대, 행정도시 등의 특수가 있는 충청권이 50%선이에요. 중동 건설 장비 수요는 계속 늘어날 전망입니다."

 중고 장비 수출이 기회가 돼 김 사장은 최근 암만의 골재 채취 관련 사업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사막지역이라 골재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에 착안, 현지 업자와 골재 채취권 확보를 논의중이다.

 "중국 쪽에 화장품 유통 관련 합자회사를 운영중인데, 소비재 시장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여권(女權)이 신장되면서 이슬람의 젊은 여성들이 차도르를 벗고 화장도 많이 한다고 해요. 중국에 관련 회사도 있는 만큼 다양하게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김 사장은 "처음엔 막연하게 중동 시장을 들여다봤는데, 막상 사업을 시작하고 성과를 낸 이후로는 매우 매력적인 시장이란 관점에서 보게 된다"고 했다. 부친의 회사를 물려받은 그는 과거 아버지 세대가 이뤘던 산업화를 기반으로 '제2의 중동 붐'을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자신감에 차 있다.

 

 사례2

 (주)원봉

 중동 냉온수기 시장 60%석권

 "대부분의 업체들이 중동을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는데, 냉온수기 제품 시장은 유럽의 경우 극히 드뭅니다. 생수를 사먹는 시장은 있지만 가정에서 정수기나 냉온수리를 사용하는 집이 거의 없습니다. 미국만 해도 보편화되어 있는데, 특히 북유럽은 물이 깨끗해 강물을 그냥 음용수로 마셔도 될 정도라 시장 규모가 극히 작습니다. 저희로선 중동 시장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합니다."(이상현 무역부장)

 경기도 김포에 위치한 중소기업 (주)원봉, 1991년 설립된 냉온수기 및 정수기 제조회사로 특히 냉온수기 부문에서는 국내 보급된 냉온수기의 40%이상을 석권하고 있는 탄탄한 중소기업이다. 설립 초기부터 국내 시장에서 검증받은 기술력과 품질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주력, 현재는 중동 시장을 중심으로 한 수출에서 성가를 높이고 있다.

 "1990년대 초반부터 해외 시장, 특히 중동 시장에 관심을 갖고 진출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해외 바이어에 대한 정보는 커녕 기본 자료도 없는 상황이었죠. 무엇보다 한국에서 정수기를 만든다는 걸 아는 중동 사람들이 전무한 상황이어서 악전고투하면서 시장을 개척했죠."

 별도의 핉터 필요 없이 배달되는 생수를 연결하는 기능을 하는 냉온수기는 국내 생수시장이 형성될 무렵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빠르게 시장이 확대되었다. 그러나 정수기 제조업체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시작되면서 정수기가 냉온수기를 압도하게 되었다. 이후 국내 시장은 냉온수기30%, 정수기 70%의 비율을 형성했다. 원봉으로선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만이 살길이었다.



 전형적인 미들테크 제품으로 '품질'이 생명

 "정수기 제조에 필요한 기술은 하이테크가 아닌 미들테크입니다. 따라서 독자 기술이란 게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초창기엔 여러 업체가 난립했고, 경쟁도 치열했어요. 해외 시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가의 중국제품이 물밀듯이 밀어 닥치면서 한때 큰 위기를 맞기도 했지요."

 이 부장은 "중동 소비자는 부유층과 서민층의 격차가 크다. 부유층은 한 끼 수백달러를 아무렇지 않게 쓰는가 하면, 저소득층은 한 달 수입이 100달러가 안 되는 사람도 허다하다"고 했다. 방글라데시, 인도, 필리핀 등에서 몰려든 노동자들이 낮은 소득계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중동지역의 냉온수기 및 정수기 수요는 많지만 시장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저소득 계층의 저가 제품 선호 추세가 뚜렷해, 저가 중국제가 밀려오자 원풍의 냉온수기, 정수기 수출은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었다.

 "중간 정도의 기술력이긴 하지만 마무리 기술이라든가 품질 관리, 사후 관리 면에서 중국 제품에 문제가 노출되기 시작했어요. 저장 탱크가 샌다거나 냉수 기능이 안 되는 등 소비자의 불만이 쏟아졌죠. 저희보다 가격이 30~40%싸다는 장점 때문에 시장에 확퍼지다가 '물이 샌다', '냉수가 안 된다'는 불만이 시장에 확산되자 소비자들이 다시 저희 제품을 찾기 시작했어요."

 1990년대 초반부터 쌓아온 시장의 신용이 위기에서 큰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소비자들이 다시금 원풍 제품을 신뢰하자 주문이 늘기 시작해 마침내 원풍은 2002년 냉온수기 제작전문 업체로는 최초로 1000만달러 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중 중동지역에서 거둔 실적이 50%인 500만달러에 달한다.

 "가격도 중요하지만 신뢰구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한번 거래를 시작하면 어지간하면 거래처를 잘 바꾸지 않죠. 임직원 모두 열심히 뛴 덕분에 매년 15~20%이상의 수출 신장을 해왔습니다. 특히 2~3년 전부터 오일달러 특수가 시작된 뒤로는 중동지역 같은 경우 25%의 수출증가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100명 이상의 규모를 갖춘 냉온수기 제조업체는 원풍이 유일하다. 영세 업체가 떨어져나간 뒤 시장이 정리된 셈인데,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지면서 기술력과 노하우가 유지되는 장점도 있다.

 "냉온수기와 정수기는 가격과 시장정보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는 품목입니다. 누가 먼저 시장을 선점하느냐, 누가 더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승부가 바뀝니다. 현재 저희 제품은 중동 15개국에 냉온수기를 위주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정수기를 선호하는 한국과 달리, 더운 나라이기 때문에 냉수 기능에 대한 선호가 더 많아요. 무엇보다 제품 기술력에서 중간 정도의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에 한국에 적합한 제품이기도 합니다."

 

 중동 냉온수기 시장은 본격 성장기 진입한 단계

 중국산 저가 제품의 경우 냉각장치인 '콤프레셔(Compressure)'의 소음을 잡는 기술이 없었고, 원가를 낮추기 위해 내부 물통을 플라스틱으로 처리하는가 하면, 그나마도 마감처리가 부실해 5갤런의 물이 온 집안을 적셔놓는 경우도 발생했다. 결국 중국 제품은 시장에서 외면당했고, 원풍은 시장을 지켜냄과 동시에 기술력과 품질까지 인정받을 수 있었다.

 "해외 주요 바이어(구매자)는 현지에서 물 공장을 운영하는 업자, 수입전문 상인들입니다. 수입전문 상인들이 구매해 국내의 소형 물 공장 업자에게 되팔기도 합니다. 물을 가정에 정기적으로 배달하려면 냉온수기가 필요하거든요. 중동 시장은 시장의 성숙도로 보면 도입기를 지나 한창 성장기에 이르러 있습니다. 그만큼 저희에겐 기회도 많고 도전도 많은 셈입니다. 일단 중국제와의 전쟁에서 이겼지만 앞으로도 도전에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저희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비교적 중저가인 냉온수기는 오일달러 특수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지는 못하는 품목, 그러나 아랫목이 따뜻하면 윗목도 냉기가 가시는 이치처럼 소비의 증가는 원풍으로서도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사례3

 휴맥스 현지 파트너십 강화로 중동 시장 공략

 

 맥스는 아시아 회사로는 최초로 디지털 위성방송 수신기(디지털셋톱박스)를 중동 시장에 소개한 장봅인이다. 1997년, 휴맥스는 당시만 해도 생소하던 유료 방송 수신기를 신규 리테일(일반 유통시장)을 통해 판매하는 정공법을 구사했다.

 "수요 증가가 본격적으로 일어난 것은 1999년부터입니다. 시장 진입 당시부터 철처한 품질 위주 전략을 구사해서 불량률을 최소화했고, 중간 유통업자들에게 제품의 품질에 대한 신뢰를 심는 데 주력했습니다."

 9.11테러,

 이라크 전쟁이 수요 키워

 1999년 12월, 휴맥스는 아랍에미리트9UAE)두바이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시장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한편, 기술과 서브시 지원체제를 구축해 확고한 판매입지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현지 법인 설립 후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해 중동 전역에서 최고의 위성 수신기 브랜드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오일달러의 영향도 있지만 중동 지역에서 위성 수신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 건 9.11테러, 이라크 전쟁 등 아랍 전체에 민감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부터였습니다. 그 후 2004년까지 지속적으로 수요가 증가했습니다."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된 점은 긍정적이었으나 부정적인 요인이 더 많았다. 한국 경쟁업체들의 경우 자체 브랜드를 통한 시장 공략이 아닌 OEM(주문자 상표부착방식)사업에 집중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장기적인 성장 발판을 마련하지 못하고 중동 시장에서 힘을 잃어갔다. 무엇보다 가장 큰 영향력은 저가 중국 업체들의 본격 등장이었다.

 "작년(2004년)하반기 이후 중국 업체들의 가격 공세는 대단했습니다. 2002년까지 휴맥스의 전체 매출 가운데 중동 지역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36%였는데, 2003년에는 21%, 2004년에는 6%까지 떨어지게 되었죠."

 중국 저가제품의 대거 등장은 중동 위성 수신기 시장을 일대 혼란으로 몰아갔다. 특히 가격과 품질 측면에서 중국 제품과 경쟁관계에 있던 휴맥스를 비롯한 한국 제품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따. 중국산 공세에 지친 일부 업체들은 중동 시장을 포기하고 유럽 등 다른 시장을 찾아 보따리를 싸기도 했다.

 "휴맥스도 장기적으로는 고가 시장인 유럽 시장 비중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위성 수신기 시장의 경우, 중동이 유럽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합니다. 지역적인 위치 등 여러 측면에서 유럽 시장의 전진기지라는 측면이 강합니다. 그러나 오일달러 특수도 지속되는 등 중동 시장 자체의 여건도 좋은 상황입니다."

 휴맥스는 중국산 저가제품의 공세를 브랜드 이미지 강화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저가제품의 공세가 있기 전 중동 시장을 석권했던 브랜드라는 강점을 활용해 중국산 가격의 2배에 이르는 고가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한 것. 절대적인 판매량은 줄어든 대신, 총 판매액은 유지하는 '서비스 고급화', '제품 고급화'라는 차별화 전략을 채택한 것이다.

 "고급 브랜드라는 인식의 확산을 통해 보다 고가인 복합형 셋톱박스, 디지털 위성방송 수신기가 내장된 17인치 디지털 LCD TV등을 시장에 내놓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지난해 매출이 크게 떨어졌던 중동 시장에서 올해는 완연히 회복하고 있습니다.

 휴맥스의 전체 매출대비 중동 비율은 1분기 11%에 달해 '중국 쇼크'를 극복하고 있는 중이다. 고급화와 함께 판매전략의 다양화를 꾀한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 휴맥스의 자체 평가다. 주요 중동 방송사와의 장기적인 파트너십 구축, 방송사 직구매 수요에 대하 ㄴ공급, 방송사와 공동 개발을 통한 일반 유통시장(리테일 시장_) 접근 등이 그것이다.

 '브랜드 강화'통해 절대 우위 다질 것

 "리테일 시장은 브랜드 시장과 가격 시장으로 양분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격 시장은 중국산, 브랜드 시장은 휴맥스가 주요 시장을 확보하는 형태로 전개될 것이란 게 저희 예상입니다. 양극화가 뚜렷하게 진행될 경우 휴맥스로서도 브랜드 가치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기 때문에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중동 시장에 대한 휴맥스의 장기적 성패는 유료 방송사(Pay TV)와의 협력을 통한 신규시장 개발에 달려 있다. 신규시장에서 강자가 되기 위해서는 브랜드 강화, 유료 방송사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 등의 과제가 남아 있다.

 "중국 제품의 도전 등을 겪으면서 오히려 더욱 강한 체질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판매 대수가 아니라 중동의 디지털 위성방송 수신기 시장에서 고급 브랜드 이미지의 구축과 함께 절대 강자의 위상을 갖출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오일달러로 활황을 맞고 있는 시장인 만큼 앞으로도 이 같은 위상을 지속 유지, 발전시켜나갈 겁니다." 



 사례4

 (주)피스코

 이라크 전후 복구 사업20만달러 수주

 기도 일산신도시와 능곡을 잇는 국도를 따라 중소형 공장과 크고 작은 물류 창고들이 위치해 있다. 일명 '장항공단'내에 위치한 (주)피스코(Pesco)는 비상용 발전기에 들어가는 통합 컨트롤 시스템을 개발 제작하는 회사. 톨게이트, 마트의 개폐기 등을 연상하면 이해가 쉽다. 그 안에 들어가는 자동 발전 컨트롤 시스템을 만드는 회사다. 9명의 직원이 연간 12억원의 매출(2004년)을 올리고 있다.

 공장 설비의 규모나 직원 수는 적지만 피스코의 기술력은 'ISO 9001인증', 'ISO14001인증'중소기업과 경기도가 지정한 '유망 벤처기업'에 꼽힐 정도로 탄탄하다.. 이 같은 기술력으로 피스코는 2004년 이라크로부터 20만달러어치 비상용 발전기 컨트롤 시스템을 수주해냈다.

 "각종 실험 설비가 워낙 고가이기 때문에 자체 개발은 불가능했고, 항공대학교와 산학협력 체제를 통해 이뤄낸 결과물입니다. 발전기 컨트롤 시스템 중에서도 엔진 컨트롤 유닛(IECU 6200)이라는 겁니다. 전력 사정이 불안정한 중동국가에서는 비상발전기 수요가 많은데, 특히 이라크처럼 사회간접시설이 엉망인 나라에 수요가 많습니다."

 비상발전기는 전력 공급 사정이 극히 안정된 선진국에서도 필요적으로 필요한 제품. 피스코는 국내 시장을 기본으로 이란 등의 중동 시장과 나미, 아프리카 지역으로도 판로를 확보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필리핀, 베트남등도 피스코 제품의 주요 수입국. 박상묵(57)관리이사는 "오늘 아침에도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에서 오퍼가와 협상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 시장은 경쟁 치열 '해외'가 살 길

 "사실 2003년 이라크를 거점으로 본격적인 중동 시장 공략을 시작했습니다. 전력사정이 불안정한 나라에서는 필수적인 장비이기 때문에 큰 기대를 했습니다. 그런데 김선일씨 사태가 터지는 바람에 현지 바이어 초청은 물론, 저희가 들어갈 길도 막히는 바람에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암만 쪽에 선이 닿아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는 했는데 물건이 들어가질 못하니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죠."(박상묵)

 피스코가 개발 생산중인 비상용 발전기 컨트롤 시스템은 해당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영국의 딥시(Deepsea)사의 제품보다도 낫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 가장 큰 장점은 비상용 발전기를 작동시켜야 ㅎㄹ 때의 기능을 대폭 단순화시켰다는 점이다. 제품 개발에는 이근우(50) 기술이사의 밤낮을 잊은 연구가 큰 역할을 했다.

 "비상용 발전기 등을 가동하는 사람은 대부분 경비원들입니다. 대개 고령인 데다 저학력이거나 첨단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죠. 따라서 몇 개의 버튼 조작만으로도 상황을 컨트롤하거나 작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희가 새로 개발한 제품은 세계 어느 나라 경비원이라도 설서 한번만 읽으면 곧바로 작동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이근우)

 "탁월한 기능과 품질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인터넷을 통한 문의와 구매 상담이 부쩍 늘고 있다"며 박상묵 이사는 한껏 고무된 상황. 이 같은 추세라면 2004년에는 2004년의 2배 가까운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하고 있다. 관건은 이라크의 현지 상황이 어떻게 진척되느냐에 달려 있다.

 "세계 전체로 보면 약 4조원의 시장입니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일정 규모 이상의 설비에는 비상발전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경쟁이 치열한 업종입니다. 약 3800개 업체가 있는 것으로 알아요. 이처럼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게 현실입니다."



 정부의 적즉적 협력이 아쉬워

 영업 여력이 없는 만큼 대표이사인 유병혁씨가 바이어 상담과 출장을 도맡아 하고 있다. 유 대포는 "수요는 무궁무진한데 수요 창출이 좀 늦은 제품"이라고 했다.

 "사회간접자본 시설확대 등이 일어나면 덩달아 수요가 급증하는 게 저희 제품입니다. 그런데 국내에선 경쟁이 치열해 더 이상 매출 확대를 기대하기 힘들죠. 이라크 같은 시장이야말로 수요가 엄청 큰 곳인데 현재로서는 접근이 어려워 안타깝습니다. 더구나 저희는 이라크의 유력 바이어와 강한 유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완화되면 지금보다 훨씬 ㅁ낳은 외화를 획득할 수 있거든요. 작은 규모의 사업이기 때문에 저희 같은 회사는 정부 차원의 활로 지원이 정말 간절합니다. 위험하다고 무작정 막지만 말고 국내 기업이 접근해서 판로를 개척할 수 있는 방안을 같이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박상묵)

 해외 마케팅에 전념할 전문 인력과 비용이 부족한 피스코는 홈페이지를 통한 상담, 중소기업청과 코트라(KORTA)의 지원에 매달리고 있다. 유 대표는 "당장은 아쉽지만 이런 식으로 버티며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오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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