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수많은 기관과 전문가들이 현재와 같은 고유가를 예측하지 못했던 것처럼 언제 유가 100달러 시대가 닥칠지 아무도 모른다. 이에 <이코노미플러스>는 유가 100달러 시대에 한국경제에 일어날 일을 진단했다. 유가 100달러 시대에 대한 시뮬레이션과 그 가능성, 그리고 고유가에 대한 대비책까지 알아봤다.

 2005년 12월31일 오후 5시, 새해 해맞이를 위해 정동진으로 출발하던 두바이씨 가족은 주유소에서 차를 돌려 집으로 돌아왔다. 리터당 휘발유 값이 2006원으로 표시돼 있었기 때문이다(국제유가 1달러 상승시 국내 유가 9원 인상 요인 발생). 주유 경고등이 들어온 자신의 중형차에 휘발유를 채우려면 50리터는 넣어야 하는데 이 경우 10만3000원이 소요된다. 고심하던 두바이씨는 그 돈으로 아이들과 피자를 시켜 먹으며 TV로 해맞이를 하기로 결정했다. 아이들은 찜질방이라도 가자고 성화지만 정부의 에너지 절약정책에 따라 찜질방들이 1주일에 이틀씩 문을 닫고 있다. 영업중인 찜질방을 찾으러 다니는 게 번거롭다는 생각에 집으로 가자고 설득했다.

 오후 5시10분, 아파트로 돌아온 두바이씨 가족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다시 한 번 낙심한다. 정부가 에너지 절약의 일환으로 엘리베이터 운행을 강제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7층 자신의 집까지 계단으로 올라가며 두바이씨는 21층에 사는 친구를 걱정했다. 무릎도 안 좋은 친군데.

오후 5시15분, 계단을 올라 집에 도착한 두바이씨는 현관 앞에 놓여 있는 우편물을 집어 들고 거실로 들어섰다. 작년 겨울엔 반바지를 입고 지냈지만 난방 제한으로 이제는 내복을 입고 지낸다. 소파에 앉아 여행사에서 온 우편물을 뜯어본 두바이씨는 설 연휴기간 동안 예약한 필리핀 여행 가격이 항공료 인상으로 또다시 15% 인상됐다는 통보를 접하고 예정대로 여행을 가는 게 좋을지 어떨지 가족회의를 열기로 했다.

 여행경비를 절약해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사주자는 부인의 주장에 따라 이메일로 여행사에 취소 통보를 하기 위해 컴퓨터를 켠 두바이씨는 회사에서 온 메일을 발견하고 갑자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지난주 내내 경영악화에 따른 구조조정이 있을 거란 흉흉한 소문이 돌던 차였다. 금요일 퇴근 때 팀장이 자신의 인사를 피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대에 진입하면 소비, 투자, 성장률, 물가 등 거시경제, 산업 그리고 가계에 어떤 영향이 미칠까. 물론 과거 1·2차 석유파동기보다 현재 국제유가가 실질 가격 기준으로 높지 않은 편이란 주장도 있지만, 에너지 다소비 국가이면서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고유가가 경제 전반에 걸쳐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전문가가 아니어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1·2차 오일쇼크때보다 영향 크지 않을 듯

 2005년 6월 두바이 평균 가격(배럴당 51.1달러)은 지난 2차 석유파동기인 1980년 정점에 달했던 가격(배럴당 35.9달러)에 비해 명목기준으로는 42.4%나 상승하였다. 그러나 소비자물가 등을 고려한 실질기준으로는 지난 2차 석유파동기(배럴당 84.7달러)에 비해 60.3%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지금의 배럴당 50달러대에서 두 배인 100달러에 이를 경우, 국내 경제성장에는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고유가로 가장 타격을 입게 되는 업종 중 하나인 항공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항공기 1대(B-747 기준)의 연료탱크 용량은 21만6840리터인데, 유가가 배럴당 50달러인 경우 7500만원 정도의 유류비가 소요된다. 그러나 100달러로 오르면 연료비에 소요되는 금액만 1억5000만원이 된다. 이렇게 연료비 증가가 커지면 수익이 나지 않는 노선이나 일정 등은 조정되거나 취소될 가능성이 커진다.

 가계에 끼치는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유가가 오르게 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게 되므로, 소득이 대폭 증가하지 않는 한 가계 생활의 어려움은 커지게 된다. 물가상승에 따른 구매력 감소로 민간 소비가 위축된다는 이야기다. 특히 석유류 제품의 가격인상 등으로 운송수단을 이용하는 자영업자의 비용부담은 현재보다 두 배 이상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현재의 고유가 영향이 1·2차 오일쇼크 때보다 적은 것은 사실이다. 이는 수치로 분명해진다. 아시아 개발은행(2004년 9월)에 따르면, 국제유가(WTI 기준)가 배럴당 50달러 수준을 3분기 정도 유지하게 될 경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1.2%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물가는 1.4%포인트의 상승압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국제유가가 100달러대에 이를 경우 단순계산으로 추정해봐도 경제성장률은 2.4%포인트 내려가고, 소비자물가는 2.8%포인트 오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계량분석 모형에 의하면, 중동 정정 불안이 심화되어 두바이유가 연 평균 배럴당 43~51달러 수준에 이를 경우 경제성장률은 0.53%포인트 둔화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리고 소비자물가는 2.04%포인트 상승, 무역수지는 5억8000만달러의 적자요인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처럼 국내외 주요 기관의 유가상승에 따른 파급효과를 살펴보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이르더라도 과거 1·2차 석유파동기와는 달리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경제 및 산업구조가 IT 및 서비스업 비중의 확대 등으로 석유파동기에 비해 원유의존도가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고유가의 장기화에 대비해야

 국제유가는 동절기 도래와 원유수요 등으로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단기간 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대에 진입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고유가로 높은 수입을 벌어들인 산유국들이 다시 유전개발 등에 대한 투자를 재개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원유수요 역시 중국 등 세계경제 성장 둔화에 따라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 경제주체들은 향후 중동지역의 정세불안과 공급여력 미비, 동절기 수요의 급증 등 원유시장의 불안요인과 돌발변수에 따라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 대응전략을 마련해두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대체에너지 개발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유전개발 참여와 투자를 통해 원유를 원활하게 공급받을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에너지 저소비형 경제구조 및 사회로 이행해나갈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3대 다소비 업종이 제조업 에너지 소비의 79%에 달하고 있으나, 부가가치 기여도는 불과 26% 수준이다. 따라서 산업부문의 자발적 협약 등을 통해 부가가치 및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가계부문의 경우도 승용차 및 가전제품의 대형화 등으로 생활에너지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경주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급변하는 유가변동에 근본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조기 경보 시스템 운영과 동북아 지역 국가와의 공조 등이 선행되어야 할 과제다. 고유가에 상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공동시스템 구축은 리스크 요인을 최소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원유시장의 정확한 모니터를 통한 유가 관리를 담당하는 행정적 조직이 있어야 한다. 이외에도 유가 등 에너지 문제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정책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통해 민간 차원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는 한편, 에너지 효율 개선이나 해외 유전개발 등에 소요되는 재원 확충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기업의 한계 유가 & 고유가 대비책

유가 80달러까진 견뎌 볼만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문제

최범수 기자 gaia@chosun.com



 우리나라의 2004년 석유소비량은 세계에서 7번째였다. 영국의 BP(British Petrolium) 통계 2005년판에 따르면 2004년 국내 하루 석유소비량은 전년대비 0.8% 감소했지만 세계 7위를 유지하는 228만 배럴이었다. 그만큼 대한민국이 에너지 다소비 국가란 얘기다.  

 특히 에너지 중 석유의존도가 2002년 기준 62.9%로 OECD평균(52.7%)을 크게 상회하고 있고, 부가가치 대비 에너지 소비량도 일본 등에 비해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런 사실은 유가급등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산업 및 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케 한다.

 고유가에 따른 비용상승은 향후 기업 수익성 악화, 고용불안 확대, 소비심리의 급랭, 내수 침체의 악순환으로 연결된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가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4.6%에서 3.5%로 내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리먼브러더스는 “아시아 국가들은 보조금과 세금정책으로 유가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고유가 상황에서는 경제성장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고 선진국 수요감소로 전자제품 등 수출도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결제은행(BIS)도 “유가가 장기간 지금보다 더 높은 가격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국제경제에 예상보다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가 47달러 기준으로 올 하반기

 수출 차질액 26억3000만달러

 장석인 산업연구원(KIET) 주력기간산업실장은 “자동차, 조선, 일반기계, 철강, 석유화학, 섬유, 가전, 통신기기, 컴퓨터, 반도체 등 10대 업종의 고유가로 인한 수출 차질액은 올해 연평균 유가를 배럴당 47달러로 상정하는 ‘기준 시나리오’를 적용할 때 올해 하반기 26억3000만달러, 내년 상반기 27억1000만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 실장은 유가를 배럴당 53달러로 상정하는 ‘악화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10대 업종의 고유가로 인한 수출 차질액은 올 하반기 36억3000만달러, 내년 상반기 40억1000만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준 시나리오는 OPEC 산유량 확대, 세계 경제성장 둔화, 석유수급 차질불안 완화 등을 전제로 한 것으로 실제 발생 가능성이 60%로 예상됐으며, 악화 시나리오는 세계 경제성장 가속화, 석유생산 차질, 중동정세 불확실성 고조 등을 전제로 발생 가능성이 40%로 전망됐다.

 그렇다면 실제로 기업들이 느끼는 한계유가는 어떻게 될까. 2004년 6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의 채산성에 급격한 악화를 불러올 수 있는 유가 수준은 조사대상 산업 평균 배럴당 35.4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업종별로는 섬유가 33.5달러로 가장 낮았고, 자동차 및 부품이 39.7달러로 다른 산업에 비해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특히 주요 업종별로 기업운영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유가수준은 조선업이 37.0달러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고, 기계 산업은 58.0달러로 가장 높았다.

 현재 두바이유가 50달러대를 상회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했을 때, 대부분의 업종은 채산성 악화나 기업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는 자료다.

 실제로 유가영향을 크게 받는 항공업계는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연료비 부담이 늘어나 수익성이 악화되기 때문에 비상이 걸려 있는 상태. 아시아나항공은 최근의 유가급등으로 연간 항공유 부담이 급속히 늘어나자 항공기 경제운항 등 비상경영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중이지만, 근본적인 문제해결책이 없기 때문에 난감해하고 있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연초에 유가전망을 WTI 기준 48달러를 예측했는데 이렇게 오르면 대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유가가 안정적이던 90년대 중반만 해도 전체비용 중 유가 비중이 18%에 그쳤지만 현재는 25~27%에 이르고 있다. 유가 1달러 상승시 연간 150억 손실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유가 상승에 따라 국제 노선에 유류할증료를 덧붙여 받고 있지만 이는 항공료의 상승으로 이어져 이용객의 감소를 가져올 뿐이다. 

 업종별 특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선진국이 개도국에 비해 고유가 영향을 덜 받는 것처럼 대기업이 중소기업이나 개인에 비해 덜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예로 원유투입 비중이 높았던 LS니꼬동제련(주)의 경우 저에너지 소비형 공법을 적용, 유가 상승에 따른 충격파를 줄여놓았다. LS니꼬동제련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두바이유 가격이 1달러 상승할 경우 연간 약 1억원의 영향이 있지만, 제조단가에서 원유가 차지하는 비율을 약 0.06%로 낮추었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다”고 한다.



 고유가 최대 피해자는 중소기업과 소비자

 문제는 유가 급등에 대비하여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이다. 따라서 유가가 높은 수준으로 오를 경우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더욱 취약해지는 것은 물론 경영상의 문제도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뿐 아니라 자동차 운전자들도 고유가 영향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산업 전반적으로 에너지 다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지만 운송연료 부분에 있어서만은 전적으로 유류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에너지 다변화를 이룬 선진국 또한 고민하는 부분이다.

 이는 두바이유가 50달러 이상의 고유가가 장기화될 때 정부의 석유수요 억제대책과 소비 심리 침체 등으로 석유 판매의 대폭적 감소가 우려된다는 정유사들의 걱정과 부합한다. SK(주)의 분석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 상승시 국내 유가에는 리터당 약 8~9원의 인상요인이 발생한다고 한다.

 현대자동차 또한 “원유는 자동차 내장재 등으로 쓰이는 주요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이기 때문에 유가상승은 곧 원자재가 상승을 의미한다. 최근의 고유가가 계속될 경우 수출경쟁력 악화가 우려된다”며, “그보다 더 큰 걱정거리는 연료비 증가로 인한 자동차 이용의 감소”라고 밝혔다. 현대차가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휘발유 가격이 1% 인상되면 전체 소비자의 0.4~1% 가량이 승용차 이용을 포기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의 고유가는 80년대 2차 오일쇼크 때보다는 충격이 덜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당시 40달러를 넘었던 유가를 현재 물가 수준으로 환산하면 94달러 즉 100달러에 이르는 만큼 아직은 견딜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주장이다. 전민규 우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실질 원유가격이 오일쇼크 때보다는 낮고 주력 산업도 상당 부분 원유 소비가 적은 하이테크 서비스 산업으로 전환됐다”며 “성장률이 다소 떨어질 수는 있지만 유가가 80달러만 넘지 않는다면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최호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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