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 우연을 가장해 ‘깜짝 맞선’을 주선하는 재벌가의 부모, 정략결혼에 반발해 결혼식 10분 전 웨딩드레스를 벗어던지고 도망치는 철딱서니 없는 신부, 사랑하는 여인에게 프러포즈하기 위해 호텔을 통째로 빌려 이벤트를 준비하는 재벌 2세, 세상 물정을 전혀 모르는 재벌 2세 여성, 또 ‘바람둥이’ 재벌 2세 남성…

 8월 약혼하는 중앙일보 후계자 홍정도씨와 윤선영씨

 6월 결혼에 골인한 동부그룹 후계자 김남호씨와 차원형씨

 3월 연인으로 공개된 LG家 맏딸 구연경씨와 윤관씨



 즘 한 방송사에서 재벌 2세들의 사랑 얘기를 다룬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 중이다. 이 드라마에선 재벌 2세들의 사랑과 결혼, 또 헤어짐에 관한 다양한 모습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결혼에 골인하거나 결혼을 앞두고 있는 재벌가 2세들의 측근에 따르면 이들도 결혼하기까지 여느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만남과 데이트를 갖는다고 한다. 레스토랑에서 데이트를 하고, 공원을 거닐기도 하는 등 여느 연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한 가지 다른 점은 다른 평범한 연인들처럼 관계가 무르익어 부모들에게 자신의 배우자감을 소개하기 위해 가슴을 졸이는 과정이 없다는 것이다. 이미 첫 만남에서부터 어느 정도 부모에게 ‘OK 사인’을 받고 시작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역시 이들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기는 하다.

 ‘X파일’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홍석현 주미대사의 장남 정도씨(28)가 8월말 윤재륜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의 장녀 선영씨(26)와 약혼식을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정도씨는 구정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 다니다가 군 복무를 마친 후 미국 웨슬리안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지난 2003년 유학에서 돌아온 이후 외국계 컨설팅 회사인 액센추어(Accenture)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하다 최근 중앙일보에 입사했다.

 정도씨의 동창 정모씨(28)에 따르면 정도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킹카’라 불릴 정도로 외모도 출중한 데다 호탕한 성격이어서 인기 만점이었다고 한다. 학창 시절부터 국내 최대 재벌의 친인척이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 챌 수 없었을 정도로 겸손한 성격이라고. 그는 동창 모임에도 자주 참석하곤 하는데, 모처럼 만난 친구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얘기를 나눌 정도로 소탈한 성격이라는 것이다.

 선영씨 역시 일찌감치 재벌가에서 눈독을 들여온 ‘신붓감’이다. 아버지인 윤 교수가 외국 유학시절에 낳은 딸이어서 미국 시민권자인 그녀는 서울외국인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 다트머스대학에서 학부를 마치고, 현재 하버드 로스쿨에 다니고 있다. 선영씨는 외모는 물론이고 머리가 뛰어난 데다 집안이 재계, 학계 등을 총망라하고 있어 일찍부터 재벌가 사모님들 사이에서 눈독을 들여온 ‘며느릿감’이었다고.



 윤선영씨, 재벌가에서 눈독들여온 재원

 선영씨의 할아버지 윤장섭씨는 성보실업, 성보화학 등을 창업한 성보문화재단의 이사장이다. 

 이들의 만남 역시 가족들의 적극적인 지지 아래 이뤄졌다. 이들이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겨울. 정도씨의 친척 어른이 선영씨를 소개하면서 시작됐다. 두 살 터울인 이들 커플은 정도씨가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한 경험이 있어 현재 학업 중인 선영씨를 잘 이해하는 데다 두 사람 모두 재계에서 이미 알아주는 ‘선남선녀’여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고 한다.

 정도씨는 선영씨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좋은 사람이 있다”고 자랑할 정도로 첫 눈에 반했다는 것이 주위 사람들의 전언. 하지만 두 사람의 연애에는 건너야 할 큰 강이 하나 있었다. 정도씨는 유학을 마치고 국내에 들어와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고, 선영씨는 아직 미국 보스턴에서 유학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

 이들은 처음에는 이메일, 전화 등을 통해 서로의 안부를 묻고 격려해주면서 조심스럽게 사랑을 쌓아가다가 올 초 정도씨가 미국으로 날아가 선영씨에게 마음을 진지하게 고백하면서 양가에서도 인정하는 관계가 됐다고 한다.

 정도씨는 지난 2월경 선영씨를 보기 위해 미국 보스턴으로 갔는데, 이때부터 두 사람 사이가 공식 커플로 인정되었다고 한다. 특히 정도씨의 집에서도 이들의 관계를 흔쾌히 승낙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이들 커플의 결혼은 올해 안에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도씨가 이제 막 중앙일보에서 회사 생활을 시작했고, 선영씨 역시 내년에야 학업을 마칠 예정이기 때문. 하지만 주위 관계자들은 “두 사람이 예쁜 사랑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들의 결혼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최근 국내의 대표적 재벌그룹과 의료재단이 사돈을 맺었다. 다름 아닌 동부그룹과 차병원그룹이다.

 지난 6월28일 오전 12시. 평일 점심시간이었음에도 서울 하얏트 호텔 부근에서는 난데없이 교통정체 현상이 빚어졌다. 호텔 일대는 검은색 고급 차량들이 한데 뒤얽혀 주차 관리를 하는 직원들의 손짓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결혼식의 주인공인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장남 남호씨(31)는 결혼식이 거행되는 홀 앞에서 일찍부터 손님을 맞고 있었는데, 그의 모습은 다소 긴장돼 보였다.

 예정보다 조금 늦은 12시10분, 결혼식 행사가 시작됐다. 현직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시작된 이날 결혼식은 결혼식 단상 옆에 걸린 대형 스크린을 통해 두 사람의 어린 시절 사진과 학창 시절, 또 결혼에 골인하기까지의 모습이 1500여명의 하객에게 소개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대형 슬라이드 속 그들은 여느 결혼식의 주인공처럼 환한 미소가 인상적이었다.

 이날의 주인공 남호씨는 지난 1994년 경기고를 졸업한 뒤 곧장 유학길에 올라 미국 웨스트민스터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99년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재벌 2세로서는 이례적으로 현역 군복무를 마치고, 2000년부터 올 초까지 외국계 컨설팅 회사인 에이티커니(A.T.Kearney)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해왔다.

 남호씨가 그동안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대학 학부생활을 미국에서 했고, 또 곧장 군대에 입대하는 등 회사의 경영에 참여할 기회가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미 회사의 주식을 대량 보유한 대주주라는 점에서 재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그런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사람은 국내의 대표적 의료재단으로 꼽히는 차병원가의 원영씨(27). 원영씨는 차병원의 설립자인 차경섭 이사장의 손녀이자 차광열 포천중문의대학원장(전 총장)의 장녀다. 원영씨는 서울예고를 졸업하고 영국의 명문 대학인 킹스컬리지(Univ. of London)에서 수학을 전공한 재원. 그는 고등학교 때까지는 예능을 전공하다가 런던 유학길에 올라 전공을 바꿀 정도로 비범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벌가는 보통 ‘끼리끼리’ 결혼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와 부인 임세령씨의 만남은 이 상무의 어머니인 홍라희씨의 ‘사적 모임’인 불이회에서 이뤄졌고, 이 회장의 둘째딸인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보와 남편 김재열 상무의 만남은 오빠 이재용 상무가 주선했다. 이처럼 재벌 2세들의 결혼은 회사와는 별개로 본인들이 따로 속해 있는 모임들을 통해 자주 이뤄진다.

 김남호씨와 차원영씨의 만남은 남호씨의 친누나인 주원씨의 중매에 의해 이뤄졌다. 그의 결혼 역시 ‘순수 연애’ 결혼이라기보다는 가족들이 적극 신부감을 물색한 데서 시작됐다고 보는 것이 맞다.

 지난해 가을. 남호씨의 부모님들은 며느릿감 물색에 한창이었다. 남호씨의 나이가 서른으로 결혼 적령기인 데다 1년 뒤 다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혼기가 꽉 찬 아들에게 짝을 지워 유학을 보내고 싶은 것은 모든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이렇게 그의 ‘결혼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이 소식은 남호씨의 누나 주원씨에게도 들어갔다. 김 회장의 장녀 주원씨는 전 해동화재 오너의 아들과 결혼한 이후 곧장 미국으로 떠나 현재 그곳에서 거주하고 있다. 그런데 마침 주원씨가 미국에서 친하게 지내는 여자 후배가 차병원가의 손녀인 원영씨와 친분이 두터웠다고 한다. 런던에서 유학을 마친 원영씨 역시 국내에 머물고 있었다.

 주원씨는 당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동생 남호씨에게 국제전화로 원영씨에 대한 얘기를 했고, 이들의 만남은 이렇게 집안 어른들이 모두 알고 있는 상황에서 시작됐다.

 남호씨와 원영씨는 여느 커플처럼 지난해 가을 ‘소개팅’을 하고 여느 커플처럼 처음에는 편안한 ‘오빠-동생’ 사이였다고 한다. 이들의 관계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알고 있는 한 측근에 따르면 당시 남호씨는 직장생활과 미국 유학 준비를 하느라, 원영씨 역시 자신의 진로 고민 등으로 각각 바빴다고 한다. 그런데 남호씨가 올 초 유학 준비 관계로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서 이들의 연애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김남호·차원형’커플 남호씨 누나가 중매

 친한 오빠-동생 사이로 지낸 지 넉 달 정도 지났을 무렵인 올 초부터 이들의 관계는 차츰 연인으로 발전해 각자의 친구 모임에 상대방을 대동하면서 친구들 사이에서 공식 커플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두 사람 모두 외국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지만 본격적인 만남과 데이트는 서울에서 이뤄졌다.

 이들이 교제를 시작한 지 몇 달 되지 않은 지난 4월, 양가 어른들 사이에서는 본격적인 결혼 얘기가 오가게 됐다. 특히 김 회장은 평소 당사자의 의견을 존중하는 편인 데다 상대자인 원영씨가 집안으로 보나 개인으로 보나 마음에 들어 결혼을 서둘렀다고 한다. 두 사람은 집안 어른들의 상견례를 겸하는 자리에서 약식 약혼을 하고, 곧이어 결혼식 준비가 시작됐다.

 여느 재벌그룹이 그러하듯 그들의 결혼 역시 동부그룹 차원에서 진행됐다. 처음에 이들의 결혼은 가족 단위로 조촐하게 이뤄질 예정이었다. 동부그룹은 하얏트 호텔에 결혼식장을 예약하면서도 극비의 보안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들의 결혼은 결혼식이 치러지기 2주 전쯤 세간에 알려지면서 화려한 결혼식으로 변했다. 동부그룹측에 따르면 원래 결혼식장으로 1200석 규모의 홀 하나만을 예약했지만 당일 축하객들이 많아 옆 홀에 갑자기 추가 좌석을 마련하는 등 부산하게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두 사람은 결혼식을 치른 직후 곧장 미국으로 떠났다. 남호씨가 오는 9월부터 미국의 모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밟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재벌 2세 여성’ 중에서 이제 막 수줍은 사랑을 꽃피우고 있는 주인공도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장녀인 연경씨(27)다. 

재계에서 연경씨의 얼굴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LG그룹에서 집안 여자들이 경영 일선은 물론 외부에 나서는 것을 워낙 꺼리는 데다 연경씨 역시 오랫동안 유학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결혼소식은 재계에서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다. 구 회장의 맏사위가 그룹 경영에 관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구 회장은 슬하에 연경씨와 연수씨 두 딸을 두고 있으며, 올 초 조카인 광모씨(29)를 양자로 입적했다.

 연경씨의 연애 사실은 외부에 전혀 알려지지 않다가, 올 초 그녀가 친척 언니에게 ‘고백’을 하면서 비로소 알려지게 됐다. 상대는 평범한 집안의 자제로 알려진 윤관씨(30). 윤씨가 국내 재계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그가 연경씨의 ‘연인’이라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일찌감치 ‘실리콘 밸리를 일으킬 만한 젊은이’라는 닉네임을 가지고 있었다. 1992년 구정고 1학년 재학 중 미국 유학길에 올라 미국의 명문대인 스탠퍼드대학에서 경제학과 심리학을 복수 전공했다. 이후 같은 학교 경영대학원(MBA)을 마친 후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 지난 2000년엔 불과 스물여섯의 나이에 8000억원을 굴리는 노키아벤처파트너스 부사장에 취임해 국내에서 일약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들의 첫 만남은 지난해 가을 미국에서 이뤄졌다. 당시 연경씨는 미국 조지아주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었고, 윤씨는 벤처캐피탈 부사장을 맡아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두 사람은 미국에서 재학 또는 근무하는 사람들의 한 모임에서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 살 터울인 두 사람은 먼저 학교를 졸업한 윤씨가 아직 학생인 연경씨에게 유학 생활에 대한 조언을 해주면서 친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연경씨는 윤씨의 자상한 성격과 배려, 젠틀함, 지적인 면에 호감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신분’을 의식했던 듯 처음에는 주위 사람들에게조차 전혀 사랑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연경씨가 한국에 있는 친척 언니와 통화를 하던 도중 윤씨에 대해 언급을 했다는 것이다. LG그룹 일가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전화 너머로 들리는 연경씨의 목소리가 여느 때와 달리 유난히 밝아 “무슨 좋은 일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언니, 좋은 사람이 생겼어”라고 답했다는 것.



 윤관씨, 미국 스탠포드대 MBA 출신의 엘리트

 이즈음 구본무 회장 역시 딸의 연애 소식을 알고 있었다. 어느새 그룹 안팎에서 구 회장이 곧 ‘혼사’를 치른다는 얘기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상대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일절 알려지지 않았다.

 연경씨 역시 그가 막 시작한 사랑을 친척 언니에게 알리면서도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그가 푹 빠진 상대가 윤씨라는 사실은 그들이 연애를 시작하고 조금 지난 후에야 알려졌다. 

 윤씨는 올 초 기자와의 통화에서 “좋은 만남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1년에 수차례씩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일을 하고 있어 (연애할) 시간이 별로 없다”며 수줍게 말했다.

 전화기를 넘어 들려오는 윤씨의 목소리는 무척 자상하고 배려 깊은 듯했지만, 다른 한편 세상에 자신들의 사랑이 알려지는 것이 여간 부담스럽지 않은 듯 느껴졌다. 하지만 그는 “잘 만나고 있다”는 한 마디로 좋은 만남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줬다.

 현재 연경씨와 윤씨의 구체적인 결혼 일정은 잡히지 않은 상태다. LG그룹 오너 일가 관계자는 “날짜 등 정확한 일정 얘기를 들은 바 없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두 사람이 좋은 만남을 이어가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재벌그룹을 바라보는 세인들의 시선은 궁금증, 부러움, 반감 등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이들 재벌가의 2세들도 여느 일반인들처럼 평범하면서도 영 평범하다고만은 할 수 없는 사랑을 이어가고 있다.

정혜연

  • 목록
  • 인쇄
  • 스크랩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